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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인형 지휘관.
코린 도르브(Khorin dorv). 그 이름은 오크언어로 ‘강철 지휘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오크들의 언어는 억양이 강하고, 해석하기도 힘들었다. 장음과 단음, 고저차가 존재해서 똑같은 단어도 뜻이 달랐다. 드낙이 그들을 그런 이름으로 지은 것은 단순히 멋이 있어서이다.
‘오크 언어는 상남자들의 언어지.’
오크 언어는 배우기도 쉽지 않다. 듣다 보면 욕하는 것처럼 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방범을 위해서 쓴 것이기도 했다. 오크언어는 기밀이나 프로젝트의 제목으로 자주쓰이곤 한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강철 인형 지휘관을 할 수가 없다.’
강철 인형은 그렇게 형편 좋은 게 아니다. 이때문에 인형 협곡에서 활동하게 될 강철 인형지휘관 24명은 모두 드낙의 권속 악마로 태어난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상당한 수준을 지니고 있었고, 다른 강철 인형보다 유니크했다.
‘나중에 레플리카를 만들어서 팔아야지.’
권속 악마를 통해서 많은 영향력을 가져올수도 있었다. 단순히 돈을 주고 파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맡기고 대금으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들은 그런 것들까지 고려해서 탄생했다. 인형 협곡에서 지휘관은 슈퍼스타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네임드로 여겨질 것이 분명했다.
‘이계인들을 속였던 드루먼쇼처럼 잘 편집해서 넘긴다면 큰 인기를 가질 것이다.’
강철 인형만큼 크기는 크지 않지만 피규어만한 코린 도르브 레플리카를 구매할 수도 있었다. 그 산업은 해도 어마어마하게 커질 터다.
‘먼 미래에는 실전용이나 호위로도 쓸 수 있겠지.’
논공행상에 앞서 하는 이유는 괜한 것이 아니고, 단순한 시연도 아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한가락 있는 이들이다. 출셋길을 조금이라도 걸었고, 공을 세운 이들만 수만 명이 넘는다. 그들에개 보여주는 건, 이를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가라는 뜻이었다. 눈요기도 하겠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드낙이 이를 통해서 보여주는 ‘미래의 방향’이었다.
강철 인형 지휘관, 알파(Alpha)의 병력 구성은 무던했고, 베타(beta)의 병력 구성은 무식했다.
‘언덕에서 싸울 생각이 없다.’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드낙은 이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다. 베타의 기질은 맹장(猛將)이다. 그런 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
‘알파가 이를 모를 리가 없지. 문제는 정보다.’
베타는 알파의 뛰어난 머리를 의식해서 숲에서 시작했고, 알파는 자신의 범용성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 언덕을 택했다.
‘경기병이 있으니 들킬 것 같은데.’
숲에서 나오면 잘 보일 수밖에 없다. 양측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쉽게 판단을 내리는게 가능했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베타는 언덕에서 시작해야 했다.’
언덕 또한 사각이 많았다. 이를 잘만 이용했었다면…… 생각보다 쉽게 승부를 점찍었을 것이다. 숲의 지대는 언덕보다 낮았기에 나오면 바로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알파가 가고 있는 곳은 북쪽에 있는 언덕이었다.
그 언덕이 가장 높았지만, 대신 점령 점수가 없었다.
‘베타가 먼저 들이밀 테니까, 그런 건 걱정이 없지.’
최대한의 피해를 입고, 알파의 군대와 싸워야 했다. 그건 대단히 끔찍한 일이다.
‘고지전이 지닌 피 냄새는 상당하지.’
고지를 탈환해야 하는 병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곳은 지옥이다. 황당한 점은 고지를 지키는 병사의 입장에서도 지옥이다.
‘전쟁은 공간 점유다.’
어디를 점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모든 조건이 달라진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진리다.
언덕에서 시작한 알파는 좋은 언덕으로 향했고, 일찍 도착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경기병을 통해서 언덕 정찰을 개시했으며, 언덕 점령지 두 곳을 확보할 여지를 남겼다.
‘변수 차단.’
기본에 충실했기에, 뛰어난 전략가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아쉬운 건 이번 전투에 후퇴는 없다는 점이다.
‘충무공이 전승 무패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
이길 싸움에만 싸워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빤스런을 잘 쳐야 했다. 하지만 이인형 협곡에서 후퇴는 없었다. 그게 알파의 한쪽 다리를 묶고 있었다. 지장으로서 가지는 페널티가 상당했다.
‘어쩔수 없는 일이지.’
드낙이 다시 마법 시야로 눈을 돌렸다.
“중보병은 숲과 언덕 경계선에 있는 점령지를 확보해라.”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하고 있는 강철 갑주를 입은 중보병이 거세게 고함을 내질렀다. 이들 100명은 빠르게 이동했다. 중보병의 왼편에 베타와 경기병 또한 움직였다.
