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99화 (99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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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두 명은 격렬하게 대립했다.

한 놈은 버티고, 한 놈은 들이밀기 바빴다.

거기에 논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드낙이 둘이서 알아서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근거가 서로 존재했지만, 대장쥐나 세파리아스나 둘 다 악마의 요람을 가져야 할 근거는 많았다.

공정한 저울에 매달면 비등비등했고, 공평한 저울에 달면 신제국이 지하연합보다 못난 구석이 많아서 세파리아스가 되려 유리했다.

이를 알면서도 세파리아스는 감성에 치우친 말들을 쏟아냈는데, 공론화가 되면 드낙의 마음이 홱 돌아갈지도 몰랐다.

‘나 같아도 그렇게 할 터다.’

그때는 거대한 쾌감에 젖었지만, 현실이란 놈은 녹록지 않았다. 같이 반반하자고 로또를 1장씩 구매했는데, 당첨된 친구를 패고, 강탈해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드낙이나 세파리아스나 이득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돈이 돈을 불러오듯이, 자원은 가지면 가질수록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었다. 악마의 요람 가비노(Gabino)는 그 가치만 하더라도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결국 세파리아스가 중재안을 놓았다.

대장쥐 녀석이 몇 날 며칠을 버틸 것처럼 단호히 굴어서였다.

“좋다. 식량으로 재미를 보게 해주마. 어떠냐?”

“지하 연합도 먹을 것 많다.”

“그럼 원하는 걸 말해봐라.”

대장쥐는 그 말에 냉큼 ‘가비노!’라고 외쳤지만 그만뒀다. 세파리아스는 대장쥐의 생각을 간파한 지 오래였다. 결코 공론화하지 않을 터였다. 논공행상에서 큰 안건으로 상정한다면, 대부분은 지하 연합을 견제할 터였다.

‘전쟁에서 너무 많은 걸 보여줘 버렸다. 찍찍!’

수백만을 동원하는 뿔쥐들의 모습을 본 자라면 결코 지하 연합이 좋아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드낙의 비호 아래 다종족 연합체가 유지될 거라고 해도, 한계는 존재하는 법이다.

도태된다는 느낌은 몇 번 생각해도 기분 나쁘고, 불안한 일이었다.

압도적인 1등을 깎아내리는 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협력을 통해서 경제 수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하여 드낙의 마음에 들어야 했다.

그게 현재 다종족 연합에 속한 세력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드낙이 초월자가 된 이상, 그를 더욱 신봉해야 했으며 점수를 많이 따야했다. 결국 대장쥐 또한 세파리아스가 자신의 배짱 플레이를 똑같이 땡깡으로 받아쳤기에 타협을 해야 했다.

그게 아니면 이리저리 한 입 뜯겨 먹어 논공행상에서 효율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찍찍. 악마의 요람을 얻어내려고 했다는 그 의도조차도 괘씸하다고 여기겠지. 더러운 놈들!’

부유한 이들은 권력을 탐한다. 거기에 수많은 자원과 영향력을 쏟아붓고, 서로 피르 흘리는데 마다치 않는다. 오히려 권력을 탐하지 않는 부자들이 신기할 지경이다.

권력을 탐하고, 서열을 높이는 것은 물론 <종족> 차원에서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 이번 논공행상이었다.

거기서 진흙탕처럼 싸운다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이 지하연합이다. 가장 먼저 득달같이 공격받을 게 틀림없었다.

‘조금 더 흔들어 볼까.’

“신제국이 가비노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 안다면 다른 이들이 물어뜯으려 할 텐데!”

“난 다종족 연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른 세상으로 뻗어 나가서 필멸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신들을 죽일 생각이기 때문이지. 밖에 나가는 것만 관심을 가지는 세력을 견제하려고 할까?”

“그걸 믿어줄지 누가 알지? 어떻게 믿느냐 말이다.”

“천천히 차원이동 관문을 만들 것이다.”

그 말에 대장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기술력이 있다고?”

“나한테는 없지. 이번 전쟁에서 얻은 것이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능히 감당할 수 있다.”

그 유지비를 생각한다면, 그 소비를 가늠할 수 있다면 다른 세력은 신제국을 때리고 견제하기보다는 최대한 교류하며 서로 이득을 챙길 것이다. 드낙이 소비주도 경제를 추구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장쥐가 냉큼 태세전환을 했다.

“신제국은 지상의 것. 지하연합은 지하의 것이 있는데. 우리랑 크게 교역하지 않으면 바보 같은 일이지.”

“우선권을 달라는 건가?”

대장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소비를 통해서 상생할 수 있다면 그 양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며 교류하는 게 좋았다.

