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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의 시끄러운 작은 축제를 드낙은 자신의 작은 눈에 새겼다. 조용하지 않은 그들의 축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특히 염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치스러웠다.
‘저런 문화가 대단한 거지.’
소비하게 만들고, 준비하게 한다. 하루 저녁을 위해서 일주일을 넘게 준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기대감만큼 흥분하여 온갖 짓들을하고 있었다. 소비를 위한 축제였으며, 동시에 으슥한 곳에서 인구생산 활동에 이바지하는것도 볼수 있었다.
텅!
오크들은 나무 기둥에 고래를 건 다음에 나무 계단을 가져와서는 뒤쪽에 덧대었다. 걸어서 나무 기둥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어 보였다. 노련한 오크 전사 여덟 명이 독특한 칼을 들고 몸을 풀고 있었다.
몸 구석구석 어린 오크들의 푸른 손바닥이 묻어 있었다. 옷을 적게 입었기에 근육이 대단히 부풀어 올라와 있었는데, 근육과 함께 타투가 번들거렸다.
수많은 타투로 뒤덮여 있는 오크 전사가 있는가 하면, 타투들이 뒤엉키듯이 뒤섞인 오크전사도 있었다. 타투가 있을 공간이 적어지면서 녹색 도끼의 은총을 받아서 타투가 합쳐지는 현상이었다. 이때는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못한데, 그런데도 오션 오크들은 정신력 하나만으로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전투수행력을 지니고 있었다.
드워프가 무딘 감각과 말도 안 되는 내구력, 육체 스펙을 지녔다면 오크들은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끝없는 전사 정신으로 무장한 종족이다.
“아! 파이아루!”
“나! 사! 우!”
“우! 우! 우!”
구경하던 이들이 손을 동그랗게 말아서 입근처에 가져다 대고 소리를 크게 냈다. 오크 어린이들도 따라서 했는데, 소리가 크지는 못했고, 묻히는 편이었으나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것에 크게 흥분해 있었다.
우! 우! 우!
부드러운 바다의 모래가 공수되어서 바닥에 뿌려졌다. 그 양은 상당했다. 그곳에 오크 전사여덟 명이 발로 대충 밟고, 밀며 모래를 퍼뜨렸고,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오크들은 이를 주위로 빙 둘렀다.
“크아아!”
괴물 같은 소리를 내면서 흥분한 채로 주위를 돌며, 다른 오크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렇게 구석을 빙 두르다가 오크 전사가 딱 마주치면 서로 몸을 크게 부딪쳤다.
쿵!
이때 팔로 몸을 보호하면 안 되고, 정직하게 가슴과 가슴을 부딪쳐야 했다.
이 과정을 제법 한 뒤에 그대로 서로 들러붙어서 한 놈을 어떻게든 밖으로 밀면 끝이다. 난 투와도 같은 모습에 너도나도 소리를 내질렀다.
“우오아아아아아아!!”
특히 한 오크 전사의 주먹질에 이빨 하나가 군중 쪽으로 떨어져 나갔는데, 그때의 함성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컸다.
무식한 난투라 대단히 위험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재미있었다. 괜히 콜로세움이 있는 게 아니다. 내장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을 때, 그 자극만큼 소리를 지르기 마련이었다.
아무런 진실성도 없이 오로지 자극적인 것만을 찾아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돌아다니는 짐승들도 똑같다. 거짓의 추종자들이며, 그림자를 벌꿀처럼 빨아 먹는 자들이다. 그 무엇도 자랑거 리라고 할 수는 없었지 만, 당사자들은 행복하다는 것만으로도 드낙은 이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
승리한 오크 전사가 나무 계단을 올라갔다. 날이 없는 칼 대신 날을 바짝 간 드워프의 고래검을 들고 올라갔다.
고래 검은 무게가 검 끝에 있었는데, 이 때문에 검의 두께가 위치마다 달랐다. 검 끝이 가장굵었고, 검 중간 부분이 가장 얄팍했다.
끝으로 찌르면 그냥 둔기나 다를 바 없는 형편없는 무기였다. 그래도 고래 검은 이 행사에 빠질 수 없다. 보통 검의 무게로는 고래를 멋지게 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뼈를 밀어내기 위해서라도 해머처럼 둔중하고 무거운 검이 필요하다.
나무 계단의 끝에 올라선 오크 전사는 녹색 도끼를 찬양했다.
