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23화 (1,02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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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등.

상위등수의 끝자락이다.

꼴찌지만, 그 영광에 들어가는 건 기뻐할 만한 일이다. 그 상황에서 드낙은 조금 안달이 났다.

‘뿔 쥐만 대우할수 없으니까.’

자기를 변호하는 모습마저 가졌다. 그만큼십등공신을 결정할 때는 드낙의 입김이 컸고, 다른 쟁쟁한 이들이 아래로 낮춰졌다. 명백한 권력 남용이었지만, 이를 견제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드낙이 사슴을 보고 호랑이라고 하면 ‘사슴인데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놈과 저놈 중의 저놈을 택하겠다고 한다면 수긍하는게 대부분이다.

어차피 모든 권력은 드낙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고, 십등공신 위로 가져갈 건 최대한 가져갔기 때문에 양보했다.

반대로 드낙은 그들이 차원 전쟁에서 한 일이 있기에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최대한 조율하고 싶은 그 아름다운 광경 속에서 비리가 머리를 드러냈다. 비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호한 구석이 있었지만, 실무자들은 확실히 비리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터다.

“십등공신!”

게제라스 총리가 목소리를 드높였다.

“다이앤타 불파겐!”

와아아아아!

자치 왕국, 이제는 상위국이 된 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공적자들이 고함을 꽥 내질렀다.

다이앤타 불파겐은 불파겐의 아들딸 중 유일하게 참전했다. 그런 그녀가 첫 전쟁에서 십등공신에 들었으니, 감탄이 터져 나왔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은 후계자!”

그렇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다이앤타는 차원 전쟁에서 자신을 증명해냈고, 그 성적표가 십등공신이다.

“꺄아아아아!”

그녀는 깡충 뛰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토록 큰 업적을 달성한 건 처음 이었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이 장소에 있는 모든 걸 그 눈으로 체험하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고, 큰 선물까지 받게 됐다.

이내 다이앤타는 관측 장치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녀의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가 가까이 들이밀어 졌다.

“오빠! 나 먼저 갈게!”

가장 먼저 다이앤타가 한 것은 크레시미르를 겨냥하는 일이었다. 그는 다이앤타의 삶에 많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었고, 7할은 그와 경쟁하는 데 시간을 쏟는 것이 다이앤타였다.

붉은 머리카락이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렸다. 야성미가 피어올라 왔다. 시원하게 웃는 다이앤타가 한 손을 번쩍 들며 손을 흔들었다.

이에 다른 이들이 박수를 치며 화답해 줬다. 크레시미르와 다이앤타의 라이벌 구도는 다른 종족으로서도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상속받을 것이 두 개로 쪼개지는 건 기본이고, 둘이 부딪칠 때마다 서로 영향력과 자원을 소모할 것이 틀림없다.

상위국의 자원을 알아서 소모해 주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이 다이앤타였다. 끝없는 권력자 들의 싸움은 항상 국가를 거지꼴로 만드는 것이다.

헤죽.

드낙은 좋아하는 다이앤타를 보며 표정이 풀어졌다.

‘저렇게 기쁠까?’

크레시미르가 영향무력을 가지려고 움직였고 실제로 그 어떤 자들보다 재능이 있었다. 그 탓에 드낙은 다이앤타에게도 하나라도 더주려고 애를 썼다.

세파리아스가 줄 수 있는 걸 줄 수는 없었다. 다이앤타는 검에 재능이 있기는 했지만 천부적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향무력을 최연소로 터득할지도 모르지.’

단순히 흐름, 극점 찌르기를 획득해도 엄청난 시선을 끌 것이다. 그러기 전에 다이앤타도 조금 높여주고 싶은 게 드낙이었다.

다이앤타는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

특히 아래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건 다이 앤타가 아니라, 크레시 미르였다. 이를 봤을 때 다이앤타는 그 누구보다 ‘지위’와 ‘직함’이 필요했다.

그게 드낙이 조금 무리해서 다이앤타를 십등공신으로 올린 이유였다.

‘큰 반대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른 십등공신과는 다르게 철저히 준비를 한상황이다.

‘와라! 내 딸아! 확실하게 받쳐주마!’

다이앤타는 환호 속에서 자신을 자랑한 다음에는 깡충깡충 뛰어와서는 드낙을 끌어안았다.

“에헤헤헤!”

“잘했다.”

드낙은 다이앤타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담백하게 칭찬을 해주었다. 다이앤타가 드낙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이내 한쪽 무릎을 다른 이들과 같이 꿇었다.

이 모든 모습이 모든 이들에게 보일 것이지만, 가족의 정을 결코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세계였다.

