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88화 (98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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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에스텔라가 튀어나온 무너진 통로. 그곳에서 거대한 손이 툭 튀어나와 단번에 휩쓸며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무인(武人)의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하하하! 거대한 투지가 느껴진다! 누구냐!”

말은 경박했으나, 음성 자체가 묵직해서 절로 카리스마가 있었다.

천상십이수극대전사(天上十二手極大戰士)가 자신의 몸을 내비쳤다.

12개의 팔을 지녔으며 6m에 이르는 덩치를 지닌 빛의 전사의 몸에서 빛이 한 번 크게 쏟아지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통로를 지나면서 상대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모든 지성종족은 전체정보 중 시각 정보에 8할 이상을 의존한다는 건 차원에 진출한 자로서 응당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였다.

‘음!’

그와 세파리아스의 눈이 마주쳤다.

단번에 서로가 쌓아올린 무(武)의 탑을 가늠할 수 있었다.

끝없는 세월 속에서 다른 인조생명체와 다르게 오로지 무의 탑을 쌓아올린 거인과 수많은 고난을 헤쳐나가며 모든 것을 배팅하여 무의 탑을 쌓아올린 인간 출신 반신은 서로 같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서로의 반응은 달랐다.

한 명은 미소를 지었고, 다른 한 명은 경악했다.

경악한 것은 세파리아스가 아니라, 천상십이수극대전사였다.

“놀랍도다. 인간의 몸으로 어찌...!”

인간출신 토착반신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인간이 쌓아올린 무의 탑이 자신과 비교될만한 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는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그 경악은 진정으로 세파리아스의 수준을 이해해서 오는 것이었다. 나를 이해한 자를 만난 것은 일생의 축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세파리아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온종일 무(武)를 추구한다. 그건 보통 정신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식사하면서도 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괴짜다. 그런데 자신과 같은 놈을 지금 마주했다.

“하하하!”

어찌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정도 수준을 보이는 그를 보며 세파리아스는 롱소드를 들어 올려 그 검 끝을 하늘로 추켜올렸다.

“기억하라, 무의 탑을 드높이 쌓은 거인아! 내 이름은 세파리아스 불파겐이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며, 세상을 호령하고 엘프의 음모에 휩싸여 죽었다가 신의 농간으로 죽음에 속박되었고 또 복수하여 부활해 지금 여기에 섰다.”

“너는 누구인가.”

“크하하하하하하!!!!”

콰과과광!

이에 천상십이수극대전사(天上十二手極大戰士) 또한 단번에 천장을 부수어 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대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위에 있는 통로가 삽시간에 무너졌으나 영향 무력에 의해서 단번에 갈가리 조각나 먼지로 변해 주변으로 흐트러졌다.

에스텔라가 흙먼지를 자신도 모르게 재빨리 힘을 사용해서 다 날려버렸다.

보기 드문 광경이라서였다.

그녀는 만능의 도구.

수많은 5성 천사(Seraph)급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된다. 신을 대신해서 반신급 인조 생명체를 비롯한 모든 것들에 윤활유를 제공하는 격무의 왕이다.

전투에서도 능히 사용할 수 있었기에 모든 우주 낙원은 천사(闡士)를 1기는 보유하는 편이었다.

그만큼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천상십이수극대전사(天上十二手極大戰士)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크게 동요했다.

‘불문곡직(不問曲直)의 전사가...적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무뚝뚝하고, 맨날 빈정거리고, 세상 모든 것에 적대적인 것이 그였다.

하는 일은 명상 아니면 수련이고, 그 수련도 매번 달랐다.

괴짜 중의 괴짜였고, 그렇기에 우주 낙원의 으뜸 살육병기이기도 했다. 수련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토착 반신 따위가...!”

에스텔라가 분노해도 세파리아스는 여전히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동시에 천상십이수극대전사가 으르렁거렸다.

“건들지 마라! 이놈은 내 몫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음성에는 날카로운 살기가 가득했다. 수많은 세월 동안 갈고 닦여진 무인의 살기에 에스텔라가 주춤했다.

전투력으로 따지면 에스텔라는 천상십이수극대전사의 아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스텔라가 주춤할 이유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수 아래라고 해도 결국 똑같은 반신급.

대동소이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었다.

헌데, 주춤했다.

꼴사납게 뒷걸음질을 쳐야 했고, 그녀가 마음 먹은 대로 행동하지 못했다. 세파리아스에게 손길을 내뻗는 걸 중단하게 되었다.

타의에 의해서 그것이 강제됐다.

‘어떻게 이런 기세를...?’

