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9 -->
판타지 월드
까르르! 까르륵!
아기 천사가 입만 히죽거리며 웃음소리를 냈다.
태평한 오후, 햇빛이 내려 쬐는 정원에서 요람에 담긴 아기가 흔들거리는 감각에 덩실덩실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엄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웃는 소리는 ‘행복’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콰과과광!
눈은 웃고 있지 않은 아기 천사는 질주하는 드낙의 그림자에 닿기도 전에 서슬 퍼런 바람의 마법에 그대로 팔다리가 양단되더니 그대로 폭사했다.
쉬익!
짧은 바람 소리와 함께 다른 아기 천사가 수십의 마법을 뚫고 그림자에 도달해 폭발했다. 벽 안으로 스며들어간 그림자는 폭발을 최소화했다.
<권능의 힘>이 깃들어있는 아기 천사의 폭발은 평범한 폭발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그 끔찍함은 <전초극(戰超克)의 권능>과 비슷한 면모가 있었다. 난해하면서도 효율적이고 효과도 극대화되어있었다.
[하하하, 하하하하!]
엘레우테리오가 도망만 다니는 드낙을 보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환희의 권능으로 만들어지는 아기 천사는 처음에는 평범한 비행체의 속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제는 소닉붐을 일으킬 정도로 재빨랐다. 그런 아기 천사를 대처하고 있으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드낙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보라, 권능을 가지지 못한 반신(半神)아! 반마(半魔)여! 네가 가진 반쪽짜리 권능과 나의 권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실감하고, 절망하라!]
‘빌어먹을 새끼!’
희희낙락한 엘레우테리오를 보며 드낙이 욕지거리를 날렸다. 하지만 그런 흉포함은 순식간에 내면에서 먼지처럼 사그라지고, 냉철하고 비겁한 본성이 득실거리며 마음을 가득 채웠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엘레우테리오는 점진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며 철두철미하게 전투에 임했다. 어차피 그로서는 버티기만 하면 5성 천사(Seraph)과 함께 드낙을 초월의 힘으로써 다스려 짓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가 장기전을 상정했다는 걸 깨닫고 있는 드낙은 패색이 짙은 눈을 했다.
그렇기에 중립신의 세뇌는 쏙 들어갔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챔피언을 죽일 중립신이 아니었다. 마치 ‘버튼’이 있는 것처럼 위기 상황에서 중립신의 세뇌는 없는 것처럼 옅어졌다.
이런 현상을 전투 속에서도 대조하여 드낙은 엘레우테리오의 권능, 자유(自由)가 중립신과도 크게 연관이 있음을 깨달았다. 더 나아가 환희 권능 또한 그러함을 짐작했다.
회피행동만을 하면서도 드낙은 할 말은 다 했다. 입을 나불거렸다.
“중립신의 하수인이 된 초월자 주제에 말이 많구나. 네 힘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만 봐도 답이 딱 나온다. 넌 자유롭지 않고, 넌 기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왠지 아냐? 넌 자유롭다고 여기겠지만 결국 중립신에게 목줄이 채워진 개새끼에 불과하니까!”
하하하하하!
드낙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엘레우테리오가 빈정거렸기에 그도 되돌려준 것에 불과했지만, 그 효과는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놈! 도망만 다니는 놈이 주둥아리 하나는 살아 있구나!]
형세(形勢)가 달라서였다.
[그러는 네놈도 중립신의 숨겨진 비수이며, 챔피언이 아니냐?]
드낙은 수세에 몰린 것처럼 여겨졌고, 엘레우테리오는 적어도 압도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완벽하게 중립신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전투 상황에서 상대가 공세를 하나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검도에서 검을 상대에게 찌르지도 못하는 경우, 그 실력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 말 안 해도 아는 것처럼.
[이제 내가 중립신의 행성을 점령하여, 내가 방점을 찍어 대신참살자(Great god Slayer)가 될 것이다!]
말대답을 또박또박 해주는 놈 덕분에 드낙은 파동으로 변하여 엘레우테리오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움켜쥔 놈의 존재는 한 줌에 불과했다.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1의 힘을 사용해서 파동파괴술을 사용한다고 친다면, 적의 0.1 정도를 가져올 수 있었다.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었다. 그래도 드낙은 꾸준히 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간질간질하다.’
뭔가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했다.
그게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이를 잡아낸다면 분명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마치 손으로 날갯짓을 해야 하는 것처럼 괴리가 있다.’
꼬리를 움직여야 하는데, 엉덩이 근육을 바짝 주는 것 같은...동떨어진 감각이었다. 그렇기에 드낙은 더욱 내달렸다.
그림자로 변하여 질주하다 답답함에 파동이 되어서 반대편에 모습을 드러냈고, 가진 마력을 사용해 대마법을 시전해 허공을 후려갈겼다.