“개인 전투기록 장치와 다른 이들의 관측 장치를 비교 대조해 본 결과 다이앤타 불파겐의 킬포인트는 13,800이다!”

아직 객관화되지 않은 것을 들이밀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아직 거기까지 조사를 거치지 못했다.

전쟁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기 전에 극적으로 논공행상을 하고 싶었다.

‘전쟁참전자의 비애지.’

10년만 지나도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70년 지나서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그저 위선에 불과하다.

위선도 선이지만, 드낙은 살아생전에 그들에게 최대한 많은 보답을 하고 싶었다.

‘내 영향력이 닿는 데까지.’

드낙은 그렇게 하면서 겸사겸사 자기 자식까지 챙겨주는 악독한 독재자이기도 했다.

“그 활약상을 잠시 보도록 하지.”

드낙이 고개를 올리자 다른 이들도 시선을 위로 올렸다. 투명화 작업을 연금술을 통해서 한 구조물이 올라갔다. 주변 환경 적응률이 낮아서 자리를 잡고 나서도 훤히 보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투명해지자 다이앤타의 활약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세상이란 건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

엉뚱한 목소리에 드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화면에는 크레시미르의 수련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게 아닌데.”

드낙이 소리를 냈지만 당장 내리지는 않았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이를 수습하는건 또 다른 일이다. 특히 그 짧은 순간 드낙은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고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다들 궁금해하네.’

크레시미르의 대외활동은 상위국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를 궁금해해도, 정보 제공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기에 돈을 주고 구매해야했다.

치안확보나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에 한해서 쉐도우 위스퍼에게 공짜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정보를 받고 싶지 않아도 보여주는 편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주변인들에게도 공개해서 압박을 넣기도 했다. 다섯 번의 경고를 듣지 않으면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파업 상태에 빠져든다.

그때가 되면 피해를 본 다른 도시의 구성원들에게 화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가만들어진다.

‘비싸긴 하지.’

크레시미르의 근황을 알려면 황금이 제법많이 필요했다. 자주 볼 수 없었고, 전쟁 이후에는 특히나 황금을 쓰기가 두려운 법이다.

소나기가 올 때 달리는 사람은 체급이 큰 사람뿐이다. 체온이 펄펄 끓고 활력있는 이들이나 소나기 속에서 뛸 수 있었다. 그런 이를 보고 똑같이 뛸 생각을 하는 건 어리석다.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모두가 고래고래 고함을 소리칠 때, 체급이 낮고, 한 번 넘어지고 일어설 수 없다면 웅크려야 한다.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고 체온을 최대한 보존해야 했다. 기본 중의기본이다.

산에서 배울 수 있는 생존법이고 실생활에도 능히 적용할 수 있지만 이를 깊게 고민하지 않는 이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 덕에 크레시미르의 근황을 아는 이는 적었다.

소나기는 오늘로 끝이 났고, 이제 화창한 날씨 촉촉하게 물든 땅에서 생명이 잉태되어 갈것이다. 웅크렸던 이조차도 그간 보존한 체력을 가지고 전력으로 앞으로 뛰어나가야 한다. 먼저 달려간 사람을 쫓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런 것에 얽매이면 평생을 그 자리에 우두커니서 있을뿐이다.

고로, 그들은 돈을 크레시미르 불파겐에게 쓰지 않고 있었다.

“됐다, 계속 보여줘라.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이지.”

패장(敗將)을 죽이면 그가 경험한 것을 모조리 무(無)로 돌리게 된다.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오늘의 실수도 나아가면서 사그라질 것이다.

위대한 명장 중에는 패군지장(敗軍之將)이었던 자도 제법 있다. 실패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성공하는 사람이 실패했었던 것 뿐이다.

드낙은 크레시 미르의 수련을 지켜봤다. 그러는 사이에 게제라스 총리는 사태를 수습했다. 그가 태평하게 여기는 것과는 다르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간악한 흉수로다.’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총리와 뿔 쥐들의 도움이 세상에 드러났고,소란이 일어났다. 곧, 사건의 전말이 모두 해결되었다. 그럴역량은 충분했다.

이곳은 야지이기에 특별히 치안이 부족했다. 이걸 마법으로 대충 땜질했는데 그 땜질한 덕분에 범인을 잡았고 범인은 마치 그것이 정의인 것처럼 일장 연설을 토로하기도 했다.

크레시미르의 수련 장면이 끝나고 놈이 끌려 나와서 양탄자 옆에 무릎이 꿇려졌다. 저항하려는 놈을 무릎 아래를 걷어차서 앉혔다.

