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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의 토템은 통나무 미사일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오션 오크들은 이를 수십만 개를 제공해 줬고, 이번 전쟁에서 적들의 방어 시설을 타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드낙이 목청을 잔뜩 올렸다. 오크들에게는 큰 소리가 장땡이다.
“공중요새에 탑승하여, 차원 전쟁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 선두에 규르소모스가 있었다!”
와아아아!
큰 외침이 쏟아져 나왔다. 오크들은 하나같이 고기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논공행상을 야외에서 한다길래 식량을 챙겨온 것이다. 먹거리를 제외하고 오크를 설명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아구아구!
거칠게 고기를 씹었다. 딱딱하게 건조된 것이지만 푹 삶은 돼지고기처럼 쉽게 씹혔다. 그것만으로도 오크의 육체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해산물은 식량 보급에 큰 혁명을 불러왔다!”
해풍에 바짝 마른 해산물은 으뜸 보관 식품이었다. 감칠맛도 있고, 해산물의 독특한 풍미도 가지고 있었다. 짭조름하기에 누구나 먹기 좋았다. 해산물에 있는 감칠맛은 대부분 종족이 좋아한다는 것도 크다. 인기상품인 셈이다.
그 덕에 오션 오크는 다방면으로 활약했고, 동시에 통나무 미사일에 대한 전투 공적이 높게 측정되었다.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지, 그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또한, 지하 연합은 고블린을 통해서 조금 저급한 통나무 미사일을 만들었다. 차원 전쟁에서 우주 낙원의 방위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물량에 있었다. 끝도 없이 쏘아보낼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규르소모스는 삼등공신이 되었다. 오크를 대표한 이가 3등!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를 무릎을 꿇게 하였다. 만약 십등공신(十等功臣)에 들지 않았다면 무릎을 꿇고 싶지 않을 것이다.
드낙은 오크를 치하하면서도 엘프들을 생각했다.
‘그들이 스스로 낮춘 건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보여줬다.’
오크 속에서 엘프들이 빛났다. 그들이 양보했기에 나타난 광경이었다. 물러난다는 건 항상 손해를 보는 게 아니다. 그걸 알아줄 이가 있다면 양보해서 얻는 것도 있다.
‘기특한 녀석들.’
엘프들의 변화는 드낙이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종족성이 우월한 그들은 고개를 굽힐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손해를 보면서 종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굉장하다.
‘자정효과가뛰어난 세력이다. 걱정할 필요가없다.’
그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엘프들은 그렇게 될 것이다. 고꾸라지기에는 현재의 엘프들은 맑은 물이었다.
“오션 오크들은 해양권력과 해양도시 건설권리를 가진다. 다른 이들이 이를 하려면 그들로부터 받아내야 할 것이다.”
바다에 대한 권리를 오크들이 받았다. 모두 예상했던 바였다. 그들이 아니고서는 먼 바다까지 나갈 수 없다. 용맹한 오크들은 선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종족이었다.
심지어 최근에 태어난 이들은 오크들이 산에서 살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식량의 양에 따라서 종족의 강함이 달라지는 오크들은 바다종족인데, 왜 산에 사느냐는 합리적인 의문을 내비쳤다.
그것이 엘프 때문이라는 걸 들은 아이들은 소름 돋아 했다. 엘프들의 음흉함은 역사 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엘프들의 물품을 불매하는 것으로는 뻗어나가지 못했다.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고, 그렇게 보복을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자신과 역사 속의 이들은 다르다고 여겼다. 수많은 식민지를 보유했었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현재를 본다면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깃발을 가져오라!”
드낙의 말에 보좌관이 깃발을 가져왔다. 그깃발은 보통 깃발의 3배에 달하는 큰 크기였다. 딱 봐도 배에 꽂고 다니는 용도인 것 같았다.
“항상 배에 꽂고 다니도록 해라.”
“예.”
규르소모스가 짧게 대답했다. 딱히 깃발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오크에게는 그저 깃발에 불과했고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산맥에서 살 때의 습관이다. 깃발처럼 잘 보이는 건 순찰자의 표적이 될 뿐이 다.