아기 천사들이 단박에 폭발하며 충격이 공간 자체를 뒤흔들었다.
꾸지직!
드낙의 몸속에서 무언가가 쥐어짜지는 듯한 소리가 드낙의 귓속에서 들려왔다. 부족한 마력이 반마의 혈액에 의하여 다시 회복되었다.
솨악!
그림자로 변해 팔 하나만 드러내어 아기 천사의 머리통을 깔끔하게 베어내며 노도와도 같은 속도로 바닥을 직선으로 달려나가다가 그대로 밑으로 푹 꺼졌다.
아기천사 몇몇이 거기에 이끌려서 땅에 대가리를 박고 그대로 폭발하며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이미 이 주변은 집중포화를 맞은 것처럼 멀쩡한 곳이 없었으며 공간도 더욱 커진 상태였다.
[어림없다! 이 정도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렇게 외친 엘레우테리오도 드낙이 얼마나 발악하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끝낼 수 있으면 끝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놈의 그림자 속력은 아기 천사의 속력에 맞춰서 늘어났고, 놈의 환희 권능에 대한 대처는 더더욱 익숙해지고 있었다.
‘방금처럼 검으로 아기천사를 패 죽이다니.’
원거리 마법을 통해서 처리하다가 검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소리이며, 점점 완숙해질 것이라는 전조현상이었다.
실제로 삽시간에, 단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드낙은 아기천사를 마법이 아니라 검으로 때려잡기 시작했다.
그림자 이동술이 한 차원 도약했다. 아니 순식간에 그걸 더 뛰어넘었다.
검으로 때려 폭발시키는 것을 넘어섰다. 그건 정말이지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진화였다.
콰륵, 콰륵, 콰르륵!
점처럼 그림자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더니 그중에 한 곳에서 검이 훅 나와서 아기 천사의 날개를 잘랐다.
“꺄르륵!”
아기 천사의 입에서 웃는 소리가 나오며 추락했다. 버둥버둥 기었다. 자폭시키지 않는 부분인 날개만 쏘옥 잘라버리고 호다닥 도망가는 드낙의 모습은 비싼 입질만 먹고 도망치는 돌돔 같은 놈이었다.
한 마리 잡아보지 못하고 배타서 뭍으로 가야 하는 낚시꾼은 소주 한잔 하며 욕이란 욕을 다할 돌돔 새끼였다.
[이런, 빌어먹을 놈이 다 있나!]
자연히 엘레우테리오도 욕지거리를 날렸다.
환희의 권능이 한순간에 병신이 되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길쭉해서 3개 혹은 5개로 나눠서 길쭉해진 그림자들은 엘레우테리오를 밴치마킹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더욱 열불이 터졌다.
또 그 길쭉한 그림자는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돌아다녔다. 아기 천사들 덕분이다. 거기에 적응하려고 내달리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말도 안 되는 재능이 드낙에게는 존재했다.
순식간에 환희 권능을 1인분 못하는 권능으로 추락시키며 드낙이 한 그림자 갈래를 뚝 떼어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주변에는 날개 잘린 아기 천사들이 버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기천사들 살살 녹는다! 버둥거리는 것을 보니, 배고픈 거 아니냐? 젖이라도 물려줘라. 좀! 울겠다. 야.”
[으그으으극!]
엘레우테리오가 발작을 일으키듯이 정신파동을 쏟아냈다. 그가 원해서 한 게 아닐 정도로 분노와 모멸감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 모습에 드낙이 더욱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아, 킥킥. 뭘 그렇게까지 화를 내고 그래. 그냥 권능 하나 병신된 것뿐인데. 너무하네. 정말!”
[미친놈이!]
엘레우테리오가 자유 권능의 진짜 흉포함을 단번에 드러냈다.
*
“탑승하라! 탑승해!”
용병 지구인들은 일시적으로 대피했지만, 다시금 전투에 들어갔다. 우주 낙원 시스템이 드낙에 의해서 박살이 나기 전에 우주 낙원이 명령을 내려서었다.
“총력전이다!”
이족보행 병기 빌리언즈(Billions)에 탑승하는 용병 지구인들은 단번에 시동을 걸었다.
두다다다닥!
무지막지한 피스톤 소리가 퍼져 나왔다. 엉덩이 쪽에 있는 배출구에서 화석연료가 매연을 뿜어냈고, 위에 있는 흡입구에서는 공기를 빨아들였다. 내부에 있는 전력 배터리도 가동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기이이잉!
[KO-248 시스템 온(System on).]
[이족보행 차원침공형 빌리언즈(Billions)의 가동 허가를 받습니다.]
[......우주 낙원 시스템의 응답이 없습니다. 비상기동으로 들어갑니다.]
검은 화면이 켜졌다. 카메라 곳곳에서 온갖 곳을 볼 수 있었다.
