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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빅데몬 프로젝트>.
드낙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기술주식이었다. 61층에 사람이 있다고 외쳐도 그대로 대가리 꼬라박아서 사야 할 정도로 중요한 프로젝트가 바로 빅데몬 프로젝트였다.
‘그만큼 결과물이 크다.’
대형급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도 내구력이 든든한 대형 권속 악마가 돌진만 해도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게 가능했다.
‘또 그 자체로 화살받이로 쓸 수 있지.’
하나의 개체가 큰 피해를 누적 받고, 쓰러진다면 그만큼 기꺼운 것도 없었다. 소형체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목숨의 숫자를 우선시하는 것이 드낙이었다. 무엇보다 권속 악마로 태어난 것들에 대한 애정이 부족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성종족이었다.
‘짐승은 한계가 있으니까.’
나중에 빅데몬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대형 권속 악마들도 지성을 가지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그들은 지성종족의 방패막이로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들의 악마는 지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지성을 가지지 못한 이들을 낮게 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드낙이 포낙서스에게 <빅데몬 프로젝트>에 대한 방향성을 물은 것은 포낙서스의 계획성을 보고, 투자의 양을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큰 의미가 없긴 하지.’
못 먹어도 고를 외칠 생각이었다. 입이 터지고 배가 박살이 날 정도로 꾸역꾸역 자원을 집어넣다 보면 분명 성과를 낼 것이 분명한 사업이었다.
이에 포낙서스가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몇 번이나 곱씹고, 자신이 자신을 판단하며 계획을 짠 것이 포낙서스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빅데몬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그렇기에 즉시 드낙의 물음에 답할 수 있었다.
자기가 일하는 분야를 끝없이 고민하지 않아도 전문성이 있으면 바로 답이 나오는 것처럼, 포낙서스는 전문성이 있었고, 열정도 있었으며, 하는 일에 대한 커리어를 쌓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이 높았다.
“먼저 유지비를 낮추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드낙이 살짝 끄덕거렸다. 나쁘지 않은 방향성이었다. 빅데몬 빅비스트를 사용해보고 깨달은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것과 같았다. 빅데몬 프로젝트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그 단점 하나를 지우는 것만 해도 거침없이 쓸 수 있을 터였다.
“최종적으로는 유지비가 들지 않거나, 다른 것을 통해서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초월의 힘 같은 것으로 말인가?”
“예. 다만, 저는 연금술에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연금술로 배를 부르게 할 수 있다는 건가?”
“발전하다 보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입니다. 또한, 초월자님께서는 식량에 대해서 대단한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그와도 연관되어 있으니 발전 또한 빨라질 것입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실제로 드낙은 ‘식량’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더 나아가 영양소에 대해서도 손을 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를 연금술로 대체하는 건 분명 드낙이 진행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고기 다음은 영양소지.’
몸이 건강하면 복지 예산도 줄일 수 있었다. 적어도 젊을 때 몸 간수를 잘한다면, 그 뒤로 행복할 수 있었다.
동시에 드낙은 우주낙원의 용병 지구인들을 사로잡은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항생제.’
그 세글자를 생각했을 때, 드낙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월의 힘은 특히나 질병과 싸우는데 많이 동원되고 있었다. 신성력(神聖力)이 그러하고, 마법이 그러하며, 연금물약이 그러하다.
‘그걸 절약할 수 있다면.’
항생제를 통해서 대처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성장이 가능했다. 두 개로 나누어진 물줄기를 하나로 모아서 거대한 댐을 만들 수 있었다. 그 댐은 천지(天池)라고 말해도 부족했다.
‘거대한 혁명이지.’
그런 면으로 봤을 때, 포낙서스의 계획은 조정될 필요가 있었다. 과학의 물질적인 폭발을 마주한다면 사실 유지비를 낮출 필요는 없었다.
‘단백질 바를 처먹으면 되니까.’
수분기를 쫙 뺀 아무 맛도 안 나는 걸 먹이면 열량은 해결된다.
거기까지 생각한 드낙이 웃으며 포낙서스에게 말했다.
“유지비는 됐다.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라. 그건 물질을 통해서 내가 해결해줄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지성(知性)의 추구입니다. 똑똑해질수록 더 까다로운 존재가 될 수 있으며 마법에도 닿을 수 있습니다.”
“흠, 하지만 권속 악마는 육체의 힘을 추구하는 게 더 이득이 아닌가?”