“우리들의 아버지가 우리를 보고 계시다!”
난투를 벌인 이유가 밝혀졌다. 단순한 난투가 아니며, 끝없이 육체를 단련하고 이를 증명하고 있음을 녹색 도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난투를 벌인 것이다. 그 속에서 승리한 오크는 이를 말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후우!”
심호흡을 한 오크 전사가 이내 타투의 힘을 끌어올렸다. 수많은 타투가 움직이 며 오크 전사의 몸에서 꿈틀거렸다.
고함과 함께 오크 전사가 추락했다.
그 속에서 고래의 한 부분을 잘라내며 좌르륵 미끄러졌다. 깔끔하게 갈라진 고래 고기의 속살이 보였다.
이 과정을 네 번 반복하여 고래에 큰 상흔을 남겼다.
‘스테이크에 칼집 놓는 것이랑 비슷하네.’
그렇게 생각한 드낙은 코를 킁킁거리며 기름 냄새를 맡았다.
‘오션 오크 놈들, 통돼지 기름구이를 벤치마킹했네.’
사실 벤치마킹이랄 것도 없었다. 그냥 기름을 부어버리면 맛있어지기 때문이다. 맛이 없다면 기름으로 튀겨보라. 신발조차도 기름에 튀겨서 먹으면 먹을 만하다는 소리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기름을 무쇠솥에 끓여서 가져온 오크들은 본격적으로 어린 오크들을 위한 행사를 시작했다.
“조심히 잡아라! 아주 뜨거우니까!”
몇 번이나 집에서 연습했지만, 오크 어린이는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션 오크들은 고래와 수많은 해양 괴물을 통해서 다양한 자원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문화도 빠르게 변화했다.
‘내입김 덕분이기도 하지.’
드낙은 어린 개체가 왜 중요한지도 일장 연설을 했었다. 인구를 무조건 늘리는 데 혈안이 되었었다. 수많은 전쟁, 수많은 위험을 헤쳐나가려면 인구폭발이 필요했다. 그건 오크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엉뚱하게 되어버렸지만.’
인구폭발은 자연히 어린이 인권의 저하를 의미한다. 그게 현실이다. 1년에 천 명씩 나오는 의사를 1년에 1만 명씩 나오게 한다면 무슨일이 발생하겠는가? 의사의 월급 저하를 일으킨다. 돈을 덜 벌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오크 전사들은 오크 어린이에게 잘 통제된 시험을 내렸다. 오크 부모들이 몇 번이고 연습시킨것이 보였다. 오크 어린이는 차근차근 걸어가서 나무 계단의 꼭대기에 섰다.
그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지만, 이상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크는 오크지.’
어리다고 얕볼 수 없다. 그 기름을 오크 어린 이가 고래에게 흘려보냈다. 튀겨지는 소리와 함께 지방이 녹으며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그 축제를 보고 있다면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풍미를 더 하기 위해서 빻아놓은 향신료를 뿌리기도 했다.
장작이 곳곳에 놓이고, 어패류가 구워졌다. 오징어와 문어도 있었다.
이를 뒤로하고 드낙은 규르소모스에게로 향했다.
‘황당한 종족이야, 정말.’
대족장은 국제 연합 도시에 없고, 오션 오크의 본거지에 있었다. 국제 연합 도시에 있는 건 꼬장꼬장한 오크 주술사들이었다.
규르소모스는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큰 전투가 있었기에 그에게 초청받은 오크전사나 대전사들도 널브러져 있었다. 오물 냄새도 났는데 그냥 벽에 오줌을 휘갈긴 놈이 있어서였다. 바람 마법으로 수컷 냄새도 날려버렸다.
시원한 바람에 오크들이 눈을 떴다. 오크들은 환경에 민감하다. 순찰자가 아니면 오크 전사를 감각적으로 속이는 일은 힘들 정도였고, 고정된 함정조차도 인위적인 냄새를 풍기면 단번에 간파당한다. 그런 만큼 오크들의 감각은 매우 민감했다. 반대로 고통에는 또 둔감할수 있었는데 그것은 호르몬과 생체 화학물질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규르소모스는 눈알을 굴리고, 코로 냄새를 가득 빨아들였다. 자신의 근처에 적이 없는 듯 하자소리를 냈다.
“누구냐?”
규르소모스가 이빨을 드러 냈다. 어느새 무기를 쥐고 있었고,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술 좋은 거마시네.”
