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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끝입니다. 끅.”
관리가 트림을 했다. 어찌나 부끄러운지 그가 얼굴을 붉혔다. 물약을 많이 마셔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내정에 큰 재미를 보였으며 그 열정과 함께 실력도 좋은 편이라 이번 논공행상 정리에 크게 중용된 이들 중 하나였다. 최연소 관리인 셈이다.
“수고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심히 지쳐있습니다. 세계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전쟁이었습니다. 수급의 확인만으로도 몇 달은 걸릴 일을 한 달 만에 끝냈지 않습니까.”
게제라스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많은 시스템이 도입되었지만, 무엇보다 우월했던 것은 국제 연합 도시의 행정력이었다.
‘행정력의 한계치를 실험할 수 있었다. 좋은 정보를 획득했어.’
이 덕에 더 우월한 제도를 가지게 될 터다. 특히 정보 관련하여 ‘정리’가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보관리만 하는 내청을 만든다.’
어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또한 매번 기억하고 있을 정보관리도 만들 생각을 지녔다. 책이 어디에 있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서와 같은 포지션인 셈이다. 중요 인력이라 할 수 있고, 기억력이 매우 좋은 이들을 가려 뽑을 생각을 가졌다. 무슨 일이 터지면 이를 통해서 크게 성장할수 있다.
큰 전쟁 이후에는 수많은 것이 바뀌기 마련이다.
“자네도 가서 쉬게. 아무리 신성력이 있다고는 하나, 정신은 마모되기 마련이지.”
“총리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게제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짓거리도 이제 익숙해졌다.
그는 누구보다 많은 신성력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저 계속 제도를 정 비하고, 법을 공평하게 만들도록 노력했다.
드낙과같이 경범죄고, 누범죄고, 중범죄고 나발이고 형벌에 대해 무거움도 매우 큰 편이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쉐도우 위스퍼의 정보력 때문이었다. 이제 쉐도우 위스퍼는 개입대신에 정보 제공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일을 하면서 게제라스 총리는 머리도 제법 빠졌지만, 그 고난을 견뎌냈다. 대머리가 되기에는 게제라스 총리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헌신한 관리였다. 그렇게 그는 어느새상위인간(上位人間)이 되어있었다.
상위 인간이 된다는 건 인간을 초월하여 한 단계 더 높은 상위종이 된다는 뜻이다. 보통은 마력을 지닌 인간이 되고, 그다음에 상위인간으로서 자리매김하지만 게제라스는 일만 하는 기계처럼 살아야 했다.
그 결과 게제라스는 그 누구보다 빨리 상위인간이 되었다. 모든 신체 능력치가 강화되었기에 다른 관리와 또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드낙의 권능마저도 그를 쉽게 쓰러지지 않게 하고 있었다.
모든 관리가 일시적인 휴식에 들어갔을 때, 게제라스 총리는 세력을 하나씩 호출했다.
누가 생각해도 최고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지하 연합의 대장 쥐가 가장 먼저 호출을 받고, 도착했다. 그림자로 이동하여 문 앞에서 예의 바르게 노크를 했다. 게제라스 총리의 제도는 지하 연합도 제법 빌려 쓴 적이 많았다. 그의 대단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들어오십시오.”
게제라스 또한 정중했다.
현재 지하 연합의 규모가 밝혀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게제라스 총리는 지하 연합의 모든 걸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지하 연합의 제도에 관여한다는 건 그러한 의미였다. 아무리 참고를 해도 자문을 구할 수밖에 없다.
“실례합니다.”
대장 쥐는 인간의 예를 표하며 들어섰다. 게 제라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서 반겼다.
대장 쥐는 ‘대규모 제도’에 대한 정보 취득을 이루게 해주었다. 게제라스는 그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반면 대장 쥐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에게 있어서 ‘국제 연합 도시’는 반드시 건너뛰어야 하는 곳이었다. 제도의 중심이라는 말은 즉, 지하 연합의 제도보다 우월한 도시라는 뜻이다. 그들의 제도가 실험적으로 이루어지고 곧 자치 왕국이나 신제국이 조금조금 바꾸어서 받아들인다. 그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말해 봐야 입 아픈 수준이었다.
“제가 가장먼저 온 겁니까?”
“이번 논공행상에서 가장 으뜸이라 생각하셨다면 첫 번째일 것입니다.”
