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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08화 (1,00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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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여주인이 그들을 직접 맞이했다. 상당히 건장한 체격이었는데, 드낙은 체격을 보고 여주인이 무술을 배웠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투 메이드였나 보군.’

제법 괜찮은 가문이 몰락하고 퇴직금을 받아서 이곳에 자리를 편 듯했다. 옛 제국의 전투메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티테스킹을 할 수 있는 남자는 적은 비율이지만, 여성은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었기에 평시(푸時)에 핵심 인력을 보조하는 경호원의 보조로 쓰기 좋다. 지키는 데 몰두하는 남자 경호원을 보조하기에 딱 좋았다.

종업원은 둘 정도 되었고, 빵집에서도 같은 인원수가 일할지는 모를 일이다. 한 명은 청소에 집중하고 있었고, 다른 이는 정식으로 여주인에게 가르침을 받는지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대단히 한적했다.

“논공행상에 다들 민감하고 바쁩니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병참과 관련해서 도움을 준 이들은 수두룩했다. 관리가 될지도 모르고, 땅도 용도에 따라서 장기로 10년~30년 정도 국가로부터 받을 수도 있었다. 그 덕에 관리도 바쁘고 돈 있는 이들도 바빴으며 공을 세운 자들도 바빴다. 사회 계급 이동이 확실시되어가는 순간이었기에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할 이들은 거의 없었다.

“강철의 비만하고 지냈어?”

병정놀이, 피규어 전투. 드낙이 이를 언급하자 아스톨포는 제법 수다를 떨어대었다. 어떤것이 현실적이고, 어떤 것이 비현실적이며,무엇이 재밌는지도 말했다.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이 비현실적이지만, 타격감 하나만큼은 일품입니다.”

“마력 피부가 깨지는 효과는 상당히 아름답지.”

“전쟁은 아름답지 못하지만요.”

그 말에 드낙은 어깨를 으쓱했다.

“강철의 비가 전쟁보다는 아름답지.”

“재밌는 점은 중독된다고 해야 할까요? 똑같은 싸움을 해도 매번 결과가 다릅니다. 인형마다 변수가 적용된 것처럼 특이합니다.”

드낙이 웃었다.

“내 아이디어야. 능력치에 변수가어느 정도 존재하거든. 언젠가 피규어를 구매하려는 이들도 많이 나타나겠지.”

“병정들을 구매한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대단히 비싸지 않습니까.”

대여와 소유는 다르다. 소비촉진을 위해서 손해를 적당히 감수하고, 대여해 주는 것이 현재 병정놀이의 보편적 정책이었다.

“조금이라도 성능이 다른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조금 더 대중화가 이루어진다면 핵심유저들을 위해서 프리미엄 상점도 열 생각이다.”

국가사업이며, 유희의 끝판왕이나 다름없다. 자신만의 투사를 만들어 투기장에 나아가는 건 구경하는 것보다 몇 배의 재미를 줄 수있다.

그 한 마디에 아스톨포 왕자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생각보다 ‘강철의 비’에 대한 드낙의 확고한 사업구조가 잘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써도 계속 돈이 들어올 사업이 다!’

그것만으로도 필멸자들을 제어할 수 있어보였다.

강철의 비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났다.

“네가 아주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널 찾은 이유는 자치 왕국 때문이 다.”

“정치적인 것입니까?”

“국가자체의 문제다.”

“음.”

아스톨포 왕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그가 메고 있는 길쭉한 목함이 흔들거렸다. 그 목함에는 그의 선조, 샤를로트가 있다. 아무래도 모습을 보이고 싶은 듯했다.

그가 목함을 열자 주변의 명암이 어두워졌다. 기괴하기 짝이 없다.

샤를로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이야 말로 샤를로트 흡혈귀 가문의 가장 큰 특징이 다. 아스톨포 또한 나중에 그런 어둠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녀가 묵례하며 드낙을 대우했다. 이에 드낙 또한 살짝 고개를 까딱거 리 며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이다.”

