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93화 (99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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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오.’

드낙은 자신의 정신이 확장되는 감각에 휩싸였다.

‘우. 햣!’

그건 너무나도 두려운 감각임은 틀림없었다. 육체에 고정되어있는 필멸자로서 살아온 그의 정신이 바짝 쫄았다. 대단히 이상한 감각이었다.

정신체가 휘청거리듯이 크게 들썩거렸다.

드낙이 움찔움찔했다.

굉장히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그 속에 신격(神格)이 존재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무서운 격(格)이 있었다.

“뜨나아아악!”

그 과정을 본 뿔쥐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그를 찬양했다. 더욱 적들을 향해 돌진하여 그를 위해서 죽어갔다. 그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몇십 배로 불어났다.

“위대한 영광의 날이다!”

뿔쥐들이 갑자기 흥분해서 나아갔는데, 혼자서 우직하게 피해를 받아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속에서 다른 다종족 연합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물론 한 종족은 똑같이 흥분했다.

“아얄타아아아!!!!”

오크전사가 거칠게 뿔쥐들을 밀치며 내달렸다.

“내가 일등이다!!!!”

소리를 내지르며 돌진한 오크 전사가 무수한 인조 생명체들의 무기에 꼬치구이가 되듯이 꿰였다.

“그아아아아!!!!!”

오크가 입을 쩍 벌렸다. 피가 온몸에서 갑자기 확 빠르게 흘러내렸다. 그 상태에서도 힘을 주더니 단번에 밀고 들어갔다. 열 마리가 넘는 상위인간을 본떠 만든 인조생명체를 밀어내자 공간이 만들어졌고, 그곳에 뿔쥐들이 득달같이 밀고 들어갔다.

댐의 한쪽이 무너진 것처럼 홍수가 일어났다.

이 과정 속에서도 드낙은 주목을 받았다.

정신체를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 있었기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애벌레가 껍데기를 깨고 변태하여 나비가 되듯이 필멸자에서 신이 되어가는 과정은 왠지 모르게 시선을 붙잡았다.

그 속에서 드낙은 신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몽글거리는 정신체 속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꽃이 그를 반겼다.

인신(人神)은 신성력과 권능에 탁월한 효율성을 지니는 초월자였다. 중립신이 그러했다. 그가 지닌 권능들은 하나같이 강대했고, 그가 권능과 능력을 만드는 실력은 굉장했다. 그런 중립신을 따라간다면, 인신의 신성(神性)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 외에도 드낙이 자신의 카르마를 나눠주고, 중립신을 잡아먹은 덕분에 능력을 대충 만들어서 전해준 종족들의 종족신이 될 수도 있었다.

엘프신도 가능했고, 드워프신도 가능했다. 쥐들의 신도 될 수 있었다. 다만 드낙은 그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신성(神性)을 얻는데 왜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

그게 세상의 이치라고 한다고 해도 불만은 불만이었다. 이에 드낙은 자신의 신성을 뭉그러뜨리고 다시 잠재웠다. 더 많은 힘을 모아서 완전한 다종족신(多種族神)이 되고 싶었다.

‘악마 새끼가 문제긴 해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단순히 인신이나 다른 종족신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더 크게 되고 싶었다. 여기에는 리스크가 존재했지만, 솔직히 드낙은 중립신보다 위대해지고 싶었다.

‘그릇부터 달라야 한다. 난 모든 종족을 아우르는 다종족신의 신성을 만들 것이다.’

드낙의 폭주가 만들어낸 생각이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스스로 개화를 접어버리는 광경을 중립신이 봤다면 ‘아차’ 싶었을 터였다.

사성전자에 존버를 외치며 아들에게 주식을 사주는 아빠의 마음처럼 드낙은 신코인을 자신의 몸에 묻었다. 더 커질 때까지 존버할 생각을 가졌다.

대신 드낙은 다른 걸 손에 쥐었다. 바로 악마의 격이다.

펄럭!

‘뭐가 이렇게 길어?’

단번에 악마의 날개가 크게 움직였다. 그 길이는 끝도 없이 길어졌다. <악마 게페락스>보다 월등히 긴 날개였다. 그 길이는 12m에 달했고, 그 넓이 또한 무지막지했다.

박쥐의 날개에서는 그림자가 뚝뚝 떨어져 내렸으며, 박쥐 날개를 그림자가 뒤덮고 있었다. 그 모습은 실로 어둠의 날개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아아아아!!!!”

끝없이 차오르는 힘에 드낙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내질렀다. 땅에 내려앉은 그에게 그 누구도 덤비지 못했다.

흑마법사에서 오랜 세월을 버티고 버텨서 차곡차곡 적금 모으듯이 게페락스가 악마의 반열에 올라섰다면 드낙은 중립신의 간악한 수작질로 신성(神性)에 짓눌러야 했다.

중립신이 부여한 능력과 그가 부여한 신성력과 드낙이 핏빛쥐를 통해서 쭉쭉 성장하는 신성도 악마의 힘과 싸워야 했지만, 악마의 힘은 더더욱 수세에 몰린 채 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

그 응어리진 힘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으니, 게페락스와는 확연히 다른 힘을 현실에 내보였다.