게제라스 총리는 가볍게 농담을 하면서 대장 쥐에게 자리를 권했다. 물론 농담만 있는 게 아니다. 진짜 일등 공신이라고 말하지 않음으로 상대가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하려고했다.
거기에 속을 대장 쥐가 아니었기에 웃었다. 물론 혹시나 싶어서 코를 킁킁거리며 다른 이의 냄새를 맡으려고 노력했다. 인간들은 특유의 체취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악마의 힘으로 드낙과 끈끈하게 연결이 되어있는 뿔 쥐들은 사냥꾼으로서의 재능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확률은 3%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그 혜택을 받은 뿔 쥐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 논공행상의 공통 하사품에 대해서 논의하고 싶어서 불렀습니다.”
“그럴 거면 다른 이들도 다불러서 간이 회의라도 해야 하는 게 어떻습니까?”
“서로 세력 비가 차이가 있는데, 어찌 그렇게 하겠습니까?”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독대로 하는 이유는 괜한 게 아니었다. 다종족 연합의 세력 비가 다르다. 그렇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존재했다.
또한, 종족 성마저도 차이 났다. 단순히 국민성을 논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의 힘 차이가 존재했다. 개체마다 이렇게 다른데, 세력이 같을수가없다.
“먼저 황금입니다.”
이에 대장 쥐가 즉답했다.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
“다른 세력에게나 주십시오.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엘프들이 자기만의 종이 화폐를 만들고 있습니다.”
논공행상 때문에 다른 곳을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게제라스의 눈이 커졌다. 종이 화폐라니?
“그게 가능합니까?”
“엘프니까 가능합니다. 누구나 그들의 물건을 원할 테니, 그들의 화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겁니다.”
화폐로서의 금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제라스는 그렇게 급진적인 생각을 하는 대장 쥐에게 훈수를 두었다.
“왜 그렇게 급하게 구십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화는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엘프가 시작을 하였으니, 우리 지하 연합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인구로 밀어붙이고 있는 저희는 수많은 이들이 수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세력입니다.”
엘프가 질 좋은 물건을 통해서 화폐 경제를 일으키려고 한다면 반대로 지하 연합은 상대의 물건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화폐 경제를 일으키려고 하고 있었다. 모두 엘프 때문에 일어날 일이다.
“그래도 금화는 계속 쓰이지 않겠습니까?”
“그러긴 그럴겁니다. 다만…….”
대장 쥐가 눈치를 보다가 몸을 바짝 당겨서 말했다.
“경제가 너무 커져서 금화가 버티지 못하는 시기가 올 겁니다. 그때가 되면 이미 늦습니다.”
“이를 저한테 말해 주는 까닭은…….”
“엘프 화폐가 통용되는 때와 비슷하게 인간들도 종이 화폐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대장 쥐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종이 화폐에 대한 리스크는 너무 컸다. 받아주지 않으면 다른 이들도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이를 엘프들이 잘 막아준다면, 빠르게 갈아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하 연합도 종이 화폐를 쓰기로 했고, 자연히 완충재를 위해서 인간들도 참가해 줬으면 했다.
이 때문에 게제라스는 썩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한 곳은 금화를 계속 써야 할것 같아서였다.
“경제는 계속 높아질 겁니다. 종국에는 아무것도 소용없게 될 겁니다.”
“그 부분은 드낙 님과 상의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게제라스 총리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다시 본론으로 넘 어갔다.
“황금을 안 받는다면 다른 사치품을 받겠습니까?”
“예. 전투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주려면 어마어마한 양이 필요합니다.”
다종족 연합의 세수를 생각한다면 능히 가능했다. 대신 대장 쥐는 모든 것에 욕심을 보였다. 황금을 포기한 게 괜히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어차피 화폐 발행으로 틀어막을 수 있다.’
“용병 지구인과 차원 전쟁 노획품도 최대한 챙겨주십시오.”
“무조건? 다른 옵션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다른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게제라스는 이를 기록했다.
“좋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간단하게 끝났다. 회의를 오래 할 필요는 없었다.
대장 쥐가 방을 나가자 게제라스는 역시라는 표정을지었다.
‘종이 화폐에 대한 건 의외지만, 다른 건 정상 범위 이내다.’
