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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대부분 이들이 악마의 요람, 가비노(Gabino)에서 물러갔다.
대형 공간 이동 마법진은 인원수를 옮기는데 큰 이득이 되었고, 중형 공간 이동 마법진은 무생물을 옮기는데 효율성이 존재했다.
크기에 따라서 변화하는 까닭은 그만큼 마도 기술이 조잡해서였다. 왜 그런 변동성이 있는지는 누구도 몰랐다.
앞으로 꾸준히 공간 마법계통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신제국의 병력을 모두 철수한다고?”
“그렇다. 당장 가비노가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지 않냐.”
“그래도 병력을 남겨두는 게 어때?”
이에 세파리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은 휴식이 필요한 법이지.”
그는 휴식이 필요 없었지만, 대게의 인간은(심지어 엘리트라도) 휴식이 필요했다.
“신념 하나만으로는 길게 못간다. 인간은 갈대 같은 존재니까.”
바람에 휘날리듯이 다양한 것을 경험해야 했다. 그게 인간에게 가장 좋았다.
“그건 그렇지.”
드낙은 쉽게 이를 인정했다. 많은 사람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새로운 걸 보기 위해서였다. 인간은 익숙한 것을 가볍게 보고, 새로운 것을 무겁게 보는 불쌍한 존재였다.
그런 의미에서 신제국의 병사들은 많은 소모를 겪은 상태였다.
가비노에 남는다면, 그들의 신념이 변질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럼 내 권속 악마를 둬야겠네.”
드낙의 말에 세파리아스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논공행상(論功行賞)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악마의 요람, 가비노가 세파리아스라는 것 또한 발표되지 않았다.
그는 말을 지키겠지만, 그전까지는 숨기는 편이 세파리아스에게 이득이었다.
그가 가비노를 가졌다는 걸 아는 순간 논공행상의 구도가 순식간에 변할 것이기에, 신제국 입장에서는 숨기는 게 형편 좋았다. 드낙은 굳이 이를 공개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다종족 연합의 구조는 드낙이 칼처럼 재단하면 안 된다. 그들이 서로 부딪치며 알아서 만들어가야 했다.
‘아프리카 꼴이 날 뿐이지.’
권력자가 재단해주는 권력구도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디테일은 버려야지.’
잘못된 버릇을 가질 수 있었다. 뜨낙이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다니고, 귀차니즘에 휩싸여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건 신의 한수였다.
방식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은 셈이다.
‘천만다행이지.’
뜨낙이 조금 노력한다고 칼춤을 추고 다녔다면, 열강에 휩싸였던 아프리카 꼴이 났을 터였다. 혹은 냉전처럼 서로 교류하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눈치를 봐서 억지로 국가가 나서서 교류했을 것이다.
그런 꼴이 안 났다는 것만으로도 드낙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가비노에 수비병력을 두기 위해서 드낙은 천천히 접선했다. 흰여우 새린부터 봤다. 그녀는 새하얀 꼬리를 드러내며 태평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용병 지구인들이 쓰던 단말기가 있었는데, 이를 뒤적거리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유화 그림에 취미가 있던 용병 지구인의 단말기였던 듯하다.
그녀는 드낙이 모습을 드러내자 감탄을 자아내며 일어섰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드낙과 자신이 크게 연결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혈육의 정을 뛰어넘는 무언가의 흐름이었다.
“초월자를 뵙습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굴종하였다.
“악마의 요람에 권속 악마를 둬야겠다. 1만을 가려내어 배치하라.”
“예.”
그 어떤 반론이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행하였다. 드낙으로서는 편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야 흰여우 새린의 자율성을 크게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 사안에 대해서 말해보라.”
“예?”
“네 생각을 말해보란 말이다.”
“그게 저...”
새린이 드낙의 눈치를 크게 봤다. 하지만 이내 제 생각을 말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이를 원하니, 그녀는 권속 악마로서 대답을 해야만 했다.
그건 그녀가 원해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악마(惡魔)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권속 악마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지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피와 격 그리고 업을 통한 거대한 지배력이 새린의 모든 것을 휘감았다.
“악마 요람의 가치를 생각하면 필요한 숫자라고 생각은 합니다. 다만...”
그녀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말을 하고 싶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그녀의 마음에 거대한 공포심이 자리 잡았고, 이내 그녀가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눈에는 오로지 공포로 가득 찼다.
“으...”