흉포한 기세에 인조생명체조차도 물러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뿐이었다. 괜히 세뇌된 놈들이 아니다.

그런 놈들을 드낙이 힐끗 보며 씨익 웃었다.

살짝 날아올랐다. 능숙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었고, 드낙은 깜짝 놀랐다.

‘엄청난 힘이다.’

수십배? 수백 배에 달하는 힘이 몸 안에서 드글거리고 삐져나오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날개를 접어 체중을 오롯이 몸에 집중시킨 드낙이 그대로 내리꽂았다. 인조 생명체가 검을 휘둘렀다.

캉!

검이 그 몸과 부딪쳤지만 베지 못했다.

콰직!

“컥!”

드낙이 쥔 검이 투구째로 머리를 함몰시켰다.

피가 튀고, 뼛조각이 피와 함께 흘러내렸다. 단말마를 내지르며 강철을 두르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인조생명체가 죽어갔다. 쓰러지며 가슴에 있던 구멍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왔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

악마의 힘은 곧 육체에서 나오는 힘. 육체의 힘이 강해지면 자연 적발의 힘 또한 커지는 법이었다. 드낙의 초월의 힘을 상쇄하는 적발의 힘 범위는 더더욱 늘어난 상태였다.

“엇? 어어?”

마법을 사용하려던 인조생명체가 멍청한 소리를 냈다. 단번에 사그라들어서였다. 마력을 쥐어 짜냈지만 그마저도 상쇄되어갔다.

뻑!

드낙이 주먹으로 턱주가리를 날렸다. 그대로 인조생명체가 즉사했다.

초월자에 도달한 악마는 순식간에 적들을 죽여나갔다. 그 무엇도 그를 막지 못했다. 동시에 드낙은 악마로서의 모든 것을 빠르게 습득해나갔다.

먼저 날개에 대해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 거주장스러운 날개는 내 몸 때문에 일어난 반발력이다.’

신성(神性)은 정신체로서 발현된다. 그렇기에 굳이 육체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어떤 몸을 지니든 그냥 삐져나와서 알아서 용량을 만들어낸다.

인간만 한 크기를 선호하는 드낙 때문에 마성(魔性)은 다른 곳으로 뻗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드낙의 악마 날개가 12m에 달했다. 그리고 이는 제법 효율적이었다.

도약력도 높이고, 무게 또한 커졌다. 날개를 접으면 체중을 몸에 집중하기도 좋았다. 악마가 되면서 반드시 육체가 커져야 했는데, 이를 날개로 퉁친 것이다. 그것도 드낙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가 거부감이 없도록 날개를 키웠다.

‘출력 또한 대단하지.’

드낙의 몸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몸 주위로 가득 만들어졌다. 모두 날개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육체의 표면적이 날개 덕에 압도적으로 높아진 덕분이었다.

그 출력은 깜짝 놀랄 정도로 높았다.

일개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추력이 아니었다. 더욱, 드낙처럼 작은 소형의 몸이 지닌 표면적으로는 마력 출력을 이 정도로 높이기란 법칙을 벗어난 일이었다.

왜 신이 대단한가. 그들은 정신체로서 존재하기에 출력에 한계가 없었다.

왜 악마가 그렇게 덩치를 키우는가. 육체를 지닌 한, 초월의 힘을 세상에 내보내는 출력이 신과 비교하면 떨어질 수 있었다.

몸집이 작은 악마를 본다면 신은 모든 걸 걸고 한 방에 승부를 지을 것이다. 출력에서 차이가 나기에 단번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악마 또한 덩치를 키워야 했다. 대악마(大惡魔) 대부분이 덩치가 큰 이유였고, 악마의 권속 악마들이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덩치가 큰 이유였다.

대표적으로 권속 악마 붉은용 기사(Red dragon knight)가 있었다.

덩치 큰 아룡(亞龍)을 쓰고, 그 위에 기사를 올려 모든 타입의 전투에서 우월을 점할 수 있는 범용성을 높인 만능의 상급 권속 악마였다.

화르르르!

화염구가 적들을 향해 끝없이 날아가고, 끝없이 생성됐다. 드낙은 본격적으로 최대한 많은 놈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그림자도 활약했다.

콰아아악!

날개에서 떨어지는 그림자가 싹 사라졌다. 드낙이 확실하게 제어하면서 일말의 누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날개에서 피와 살덩이가 떨어져 내리며 그림자와 뒤섞이며 촉수처럼 늘어졌고, 바닥을 긁으며 모든 존재를 죽이기 시작했다.

“하하하!”

드낙이 거칠게 웃으며 질주했다.

이내 단 3초 만에 익숙해지더니 더욱 발전했다.

스스스...!

자신의 몸 자체가 그림자가 되어 바닥에 들러붙으며 뻗어 나갔다. 그 누구도 그걸 막지 못했다. 위로는 화염구가 끝없이 생성되며 적들을 향해 날아가고, 바닥으로는 그림자와 뒤섞인 육체 비스름한 것이 휩쓸었다.