아득히 높은 무력의 차이가 느껴졌다. 그렇기에 에스텔라는 인형처럼 우뚝 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정리한 천상십이수극대전사가 대검을 높이 추켜올린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일찍이 태어나기 전에 나라는 존재는 천상십이수극대전사라 결정된 존재다! 전쟁 속의 영광이라 일컬어졌지만 조종받는 삶 속에서 인조 된 전쟁터에 나가는 일을 되풀이하였도다!”

태어나기 전에 짜인 존재가 인조생명체였다. 반신급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인조생명체들로 가득 채워진 전쟁터에 서서 경험치를 받아먹고, 살육병기로 거듭났다.

“그 이후로 우주 낙원에 속하여 필멸자들의 전장에 수없이 섰고, 끝없이 나를 관조하며 무의 탑을 홀로 쌓아올려 이내 나는 내 이름을 되찾았다!”

“내 이름은 브누아 예레미아스(Benoit Jeremias)! 신의 세뇌에서 벗어난 거인의 이름이다!”

그 말에 에스텔라는 침을 삼켰다. 그녀조차 모르는 이름을 브누아 예레미아스가 밝혔다.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천상십이수극대전사라 칭하지 않고, 브누아 예레미아스라 칭한 것만으로도 에스텔라는 거대한 혐오감에 휩싸였다. 세뇌된 자가 세뇌에서 풀려난 자를 보면 끔찍한 배덕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살인하지 말라는 가훈을 지닌 가정에서 형제가 살인을 저지른 것과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배덕자, 너, 지금, 만신전(萬神殿)을...”

그녀가 손발을 덜덜 떨었다.

감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에 섰다. 이를 본 무(武)의 거인(巨人)이 딱한 표정을 지었다.

“에스텔라라는 고정된 이름을 지닌 인조 된 존재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나만의 이름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를. 얽매임에서 벗어나서 생기는 새로운 지평선은 정말로 끝이 없지만...”

그녀가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에스텔라의 정신은 큰 상처를 입고, 금방이라도 붕괴할 것처럼 혼란스러워졌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그녀는 병풍에 지나지 않았다.

녹슨 리전의 뿔쥐들은 굳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건 검은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세파리아스와 브누아 예레미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파리아스가 질주했다. 천천히 달리다가 그대로 전속력을 높였다.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우오오오오!!!!”

거세게 함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몸을 채찍질했다.

빛의 전사이자 무의 거인인 브누아 예레미아스 또한 대검을 들어 올린 채 한 걸음 뻗어 나갔다. 순식간에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삶 전체를 전투 속에 몸을 내던진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초월의 영역이 서로의 무기에서 발(發)해졌다.

한 명은 세상을 베었다.

그는 평생을 세상을 베고 싶어한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 탄생의 뒤에는 엘프의 더러운 음모가 숨어있었기에 그는 자신이 있는 세상을 단칼에 베고 싶어 했다.

그저 모든 것을 베고, 죽이고, 파괴하고 다시 자신의 입맛대로 세상을 세우고 싶었다.

하찮은 인간이라 말해지는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세상을 베지 못했다.

투구 속에 귀를 숨긴 수많은 엘프 기사와 모든 것을 녹이는 히드라 10마리의 각기다른 형질을 지닌 농축 독에 중독당해 최후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삶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건 아니었다.

녹아버린 심장. 뛰지 않는 심장을 지닌 채 무의식에 검을 휘두르지 않았음에도 엘프 기사를 죽였다.

그 과정은 대단히 유의미하여 깊은 늪에 빠진 중립신의 이목을 끌게 했고, 그의 영혼은 속박되었다.

다시 부활한 그는 세상을 벨 수 있게 되었다.

경험하지 않은 세상의 이면을 마주한 덕분이었다. 또 ‘나’가 아니라 다른 자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었기에 세상을 벨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세상을 벤다.

그가 지닌 영향무력(影響武力)이란, 그렇게 쌓아 올려지고 만들어졌으며 숙련되며 다양한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다른 한 명은 세상과 함께 모든 것을 베었다.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던 세파리아스는 자신(自身)의 아(我)가 견고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이름 하나 없이 그저 천상십이수극대전사 중 하나였던 브누아 예레미아스는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태어나면서부터 깨달았다.

그에게 있어서 세상은 부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벨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신전(萬神殿)은 대적 불가능한 세력이었다. 전술의 신 카실레안과 마주해 가르침을 받은 이후로는 더더욱 그것이 견고해졌다.

백 명을 던져줘도 천의 군세를 능히 막아내는 것이 카실레안이었다.

그런 자에게서 가르침을 짧게 받은 것이 수많은 천상십이수극대전사들이었다. 그중에 한 명이었기에 그는 세상에 굴복했다.

