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11화 (1,01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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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빵!”

붉은 머리카락이 크게 일렁거렸다. 세리안처럼 착 가라앉아 있는 적발(赤髮)이라도 다이 앤타 앞에서는 촐싹거리는 걸 막아내지는 못했다.

드낙은 바로 자신한테 안기는 다이앤타의 등을 두들기며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존재라 말해지지만, 본성을 놓고는 인간의 모순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초월자가 되어도 결국 그 인격은 여전했고, 드낙은 딸 앞에서는 헤벌쭉할 수밖에 없었다.

“잘 지냈어? 요즘에는 뭐 하면서 지내?”

“공부요!”

드낙이 다이앤타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눈을 맞추며 말하자 다이앤타가 양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분명 크레시미르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다.

‘익히 들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네.’

“정원으로 가요! 얼마나 예쁘게 꾸며져 있는데요?”

아래 사람들을 쥐 잡듯이 잡아서 만든 예쁜정원도 함께 걸었다. 다이앤타는 크레시 미르와는 다르게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전부 이야기했고, 드낙은 거기에 맞장구를 덩실덩실 쳐줬다.

그 이후에는 티타임을 가졌다.

“엄마는 만나보셨어요?”

“논공행상 이후에 만날 생각이다. 편지도 써서 보냈으니, 걱정 마라.”

“이미 들었어요.”

다이앤타가 눈웃음을 지었다.

드낙은 딸이 일부러 언급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은근히 얍삽한 면이 있었다. 알면서도 말했다는 걸 언급할 정도로 능글맞은 면도 가지고 있었다.

“네가 그렇게 말해도 논공행상 이후에 찾아갈 거다.”

“이잉…….”

애교도 부려봤지 만 소용없었다.

“너도 논공행상에서 바라는 점이 있을 텐데, 내가 뭘 해주면 좋겠냐?”

“저요? 전 그냥 이대로가 좋은데요.”

다이앤타는 이내 테이블에 몸을 붙였다.

“말실수였어요.”

다이앤타는 드낙을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것에는 악마의 피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했다. 쿼터 데몬은 다른 권속 악마와는 다르다. 다이앤타는 그로부터 잉태되어 난 것이나 다름없다.

진짜 핏줄이다. 서로 강렬하게 이어져 있었다. 단순한 핏줄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 더하다. 보통, 악마는 자신의 자손을 남기지 않는다. 결국에는 경쟁하기 때문이다.

악마는 서로를 죽이면 죽일수록 빠르게 격을 높일 수 있는 약탈자였다. 권속 악마와는 다르게 진짜 악마의 핏줄은 그 정도가 크다.

“이미 들었는데?”

드낙이 농담을 걸었다. 다이앤타는 떼를 썼다. 이에 웃으며 드낙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녀가 진짜 원하는 것을 말했다.

“크레시미르 오빠가요. 절 10년 만에 뛰어넘는대요.”

“그렇게 말을 했어?”

“네, 건방지지 않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저는 아빠한테서도 업을 받아먹고 있는데…….”

크레시미르는 마력을 품고 태어나지 못했지만, 신성력을 통해서 마력을 보유할 그릇을 만들고 이제 상위 인간으로 향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다이앤타는 출발점이 그와 확연하게 달랐다. 이를 생각한다면 크레시미르의 말은 오만하고, 덧없는 이상론가의 꿈에 불과했다.

드낙은 그가 왜 그런 선전포고를 했는지 알고 있었다. 드낙은 크레시미르의 새벽 수련을 봤을 때, 영향무력의 한 줄기를 따라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파리아스의 무위를 알고 겪어봤기에 단번에 간파해냈다.

‘이를 알려줄까? 말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이앤타는 동기부여가 적은 편이다. 워낙 가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하려면 강대한 라이벌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판단해야 할 건, 다이 앤타를 악마로 세울 필요가 있냐는 것이겠지.’

대악마의 침공은 30년 이후에 예정되어 있었다. 이를 생각한다면 다이앤타 또한 격을 지닌 존재가 될 필요가 있다. 그녀가 또 권속 악마를 만들고 그렇게 한다면 악마 세력도 더욱커질수 있다.

‘대륙 북부 불모지를 가득 채울지도 모르지.’

