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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987화 (98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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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와이번부터 노려라! 용의 힘은 이런 곳에서 가장 까다롭다!”

지상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활발하게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소요사태가 지하 깊은 곳에서 일어났고, 공중 요새는 꼭대기의 표면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인조 생명체가 제법 되었다.

특히 위쪽은 안전한 축에 속해서 근처 지하에는 화력 발전소가 많았다. 이 발전소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3성 인조생명체들이 휴식하다 말고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그 외에도 수력발전소 등지에서도 온갖 인조생명체가 튀어나왔다.

이들은 산액을 쏟아내는 블랙 스케일 와이번을 향해 마법을 쏟아부었다.

“화망을 형성하라!”

신호탄이 쏘아졌고, 그곳을 향해서 화망을 형성하듯이 다수 마법을 사용해 마법 투사체를 흩뿌렸다.

“집중! 발사!”

몇몇 분대는 마법의 유도를 노려서 강력한 대인 마법을 발사했다.

허공에서 불타오르는 불의 창이 아슬하게 쥬라아스(Zuraas, 할퀴다)의 날개 사이를 지나갔다.

“크아아아!”

단번에 용의 숨결을 내뱉었다.

촤아아악!

고개를 좌우로 틀면서 최대한 넓게 뿌렸다. 이 산액 브레스는 공기에 노출되자 단번에 기화되며 독가스로 변했고, 그곳에 부딪힌 마법 투사체는 용의 숨결이 지닌 초월의 힘과 뒤섞여 빠르게 상쇄되어갔다.

물론 부채꼴로 흩뿌려 기체화시킨 것이기에 완전한 상쇄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투사체의 속력이 느려졌다는 점이다.

독특한 힘이었다.

빨라도 너무 빠른 블랙 스케일 와이번이 이렇게 허공에서 화려한 움직임을 발휘하며 마법 공격을 받아냈다. 그 숫자는 14기나 달했기에 하늘 전체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진 듯 마법 빛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화염의 화려함이었고, 주홍빛으로 물든 물의 축제였다.

질량을 지닌 비행체를 떨어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기에 물과 불 외에는 그 어떤 마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불은 생명체에 큰 고통을 줄 수 있었다. 신경이 놀라면 제대로 된 명령을 근육에 전달할 수가 없었고, 이는 곧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물은 질량을 지니고 있었고, 자연히 비행물체에 타격하게 되면 비행 능력의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균형을 쉽게 잃게 한다.

지지대가 없이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는 조금만 밀어도 밀려 나가기 마련이었다. 더욱 물은 잘 보이지가 않는 물질이었다. 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블랙 스케일 와이번은 놀라운 비행능력을 보여줬다.

종종 뒷발을 이용해서 고층 건물의 한 부분을 내려찍으며 건물을 이용하기도 했다. 적당한 타이밍에 건물을 다시 박차고, 떨어지면서 활강하더니 그대로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하며 하늘 위로 단번에 솟아올랐다.

무지막지한 궤도 변경과 속력에 마법 하나 닿지 않았다.

묘기를 부리다가도 용의 숨결을 뿌리며 위용을 자랑했다. 용족의 강력함은 생명체의 강인함이기도 했는데, 녹색 도끼를 제외하고 나서는 그 누구도 용족을 길들이지 못했다.

반신급의 용량을 만들어놓고, 그곳에 세뇌를 진행한 만신전이나 칠색신룡(七色神龍)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릇이 크지 않으면 세뇌 진행 도중 그릇이 붕괴하기에 그 아래에 드래곤을 보유하지는 못한다.

엘프의 경우에는 용족과 닮은 소환물을 사용하기에 진짜 용족이 아니었다. 브레스를 쏘지 못하는 리틀 블루 드래곤은 그저 벼락의 힘을 다룰 뿐이다.

진짜 용족을 길들일 수 있고, 전투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녹색 도끼의 타투를 받은 위대한 오크 대전사 뿐이었다. 간악한 중립신은 그 타투의 알고리즘을 해석하여, 드낙에게 줬지만 그런 일을 가능한 인신(人神)이나 정신체(精神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준비해라! 준비!”