‘올인.’
그는 모든 것을 거기에 걸었다.
북쪽의 가장 높은 언덕을 점거한 알프는 숲에서 반짝이는 빛들을 볼 수 있었다. 맵의 중간, 숲과 언덕의 경계선에 있는 점령지를 적의 중보병이 점령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마법의 사용이불가능했기에, 자세한 건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속에서 알파는 판단을 내렸다.
‘경기병으로 재미를 볼까? 아니면 궁수로 적당히 괴롭히다가 빠질까.’
화살은 일 인당 90발씩 가지고 있으므로 넉넉했다. 적들의 부상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알파는 바로 행동했다.
“궁수들은 짐을 언덕에 둬라! 화살 한 통만 소지한 채로 적들을 견제하러 간다!”
알파는 언덕을 내려갔다. 자신들이 보이지 않도록, 언덕들의 뒤편으로 이용하여 빙 굴러서 그곳으로 향했다.
빼꼼!
고개를 들어 올린 알파의 눈에 적의 중보병이 보였다.
‘100명.’
그것만으로도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언덕에 자리 잡을 걸 예상하고, 중보병을 제법 기용했다.’
언덕을 쳐부술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이를 안 알파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이내 아차싶었다.
‘북쪽 언덕은 높다.’
높으면 잘 보인다. 상대를 볼 수 있다면 자신 또한 보이기 마련이었다. 반면 숲에서는 적을 보기가 힘들었다.
‘기만이다.’
중보병은 버림 패나 다름없었다. 그걸 확신케 한 것은 중보병들의 태도였다.
“우와아아아아아!!”
중보병들은 적이 보이지 않는 데도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자신들을 어필하기 바빴다. 과해도 저렇게 과할 수가 없었다.
이를 안 알파는 서둘러 후퇴했다. 궁수 100명이 후퇴하면서 만든 먼지가 소복하게 일어났다. 그것을 본 중보병들은 냄새를 맡았고, 그대로 그곳으로 뛰어나기 시작했다.
“놈들이 쫓아옵니다!”
“무시해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알파는 손으로 언덕 위를 가리켰다.
“본진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지 않고, 언덕을 올라 가로지른다!”
“예!”
알파가 언덕에 올라섰다. 그리고 시야가 확트였다. 숲에서 베타의 경보병이 달리는 것이 보였다. 지대가 낮았기에 볼 수 있었고, 숫자 또한 워낙 많았다. 가히 500명에 달하는 군세였다.
다행이라면 알파가 굉장히 빨리 촉을 느꼈고 적 중보병을 견제하지 않고 도망쳤다는 점이었다.
“가즈아아아아!!”
베타는 가장 최선두에 있었다. 그는 말도 타고 있지 않았다. 알파는 말을 타고 있었지만, 그는 그냥 메이스 하나에 투창 자루 세 개를 등에 짊어졌고, 방패 하나가 전부였다.
그 뒤를 무수히 많은 경보병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진격은 일자진처럼 변해갔다. 빨리 달리는 놈은 빨리 달려 베타와 호흡을 맞췄지만 그렇지 않은 놈은 뒤처졌다.
알파는 궁수들이 화살 한 통만 가지고 온 것이 크게 후회되었다. 이대로 달린다면 적 경보병들의 측 후방을 향해 화살을 쏠 수 있다. 등판을 정확하게 꽂아 넣을 수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 때문에 베타는 메이스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50명은 저쪽으로 가라! 언덕을 넘으며 쫓아오는 놈들이 있다!”
“와아아아!!”
베타는 속도를 늦추며 하나하나 손으로 가리켜서 대강 오십을 가려내어 보냈다. 그 덕에 달리는 속도가 줄었고, 흩어진 진형이 조밀하게 뭉쳐졌다.
이내 다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잔뜩 피어오르는 전쟁터의 분위기가 다양한 마법 시야를 통해서 다채롭게 보였다.
꽈악!
전쟁터에 나서지 않은 문관들은 주먹에 힘을 쥐었다. 긴장감이 대단했다. 여러 각도로 보이기 때문에 더더욱그랬고, 마법 시야를 볼 때 마다 소리와 질감, 그 모든 것이 변했다. 어떤 마법 시야를 보느냐에 따라서 청각이 달라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것에는 의자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메시지 마법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를 통해서 현실감을 주고 있었다. 모니터수십 개에 따른 스피커가 따로 있는 셈이다.
“와아아아아!!”
베타의 경보병들이 무식하게 올라갔다. 경보병이라고 해도 방패를 지니고 있기에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이 두렵지 않았다.