물리력과 다수의 대인마법을 행사하며 드낙은 순식간에 인조생명체들의 휩쓸었고, 군대의 기능을 빠르게 상쇄하자 다종족 연합이 반격에 들어갔다.

전투는 그것으로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변수가 없이 마무리 됐다.

거의 모든 인조생명체가 이 자리에서 죽었다.

그 죽은 육체를 드낙이 꾸역꾸역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악마가 된 이상, 육체를 포식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었다. 그게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대단히 악마적인 광경이었지만 모두 애써 무시했다.

드낙은 결국 드낙이었다. 그렇게 믿고 또 믿으며 자신의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애를 썼다.

전투는 끝났지만 모든 게 끝나지는 않았다.

우주낙원은 그만큼 대단히 넓은 공간이었고, 점령하기 위해서는 발로 밟으며 진격하여 깃발을 내 걸어야 했다.

“사상자를 수습하라!!”

드낙이 외쳤다.

그것으로 큰 전투는 모두 끝이 났다. 사상자는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죽었고, 드낙은 그 시체를 모조리 취득했지만, 다종족 연합에 속한 이들의 시체는 취하지 않았다.

오직 인조생명체와 드문드문 있는 용병 지구인 지휘관들을 섭취했다. 그중에서도 4성 오버로드들은 아주 큰 이득을 드낙에게 줬다.

“시신 수습은 각 세력에서 가려 뽑아 1할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계속 진격하여 모든 시설을 점거하라.”

“예!”

시신은 천천히 수습됐고, 드낙은 우주 낙원의 최중심부에 눈 깜짝할 사이에 도달했다. 육체가 강인해진 데다가, 격이 초월자에 올라섰기에 파동 이동술을 더욱 편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좋군.’

똑같은 파동이동이었지만 그 차이를 드낙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악마의 힘은 육체의 힘!’

파동으로 변해야 하는 육체가 강인하고 대단하였기에 더더욱 파동의 힘과 잘 어울리는 게 악마의 격이었다.

드낙의 눈에 파괴된 유리관이 보였다. 그 바닥에 드낙이 날아올라 내려앉았다.

유리조각과 알 수 없는 신소재의 조각이 따로 떨어져 나가 있었고, 내부를 채웠던 액체는 모두 증발하고 난 뒤였다.

‘인조생명체를 모조리 먹어치운 악마의 힘.’

그 업이 이곳에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바닥부터 서서히 살덩이가 튀어나왔다.

불룩불룩!

꿈틀거리고, 수축과 이완을 계속하는 살덩이는 점점 쌓아 올려지기 시작했다. 그 위로 핏줄이 쏟아져나와 중력을 역행하며 나뭇가지처럼 위로 올라갔다.

‘이제 나는 초월자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양귀피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 자신의 머리에 자리잡혀 있는 중립신의 세뇌는 이미 파괴된 지 오래였다.

이 거대한 권속 악마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드낙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대단히 높은 천장에 닿은 핏줄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고, 이는 드낙의 명령에 따라 다시 살덩이가 되며 핏줄을 뒤덮었다.

그 모든 과정은 몇 시간에 걸쳐서 조용히 만들어졌다. 동시에 그 어떤 비효율적인 모습도 없었다. 피 단 한 방울마저도 완벽하게 사용됐고, 버려지는 건 없었다.

드낙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기쁨도 슬픔도 흥미로움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마친 드낙이 입을 열었다.

“말해라, 네 이름은 뭐지?”

“가비노(Gabino)입니다.”

“네가 할 일은 무엇이냐.”

“드낙님을 위해서 일하는 것입니다.”

드낙이 흡족하게 웃었다.

가비노의 몸 양 끝에서 서서히 핏줄이 퍼져나갔다. 그 핏줄이 퍼져나간 곳에는 살덩이가 얇게 도포되듯이 생성되었고, 이내 그 표면이 강철 색처럼 물들었고, 살이 말끔하게 자리잡혔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강철판과도 같은 외형을 지니게 되었다.

서서히 가비노가 우주 낙원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가비노를 만드는 데 소모한 악마의 힘은 이곳에서 얻은 모든 힘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렇게 한 이유는 그만큼 이 거대한 우주 건축물을 남에게 줄 생각이 없어서였다.

‘올인한 것이나 다름없지. 일단 이걸로 이 전쟁은 다른 이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드낙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립신을 찾는다.’

으드득!

그가 이를 갈았다.

거대한 분노가 그의 몸에 퍼져나갔고, 냉철한 이성이 눈에 담겼다. 드낙이 단번에 파동으로 변해서 1초에 299,792,458m를 훑으며 단 10초 안에 3번의 검증을 거쳤다.

이내 드낙의 손이 한 공간으로 쑥 들어갔다.

손이 괴이한 공간을 뒤집으며 어둠이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드낙이 그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끝없이 내려앉는 심해와도 같은 어둠의 공간에서 드낙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다.’

그가 곳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하지만 중립신의 잔재만 있을 뿐, 그의 존재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튀었다.’

드낙은 맥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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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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