드낙은 뜨낙을 연기하며 술을 마시며 테이 블에 앉아있었다.
“초월자? 갑자기 왜이곳에…….”
“내가 불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국제 연합도시에서 논공행상을 준비하는데 왜 대족장은 여기에 있는가?”
드낙은 술을 한 병 말끔하게 비워냈다. 안에 건더기 같은 것이 들어있었는데, 오징어를 자른 것처럼 보였다. 삶았고, 술 때문에 말랑해져서 썩 좋지 않은 식감이었지만 색다른 풍미가 있었다.
‘발효주라서 도수도 높지 않고.’
과일의 풍미가 더 강해서 쉽게 쉽게 마실 수 있었다.
“초월자를 뵙습니다.”
가진 것이 많아진 오크 대전사와 전사들이 드낙에게 예를 갖췄다. 오크들이 오션 오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드낙의 배려 덕분이었다. 엘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해양에서 많은 자원을 취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터다.
‘그게 조금만 늦었다면 식량이 인구를 감당하지 못했을 테지.’
빈민이 크게 증가했을 터다. 식량값 폭등으로 서민이 죽어 나갔을지도 모른다. 이를 막은게 해양진출이며, 엘프 해양 기술이 도입된 배덕분이다.
“주술사들이 워낙 성화라서. 대족장의 위엄이 통하지 않는 게 그들이다.”
규르소모스의 말속에는 뼈가 있었지만, 동시에 태평함도 존재했다. 알아서 머리 굴려서 잘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는 오크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했다.
주술사는 모든 이들의 대부(大父)였다. 대전사조차도 주술사의 지팡이에 머리를 얻어맞아 가면서 살아갈 정도였다. 사사건건 트집 잡고, 어디에 안 낀 적이 없으며 수많은 곳에 지식을 베푼다. 잔소리하는 엄마가 다섯은 들어가 있는 것이 오크 주술사였다.
“그런 놈들에게 시달리면 논공행상에 그냥보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네 의견은 들어봐야겠다.”
규르소모스는 앓는 소리를 냈다. 실제로 드낙의 노림수는 날카로웠다. 오크 주술사들이 오크 사회의 최상위에 있어서는 안 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논공행상이 시작된다면 공개적으로 받아들여질 터다.
그 말은 결국, 규르소모스가 좋든 싫든 그는 국제 연합 도시로 가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남의 입을 통해서 알려지는 것보다 자신의 입을 통해서 알려지는 것이 더 좋다.
드낙은 이를 대놓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전사라면 그 협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국제 연합 도시에 근시일 내로 가도록 하겠다.”
그 말에도 드낙은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것도 말해. 그래야 조율할 수있지.”
“다른 세력과 합의하게 하는 거 아닌가?”
“맞다. 하지만 내 의견도 중요하지. 안 그런가?”
규르소모스는 긍정했다.
그는 확실하게 초월자가 되었다. 정신체의 면모는 사라졌지만, 악마로서의 면모는 확실하게 개화했다. 그 모든 것은 지금 당장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지만, 오크의 직감은 경종을 웅웅 울리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드낙에게 깝치는 놈은 없을 것이다.
“해양권력이라고 해야 하나……. 오크들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
“해양권 력?”
생소한 단어다.
“땅에 영토가 있다면 바다에도 영토가 있지 않겠나? 우리 오크는 해양권력을 추구하기로했다.”
‘나쁘지 않지만, 독점은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데…….’
“좋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게 좋을거다.”
“그럼, 엘프들과 함께 해양 도시를 건설하고 싶은데. 그것도 괜찮나?”
그 말에 드낙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행하라.”
이 말을 끝으로 드낙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 무서운 현상에 모든 오크들의 간담이 서 늘해졌다. 눈 뜨고도 놓쳤다. 자고 있을 때 드낙이 자신들의 목을 취할 수 있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놀랍군.”
규르소모스는 그 속에서 혼자 툭 내뱉었다.
그는 드낙이 자신과 오크들을 죽일 거라 여기지 않았다.
“쓸데없는 걱정 말고, 자던 잠이나 자라. 난국제 연합 도시로 간다.”
규르소모스가 움직였다.
‘대해(大海)는 우리 오크들의 것이다.’
땅에 대한 욕심은 오크들에게서 거의 사라져 있었다. 무한한 바다의 생명력을 마주하면 육지는 형편없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