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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10화 (1,00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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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다이앤타에게 먼저 가고 싶었다. 악마 인자를 가장 잘 타고 태어난 다이앤타는 어린 나이임에도 육체가 빠르게 성장하여 이번 전쟁에 투입됐다.

다이앤타는 잠깐 자치 왕국에 머물다가 논공행상에 예정된 날에 국제 연합 도시로 돌아올 생각을 했다.

‘공정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공평하지는 않지.’

서민은 전쟁을 두려워하고, 상인은 전쟁을 그리워하고, 귀족은 전쟁을 원한다. 돈이 많은 부자가 명예를 탐하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인간의 역사이며 사회다.

그렇기에 귀족이라면 응당 전쟁에 나서고 싶을 것이다. 다만, 크레시미르는 그러지 못했다. 드낙이 반대한 건 아니었다. 크레시미르는 레이시아가 울다가 지쳐서 쓰러졌다는 걸 듣고 참전을 포기했다.

크레시미르는 어림에도 실력만큼은 이미 증명했다. 세파리아스 덕분에 무력이 출중했고, 어디 내놓아도 죽지는 않을 거라 여겨졌음에도 레이시아는 어린 나이가 마음에 걸렸었다.

‘플래티넘 가문의 역사를그대로 따라가는 편이지.’

전쟁에 나서도 싸우지는 않는다. 지휘는 할 지언정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는 경우는 드물다. 길게이의 경우는 입지가 형편없어서 싸움도 하는 편이지만, 보통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 전쟁도 힘껏 힘을 줬다가 흐지부지 만들어상대의 영향력을 깎아 먹으며 병참으로 이기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였다.

나는 안전하고, 너는 죽고. 그런 것이 전쟁이다. 벌인 놈과 죽는 놈이 다른 것이 인류의 전쟁사. 그렇기에 크레시미르와 다이앤타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가만히 둬도 상관없다.’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드낙은 하나의 차원을 소유하게 됐다.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듯이 멸망의 갈림길에서는 것이 아니라면 그저 순리대로 흐르게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까.’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열 손가락 중에 아픈손가락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더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못사는 자식, 조금 차이가 나는 자식한테 마음이 더가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또한, 드낙은 자식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이번에 시간을 보내야 레이시아나 세리안이 조금은 누그러질 것이다. 다른 부인들은 만나도 자식을 안 만나는 것도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었기에 한 명씩 만나볼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크레시미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크레시미르의 하루는 별것 없었다.

‘삭막해도 이렇게 삭막할 수가 있나?’

드낙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침 수련을 하고 고기 위주의 식단을 먹은 다음에 마법을 공부한다. 점심 이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와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3시쯤에는 지식이 출중한 이를 초청하여 토의하며 저녁 식사까지 함께한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것은 레이시아와 남동생과 여동생과 함께 항상 아침을 같이하는 점이었다.

종종 새벽 수련 때 병사들이나 수련 기사들이 하는 걸 지켜보기도 하는데, 다른 이들이 하는 걸 지도하고 깨닫는 바가 컸다.

크레시 미르는 오로지 수련과 공부만 한다. 그 속에 있는 따뜻한 것은 가족이 었다.

다음 날 새벽 수련을 하는 크레시미르의 앞에 드낙이 모습을 드러 냈다.

“아버지.”

그가 고개를 제법 깊이 숙였다. 평범한 가족관계는 결코 아니었다.

‘바꾸려면 많은노력을 해야하는 거지.’

초월자를 아버지를 둔 기분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를 평범한 부자 관계로 만들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또한 알 수 없었다.

크레시미르는 생각이 깊기에 더더욱 그럴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아버지라 불러주는 것이었고, 정중했지만 대단히 지극하지 않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오랜만이다. 잘지내고 있었지?”

드낙은 다가와서 거칠게 크레시미르를 껴안아 줬다. 그리고 머리를 크게 헝클었다.

“최근에 나만 생각해서 너한테 항상 미안하다.”

“많은 이들이 아버지를 찾고, 원하는데 어찌제가 욕심을 부르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 다. 오히려 아버지의 이름이 드높아질수록 제 마음이 더욱 강렬하게 타오르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드낙이 그 말에 웃었다.