깃발은 손으로 쥐고 있어야 했기에 그것만 봐도 오크의 자세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건 순찰자들에게 눈뜨고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크 전사들이 표식이 없는 것은 모두 순찰자 때문이 다.
그렇기에 오션 오크들에게는 드낙이 주는 깃발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다만, 이를 받아들고 깃발을 살폈을 때 규르소모스는 입을 조금 벌려야 했다.
깃발의 중심에는 녹색 도끼가 선명하고 크게 그려져 있었다. 깃발의 중원을 잔뜩 차지하고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다종족 연합의 종족들이 온갖 자세를 취하거나, 일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는 검이나 다양한 소품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자그마해서 조금 멀리서 보면 이리저리 얽혀있는 독특한 문양으로 볼 정도였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녹색 도끼를 인정한다.’
또는 녹색 도끼에 대한 오션 오크들의 신앙과 종교를 크게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만 으로도 대단했다. 녹색 도끼에 대한 종교 권력을 인정하는 깃발이나 다름없었다.
꿀꺽.
규르소모스가 침을 삼켰다. 그걸 본 드낙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크들은 깃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 아니길 빈다.”
“어느 오크가 이 깃발을 보고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모든 배에 그 깃발을 똑같이 만들어서 달아야 할 것이다. 이 깃발 하나로는 부족할 거다. 많은 오크가 원할 테니까.”
“집마다 깃발을 달지도 모릅니다. 하하하하!”
규르소모스가 크게 웃었다.
이 세계에서의 종교는 평범한 의미가 아니다. 업(業)의 이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큰 줄기인 것이다. 드낙은 오션 오크에게 그것을 포기한다고 이 깃발로 보여줬다. 녹색도끼가 오션 오크들로부터 업을 얻어가는 걸 인정했다.
오크들은 이것만으로도 이번 논공행상에 큰의미를 부여할 터다. 게다가 해상권까지 가져갔으니 과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대승 중 대승이다.
‘오크들은 녹색 도끼를 믿으면서도 나와 함께해 주고 피를 흘렸다.’
그 핏값은 보통 무게가 아니다. 매우 무거웠고, 드낙은 반드시 이를 덜어내야만 했다. 보답하여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무게가 가벼워질 거라 여기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오히려 골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문제가 있으면 시기를 보더라도 단기간에 끝내는 게 좋다.
때를 놓치면 가벼운 것으로도 영영 서로 보지 못하게 되는 인간관계도 있다. 그렇게 심하게 싸운 게 아닌데. 그렇게 오랫동안 얼굴을 못볼 정도는 아닌데. 그렇게 되어버리는 경우를 보면 늙어서 후회할 때가 많다. 세월이 먼지처럼 쌓여서 더욱 무겁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드낙은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에게 악마의 요람을 베풀었고, 뿔 쥐들에게는 지하에 대한 모든 권리를 내어줬다. 동시에 제국으로 격상했다. 오션 오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크게 건네줬다. 쪼잔하게 굴지 않았다.
“전 대륙에! 전 세력에! 녹색 도끼를 위한 신전을 짓고 관리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다종족연합에서 활동할 오크들이 언제든지 녹색 도끼에게 기도를 할 곳을 마련해 주겠다. 이 권리는 오션 오크와 나와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동안 강철과 같이 단단하게 유지될 것이다!”
오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낙은 오크들을 위한 일을 했지만, 녹색 도끼를 위한 신전을 짓는 일은 드낙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다.
‘다수의 신이 내가 관리하는 차원에 존재할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드낙은 이를 통해서 다양한 신들을 탄생시켜서 자신의 세력을 더욱 견고히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 안배 중의 하나였다.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집을 만들어가는 바둑돌처럼. 차근차근 그림을 그려나가면 된다. 중립신에게 배운 것이라 아직은 조심스러웠다. 어떤 영향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와아!
오크들은 팔을 벌린 채 전신을 흔들어댔다. 기분이 굉장히 좋은 듯했고, 대부분이 술을 마신 것을 알 수 있었다.