까치들이 여러 마리가 전봇대에 득달같이 앉아서 홀로 앉아있는 조그마한 금눈쇠올빼미를 노리자 귀여운 올빼미가 두려워하며 눈치를 보듯이 흰여우 새린은 몸까지 벌벌 떨었다.
그런 노력에도 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악마 연금술사들은 중급 권속 악마이기에 전투력이 확실히 좋지만, 연금 물약을 만든다는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경제를 보라는 말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야망을 볼 수 있었다.
‘세력으로 우뚝 서고자 하는 마음이 있군.’
연금대국을 원하는 듯했다.
산적을 두르고 자신의 세력을 가졌던 것이 새린이었다. 화전민을 광전사로 만들어 재미를 보려고 했던 전적은 지금도 여전했다.
‘사람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지.’
그렇다고 드낙이 그녀를 비난할 이유는 없었다.
“좋다. 악마 연금술사는 1,500명만 남도록 하라.”
“헉. 아닙니다.”
드낙은 새린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네가 원하는 바를 진행하라. 다종족연합에게 이로움을 퍼뜨리며 너 자신을 높이 세워서 우뚝 서도록 해라. 내가 왜 그것을 막겠느냐. 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느냐. 의심을 접고, 네 꿈을 실현하는 걸 내 눈에 보이도록.”
“예...!”
그다음에 드낙은 새린에게 말했다. 그녀가 쥐고 있는 것들의 미래를 논하였다.
“권속 악마는 계속 증가하겠지만, 기존의 권속 악마를 내버려둘 생각 또한 없다. 악마 연금술사(demon alchemist)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보고싶다. 다른 발전성이나 능력을 얻고 싶다면 가감 없이 나한테 말하라.”
“예!”
흰여우 새린의 표정에 생기가 감돌았다. 그저 구두 약속에 불과하다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달랐다.
쿵. 쿵. 쿵.
심장이 거세게 맥동했다. 진정한 악마가 된 드낙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그녀의 심장이 자연히 말해주고 있었다.
육체로 연결된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아아! 영광스러운 님이시여, 저는 평생토록 드낙님을 위해서 제 모든 걸 바치겠나이다.”
새린이 진정으로 그를 위하는 소리를 했다.
드낙은 전투 한 번 하지 않고, 헤드스 하이에나들을 지휘했던 여왕 발바룽과도 교류했다. 그녀 또한 고개를 푹 숙였다. 출산을 위한 몸을 지니고 있었기에 대단히 무거운 몸이라 고개를 숙이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우였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새린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하니, 발바룽은 그녀와는 다르게 그대로 즉답하여 제 생각을 말하였다. 눈치가 빠른 것이 발바룽이었고, 똑똑하기도 똑똑했다.
“헤드스 하이에나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생체구조상 기병이기에 이 넓은 악마의 요람에서 최대한 빨리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발바룽 또한 드낙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하고 싶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입을 오물거렸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이 툭툭 튀어나올 것 같아서였다.
‘제법 버티는군.’
“괜찮으니, 말해봐라.”
이에 발바룽이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다른 놈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비노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를 달리 공으로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 이 아니라 많이 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그가 급히 사과했다. 혼자서 가비노의 방위를 맡는데 자신의 아들딸들이 동원되는데,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을 고백해버렸다.
“괜찮다, 보상 없이 내 아랫사람에게 일을 맡긴다면, 누가 나를 위해서 일을 하겠느냐?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봐라.”
“땅입니다! 가축을 기를 수 있는 땅을 원합니다. 북부 불모지의 혼란스러운 흙은 가축이 살기 힘들게 하여 식량 의존성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이를 해소하여 자급자족의 시대를 열고 싶습니다.”
발바룽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이내 그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날 것을 드낙에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드낙의 반응은 달랐다.
“네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혼자서 자원을 독식하고, 자본을 껴안고 다른 이에게 나눠주지 않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발바룽이 그를 칭송하였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이제 불모지의 흙과 가축. 두 개의 자원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드낙은 삼위변종악마(三位變種惡魔) 중 2명을 만났기에 다른 한 명도 겸사겸사 찾았다.
부상자의 치료를 위해서 초월의 힘이 많이 사용되고 있었기에 공간이동마법을 통한 회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려있어서 수많은 이들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흑의 거인, 포낙서스>
그의 권속 악마인 빅데몬 빅비스트는 악마의 요람 가비노에 남을 병력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유지비 때문이지.’