“나쁘지 않지.”

“그럼...”

“하지만 거절한다. 지하 연합은 어차피 두들겨 맞게 되어있다. 이제 내가 제안하겠다. 대장쥐, 군대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공유하며 함께 연구하자. 그리한다면, 신제국의 우월한 실전 전투 정보가 너희에게 먼저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찍찍! 전투 데이터는 우리가 가장 많다!”

세파리아스는 말에 힘을 줬다.

“지금은! 그렇겠지. 하지만 그 이후에는? 난 가비노를 끌고 직접 놈들에게 쳐들어갈 것이다. 악마의 요람이 통과할 정도로 거대한 차원이동 관문을 건설할 것이며 신과 악마를 처단하는 길을 걸어간다.”

그때, 새로운 전투 데이터가 꾸준히 신제국에게 쌓일 것이다. 반대로 지하 연합 또한 또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정보들을 한데 모아 협력하여 연구한다면...!

“극비로 진행되어야겠는데.”

대장쥐의 주둥이 양옆에 달린 긴 털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였다. 흥미가 가득 생겼다. 향후를 생각하면 신제국은 가장 전란에 몸을 던질 국가였다.

‘아주 나중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익이 생긴다.’

서로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전투를 거치며 다양한 전투 데이터가 오롯이 들어와 서로 공유되어 융합된다면 강력한 힘이 될 것은 뻔했다. 다만 단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뜨낙이다.

왜 극비로 진행해야 하는가. 다른 세력과 정보 공유를 하기 싫어서였다. 오직 신제국과 지하 연합의 전투 정보 공유를 원했다. 뿔쥐의 말에 세파리아스 또한 이해했다.

“그는 괜찮다.”

세파리아스는 드낙이 뜨낙의 모습을 그저 연기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대장쥐는 그것까지 알지는 못하는 듯했다.

반신과 권속 악마의 차이였다.

대장쥐 또한 언젠가는 반마(半魔) 혹은 반신(半神) 중 선택의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그렇게 말해도 다른 놈들이 문제지. 찍찍.”

대장쥐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다. 드낙의 곁에 머물며 그가 내는 꽃향기를 맡는 이들은 많았다. 대표적으로 세리안과 다이앤타 그리고 레이시아와 크레시미르가 있었다. 국제 연합 도시의 총리 게제라스는 말할 것도 없다.

수많은 필멸자들이 드낙의 도움을 알게 모르게 받고 있었다. 그가 제시한 의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그에 대한 분노는 뿔쥐는 물론이고 지하 연합 전체에 깔렸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인간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는 드낙 때문이었다. 그가 원하기에 해주는 것일 뿐이다.

물론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더 깊은 관계가 되기도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좋다.”

지하 연합이 말했고, 세파리아스가 웃었다. 계약서 같은 건 쓰지 않았다. 세파리아스는 가비노를 가져간다는 것을 뿔쥐들에게 허락받았다. 뿔쥐들은 신제국이 수십 년 혹은 백 년 이후에 벌어질 전투 정보를 꾸준히 받기로 약속했다.

동시에 신제국과 지하 연합은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 교역을 시작할 것이다. 세파리아스는 정확한 지분을 말하는 걸 거부했지만 그건 다른 세력의 시선을 생각했을 뿐, 실제로 1순위 혹은 2순위로 꾸준히 교역할 터였다.

신제국은 ‘내부’에 있을 지하 연합을 통해서 꾸준히 소득을 높이고, 지하 연합은 신제국을 통해서 내부 교역에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신제국과 교류하는 건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대장쥐는 다시 대저택으로 돌아갔다.

게제라스 총리에게서 배정받은 지하 연합의 대저택이었다.

그곳은 여전히 분주했다.

“잠깐! 잠깐! 그건 아직 기록 못 했어! 아니 아니! 다시, 지금 가고 있는 것도 잠깐 와보세요! 다시 한 번만 더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들 몰래 층 하나의 벽을 뻥 꿇어서 대단히 넓게 만든 집무실에 도착했다. 뿔쥐 의원 두 명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먼저 돌아갔던 이들이다.

“지금 중요한 건 드워프와 오크들이다.”

“드워프는 왜?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오히려 대해로 팽창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오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드워프를 왜 무시하나? 그들은 저 밤하늘의 높은 곳에서 활동하게 될 이들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 그들의 수명은 대단히 높다. 거의 불멸자나 다름없지.”

“자원이 남아도냐? 대외자원이 남아돌아?!”

“찍찍!”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대장쥐가 그림자를 잔뜩 키우며 내려앉자 위원들이 홱 고개를 돌렸다.