“오늘 너한테 온 것은 그동안 내가 너한테 소홀해서다. 그간 너에게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듣고 싶다.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크레시 미르가 수긍했다. 드낙은 그의 수련을 가만히 지켜봤다.

‘개쩌는데?’

그의 수련을 본 드낙은 아들이 왜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류의 흐름이 느껴졌다. 저 정도면 자치 왕국이 아니라, 신제국의 편에 서서 참전했으면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터다. 엄마가 실신할 정도로 울어도 가긴 갔어야 했다. 그게 드낙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느냐?”

드낙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수련 중인 크레시미르에게 물었다. 거리가제법 있었음에도 크레시미르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 기이한 현상이다.

“어머니 때문입니다.”

“정말 그것뿐이냐?”

“예.”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었다. 자신의 인생을 부모의 손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인생은 네가 찾아야 하는데…….나중에 후회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고?”

“후회는 언제나 합니다. 그걸 감수하고, 제가 해야 할 책임을 이행할 뿐입니다.”

“허.”

드낙이 혀를 내둘렀다. 크레시미르는 이제곧 열다섯 살이다.

‘내가 열다섯 살 때에는 뭐 했더라?’

오락실에 있었다. 밤 11시까지 오락실에 있다가 귀 잡혀서 집에 돌아오는 삶을 살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담배는 배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크레시미르는 태생부터 달랐다. 드낙은 그에게 짊어진 책임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왠지 미안해졌다.

“하고 싶은 게 있느냐?”

그 말에 크레시 미르가 검을 내렸다. 아무래도 오늘 새벽 수련은 하지 못할 듯했다.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도자?”

“예 성주나 영주가 되고 싶습니다.”

드낙이 흥미로운 눈을 했다.

“이유가 있을것 같은데.”

“앞서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나간다?”

크레시미르는 검을 집어넣고 드낙에게 다가왔다.

“무예와 마법을 단련했고 이제 그 성장세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뎌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류에 들어서면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

드낙은 무식하게 그 경지에 올랐기에 깊은 이해도를 가지지는 못했다. 그저 세파리아스와 검은 꿈에서 단련하며 들었던 것을 대답하는 것에 그쳤다.

“그렇기에 경영과 운영에 경험을 깊이 쌓고 싶습니다.”

그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여기고 있었다.

“그 끝에 어떤걸 생각하느냐?”

“아버지의 검으로 가족을 지키는 방패로 살아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 다.”

다이앤타와 세리안이 밖으로의 팽창을 꾀하고 있다면, 크레시미르는 그저 수호자가 되고 싶어 했다.

“좋다, 적당한 영지를 알아보마. 대신, 도렌공왕의 권역에 있는 성이나도시를 맡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드낙은 단번에 이를 허락했다. 언행을 보건대, 무엇이든 열정을 가지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 번 고꾸라지고, 망해도 또 돈을 빌려주고 싶은 사업가다.’

언젠가 성공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굵직한 걸 해결한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레이시아는 눈웃음으로 화답해 줬다.

중요한 권력자들은 엘프들의 우월한 공간이 동 마법진을 통해서 다종족 연합의 중심도시를 오갈 수 있다. 어제는 국제 연합 도시의 찻집에 있었던 레이시아가 자치 왕국에 있는 이유였다.

마력 소비 량이 한층 더 늘었지만, 감당할 수 있었다.

다종족 연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이 수십조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이 세계는 경제가 산업과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유동성을 지니고 소비되고 있었다. 돈을 써도 계속 쌓여갈 뿐이다. 필멸자를 ‘식량’으로부터 독립시킨 드낙의 업적이 컸다.

아침 식사에는 레이시아의 딸과 아들들이 모두 모였다. 그녀는 슬하에 아들 둘, 딸 하나를 뒀다. 딸은 막내딸이다.