“초월자에 올라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인사를 마친 샤를로트는 힘을 제어하여 어둠을 모두 거두고, 의자를 가져와서 합석했다.

그녀는 종업원과 눈을 맞췄고 1인분을 더추가할 수 있었다. 메뉴판은 따로 없었다. 그때그때 구매하는 재료에 따라서 메뉴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서늘한 냉장고를 달고 달리는 자동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감수해야 할 문제다.

‘교통의 발전.’

아직도 한참 멀었다. 그 최종지점에는 시장과 마트의 소멸이다.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하는 시스템.’

거기까지 닿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 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구의 역사보다는 빨리 이룩해낼 자신이 있었다.

갓구워진 빵과 차를 먹으며 본론에 들어갔다.

“앞으로도 국제 연합 도시에서 활동할 생각인가?”

“예, 아마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옵시디안(obsidian) 가문도 있으니 이곳에 터를 잡고 서서히 팽창할 생각입니다.”

“팽창 방향은? 신제국?”

그 말에 아스톨포가 학을 뗐다. 진절머리가 나는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기도 했는데, 세파리아스와 이미 만난 듯했다. 이는 드낙의 흥미를 끌어냈다.

“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상위 인간을 싫어한다는 건 알았지만, 상위종(上位種)까지 그렇게 혐오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신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군.”

그 말에 아스톨포는 한숨을 내쉬었다.

“초월자님 너무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신제국과 황제 말입니다. 그들은…….”

아스톨포가 말을 골랐다. 하지만 이내 내뱉지는 못했다. 드낙이 실로 기이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였다. ‘그 말을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말하는 것이냐?’라고 말하는 듯했다. 알 수 없는 공포마저 느꼈다.

‘노린 건가?’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노렸다.’

아스톨포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걸 느꼈다. 전율이 척추를 타고 대뇌를 강타했다. 어마어마한 소용돌이가 순간 보였다가 사라졌다.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신제국의 모순은 드낙이 알고 방조하고 있다는 것을!

아스톨포는 신제국의 모순을 생각했다. 그건, 그들이 초월자와 초월의 힘에 대한 적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마도 사회를 비롯해서 과학과 반신(半神) 세파리아스 불파겐에게 충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다른 차원의 초월자를 토벌하고, 필멸자를 신제국에 편입시키는 것.’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그런데 드낙은 그걸 알고 있었으며 이를 용인하고 있었다.

드낙은 아스톨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를 사용하려면 다른 이들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귀띔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세파리아스와 신제국에게 제법 깊게 파고들었는지 상상 이상의 충격을 받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아스톨포. 악마의 요람, 가비노는 논공행상에서 신제국의 황제에게 주어질 것이다.”

“헉.”

그 말에 아스톨포가 헛바람 소리를 냈다. 샤를로트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말 한마디로 이미 신제국은 거센 전란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원 침공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갈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는 곧 흡혈귀들에게 있어서 기회였다.

그들은 피가 있는 곳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며, 그 힘의 총량을 대폭 늘리는 것 또한 가능했다. 실제로 아스톨포는 선조급의 바로 코앞을 앞두고 있었다. 차원 전쟁에서 용병 지구인 전투 인력을 싹 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저보고 신제국의 편을 들라는 소리입니까?”

“내가? 난 그런 자가 아니야. 그런 말을 제안한다면 신제국이 제안했겠지.”

“신제국이…말씀이십니까?”

아스톨포는 믿지 못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것이 세파리아스만 해도 다른 차원의 초월자를 싹 다 죽이려고 하는 흉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 시절에 초월자에게 농락당한 삶만큼 보복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제국은 뿔 쥐와 비밀 협약도 여럿 가지고있다. 그중에 특출난 것을 하나 말해 준다면…….”

드낙의 말에 아스톨포와 샤를로트가 테이블에 바짝 몸을 붙이고 머리를 들이 밀었다. 자신들도 모르게 한 행동이다.

이에 드낙이 빙긋 웃었다.