그 화면마다 왼쪽에 잡아당기는 버튼이 하나 혹은 여러 개가 있었는데 올라타려는 놈들을 태워죽이기 위한 방사장치였다.
차원 침공형 빌리언즈의 가장 큰 무기는 화염 방사기였고, 그다음이 기관총이었다.
차원을 침공하는데 그 정도면 과잉 화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지킬 우주 낙원은 잘 없었다. 그 덕에 엘레우테리오의 우주 낙원의 빌리언즈 중 절반은 유탄을 소지하고 있다.
어깨 위에 있는 유탄의 장전 숫자는 50발에 달했다.
규모가 대단하지 않은 차원을 침공하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일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고 기사고 죄다 찢길 터였다.
푸다다닥!
“이게 무슨 소리지?”
빌리언즈에 탑승한 용병 지구인이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에 어리둥절했다. 이내 순식간에 화면을 뒤덮는 박쥐들이 보이자 깜짝 놀랐다.
“뭐야!”
단번에 레버를 당겼다. 내장된 기름에서 불이 쏟아져나왔다. 순식간에 박쥐가 타죽었다.
붕붕!
팔을 휘둘러 죽이다가 이내 숫자가 너무 많아서 화염방사기를 켰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쏟아져나왔다. 불타는 기름이 묻으며 박쥐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화르르르!
기관총은 오인사격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사용하지 않았다
뚝. 뚝! 투둑!
무언가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흐악!”
고개를 들어 올린 용병 지구인은 기겁했다. 자신의 머리보다 2배는 큰 박쥐의 대가리가 입을 쩍 벌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올 틈은 없었을 텐데도 존재했다.
피로 가득한 천장에서 흐르는 피가 박쥐의 송곳니에 모여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눈을 부릅뜬 박쥐가 울음소리를 꽥 내뱉었다.
“캬아아아악!”
용병 지구인은 패닉에 빠져서 뒤늦게 가슴팍에서 권총을 들어 올렸다.
탕탕!
콰직!
두 번의 총성과 함께 큰 머리의 박쥐가 용병 지구인의 머리를 집어삼키고 목을 물어뜯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꿀꺽! 꿀꺽! 꿀꺽!
용병지구인의 몸에 있는 모든 피를 빨아들인 박쥐 머리는 다시 피가 되어서 줄줄줄 흘러내려 밖으로 빠져나왔다.
박쥐떼가 그들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견제했으며 이목을 끄는 사이에 빌리언즈 내부에 피를 통해서 스며 들어가 큰 박쥐 머리가 모든 용병 지구인을 무력화시켰다. 빌리언즈를 모두 무력화시킨 다음에 아스톨포가 나섰다.
모습을 드러내고, 검을 뽑아들었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헉!”
“윽!”
곳곳에서 공포에 젖어서 단말마를 내질렀다. 어떤 용병 지구인은 바로 내뺐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특히 어둠이 끼얹은 듯이 자신의 시야를 막은 것이 폭발을 일으켰다.
“악!”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넘어져 밟혀 죽기도 했다. 거대한 곳에 모여 빌리언즈 수만 대를 기동시키고 나아갈 준비를 하던 용병 지구인들이 떼 몰살을 당하기 시작했다.
마검 샤를로트는 검에서 변화하여 뱀파이어가 되어 용병지구인을 득달같이 물었다.
아스톨포 또한 단번에 죽여 그 목을 뜯어 피를 쏟아내게 했다. 바닥에 떨어진 피는 아낌없이 샤를로트와 아스톨포에게 나눠서 들어갔다.
박쥐떼의 날갯짓은 더욱 거세게 귀를 지배했다.
그들이 쏟아내는 피는 더더욱 많은 힘을 사용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서 더욱 압도적인 힘이 그들을 짓눌렀다.
모든 것이 가속하여 빠르게 붕괴해갔다.
살아 움직이는 용병 지구인이 사라졌을 때, 박쥐들이 쏟아져서 아스톨포의 몸에 들어왔다. 그의 선조 뱀파이어인 샤를로트는 검으로 변해 그 손에 쥐어졌다.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끼끽.”
박쥐 한 마리가 아스톨포의 옷에서 삐져나와서 울음소리를 조용히 냈다. 이내 다시 날아올랐고, 바닥에 내려앉아 늑대로 변하더니 코를 땅에 처박고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아스톨포가 따라갔다.
인조생명체는 맛대가리가 없어서 찾고 싶지 않았다. 그가 찾는 건 깊은 담배 냄새와 마약향 그리고 술내음이었다. 인조생명체는 가지지 못하는 냄새였다.
‘방어전에서는 재미를 못 봤다.’
인조생명체의 피는 먹을 만했지만 진짜 맛있지는 않았고 풍미가 깊지도 않았다. 깃들어있는 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아스톨포는 따로 빠져나와서 개인활동을 하고 있었다.
=============================
[작품후기]
6078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