“돌겨억! 준비!”

돌겨억이라는 소리에 골램이 움찔움찔했다. 고블린 주술사가 킬킬 웃었다. 하늘에서 용족이 14마리나 헤집고 다니는데 고블린들에게 신경을 쓸 인조생명체는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해도 가져온 확장 철판으로 가려놓아서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잘 들어라!”

그렇게 소리친 고블린 주술사가 양피지를 꼼꼼히 읽었다.

“다 읽고 말해라! 말도 안 하는데 어떻게 듣냐!”

주술사들이 너도나도 분노했다. 저렇게 리더십이 없어서야 왜 저런 놈이 대장으로 지정된 지 모를 노릇이었다. 고블린 주술사 카도간이 대장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사타구니의 제2의 뇌가 거대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그 어떤 이유도 없었다.

실로 야만적인 결정이었으나, 그게 고블린의 사회였다. 한 손에는 야만을, 다른 손에는 문화를 쥐고 있는 특이한 종족이었다. 지하 연합에 속하면서 야만을 많이 버렸지만 못 버리는 본능적인 것들도 제법 많았다.

보통은 뿔쥐들이 재조정해주는 편이었지만, 이번 전쟁의 경우 그러지 못했다.

“빨리 좀 가면 안 되나?”

“그냥 맞고 도망가면 되는 일인데.”

“시끄럽다, 이놈들! 자, 자! 들어라! 고층 건물이 많아서 탑승기 내부에 있는 돌들을 절반 버리고, 그 안에 들어가서 더더욱 안전을 획책한다!”

“마법 시야 장비 나 깜빡하고 안 가져왔는데.”

고블린 주술사 하나가 멍청한 소리를 냈다.

“빨리 가져와!”

대장은 그렇게 외치고, 전술 양피지를 쭉 교과서 읽듯이 읽어나갔다. 절로 하품이 나왔다.

“이제 가즈아아아아!”

“와아아아!”

고블린 주술사가 소리를 힘껏 내질러 주고 수동 레버를 작동시켜서 돌을 절반 버리고, 탑승기 위에서 안쪽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돌진했다. 마법 시야 장비를 가져간 고블린 주술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냥 깜빡한 것이다.

돌진하는 대지 골램은 무지막지하게 큰 대포를 양손에 들고 있었기에 자연 위압감이 대단했다. 다만 그 속은 텅텅 비어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그냥 연기를 내는 것뿐이다.

쿵쿵!

이들은 효과적으로 순회했다. 덩치가 워낙 커서 인조 생명체들은 근접전을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며 원거리 사격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드워프 강철로 잘 보호된 탑승기에서 고블린 주술사들이 킬킬거렸다.

“이거지. 이게 ‘강함’이라는 거지.”

절로 척추가 탱탱해졌다.

마치 트롤이 된 기분! 도망치는 3성 인조생명체들을 보며 고블린들은 절로 자신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저열한 쾌감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독성 있고, 쉽게 얻는 방법이기도 했다. 세상에 자신을 드높이는 것보다 자신보다 약한 놈을 짓밟고 괴롭히기가 더 쉽고, 더 재미났으며 동시에 똑같이 자존감이 높아진다.

“쏴라, 쏴라!”

“놈들의 대포를 노려라! 내구력이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직사화기다! 대피햇!”

이 덕에 많은 초월의 힘을 고블린 골램들이 가져갈 수 있었다.

그 뒤에 진입할 뿔쥐들의 간악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와이번이 물러갔고, 대지 골램 또한 후퇴했다. 한 번의 여유가 그들을 찾아왔다.

폭풍전야.

쥐죽은 듯이 우주 낙원의 지상이 조용해졌다.

그 사이에 오크 대전사들은 와이번에서 내렸다. 지친 와이번들은 물을 마시고, 활력 회복의 물약도 벌컥벌컥 마셨다.