“어찌 된 일이냐?”

드낙은 웬 사람 하나가 끌려오자 당황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이 아닌데, 수작질할 놈이 있다는 게 우스웠다. 그 정도로 하찮은 일이었다.

‘이런 일에 목숨을 걸다니. 불쌍한 놈이로다.’

예전이었다면 난리를 쳤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읍! 으읍!”

놈은 얼굴조차 세상에 알리지 못했고,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재갈이 물리고 천으로 얼굴이 덮여 있었다.

다른 이가 목소리를 냈다. 그가 속삭였다. 기록 장치에서도 이 대화는 담기지 않을 것이다.

“악마 같은 다이앤타 공주님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라고 합니다.”

“으읍, 흐읍!”

놈이 발악하는 숨소리가 거칠게 토해져 나왔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는 일을 벌였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결과를 마주하고 있었다.

“응. 응.”

드낙이 인상을 찌푸렸다.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를 퍼뜨리려 하다니. 괘씸한 놈이군!’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한 세상에서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를 퍼뜨리려 한 죄는 매우 크다.

“감히.”

소란을 일으키며 다이앤타에 대한 불신을 퍼뜨리려고 했지만 그 전에 사로잡혔다. 이에 자기 뜻을 펼쳐 보였지만 그 누구도 그걸 퍼뜨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말로는 끔찍했다.

“선동과 날조를 퍼뜨리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정상을 참작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 말에 천으로 얼굴이 덮여있는 자의 숨소리가 조금 안정되어 갔다.

결국, 그도 개인에 불과한 객체였고 자신의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죽음의 냄새 속에서 의기를 세울 수 있는 자는 찾기 힘들다.

“여기 있는 자 중에 자신이 뱉은 말을 주워서 다시 내 앞으로 가져오는 자가 있다면 이 자를 용서하겠다.”

그 말에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수도 없었다.

“흐읍, 흡.”

“끌고 가라. 사형이다.”

한 건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준비성이 좋았다면, 다이앤타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쳤을 터다. 소문은 부풀기 마련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무수한 칼날은 많은 이들을 고통받게 할 터다. 그피해를 생각한다면, 죽어 마땅하다.

그 뒤에 다시 다이앤타의 활약상을 시청했다.

선명하고 경쾌한 소리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주변이 워느] 시끄러워서 그 소리가 그 소리였고, 어디서 나는 소리가 그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흉측한 곳이 방어전 전쟁터였다.

그 속에서 다이앤타는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줬다.

달려들어 부수고 도약하여 내려찍고.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마법을 토해냈으며. 피를 흘리며 비집고 들어갔다.

광전사 같은 모습에 다들 주먹을 꽉 쥐었다. 피가 철철 흐르면서도 활력 하나 잃지 않는 다이앤타는 영상이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적들을 죽여나갔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그 수급을 많이 챙겼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 수긍하는 표정이군.’

드낙은 다이앤타에게 상을 내려줬다.

“금궤 500관을 하사하고, 백작위를 내린다.”

그 외에 어떤 것도 없었다. 그건 그녀가 크레시미르를 따라가서 공부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드낙은 이를 존중했다.

‘애초에 계속 다이앤타에게 업을 보내고 있으니까.’

이건 대외선전용이나 다름없는 쇼였다.

그녀가 내려가자 드낙도 왕좌에 다시 앉았다.

그 뒤로는 게제라스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적기사왕, 청기사왕! 문인 카를라(Carla)와 후아나(Juanna)는 앞으로 나오라!”

배신해서 차원 전쟁에 혁혁한 공을 내세운두 명의 무인과 게제라스의 카를라(Carla)와 후아나(Juanna)로 불리는 비서 두 명이 앞으로 나왔다.

이들에게는 임시 무공 훈장과 임시 문공 훈장이 수여되었다. 무관은 최신형 전신 갑주와 금궤 10관을 받았다. 문관은 10년 동안 여름, 겨울마다 한 번씩 열흘 동안 휴가 갈 수 있는 장기휴가증과 금궤 10관을 받았다.

“저, 총리님. 손을 좀…….”

“응? 저, 정말로 받아 갈 생각인가? 나중에 나한테 말하면 금궤 50관과 바꿔주겠네.”

“거듭 말씀드리지만 10년 내내 반드시 쓸것입니다.”

게제라스 총리의 부탁에도 두 명의 비서는 서둘러 장기휴가증을 챙겨서 자신의 가슴팍에 집어넣었다.

‘일하면서도 가지고 다녀야지.’

자면서도 껴안고 잘 생각까지 가졌다. 결코자신의 품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할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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