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22화 (1,02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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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등공신(九等功臣). 꼴찌보다 한 등수 우I.

십등공신이 아니라는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자리다. 엘프들은 그 자리를 탐을 냈다. 계속되는 업무 속에서 지옥을 경험했다.

대표적으로 파견 엘프가 있었다. 가장 지옥같은 삶이다. 다른 종족과 산다는 것은 현재 엘프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였다. 타지 생활이 맞는 엘프는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었다. 개방된 엘프들은 대부분이 지식인이다. 무슨 무슨 법, 무슨 무슨 이론에 대해서 빠삭했다. 거기에 대해서 똑같은 교양을 지니는 건 힘든 일이었다. 상대는 몇백 살묵은 필멸자다. 그러므로 공부한 세월이 다르다.

그런 상황에서 십등공신이 아니라 구등공신에 지정되었다. 칼리스투스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때문에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걸어 나갔다.

다른 필멸자보다 높은 귀 때문에 엘프들은 관모가 제법 긴 편이었다. 화장할 때 턱과목에 음영을 많이 주는 편이었다. 또, 어깨도 넓어보이도록 각이 딱 잡힌 관복을 입었다.

다른 필멸자들이 자신들의 긴 귀를 이질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복장이 그렇게 발달하였다.

우스꽝스럽 다기보다는 푸른색과 백색의 고급스러움이 더욱 컸다.

그녀가 앞에 서자 드낙은 엘프들이 한 것들에 대해서 치하했다.

“폭풍의 요람을 각 도시에 보급하여, 마력보급에 크나큰 공헌을 했으며 수준 높은 연금물약을 통해서 세상을 이롭게 했다!”

폭풍의 요람이라는 거대한 마력 건축물은 엘프들의 최고 마도 기술로 만든 것이다. 주변대기에 존재하는 마력을 끌어당겨서 막대한 마력을 보유하게 만드는 마력 발전장치 다. 저장소도 겸하고 있었기에 편의성이 높았다.

그 영향력은 앞으로 몇백 년이 지나도 여전할 것이다. 매번 폭풍의 요람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을 터였다. 그만큼 폭풍의 요람에는 강대한 마도 기술이 여럿 들어 있다. 복합적인 기술 발전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이라 그 어떤 종족도 폭풍의 요람을 따라 할 수 없다.

‘있다면 하나.’

오우거 뿐이다. 덩치가 무식하게 큰 덕분에 많은 마력을 체내에 지닌 오우거들이라면 마도 기술 없이 폭풍의 요람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마력 저장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엘프들이 머리를 굴려서 만들었다면, 오우거는 몸을 굴려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법령제정과 지식 전수를 통해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뛰어난 놈은 고꾸라져도 다시 뛸 수 있다. 실력이 있으면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성공할 수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모두가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실력 있는 사람은 기어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엘프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드낙의 휘하로 들어가면서 엄청난곳에서 활약했다. 바닥 밑에 깔리는 상하수도조차도 엘프들의 지식이 스며들어 갔다.

100번 지으면 50번은 다시 시공을 해야 하는 온돌시스템도 엘프의 기술 덕분에 완전해졌다. 어느 정도로 완전해졌느냐면 일 층이 아닌 곳에서도 온돌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었다. 온돌 때문에 이층집에 살고 싶지 않아 했지만, 엘프들이 이를 가능케 만들었다.

그 사회적인 혁명은 실로 대단했다. 온돌이 도입된 이후로 이 세계는 이층집에 돈 없는 것들이 살고, 일 층이 주인집이 되었다. 온돌 맛을 제대로 본 것이다. 이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큰 도움을 줬다.

“파견 엘프로서 모든 지역에 도움을 줘서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전쟁 보급에 대한 기반설립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그 어떤 자도 부정할수 없을 것이다!”

파견 엘프 소리에 칼리스투스를 비롯한 엘프들이 움찔했다. 의심스러웠다. 일이 조금 틀어졌는 데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에 대한 공훈을 치하할 때도 엘프들은 움찔움찔했다. 이를 본 드낙은 속으로 감탄했다.

‘하도 당해서 이제는 벌써 눈치챘네. 요 녀석들…….그래도 소용없다!’

엘프들은 매우 좋은 일꾼이다. 특히 엘리트는 남들보다 효율성이 대단히 높고, 영향력도크다. 엘프들의 숫자도 일반적 노동자들보다많았다. 우월한 엘리트를 가만히 두는 건 직무유기다.

“그들의 공을 기려, 파견 엘프 제도를 파기 할 것이며, 모든 종족에 흩어져 있는 엘프들은 자신들의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 다!”

“와아아아!”

“위대한 초월자 만세!”