“어이쿠, 이런. 실언할 뻔했군.”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산되었음을 직감한 아스톨포가 몸을 바로 하며 대답했다.

“저에게 말씀해 주시는 이유가 어찌 됩니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둘 다 해도 안 해도된다. 하지만 하나는 해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둘 다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하나는 해라?

“내가 지켜볼 것이니, 했으면 싶고. 또 샤를 로트 가문을 생각해서 아무렇게나 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 겹쳐서 그래.”

뜨낙식 답변에 둘 다 이해하지 못했다.

“알아서 받아들여. 이제 본론만 딱 말한다.”

“예.”

둘 다 집중했다. 드낙 또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대들에게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 이제 흡혈귀는 악몽 기사(Nightmare Knight) 로서의 책무를 품었으면 한다.”

어감이 좋지 않았다.

“비밀스러운일로들립니다.”

“그렇다. 익히 들었다시피, 쉐도우 위스퍼는 이제 완전히 정보 단체로 변했다.”

쉐도우 위스퍼는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현지에 해결을 맡긴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차원 전쟁을 경험하면서 인원 감축이 이루어졌다.

중급 권속 악마를 쉐도우 위스퍼에 많이 두는 건 지하 연합으로서 제법 손실이다. 경제 규모가워낙커져서 인적 자원의 비효율성이 대두됐기에 해결해야만 했다.

큰 정부가 박살이 난 역사를 생각한다면 드낙도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세력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도 서러운데, 그들에게 꾸준히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만 해도 감탄할 일이었다.

고로 드낙은 쉐도우 위스퍼를 예전의 위상으로 올리지 못하고, 아스톨포를 이용할 생각을 했다.

‘흡혈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아스톨포는 이 세상과는 또 다른 귀족적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비밀 조직이다. 군대의 권한을 축소하고, 경찰을 새로이 개편한 것을 봤겠지? 쉐도우 위스퍼의 일을 대신 하면 된다.”

쉐도우 위스퍼와 공조하여 일을 행한다면 쉐도우 위스퍼와 함께 가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 사업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스톨포는 썩 내키지 않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괜히 무거운 책임을 떠안고 싶지는 않았다.

‘예상했던 바다.’

이 사회는 업까지 토해내는 엘프가 있다. 무거운 책임보다는 안락한 삶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스톨포는 이미 흑요석 가문을 포섭했고, 흡혈귀도 여럿 두고 있다. 천천히 세력 확장을 할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대한 책임이 들어온다면? 고층 빌딩 건물주에게 정부소속 관할 지부를 운영하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럼 검은 기사(이ack Knight)가 되든가.”

“그건 무엇입니까?”

“악마의 요람을 지키는 기사다. 가비노에 들어간 악마의 힘은 그대가 상상하는 것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차원 전쟁에서 얻은 업 중 절반이 넘게 들어가 있지.”

그 말에 아스톨포가 입을 조금 벌렸다. 감히 상상할 수 없어서였다. 드낙은 신조차도 자신의 업으로 잡아먹었다. 그것의 절반. 그걸 지키는 일은 곧 신제국에 가서 고개를 조아리라는 소리였다.

“그걸 제가 선택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에 드낙이 입술을 쭉 내밀며 짓궂은 표정을지었다.

“그게 인생 아니겠어?”

“악몽 기사단을 창설하여, 저 스스로가 악몽기사가 되겠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그 책임을 무겁게 지니며, 충실히 이행하겠습니다.”

“아유, 걱정하지 마. 내가 무슨 악덕 업자야?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을 너한테 다 몰아서 주겠어? 1년에 3개월 정도만 바짝 일해. 정보는 쉐도우 위스퍼에 널렸으니까.”

“감사합니다.”

“흡혈귀도 또 많이 늘려야지. 불로(不老)의 힘을 원하는 인간들이 많잖아?”

“귀족적이지 않은 편협한 자들이 어찌 뱀파이어로서의 권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뭐, 알아서 해라.”

드낙은 빵을 씹었다.

“고소함이 일품이네.”

확실히 갓 구운 빵을 이길 만한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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