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15화 (1,01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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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표정은 실로 볼 만했다.

충격과 공포, 경외감과 새로운 것에 대한 신비함. 그리고 두려움! 그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져 있어서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은 새 시대의 새로운 것을 보고 있었다. 흉악한 강철의 힘을 마주하면서 느낀 것은 그저 뒤엉킨 감정들뿐이었다. 그것은 워낙 많은것이 표현되어 있어서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도 몰랐다.

인간이 아닌데도, 인간처럼 싸우는 강철 인형들. 덩치 또한 인간과 비슷했으며, 마력 피부가파괴되면서 만들어지는 화려한 빛 가루는 흙먼지 속에서도 빛을 냈다. 그리고 그 빛 가루속에서 허물어지듯이 쓰러져 죽은 것처럼 멈춰있는 강철 인형들의 모습은 이질감이 대단했다.

이들이 정예병처럼 활동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까닭은 ‘강철 인형 지휘관’이라 지칭되어지는 코린 도르브(Khorin dorv) 24명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지 타, 이타, 시타, 요타, 카파, 람다, 뮤. 뉴 크시, 오미크론, 파이 로, 시그마, 타우 윕실론, 피, 카이, 프시, 오메가라 불리고 있었고, 그중에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건 단 다섯 명. 엡실론까지였다.

소수의 코린 도르브라 불리는 권속 악마는 강철 인형들의 중추 시스템이나 다름없었다. 강철 인형들의 골반과 척추 사이에 기생충처럼 들러붙어 있는 생체 단만기를 통해서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반면, 군사학자 중에서도 뛰어난 전술가나전략가는 그들의 구도를 보며 이를 깨닫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미쳤군. 저런 상황에서 그 어떤 지시도 없이 반원진으로 전환했다고!?’

그것도 완벽하게 안으로 오목하게 들어서며 새로운 진형을 꾸렸다. 그 진형은 무너진 댐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덤벼드는 이들을 다시 한 번 저지해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보통 징병당한 병사는 다리 하나만 지어도 다섯 여섯씩 불구가 되거나 부상을 입고 죽기도 한다. 모병한 병사는 꾸준한 훈련과 높은 유지비를 통해서 정예로 거듭나지만, 강철 인형은 유지비가 훨씬 낮았다. 봉급을 안 줘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무덤덤했다. 약점이 없는 게 아니었다.

‘완벽할수록 오히려 단순한 법이지. 딱 봐도 지휘관만 죽이면 그냥 폭도 수준으로 변하겠지.’

그다음에는 방패로 밀어붙여서 무기도 못휘두를 정도로 압박하면 될 일이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이 영향무력으로 깔끔하게 청소할 수 있다. 다만, 숫자가 늘어나면 방도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그마저도 한계가 존재했다.

강철 인형 지휘관의 숫자는 현재 스물네 명에 불과했으며 그중에 다섯 명만 밖에 있고, 두명만이 제대로 된 전술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그래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먼저 돌격하게 시키기만 해도 적의 자원을 깎아 먹거나 교환하기 좋은 전쟁 병종이 될 것이다. 인공 피부나, 연금으로 만든 피부 거죽을 뒤집어씌운다면, 적들은 의심조차도 못할 터다.

‘의심해도 화력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지.’

신제국에서는 인형 협곡에 큰 투자를 했다. 강철 인형들을 전쟁용으로 쓰기 위함은 아니었다. 신제국 군대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드낙은 그걸 생각하고 벌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단순한 인형들의 전투 콘텐츠. 그 소비문화는 돈도 되겠지만, 차원 방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식량을 만드는 골렘도 이를 위한 사전 준비였을지도 모를 일이지.’

세파리아스가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다리를 만들고, 그곳으로 침공을 개시하여 그곳에 있는 필멸자들을 초월자로부터 자유롭게 만들때, 강철 인형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상자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어 보이기 떄문이다.

‘인형 협곡’에 담긴 미래는 세력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만큼 오버테크놀로지로 보였다.

두두두두!

경기병들은 득달같이 경보병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들은 먼저 화살을 쐈다. 경보병들도 자벨린을 던졌다.