엘프들이 준비했던 멘트를 쏟아냈다. 하나같이 상투적이고, 특별한 건 전혀 없었다. 군중이 외치려면 간단한 단어를 말해야 했기에 복잡한 걸 외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외치다 보면 시장바닥이 된다.

“만세! 만세!”

최대한 똑같은 말을 계속 대답하는 게 좋았다.

다른 종족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의 지도자들이 이에 대한 걸 함구해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오직 핵심 인력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 마력은 누가 키워?’

‘공장과 작업장은? 관리자가 엘프밖에 없는데.’

엘프 엘리트들은 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빈자리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는 엘프가 싹 사라진다면 큰일이 날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나라의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된다면 그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터다.

“여기 앞에 선 총사령관 칼리스투스만 공이 있는 게 아니다! 엘프들의 벨룸 퓨에르들은 앞으로 나와라!”

18인의 벨룸 퓨에르들이 드낙의 호명에 일어섰다.

엘프들 사이에 불안감이 맴돌았다. 드낙이 내비치는 이빨이 서서히 그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카드를 뒤집어야 알 수 있다. 드낙이 엉뚱한 일을 많이 하고 다녀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엘프들은 오늘부터 개혁의 시대를 맞이했다! 더는 그들은 디아볼로스가 아니다! 더는 그들은 타락 엘프라고 불리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엘프라고도 불리지 않는다! 그들은 백색빛 엘프(White Shine Elf)로 명명되었다! 이는 나의 뜻이 아니라 엘프 스스로 내놓은 그들만의 답이다! 여기 있는 벨룸 퓨에르들이 그러할 지고, 여기에 모인 백색 빛 엘프들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어떠냐! 진정으로 그러한가?”

“그렇다! 그렇다!”

엘프들이 소리를 크게 냈다.

드낙이 18인의 벨룸 퓨에르를 모두 호명한것은 그들이 이룩해낸 자정작용, 위대한 개혁, 백색 빛 엘프로서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나 또한 크게 감동했다! 엘프는 스스로 개혁을 이룩해낸 존재라는 걸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 기존의 세력이 자신들의 몸속에 고인 썩은 물들을 청소하는 건 스스로는 할 수 없다고 여겼는데, 이를 능히 해냈다!”

논공과는 상관없는 말이었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논공행상은 왕이 내려주는 것이다. 왕은 객관적이기도 하지만, 주관적이기도 했다.

“총사령관 칼리스투스(Caliist나s)! 빌룸 퓨에르 중에 으뜸! 앞으로 한 걸음 나오라.”

“예!”

드낙은 보좌관으로부터 새로운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그 양피지는 겉에 금이 발라져 있었다. 마치 상장처럼 접을 수 없는 형태로 단단히 굳혀져 있었다.

“고립을 버리고, 다른 이들을 자신들의 도시로 불러올 준비를 하는 엘프들을 위하여 나 드낙이 그대들에게 도시의 시장직을 내려주겠다.”

“예?”

칼리스투스의 반문에 드낙은 답하지 않았다.

“엘프 서클 시티(Elf Circle City) 는 대륙의 중심을 축으로 원을 그리며 십 여 개의 도시를 뜻하게 될 것이다. 그 첫 번째 시장이 바로 너. 칼리스투스다.”

“제가요? 도시를 새로요?”

칼리스투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심으로 받고 싶지 않은 표정으로, 이번 제의는 오로지 드낙이 독단적으로 벌린 것을 크게 어필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억울한 칼리스투스는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그 도시의 이름은 프린셉(Princep)이라불릴 것이다.”

“정말로 합니까?”

드낙은 고개를 까딱이며 칼리스투스를 뒤로 한 걸음 물러가게 강제로 힘을 줘서 보내버렸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드낙이 크게 외쳤다.

“밝은 새벽의 룩산드라(R니xandra)! 두 번째 시장직을 받으라!”

“밝은 새벽의 룩산드라(R니xandra)! 두 번째 시장직을 받으라!”

“예?”

“그대의 도시는 켑탄(Kaptan)이다. 시계방향으로 도시를 지을 것이다.”

“저…초월자님 웃.”

드낙이 룩산드라의 양어깨를 잡았다. 그녀가 부르르 떨었다. 막대한 업이 그녀에게 스며 들자 룩산드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거대한 쾌락이 그녀의 전신을 휩쓸었다.

저벅.

드낙은 그녀를 밀어냈다.

옆에 섰던 벨름 퓨에르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에르하르트가 엘프 신이 될 것 같다며 벨룸 퓨에르 내부에서 말이 많았다. 누구든지 엘프 신 프로젝트의 대상자가 될 수 있었다.

적어도 드낙으로부터 업을 받는 건 피하고 싶었다.

“행운의 오딜롱(Odilon)! 앞으로 나와서 시장직을 받으라.”