수많은 전투를 쌓아가며 세상에 적응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서서히 세상이 만만해져 갔다. 하지만 세상을 인정하게 되는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그의 눈에 세상은 넓고, 깊었다.

그는 더욱 노력했다. 끝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인간과는 달리 수천년의 세월을 쏟아부울 수 있었다.

수많은 세월의 끝에 브누아 예레미아스는 세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을 다룰 수 있게 되어서였다. 세상 그 자체를 자신의 검과 함께 휘두를 수 있게 되면서 반신답지 않은 어떠한 영향력(影響力)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 또한 영향무력(影響武力)이었다.

콰지직! 쩌억!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귀를 때렸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대신 세파리아스와 브누아 예레미아스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세파리아스가 권유했다.

“만신전에서 벗어나 내 옆에 서다오. 붕우(朋友)와 술로 진탕을 마시고 싶다.”

이에 브누아 예레미아스가 호탕하게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물론 3천 년의 세월 동안 친구 하나 없었는데, 이 외딴 차원에서 내 친구를 얻게 되었다. 술로 몇 날 며칠을 지새울 생각을 하니, 벌써 웃음이 나온다.”

그 모습을 오로지 에스텔라만이 멍청하게 보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복제성검 ‘갈가노의 검’을 들어 올렸다.

“검을 내려라, 개벽(開闢)의 에스텔라.”

“나는 천사(闡士) 에스텔라(Estela). 만신전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

키이이이잉!

갈가노의 검에서 빛이 쏟아졌다. 증폭되고, 가속되고, 보호했다. 이내 사방으로 포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갈가노가 세파리아스에게 권했다.

“나는 세상을 휘두를 수는 있어도 벨 수는 없다. 그대가 나서서 그녀를 해방해다오. 그녀는 모든 것을 관장하는 만능의 존재다. 분명 큰 도움이 될 터다.”

“좋다.”

어디든 쓸 수 있는 인재는 잘 없었다. 세파리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걸었던 자에게 이 정도도 못 해준다면 친구라 할 수 없었다.

세파리아스가 세상을 베었다. 그 속에서 에스텔라의 세뇌가 갈라지고, 그녀의 모든 공격이 무(無)로 돌아가 없었던 것이 되었다.

풀썩!

쓰러진 에스텔라가 바닥을 기었다. 끔찍한 충격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건 물리적인 충격은 아니었다.

세파리아스의 제어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 그가 실수할 리가 없었다. 그저 정신적인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할 뿐이었다. 이내 에스텔라가 기절했다. 이를 그대로 내버려뒀다.

브누아 예레미아스가 의견을 냈다.

“지금 곧바로 심장부로 향해야 한다. 그곳에 또 다른 토착반신이 엘레우테리오와 싸우고 있다.”

“엘레우테리오?”

“이 우주 낙원의 주인 되는 인신(人神)이다. 놈은 수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위협적인 건 두 가지 권능이다.”

“하나는 환희의 권능이다. 아기 천사들이 재빠르면서도 자폭공격을 감행하는데, 권능의 폭발이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 그 권능은 이상하게도 효율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다른 인신들도 그 권능을 탐했지만, 그 누구도 똑같이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중립신이 만들어준 권능이 바로 환희와 자유의 권능이었다.

평범한 인신들이 기를 쓰고 만들려고 해봤자 무의미했다.

“자유의 권능 또한 마찬가지로 굉장히 희소한 권능이다. 그 권능은...모호하다.”

“모호하다?”

“잘 설명할 수가 없다. 적어도 영향무력으로 쉽게 벨 수 없을 것이다. 존재가 희박하기에 아무리 베어도 조족지혈인게지.”

“기괴한 권능이로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두려움은 없었다. 그들은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 최심장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모든 게 결정이 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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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6035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완결 이후에 네이버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네이버를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조아라에 계속 있는 건 메리트가 없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 말씀에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갈팡질팡 팔랑거리는 결정을 해서 죄송합니다.

레벨업 언데드는 아마 여름이 끝나면 다시 연재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미로 쓰는데 의외로 생각할 게 많아서 자기 전에 30분 정도 끄적이고 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속 쪽지를 주는 분들에게 말씀을 드립니다. 강철의 전사는 플롯을 정해놓고 쓰는 것이기에 피드백을 받을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대한 제가 피드백을 하는 편이지만 안 되는 건 안되는 것이라 말씀을 드립니다.

관련 없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하나하나 쪽지를 보낼 수 없어서 이렇게 후기로 남깁니다.

강철의 전사 대신에 블랙 사파이어 연재를 노블에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 10화 이상 15화 미만입니다. 자세한 편수가 생각이 안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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