크레시미르 불파겐의 위대함에 짓눌린 두살 아래인 남동생 테미스 불파겐은 자기 자신의 길을 찾는 것 대신에 레이시아의 일을 업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었다. 대중 미술의 본격적인 취미 산업. 그것에 집중하며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취미를 산업으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놀면서 대중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닫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왕족이었지만, 레이시아는 왕족적인 것을 싫어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많은 것을 누렸으면 싶었고 그것이 대중 미술의 모습에 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대중화시킬 수 있어 보였다.

“잘하고 있구나.”

그 말에 막내딸, 일레아나가 드낙에게 달려와서는 리본을 하나 주고 레이시아의 뒤에 숨었다. 리본은 대단히 예뻤다. 프릴이 달린 흰색의 리본이었다.

“직접 만든 거예요. 얼마나 소중한 건데 그걸 주다니.”

레이시아의 말에 드낙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그 리본을 손목에 묶고 일레아나를 단번에 들어 올렸다.

“꺄아!”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드낙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크레시 미르는 그 뒤에 도렌 공왕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곁에는 몇 명이 함께 있었는데, 복장으로 보아 대단히 중요한 인물들로 보였다.

“이야기는 들었다.”

도렌 공왕은 크레시 미르 왕자에게 하대하였다. 크레시미르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도렌 또한 왕이다.

“어찌 생각하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되레 그는 도렌을 높여줬다. 그렇게 했음에도 도렌은 웃지 않았다. 고작 열다섯 살짜리에게 성주 자리를 맡겨야 하는 상황 때문이 다.

“드낙께서는 영주 아니면 성주를 맡기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는 걸 먼저말하고 싶다.”

도렌이 이어서 말했다. 그 목소리는 차분했고, 오직 사실만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있다는 진리처럼……. 자신의 말을 번복할 생각이 없듯이 굴었다.

“원한다면, 다른 공왕에게 성주를 맡는 게 어떤가.”

도렌 공왕은 공정하기에 낙하산 인사나 다름없는 크레시 미르를 등용하여 바로 성주로 임명할 수 없었다. 도시의 시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전략적 요충지에서 복무하더라도 그 성을 유지하기 위한 마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사람들의 목숨, 생활, 술占! 그 모든 걸 크레시미르에게 맡기는 셈이다. 관리들이 도와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머리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머리 하나 잘못 끼워서 망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이 겪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하지만 저의 아버지께서 도렌 공왕께 가르침을 받으라 하셨습니다.”

“그대도 싫고, 나도 싫은데, 그래도 하겠다?”

크레시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렌이 고민에 빠졌다. 이내 뒤에 서 있는 이들 중 몇몇을 불러서 속닥거렸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크레시미르는 가만히 결론을 기다렸다. 하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어서였다.

“이제 그만 결론을 냈으면 합니다.”

크레시미르의 말에 도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치 왕국의 서부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수 많은 이들을 등에 업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누구를 놓아줄지를 정하는 건 잔인한 일이다.

그 어떤 성과 마을이 크레시미르를 주인으로 모시겠는가. 그 어떤 불만도 없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도렌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드낙의 제안은 언제나 뜬금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제안은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선책으로라도 모양새를 갖춰야 했지만 크레시미르가 거절했다.

“공부했다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불편한 상황인지 모르진 않겠지? 내 생각에는 왕자가 물러서야 할 것 같은데.”

다른 공왕에게 찾아가라는 소리다. 앞으로 커질 그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받아줄 이들은 많을 것이다. 아크온이나 길게이는 더더욱 그렇다. 몽펠리에는 불파겐과 척을 지고 알게 모르게 불편한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크레시미르는 충분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왕비로부터 확실하게 끈이 떨어진 길게이는 쌍수를 들고 크레시미르를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 제법 큰 도시의 시장직을 그냥 줄지도 모른다.

“바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뭐라고?”

“바닥부터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번복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다른 공왕에게 가겠습니다.”

이에 도렌은 딜을 외쳤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다 들어주겠다.”

“가장 발달한 도시에서 활동하게 해주십시오.”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크레시 미르는 말단 세금 관리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도렌의 안배였다. 세금 관리원은 가장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인간의 모든 악독한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돈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세금 앞에서는 모두 개새끼가 되는게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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