그 덩치를 유지해야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상위 권속 악마에 턱걸이를 한다고 해도 결국 권속 악마로부터 생산된 제품에 불과했다. 그 한계는 명확하다.
‘그래도 쓸만하다.’
기술이란 것은 연구되고 발전하기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포낙서스의 연구는 계속 유지되어야 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유지비 때문에 가장 우선하여 북부 불모지로 돌아갈 수 있었다.
혼자 남은 포낙서스는 홀로 조용히 쭈그려 앉아있었다.
덩치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그의 뿌리가 흑마법사의 조수라는 걸 안다면 이해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빅데몬 프로젝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크게 얻은 전쟁이었기에 포낙서스는 입을 꾹 다문 채로 계획을 세우기 바빴다. 그만큼 전쟁에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노력하면 결국 닿는다. 닿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어!’
대형급 덩치를 지닌 권속 악마의 힘을 봤기에 포낙서스는 빅데몬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웃음기까지 머금고 있었는데,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빅데몬 팩토리>는 많은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때로는 그 지원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런 걱정이 존재했었다.
‘이제는 아니야. 더 강한 빅데몬을 만들어 난 역사에 새겨질 것이다.’
다종족 연합을 지키는 빅데몬들을 만드는 권속 악마 제작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상상만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진짜 흑마법 하나 배우는 것도 못하고 찐따처럼 이용당하다가 괴물이 되었던 내가 맞나? 난 진짜 전설이 될 것이다...’
그런 포낙서스의 앞에 드낙이 섰다.
“안녕.”
“아아아! 초월자를 뵙습니다!!!”
검은 거인이 일어서며 냉큼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두 명과 확연하게 다를 정도로 비겁한 모습이었다. 냅다 바닥에 대가리 박기를 시전하는 포낙서스의 모습을 새린이나 발바룽이 봤다면 속으로 욕이란 욕을 다했을 터였다.
저렇게 하면 자신들은 뭐가 되겠는가? 상대적으로 버릇이 나쁘다고 여겨질 수 있었다.
부서진 바닥을 보며 드낙이 말했다.
“편하게 앉아.”
“예!”
군대식처럼 돌아갔는데, 그만큼 초월자를 앞에 뒀을 때 절로 굴종하고 싶은 마음이 전신을 가득 맴돌아서였다. 주먹으로 때리고, 정강이 걷어차며 1년 365일 제식에 미쳐서 사타구니 벌떡 세워서 다니는 비효율적인 군대와는 달랐다.
“이번 전쟁은 어땠나? 좋은 기회가 되었겠지?”
감성을 묻는 드낙에게 포낙서스는 자신에 대한 것을 먼저 이야기했다. 다른 지표는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여겨서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예! 실로 그러합니다. 물론 빅데몬 빅비스트의 한계점이 너무 컸습니다. 전쟁에 보급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중요했습니다. 그 변수치가 어찌나 대단했는지 굶어서 제대로 효력을 내지 못한 빅비스트도 있었는데, 인조생명체를 먹이로 삼지 않았다면...”
그가 주저리주저리 온갖 말을 내뱉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연구 <빅데몬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확실히 빅비스트의 보급에는 많은 차질이 있었지. 하지만 사전에 식량을 준비한다면 해결되는 일 아닌가? 보완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초월자이시며 저의 지배자이시며, 저에게 빅데몬 프로젝트를 일임하신...”
“그만, 그만. 칭찬은 됐고, 이제 그 방향성이 어찌 되는가?”
드낙의 말에 포낙서스가 헛기침을 하며 숨을 깊게 들이쉬며 내쉬었다. 제대로 브리핑하기 위해서였다.
‘내 미래가 결정될지도 모를 일이지.’
논공행상 또한 곧 이루어지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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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5905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외전작업 진행을 위해서 연재본도 수정을 해야하는데, 이때문에 외전연재는 8월이나 9월에 될 것 같다고 합니다.
2년 넘게 연재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아마 두 번 다시 이렇게 장기연재를 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드낙과 세파리아스에게 고맙다고 해야할까요? ^^ 이 두 인물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두 인물처럼 좋은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장기연재는 제가 힘들어서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a4용지 1쪽 정도 되는 플롯이었는데, 쓰면서 갱신을 하다보니 연습장 한 권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디를 봐도 내용을 못 찾아서 플롯으로 쓸모가 없어져버렸습니다...과거의 저는 정말 순서없이 아무렇게나 에피소드를 써놔서 때를 놓쳐 못 쓴 에피소드도 제법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