‘논공행상에 술 마시고 오는 종족이라니.’
호쾌하다기엔 너무 바보 같았다. 상견례에서 젓가락질을 잘 못 해서 욕먹는 예비 사위의 모습처럼, 세상은 보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오션 오크들은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듯했다.
“와하하! 으하하하하!”
규르소모스는 깃발을 크게 좌우로 휘저었다. 휘두르는 게 꼴사나웠다. 깃발을 다뤄본 적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재미를 빼앗지는 못했다. 그들은 그렇게 흥에 겨워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또한 오크들은 백금궤 20관에 금궤 4천 관을 받았다.
“이 돈을! 오로지 술과 고기를 마시는 데 다쓰겠다!!”
으우으아앙!
오크들이 규르소모스의 공표에 크게 포효했다. 먹고 즐기는 게 최고의 기쁨이다. 일하는 것보다는 몇백 배 좋은 선택이다.
사등공신(四等功臣)은 드워프들이 차지했다. 전쟁에서 큰 활약은 하지 못했지만, 노획물이 워낙 많았고, 드워프들의 반영구적인 드워프 손길을 통한 제품들은 특별한 관리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물품들이라, 그 매력이 대단했게으름 피우는 사람에게 드워프 손길이 부여된 반영구적인 물품은 최고 중에서도 최고였다.
드낙이 그런 걸 좋아하나 싶지만, 이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르I 다. 드낙은 다른 사람에게 관리를 맡기면 그만이었기에 드워프물품은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드워프들의 아티팩트는 서민들이 자주 쓰는 편이라, 소비량이 매우 컸다. 그렇기에 그들은 사등공신에 들 만했다.
“사등공신! 긍지의 산맥은 앞으로 나오라!”
노획품을 가져가는 데 큰 공을 세운 이들의 대표자는 드워프 왕가, 산맥 가문의 긍지의 산맥이었다.
“드워프들은 적들의 모든 과학과 기술! 그것을 노획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많은 노획품을 가져왔다! 이는 모든 세력과 견주어봐도 가장 많은 양이 다!”
박수 소리가 컸다. 엘프들은 신제국에게는 박수를 쳐주지 않았지만, 드워프들에게는 박수를 쳐주었다. 그들은 다종족 연합 내에서 적이 따로 없었다. 정치적으로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고, 얌전했다.
또 도와달라면 거절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없으면 없다! 그렇게 말하긴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상대도 뚱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드워프들의 투명성을 믿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각성제에 절어 있고 술에 미쳐 살지만 드워프들은 거기에 잔뜩 중독되어도 능히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육체가 워낙 둔감해서다. 그 덕에 드워프들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오…….’
드낙은 조금 감탄했다. 드워프들은 특출난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으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적었지만,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적이라고 할 만한 세력이 없기에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었다.
‘가장 무난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더니.’
그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떨어졌다. 중간만 가라는 소리가 아니었다. 적을 만들지 않는, 그 어려운 걸 드워프들은 해냈다.
끝없는 박수 세례에 긍지의 산맥이 몸을 이곳저곳으로 돌리며, 양손을 흔들어줬다. 정사각형 같은 독특한 체형이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앙증맞았다.
“드워프 제국은 가장 많은 노획품을 받게 될 것이며! 가장 많은 용병 지구인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이를 입증하겠노라!”
드낙은 드워프들이 큰 걸 원하지 않고 기술발전을 위한 노획품과 용병 지구인들을 가져가고 싶어 함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면 드낙이 아니었다.
인생에 있어서 로또와도 같은 존재.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게 드낙이었다. 세파리아스에게 악마의 요람을 떡 하니 준 것도 로또와도 같았다.
한방 역전.
“동시에! 이스핀 백작이 열심히 일하도록만들겠다. 그가 직접 만든 산딸기 주는 오로지 드워프만의 것이다!”
“으, 으오오오오오!”
드워프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스핀이 만든 과일주는 드워프들에게 엄청난 효과를 보였다. 그는 그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술의 신. 이스핀!’
그가 있다면 드워프들은 언제고 드낙을 위해서 살아갈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