그 전력은 감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할 것이다. 또 대부분의 권속 악마가 악마에 대해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있었기에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쟁의 국면 하나를 담당할 수 있기에 이는 다른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양면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던 독일과는 다르게 다종족 연합은 전쟁이 벌어진다면 최대한 다양한 갈래로 싸우는 것이 좋다. 서로 협력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차원 전쟁 당시에 시작은 대부분 나누어져서 움직였었다.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마주하니 뭉쳐서 방어전략을 구사했었다.

‘똑똑하니 가능한 거지.’

시작이 갈라치기 전략이라면, 권속 악마들 또한 갈라치기 전략을 보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더 많은 생명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생명체를 보유해야 한다. 규모가 클수록, 전쟁의 사상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 냉병기 시대의 철저한 강자 논리다.

그 모든 걸 짧은 순간에 판단한 드낙은 입을 열었다.

“신제국의 황제가 지닌 힘을 들은 적이 있지?”

“네, 배웠어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중하나가 황제 아니겠어요?”

“어떤자라고 배웠느냐?”

드낙은 흥미가 일어났다. 다이앤타는 자치왕국에 속하고 있지만, 불파겐의 일원이기에 배운 것이 궁금해졌다.

“대단한 사람이죠. 그 외에 뭐라고 할 말은 없네요. 딱히 와 닿지 않더라고요.”

“와 닿지 않아?”

“네, 생전에는 마력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서요? 그런 자가… 어휴.”

다이앤타가 손을 휘저었다. 태어날 때부터 많은 걸 가지고 태어난 그녀는 결코 세파리아스의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였다. 타인을 이해하기에는 다이앤타의 삶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렇구나.”

드낙은 다이앤타의 편협함을 알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더 많은 걸 봐야 한다.

“크레시 미르는 영향무력을 쫓고 있다. 아마, 10년 만에 성과를 내서 널 추월할 생각으로 보인다.”

“그래서 저한테 신황제에 대해서 물으셨군요.”

다이앤타의 표정이 굳었다. 황제의 행보를 생각하면, 크레시미르 또한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그가 괜히 호언장담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긴장한 일이냐?”

드낙은 일부러 태평하게 굴었다. 반면 다이 앤타는 얼굴을 더욱 굳혔다.

“크레시미르 오빠는 검을 잘 다루잖아요. 지금쯤 일류급은 확실히 되었을 거예요.”

“꽤 고평가하네?”

다이앤타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는 그녀에게 그럴 대접을 받을 만하다. 다이앤타는 아무리 패배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향상심을 죽이기 위해서 벌인 계략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원하는 바가 뭐니? 넌 공을 세웠다. 그걸 기회로 삼아서 크레시미르를 쫓아갈수도 있지 않겠느냐?”

“…뭐가 좋을까요?”

다이앤타는 갈피를 못 잡았다.

“뭘 생각했는데?”

“원래는 그냥, 업을 더 받아먹어서 빨리 악마가되려고 했죠. 하지만…….”

다이앤타가 말을 줄여나가더니 이내 침묵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그녀는 크레시 미르를 의식하고 있었다. 라이벌이 하는 걸 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크레시미르는 자치 왕국의 서쪽으로 향했다. 수련하는 걸 멈추고, 도서관에 가는 것도 그만뒀다. 그저 필요한 책을 수레에 한가득 싣더니 밖으로 나섰다. 거기에는 중요한 의미가있다.

‘세상을 향해서 나아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는 건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특히 다이앤타에게는 더더욱!

“크레시미르의 행보가 자신과는 다르니까, 당황했지?”

“네, 전 그냥 저만 강해지면 이길 수 있는 것 같았는데, 그는 다른 걸 쫓고 있는 것 같아요.”

드낙은 이에 상냥하게 답해 줬다.

“그는 너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그게 무슨 길인데요? 영향무력 말고 무엇이 있는데요?”

“배움에는 끝이 없지만, 완숙의 경지에 들어서면 결국에는 효율성이 떨어지지.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얻는 건 점점 적어진다. 그렇기에 그는 차선책을 택하면서 또 하나의 길을 손에 움켜쥐었다. 바로 지도자의 길이다.”

“지도자의 길…….”

드낙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악마로 올라선다면 넌 권속 악마를 다룰수 있고, 그때가 되면 크레시미르와는 별개의 카리스마를 가지게 된다. 그러니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그 말에도 다이앤타는 고개를 저었다.