“무예 또한 똑똑해야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천적인 면모는 악마의 힘을 받아들인 육신이니 당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드낙은 나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범용성을 생각하면 딱 좋은 생각이다.
‘지성을 갖추고, 악마의 육신을 지닌다면 까다로운 적이긴 하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포낙서스는 다른 방향성에 대해서도 논하였다.
“지성을 지니지 않고, 야생의 존재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빅비스트가 많은 이들을 지켜냈고, 적들의 이목도 많이 집중시키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거대’한 것은 그 자체로 강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두 갈래로 나누어서 연구를 진행하라.”
“실례가 안 된다면 두 갈래에 대한 이름을 받고 싶습니다! 부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은총을 주시옵소서!”
이에 드낙이 즉흥적으로 이름을 지어줬다.
“하나는 빅데몬 프로젝트라고 그대로 쓰고, 다른 하나는 빅비스트 프로젝트라고 하라.”
성의 없었지만 포낙서스는 감사를 표하였다.
그 뒤에 드낙은 조용히 공간이동마법진을 그리며 다종족 연합의 회군을 도왔다. 공중 요새 또한 수송에 동원되고 있었다.
회군이 적정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나서 드낙은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사전 준비를 명령했다.
“각세력의 핵심인물들을 최소한으로 불러들여라. 그들의 공을 정리하라.”
논공행상은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했다. 동시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지표를 만들어서 판단할 생각이었다. 이 모든 걸 하려면 그냥 우두머리가 나서서 판단하는 게 최고였다.
그렇게 혹사당하면서 드낙은 각 세력과 독대하여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야 했다.
‘상은 모두가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저 현금으로 주는 건 하책(下策)이었으며, 부유한 자는 권력을 탐하기에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혹은 돈이 아니라 영토를 원하기도 했다.
땅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는 발전된 사회일수록 뼈저리게 깨닫는다. 이는 과거도 마찬가지다. 성을 보유한 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권력을 쥘 수 있는가.
그렇기에 돈은 별로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드낙은 가장 먼저 뿔쥐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에게 배정한 거대 저택에서는 연신 짐마차에서 문서와 마법 아티팩트를 옮기고 있는 고블린들이 가득했다.
“뜨, 뜨나아아악!!!!”
고블린 하나가 드낙을 보고는 입을 쩍 벌리며 눈을 크게 떴다. 동공이 수축하는 것이 보였다. 맑은 콧물이 주륵 흘러내려서 입에 떨어졌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짐을 옮기며 먼지가 흩날려서 콧물이 계속 나와서 생긴 불상사였다.
“코! 흥! 풀어야지!”
드낙이 고블린의 콧물을 직접 훔치며 물의 마법으로 손을 씻었다. 이에 고블린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엄청난 은혜를 입었고, 생각지도 못해서였다.
“입을 천으로 두르고 일해라. 먼지가 들어가면 몸에 좋지 않다.”
“예, 예!!”
드낙은 보고서 중 하나를 집어서 눈에 담았다.
‘노획품이군.’
꼼꼼히 기록해놓았다. 아마 같은 마차에 있는 아티팩트 또한 노획품에 대한 영상기록일 것 같았다. 현장감이 확실하게 느껴질 터였다.
“초월자를 뵙습니다!”
영상을 통해 재검토하는 국제 연합 도시의 관리도 고개를 숙였다. 정문에 책상을 두고, 따로 또 뭔가를 쓰고 있었다. 교차검증까지 하는 듯했다.
“고생이 많다.”
드낙은 그들을 다독여주며, 화폐도 제법 풀어서 건넸다.
다종족 연합의 세수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기에 국가 재정이 대단한 수준이라 이렇게 돈을 풀기 쉬웠다.
그가 온 소식은 그가 모습을 인지시켰을 때부터 단번에 대장쥐의 귀까지 들려갔다. 뿔쥐들의 위원 중 세 명이 이 대저택에서 논공행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단번에 대저택을 빠져나와 정문에 모습을 드러내어 조아렸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악마의 격에 오른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감축하옵니다!”
“뜨나아아악!”
대장쥐가 대표로 말하자 다른 이들이 그의 이름을 외쳤다. 드낙은 그들 하나하나의 손을 잡고, 등을 두드려줬다. 모두 감복하였다.
대저택의 가장 큰 방에서 드낙은 뿔쥐의원 셋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논공행상에서 무엇을 원하느냐?”