동시에 언덕에 있는 궁수는 고작 50명에 불과했다. 이를 상대하는 경보병의 숫자는 450여명이나 되었다.
‘국면이 다채롭다!’
세리안이 전술국면에 감탄했다.
뒤로는 중보병과 알파 군대의 궁수들. 언덕을 올라가는 경보병과 궁수를 견제하려 하는 소수의 경보병들. 언덕 위에 있는 언덕 군대와 다시 합류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경기병 90기. 경기병 10기는 5기씩 나누어서 언덕 두 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 모든 걸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마법 시야를 제공했다. 필요하다면 각 진영의 병사들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었다.
팅퍽!
끝이 뭉툭해서 큰 피해는 주지 못하지만, 마법 화살이 맞은 곳에 부상률이 변수로 작용하며, 경보병들은 몸의 균형이 무너져 속력이 느려지거나 방패를 놓친다. 팔이 부상당해서 방패를 들어 올릴 힘이 없어진 것.
마법 피부를 통해 강철 인형의 행동을 제약하는 건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이다. 부상률에 따른 적의 상태 변화를 훈련생도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야한다.
그렇다고 죽지는 않았다. 점을 찌르는 화살로 치명상을 입히기란 힘들었다. 하늘을 수놓는 무지개로 비유되는 천궁(天弓)처럼 대단한 자만이 단 한 방으로 적의 목을 꿰뚫는 기예를 보일 수 있다.
“올라가라! 올라가! 적들을 향해서! 언덕 위에 깃발을 세워라!”
베타가 방패를 들어 올린 채 뒤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수많은 경보병이 그 말에 화답하며 나아갔다. 궁수들의 화살 빗속에서 부상률이 높아졌지만, 숫자 자체는 언덕 위에 있는 이들보다 확실히 많다.
그 위로 올라섰을 때, 웅장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우, 우우우우우一!
경기병들이 도착한 것이다. 이들은 곧장 알파와 궁수 50명을 구하기 위해서 내달렸다. 알파가 손을 크게 휘젓고 있는 걸 보고 행동할 수 있었다. 궁수들을 구한다면, 궁수들이 언덕을 오르는 보병의 측 후방에 화살질을 할 수 있다.
등에 맞는다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전에 모든 걸 끝내야 했다.
“투차아아앙!”
거리를 가늠한 베타가 메이스를 혁대에 걸고 등에 있는 자벨린을 쥐어 쐈다.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끝이 뭉툭했기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은 방패에 틀어막혔다. 베타는 상대 경보병들의 표정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일 정도로 그들과 가까워졌다. 장애물을 두고 버틸생각을 하고 있었다.
“들이밀어!”
베타가 방패로 장애물을 밀며 우직하게 들어섰다. 그곳에 있던 경보병 300명도 분투했지 만, 베타를 이길 수는 없었다.
콱!
마법으로 만들어진 메이스가 무식하게 적의 투구를 후려쳤다.
파지 직!
투구의 내부에 있던 약화된 마력 피부가 부서졌다. 머리에 있는 마력 피부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취약하기에 강철 인형 경보병이 단번에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80cm도 되지 않는 메이스는 그만큼 재빨랐다. 짧았기에 단검처럼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휘두를 수 있었고, 핸들링이 쉬워서 궤도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깡! 깡! 깡!
베타가 물꼬를 들자, 언덕 아래의 경보병이 무너진 둑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경보병 하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밟히고, 걷어차였으며 뒤덮였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 모두 입을 벌리고 구경하고 있었다. 야만적이고,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서로 타격을 입으며 마력 피부가 부서 지면 그대로 기능을 정지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며 모든 것을 지웠다.
‘이거다.’
꽈악.
도렌 공왕은 그것을 보며 다종족 연합의 미래를 확신할 수 있었다. 끝없이 실전 경험을 획득한 군인들이 지니게 될 살상력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패배하지 않는 땅.’
동시에 전쟁 자체를 강철 인형들이 수행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낙은 그저 ‘스포츠’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권력을 지 니고, 명예를 손에 쥔 이들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발달된 엘프들의 마도 기술과 끝없이 생산되는 연금 물약, 드워프의 손길이 들어가 있는 강철 인형들의 관절들.
다양한 종족의 우월기술들이 집약된 강철인형이 보여주는 흉악함은 훨씬 더 대단했다.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이들이 이곳에 잔뜩 모여있었다.
그 여파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것이다.
꿀꺽.
도렌이 침을 삼켰다. 그의 뇌리에는 하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 스쳤다.
‘강철의 시대.’
강철 인형들이 전쟁을 하는 모습은 가히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강철 인형들은 코린 도르브(Khorin dorv)라 불리는 강철 인형 지휘관으로부터 조그마한 생체 단말기로 연결되어 있고, 정예병과 비슷한 무위를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