황금, 사치품 용병 지구인 포로, 차원 전쟁노획품. 그게 세력 지도자들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직위나 직함, 승진이나 다른 곳으로의 독립은 세력 내부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장 쥐의 황금 포기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밑에 사람 챙겨주는 걸 지하 연합 내의 자원으로 해결하겠다는 소리니까.’
논공행상에서 주는 황금은 어마어마한 양이다. 최소한세력이 It은 가져갈정도였다. 그렇게까지 모았다는 것부터 왜 엘프들이 금화가 부족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종족 연합의 세수가 지나칠 정도로 좋았다.
곳곳에 공공사업을 벌였음에도 황금이 쌓아가는 속도가 빨랐다.
‘종이 화폐 이슈 때문에 황금의 가치가 바래지는 않겠지.’
반짝이는 것에 눈이 가는 게 지성종족이었다. 뿔 쥐 위원 중에서도 온갖 장식품을 착용하고 다니는 놈이 있었다.
황금과 보석은 사치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몇십 년이 지나도 황금의 위상은 변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래도 대세에 따른다.’
여름에 시원하게 지낼 수 있고,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마법 아티팩트만으로도 큰돈이 되는 게 엘프들이다. 그들이 화폐를 진짜로 유통하기 시작하면 윗물부터 그걸 써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거래를 끊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다른 마법사들이 만든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이 엘프들의 아티팩트였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게제라스 총리는 깊은 고민을 떠안은 채로 다른 이들과 접촉했다.
모든 세력이 용병 지구인 포로들과 차원 전쟁 노획품에 관심을 가졌다. 그것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다. 이를 조율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교통정리를 해주러 올 것이라 전혀기대를 안 했기에 게제라스는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시작해나갔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공을 논할 것이다.
다른 세력 또한 하나의 움직임을 또 만들어냈다.
‘게제라스 총리가 움직였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전후 처리는 빨리 끝내면 끝낼수록 이득이다. 게제라스 총리는 나무를 부수고 사냥감을 향해 덤비는 트롤처럼 무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장 수급 조사 확인을 한 달 만에 끝낸것만 해도 그 무서움을 알 수 있었다.
수백만이 죽은 곳에서 영상을 통해서 객관성을 확보한 수급 지표를 만든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백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총사령관 칼리스투스. 아름다운 칼리스투스라고도 불리는 벨룸 퓨에르가 국제 연합 도시에서 무거운 엉덩이를 떴!다. 그녀는 신제국과 접촉했다.
세파리아스는 이를 받아들이고, 적당한 시간에 서로 독대하였다. 쉐도우 위스퍼를 의식했기에 단단히 봉인된 좁은 방에서 마주했다.
“잠이 오냐?”
크레시미르가 졸고 있다가 눈을 떴다. 따뜻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며 그의 긴 황금색 속눈썹을 더욱 밝게 만들었다. 가을 하늘과 같은 청명한 눈동자가 앞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이를 담았다.
그 청색 눈동자의 테두리에는 녹색 기운이 담겨있어서 대단히 신비로웠다.
“여동생아, 날 놀리려고 온 것이냐?”
다이앤타 불파겐이 세리안을 빼닮은 녹안(綠眼)으로 크레시미르를 보며 더욱 짓궂게 웃었다.
“승전고를 울렸으니, 당연히 놀리러 와야 하지 않겠어? 하하하!”
그녀가 도서관에서 쾌활하게 웃었다. 사서는 감히 그녀에게 주의를 주지 못했다.
다이앤타의 악마적인 면모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포악하다. 드낙에게 악마의 힘을 봉인 당했다가 최근에서야 풀렸고, 세리안 덕분에 온갖 정치와 처세를 배웠다.
약한 놈들이나 영향력 하나 없는 자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군. 난 그런 것으로는 전혀 흔들림 없다.”
“낮잠 자는 거 보니까, 그렇겠더르 f. 이번 전쟁에 그 어떤 의미부여도 하고 있지 않고, 다손에서 놓았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다이앤타는 크레시 미르가 분해하거나 질투조차도 하지 않자 순수하게 궁금해서 이곳에 온 것이었다. 앞엣것은 농담 지금이 진담이었다.
이에 크레시 미르가 답했다.
“10년 뒤.”
“뭐?”
뜬금없는 말에 다이앤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