이에 대장쥐는 즉답했다.
“악마의 요람, 가비노에서 세상을 지키는 지하연합이 되고 싶습니다.”
“어째서냐?”
드낙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물었다. 이에 대장쥐가 답하였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낙님께서 가볍게 흘러 지나가셨지만 드워프들은 저 별들의 세계인 우주로 진출하게 될 겁니다. 그전에 우리 뿔쥐가 하늘을 지배하고 싶습니다.”
“이는 저희가 공중 요새 사업에 큰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하는 저희의 것이고, 지상은 저들의 것이라면 우주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 않습니까. 미리 선점하고 싶습니다.”
“그런가.”
드낙이 이내 눈을 감았다.
이미 세파리아스에게 가비노를 준다고 확답을 줬기에 고민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약속? 우습다.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상황이 달라지면 모두 엎어버려야 한다. 항상 우위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지배자가 가져야 할 소양이었다. 뺨 처맞는 놈은 억울하겠지만 그게 세상의 이치였다.
기득권을 위한 법이 존재하고, 법이 어려운 것도 이를 위해서 존재했다.
그런 이유로 드낙은 다시 한 번 세파리아스와 뿔쥐를 저울질하는 건 필요한 일이었다.
*
소아귀들이 헤엄쳤다. 그것은 땅이었고, 하늘이기도 했다. 수많은 기둥이 회전문처럼 천천히 움직이며 소아귀들이 허우적거렸다.
대악마(大惡魔) 아카타베루는 비싼 육포를 먹듯이 소아귀 하나를 집어서 입에 집어삼켰다. 끝도 없이 출산하는 소아귀들은 아카타베루의 세계를 지탱하는 양분이자, 고기였다.
그런 그 앞에 공간이 비틀리며 핏빛 어둠이 악귀의 손가락처럼 뻗어 나가며 공간을 비틀었다. 웜홀이 모든 것을 뱉어냈다.
그곳에는 어느새 누런색의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것이 유황색처럼 누렇다. 결코, 아름답지 못했고, 대단히 인위적이었다.
까드득.
끄다다닥!
끔찍한 뼈 소리가 울리며 그녀의 등판에서 뼈들이 쏟아져나왔다. 그 크기는 굵기도 하고 얇기도 했다. 그 뼈들은 서로 뒤엉키며 하나의 거대한 날개를 이루어냈다.
화르르...
뼈에서 유황가루가 흘러나오며 이내 불이 지펴졌다. 악마의 검은 불꽃이다. 이를 본 아카타베루가 신경질을 냈다.
“뭐 하는 거냐. 아스모데(Asmode)!”
“뭐긴 뭐야? 악마세계(Demon World)가 발정난 개처럼 달려가기에 온 것뿐인데?”
“꺼져라!”
그의 외침에 아스모데가 한 걸음 가볍게 물러섰다. 난잡한 넝쿨처럼 뼈들이 무성한 발밑으로 날카로운 뼈가 하이힐처럼 뒷부분에 튀어나와있었다.
“그렇게 신경질 부리지 말고, 맛있는 케잌이 있으면 나눠 먹자. 나도 합류할게.”
“빌어먹을 년이, 뭘 잘못 먹었나?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거냐.”
“응. 싫으면 싸우고.”
그녀의 손에 웜홀이 빙글빙글거렸다. 대악마 중에서도 우주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은 그녀는 웜홀을 통해서 자신의 악마세계(Demon World)를 불러 들어올 수 있었다.
이에 아카타베루가 입을 다물었다.
아스모데는 그 모습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악마들의 부딪침은 종종 있었다. 권속 악마가 서로 싸우며 잡아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어느 정도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거부한다? 이상했다.
“대체 뭘 문거야? 엄청 큰 걸 물었는데...뭐야?”
“흥.”
아카타베루가 혀를 찼다. 아스모데가 쾌활하게 웃었다. 검은 불꽃이 곳곳으로 떨어지며 소아귀들에게 들러붙었다.
“끼에에에엑!”
소아귀가 몸을 비틀며 데굴데굴 구르다가 죽어버렸다. 그 소아귀를 다른 소아귀들이 잡아먹었다.
거짓의 고발자, 유황의 아스모데를 보며 아카타베루가 생각했다.
‘마신(魔神) 놈이 아무것도 안 하고 나한테 큰 이득을 줄 리는 없지.’
보험 하나가 필요하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대악마 하나가 나타나 주니 고마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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