자벨린을 어느 정도 소모한 것이 보이자 경기병들이 창을 쥐고 달려들었다. 한 손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창이었다. 양 끝이 철로 둘러싸여 있었고, 중심이 되는 몸체는 나무였다. 그마저도 속이 텅 비어있었다.

길면서도 가벼웠기에 한 손으로도 제어할수 있는 창이었다. 경기병이라면 응당, 속이 빈나무에 강철을 두른 창을 써야 한다. 그렇게 무기를 쓰지 않을 바에는 그냥 중기병으로 운용하는 게 나았다.

却却척!

경보병 50명이 추적을 포기하고 원형진을 이루었다. 경기병들의 돌진을 막아냄과 동시에 자신들이 쫓던 궁수들의 사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명령은 말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척추 아래에 기생충처럼 달린 악마적인 생체 단말기가 이를 대체했다.

알파 군대의 궁수들이 고개를 일시에 홱 돌리며 경보병들로부터 신경을 껐다. 영화였다면 호러 영화나 다를 바 없는 일체감이 었다.

그들은 일자진 속에서 지그재그처럼 서서, 활을 당겨 언덕 전투를 이어나가는 베타 군대를 사격했다. 경기병들은 돌격할까? 말까? 할까? 말까? 간을 보듯이 원을 그리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만약 인간 군대가 그런 걸 당했다면 화딱지가 나서 원형진 속에서 뛰어들며 고함을 지르다가 죽을 터다. 경보병들은 방패로 서로를 챙겨주며 단단히 방호한 채로 버텨나갔다.

그들이 기다리는 건 중보병들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버틸 것이다. 반면 리스크도 짊어져야 했다.

파지 직!

뭉툭한 화살이 경보병의 등판에 닿았다. 마력 피부가 가루를 내며 공기 중으로 퍼졌고, 싸우고 있는 베타의 경보병이 단번에 무너져 상체가 뒤로 넘어갔다. 무릎이 접힌 채로 눈에 하늘이 담겼다.

“크윽.”

그 강철 인형은 연결이 끊겨서 생기는 불쾌한 감각 속에서 버둥거렸고, 방패가 무릎을 때 리는 감각이 이어졌다.

마력 피부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이 그 눈에 새겨졌다. 그대로 기능을 정지한 채 눈을 감았다.

철컹, 철컹!

중보병의 소리가 크게 들려오자 경기병들은 돌다 말고 경보병들의 원형진으로 들이받았다.

“우아아아아아아아!!”

경보병들이 덤벼오는 경기병을 향해서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말이 그대로 들이받았다. 마갑 하나 입고 있지 않았지만 부딪치자마자 경보병의 몸이 교통사고 당한 것처럼 살짝 붕 뜨더니 Im 남짓 나가떨어져서 뒹굴었다.

그 뒤로 경기병이 우르르 지나갔다.

100기에 달하는 경기병을 고작 50의 보병으로 막으려는 시도는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중보병은 뒤늦게 도착했지만 그때는 이미 할 건 다 된 상태였다.

알파는 화살을 모두 소진한 궁수 50명을 중보병에게 돌격하라고 던져버리고는 말을 타고 경기병과 함께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놔둔다면 쌈 싸 먹기가 될 터인데도, 베타는 무식하게 밀고 들어가며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한쪽을 곤죽을 낼 생각인 듯했다.

“크악!”

그 아귀다툼 속에서 화살 없는 궁병들은 중보병에게 처참하게 죽어갔다. 방패로 얻어맞고, 뒤로 넘어가는 건 기본이다. 그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었다.

중보병들이 알파 군대를 급히 따라갔다. 몇몇 중보병이 궁수들에게 잡히긴 해도,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일부에 불과했다. 서로 잡아먹히고 잡아먹히는 개싸움이 벌어졌다. 거기서 강철 인형들의 무서움이 돋보였다.

카가가각!

날 없는 검, 날 같은 곳에는 마력 피부를 거덜 낼 수 있는 마법 칼날이 존재한다. 서로 부딪치면서 소리를 냈다. 마력과 마력,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는 끔찍했다.