“예!”

“그대의 도시 이름은 조르티(Xortih)다. 가장 웃음이 나오는 도시로 만들어라.”

“열심히 하겠습니다.”

룩산드라가 업을 받는 모습에 오딜롱이 벌벌 떨었다. 항상 운이 좋아서 드낙의 눈에 띄지 않았던 자였다. 3위인 에르하르트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한 번 드낙에게 찍혀서 벨름 퓨에르 내의 서열을 지키지 않고, 가장 끝에 선 것이다.

‘놈!’

드낙은 그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손길을 떠날 수 없었다. 드낙은 모든 벨룸 퓨에르들을 호명하고 그들이 엘프들을 이끌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도시명을 직접 지어주었다.

5위인 우상의 크로치피사(Crocifissa)는 큐르시피스(Kurcifiss)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6위인 대체의 야쿠브(Yak니b)는 민플록(Minflok)이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7위인 천벌의 앙겔리카(Angelika)는 프쟈가(Pjaga)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8위인 건설의 엘리아킴(Eliakim)는 그홀리(Gh이li)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9위인 찬란한 지우베르투(Gilbert。)는 하트라(Hatra)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0위인 군림의 레굴루스(Reg니니s)는 이살탄(Isaltan)이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1위인 부성의 아브샬롬(Abshalom)는 패테르니타(Paternita)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2위인 신성의 아리아드니(Ariadne)는 리타르(Liktar)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3위인 행복의 이사크(Isaak)는 쿤텐티자 (kuntentiza)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4위인 충실의 칼렙(Caleb)는 레아리(leali)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5위인 순백의 게이너(Gaynor)는 퓨라뱌드(Purabjad) 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6위인 작은 세르기우스(Sergi니s)는 카마라트(Kamarat)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17위인 사랑의 에라젬(타azem)는 이호브(Lhobb)라는 도시 명을 받았다.

18위인 첫째의 프리무스(Primus)는 이에 우웰(I으ww이)라는 도시명을 받았다.

이 열일곱 개의 도시는 대륙의 중심을 주위로 원을 이루며 서로 연결되어 강력한 도시 허브로 작용할 것이다. 엘프들은 열일곱 개로 나뉘어서 거주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낙이 에르하르트의 앞에 섰다. 그는 모든 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장직을 받을 생각을 했다. 적어도 시장으로 살면서 엘프들과 함께 살며 다른 종족을 받아들여 교류하는 삶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용기의 에르하르트(Erhard)는 모든 곳을 관리하는 감시자로서 살아간다. 동시에 그는 백색 빛 엘프 중에서 가장 먼저 엘프 신에 오를 위대한 존재임을 이 자리에서 공표하는 바이다!”

‘아…….’

에르하르트가 비틀거렸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핑 돌았다. 그대로 졸도해 버렸다.

“어?”

드낙이 쓰러지는 에르하르트를 받아냈다. 다른 이들도 서둘러 달려왔다.

“잠깐 놀라서 기절한 것뿐입니다.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상태를 확인한 칼리스투스가 말하자 드낙이 이내 안심하며 크게 말을 높였다.

“백색 빛 엘프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안심하고 엘프 서클 시티에 이주할 준비를 하십시오! 에르하르트는 분명 백색 빛 엘프를 위하여 진격하고 또 전진하여 나아갈 것입니다! 나, 드낙은 여러분과 함께 그곳에 머물 것입니다!”

엘프들이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를 냈다.

드디어 결정되었다. 누구도 기피하던 조커카드를 에르하르트가 받았다. 이제 엘프 신에 대한 걱정 따위는 걷어차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대가 지금 이 순간 열렸다.

벨룸 퓨에르들도 박수를 거세게 치고 있었다.

엘프들이 열일곱 개의 도시로 나뉜다고 해도 도로를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교류할 수 있었다. 분열된 것이 아니라 영토가 그저 길쭉하게 변한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시장직이 되는 걸 기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너 하나만 희생하면 된다.’

드낙은 쓰러진 그가 들것에 실려 가는 걸 내려다보며 검게 웃었다.

한 명만 X되면 다른 이들은 편하게 지낼 수있다. 그게 세상의 논리다.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는 끔찍하도록 잔혹한 광경 속에서 백색 빛엘프들의 끝없는 박수 소리가 드낙의 귀를 때렸다. 그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었다. 현대든, 이 세상이든. 다른 것이 없었다.

‘막차 타는 놈만 망하는 세상이지.’

막차티켓을 받은 에르하르트가 가지게 될 절망감은 그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나중에 가서는 에르하르트를 위해서 심장이고 쓸개고 내주며 위로하겠지만 지금은 환하게 웃음 지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짝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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