“정했어요. 크레시미르가 하는 걸 보고 저도 똑같이 배우기로!”

“뭐?”

드낙이 황당해했다. 멀리 돌아가는 일이었다. 물론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필수라고 할 수는 없다.

군림하며 지배하는 것이 악마의 삶이다. 그렇기에 크레시 미르와 같은 공부는 필요하지않다. 다른 다종족 연합의 세력이 알아서 조율할것이다.

“10년 만에 절 뛰어넘는 길이잖아요. 같이하면 저 또한 크게 발전하겠죠. 아빠한테서 계속 업을 받으면서요!”

일거양득이라 여기는 듯했다. 드낙은 마지못해 그렇게 하라고 격려해 줬다. 아마 큰 고난이 있을 게 분명했기에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힘들면 포기해라. 크레시미르 또한 속으로 수십 번 그렇게 생각하는 길이 될 테니까.”

“왜요? 왜요?”

“도렌 공왕의 아래에서 일하는 건 아주 힘든 일이거든.”

드낙이 빙긋 웃었다.

그는 다른 자식들을 방문하여 그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특출난 이는 드물었고, 대부분이 큰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드낙을 부모로 대하지 않는 것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이내 흥미를 잃었다.

그들은 불파겐의 아들과 딸로서 살아가겠지만, 드낙의 관심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한계다.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누구의 손에서 자라는 것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인간이다.

97. 에필로그 (5)

논공행상의 날짜가 명확하게 잡혔다. 이는 모든 이들에게 전파되었고, 논공행상의 장소는 독특한 곳이 었다.

인형 협곡이라는 곳의 야외에서 진행하기로했다. 드낙이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인형 협곡이란곳은 신제국과 자치 왕국의 국경지에 있는 곳이다. 동시에 강철의 비 같은 작은 피규어와는 다르게 실제 인간 크기와 비슷한 인형들이 전쟁을 하는 곳이다.

그곳으로 결정되자마자 그곳은 난리가 났다. 자리를 만들어야 했기에 골렘들이 동원되었다.

국경지 마을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는 누가 키워 말은 누가 키우냔 말이야!”

“밭을 어떻게 갈아! 이제 밭을 못 가는 몸이 되어버렸다고!”

근육을 안 쓰면 한 달에 걸쳐서 완전히 소실된다. 식량난에서 벗어난 인간은 가장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밭을 갈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마을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 말을 쏙 들어가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돈이었다. 거부하기에는 은화가 넉넉한 은으로 된함이 내밀어지니 마을 사람들은 해죽거리며 돌아갔다. 그저 힘으로 핍박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간 많은 대중이 할 수 있는 건 남을 헐뜯고, 남이 뭘 하는지 듣는 일이다. 그렇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대중들은 자신이 행동하지 못해서 온 부채감을 행동하는 다른 이들에게 훈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한다. 좋은 대중이 되기 위해서는 남을 헐뜯는 것에 주의를 해야 한다. 불행을 입에 담기보다는 행복을 입에 담으며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강철 인형들은 준비가 다 되어있나?”

“이제 6차 실험을 했을 뿐입니다.”

“지금 당장 9차까지 해서 전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평지에서 싸우면 되는 것 아닙니까?”

관리자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협곡의 진형은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다! 그런 곳에서 평지 전투만 보여준다면, 무슨꼴을 당하겠는가! 실제 병사나 기사분들을 투입하지 못하더라도 화끈한 걸 보여줘야 해!”

모든 것이 예산이었고, 연봉과 직결된다. 그렇기에 반드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불화살이 효과가 멋지던데, 그런 거로 화공을 하는 걸 보여준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 같았다.

호응하는 이들 속에 냉랭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웃기는구먼.”

이에 강철 인형들의 전술을 판단해 주는 은퇴 기사가 그런 마법사들과 기술자, 연금술사들을 비웃었다.

이에 100평이 넘는 큰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고문. 너무 무례한 것이 아니오?”

“화끈한 전쟁이 어디에 있나. 화살에 불이라도 붙여서 쏜다고? 그런 병신 같은 생각을 진짜로 할 생각인가? 이곳에 오는 이들은 진짜전쟁을 한 사람들이다!”

그 일갈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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