그 속에서도 서로의 피해는 대수롭지 않았다. 워낙 잘 뭉쳐있었기 때문이다. 와해가 되어도 최소한 서로 바짝 붙으며 진형을 만들어냈다. 서로 보조하는 모습이 대단함을 넘어서 놀라웠다.

“말도 안 되는!”

기존에 있었던 전술학을 모조리 붕괴시키는 일이었다. 한 번 와해된 군대는 전투가 끝나거나 도망친 이후에나 다시 추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절대 법칙이 사라졌다. 일인칭 시야를 지닌 병사가 보여줄 수 있는 전술 판단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런 것이 가능다.

서로 물러섬이 없이 부딪쳤다.

콰드득!

뒤엉키며 한쪽의 관절이 꺾이기도 했다.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남은 건 경기병들이었다.

카가강!

말도 많이 죽었지만 그 덕을 봤다. 보병이 되어서도 싸울 수 있었고, 창을 들었기에 적을 저지하는 것도 쉬워서 피해를 많이 경감시킬 수 있었다.

승리자가 뜨고,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걸 모두 지켜본 오크 대족장 규르소모스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강철의 인형.’

그건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였다. 바로 흑황제에 대한 예언이었다. 대부분의 오크들이 그걸 겪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만큼 강대하고, 흉험한 예언이었으며 그들의 아버지 녹색 도끼가 베풀어준 예언이다. 그게 생각나서 규르소모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결국, 우리 오크 앞에 나타났구나.’

예언은 돌고 돌아서 다른 형태로 그 본질은 결국은 같은 상태로 모습을 드러내 규르소모스는 진심으로 녹색 도끼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게 되었다.

오크가 강철을 부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아주 오래전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오션 오크들은 그 본질을 계속 추구해 왔다. 녹색 도끼가 베풀어주는 타투가 아니라 주술로 만든 주술 타투라는 개념을 도입시켜 더 강한 파괴력을 추구해 왔다. 타투를 주술을 통해서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

강철을 부수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육체는 더 단련할 수가 없었다. 극도로 발달한 육체를 더 진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타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나 예언을 중시해 왔다.

‘녹색 도끼시여, 저희 오크들은 끝까지 따라갈 것입니다.’

강철 예언이 모습을 바꾼 채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자각한 규르소모스와 오크들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승리를 드높이는 강철인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논공행상을 맞이하여 모두 이곳에 온18명의 벨룸 퓨에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째서? 왜 이렇게 된 거지?’

피규어는 그럴 수 있다. 작으니까, 쉽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강철 인형은 아니다.

‘시너지 효과가폭발했다.’

권속 악마와 수많은 종족들의 기술이 집약된 시너지가 현재의 강철 인형을 만들어냈다. 그건 상상을 초월했으며,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렇기에 엘프들은 잔뜩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칼리스투스는 드낙을 바라보았는데, 정확하게 드낙이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이내빙긋 웃었다.

‘모든것이 의도되었다?’

허무맹랑했다. 하지만 그 근거는 분명 존재했다.

흑황제의 영혼 병사들! 그걸 본뜬 것이 현재드낙이 보여주고 있는 인형 협곡이었다. 드낙은 그걸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엘프도 멸망시키고, 오크조차도 뭉개버리는 가능성을 보여준 영혼 병사와 영혼 기사들. 드낙은 그걸 보고 움직이는 강철을 만들려고 생각했을 공산이 매우 컸다. 창조보다는 모방이 쉽기 마련이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는 농업 골렘을 통해서 데이터를 쌓고, 이를 이용하여 더욱 완성도를 높였고, 이제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콜로세움 같은 것이 아니다.’

진짜 전쟁에 동원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장 현역으로 복무해도 이상함이 없었다.

병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는 순간이 도래했다. 계속해서 양산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드낙이라면 능히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할수 있으니까.’

구매하고 팔리는 순간, 어마어마한 물량이 만들어질 것이다. 현대 사회의 자동차는 13억대가 넘는다. 시장경제는 모든 것을 폭발적으로만들어버린다.

“찍찍.”

그런 엘프들을 뿔 쥐들이 고소한 표정을 지으며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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