“답은 오션오크다. 그쪽은 식량에 미친놈들이다. 무조건 우리 지하 연합의 식량을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다.”

“해산물을 두고도?”

“해산물만 먹냐? 아무리 오션오크라도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들의 살아 숨 쉬는 신께서 이룩한 것을 보라!!!”

대장쥐가 양팔을 쩍 벌렸다.

“요리 대회를 통해서 식문화가 증진되고, 맛에 대한 추구가 끝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 향상심은 식재료의 다원화를 논하였고, 그 어떤 세력도 다양한 식재료를 원한다!”

지하를 지녔다고 하지만 지하 생물만 기르는 게 아니었다.

뿔쥐는 전원 마력과 주력을 지닌 존재였다. 이를 합일(合一)하지는 못해도 초월의 힘 용량만큼은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드워프는?”

대장쥐가 주둥이를 꿈질거렸다.

“말할 필요도 없지. 그놈들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어째서지?”

이에 대장쥐는 실로 굴욕적인 표정을 지었다.

“단 한 명의 인간 때문이지. 너희들도 들었을 텐데? 이스핀이라는 인간을...!”

그 말에 다른 두 명의 표정이 절로 심각해졌다. 그놈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논공행상을 빌미로 오크와 많이 작업을 해둬야겠군. 우리가 논공행상으로 얻고 싶은 것을 대신 해결해준다면, 오션오크들은 논공행상에 다른 것을 크게 얻어갈 수 있겠지.”

그건 오션오크들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드워프는 단번에 손절했다.

단 한 명의 인간 때문이었다.

*

드워프 왕가.

산맥 가문의 위대한 드워프 중 한 명.

긍지의 산맥은 오늘도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는 다른 드워프와는 다르게 자치왕국에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 외에 많은 드워프가 자치왕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건 실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가 목적지로 향할 때 골목길에서 웬 드워프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그 둘은 서로 마주 보았다. 괜히 긍지의 산맥이 헛기침하며 말했다.

“커흠! 보호의 산맥! 여전히 빨리 일어나는군.”

“긍지의 산맥인 자네보다 내가 더 늦게 일어날 리가 없지.”

이들은 18번째 시대에 태어난 왕자들이었다.

“흠.”

“흠!”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견제하며 걸어갔다. 이들이 도착한 곳에는 미리 도착해있는 드워프들이 제법 있었다. 그들은 철창문을 부수지는 못하고 텅텅 두드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느긋하고 둔감한 드워프답지 않았다.

“이스핀은 빨리 나와라! 우리 드워프가 자치왕국에게 얼마나 많은 걸 주고 있는데! 오늘도 감감무소식이냐!”

“산딸기주를 내놓는다면 살 것이고, 아니면 죽을 것이다!”

“이제 그만 받아들여라! 넌 이미 명예 드워프다!!!”

흉험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두 사람 또한 냉큼 그곳에 합류하여 다른 드워프에게 물었다.

“오늘은 소식이 있나?”

“창문으로 잠깐 우리를 봤다던데. 괘씸한 인간 놈.”

“이럴 것이 아니라 그냥 국제 연합 도시에가서 게제라스 총리를 만나보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그놈이 그렇게 게제라스에게는 고개를 숙인다던데.”

“도렌 공왕이 더 이스핀 백작에게 영향력이 크다는 소문도 있다.”

“도렌? 그에게 마갑을 수백 벌을 준 적이 있는데. 선물로.”

그 말에 모든 드워프의 눈이 보호의 산맥에게로 돌아갔다. 보호의 산맥이라는 이름답게 그가 만든 방어구는 피해 흡수력이 높아서 마갑으로 쓰기 좋았다.

치안확보를 위해서 중기병과 경기병을 자주 사용하고, 중기병으로 산까지 올라가는 도렌 공왕의 군대를 생각한다면 보호의 산맥이 준 선물은 대단한 은혜였다.

“왜 그걸 이제 말해?”

“엉? 나야 몰랐지.”

“어쩌다가 도렌 공왕에게 그런 선물을 줬지?”

심문하듯이 캐묻는 드워프도 있었다. 그만큼 대단히 흥분했다.

“인간답지 않게 굉장히 좋은 자라서 그가 중기병에 쓸 마갑을 고르는데 고민이라고 말하기에 도와줬지. 하하하!”

“바로 가자고.”

드워프들이 순식간에 그를 떠밀었다. 보호의 산맥은 냉큼 움직였다. 그는 나아가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우리가 바로 산딸기주 원정대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국제 연합 도시였다. 모든 면에서 특출난 도렌 공왕은 논공행상을 위해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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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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