“우리들은 좌익을 뚫는다!”

가장 큰 피해가 있을 정면은 뿔쥐들이 알아서 감당하겠다고 했다. 오크들은 당연히 이를 받아들였다. 드워프들이 만들어준 무지막지한 내구력의 전신갑주를 입은 오크들에게서 기이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숫자는 가히 30만이 넘어섰다. 지하 요새 또한 엄청난 인구를 운송 가능했고, 그 숫자가 많았다.

뿔쥐들 또한 돌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방어하고, 적들의 마법 역량을 상쇄시킨 뒤에 육탄전으로 간다. 찍찍.”

“오크들이 좌측을 헤집을 테니, 우리가 할 일은 적들의 마법 역량을 최대한 소모하는 일인데, 공격도 해야지.”

오크들을 생각하는 뿔쥐의원이 의견을 냈다. 나쁘지 않았다. 오크들과 뿔쥐들의 관계는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이를 생각했을 때 단순 방어막 전개보다는 공격 마법을 사용해 적들을 위축시키고 싶었다.

“좋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이 동의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다.

반대편에서는 오버로드 없이 인조생명체들이 어떻게든 규합하고 뭉치고 있었다.

“천상귀상만종광덕성성체(天上貴相萬宗廣德聖聖體)이시여...저희들의 여신이시여. 사악한 저자들에게 죽음을 내려주소서. 천상귀상만종광덕성성체이신 우리들의 위대한 여신이시여...”

기도하는 인조생명체가 많았다.

대부분 전쟁용이 아니라 발전소를 굴리기 위해서 생산된 인조생명체라서 호전적이지 못했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들에게 심어진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자발적으로 나왔지만, 그런 단어보다는 책무에 의존하여 이곳에 있는 것뿐이었다.

그 차이는 컸다.

예기가 꺾인 군대나 다름없었다.

크아아아아-!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준비가 된 블랙 스케일 와이번들이 포효했다. 14마리에 달하는 용족이 쏟아내는 울음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

소리 없이 인조생명체가 뚝 떨어져 내렸다.

캉.

독이 발라진 쌍칼의 독액이 롱소드를 타고 흘러내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위에서 아래를 막았을 터인 롱소드를 타고 흐르는 독액은 상대에게 흐르지 않고, 쌍칼로 되흐르며 놈의 손을 타고 팔로 이어졌다.

부딪침과 동시에 우월한 롱소드의 손잡이를 위로 쭉 뻗었기 때문이었다.

“큭!”

피부에 닿자마자 극심한 통증을 느낀 인조생명체가 움찔하는 순간을 노리지 않고, 단번에 세파리아스가 검을 밀어내고, 목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쓰러진 거무튀튀한 피부색을 지닌 인간은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쓰러져 질식해서 죽었다.

팡!

강철이 흐르는 강을 휘둘러 허공을 쳐서 이물질을 말끔하게 털어내는 모습을 본 녹색 리전의 뿔쥐들은 속으로 감탄했다.

‘미친놈이군.’

물론 좋은 감탄은 아니었다. 그만큼 세파리아스는 걸어 다니는 살육 병기나 다름없었다. 기습을 당해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우세를 점하는 모습은 욕이 나올 뿐이었다.

무(武)를 단련했기에 세파리아스의 저 간단한 동작이 쉽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선천적인 것이지.’

아무리 단련해도 당황에 대처하는 모습은 수많은 실전 경험을 겪어도 또 무뎌지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선천적으로 당황과 패닉에서도 잘 대처하는 뇌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모순적으로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인간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만큼 변수성이 커야지 탄생할 수 있었다.

뿔쥐도 개체별 변수성이 크긴 하지만 인간은 못 따라갔다.

자기 팬티에 폭죽 넣고 불 지르는 놈도 인간이고, 양자역학의 이해를 향해 매일 정진하는 과학자도 같은 인간이었다.

“근처에 큰놈이 있다. 주의해라.”

무심하게 세파리아스가 뒤를 힐끗 보며 말했다. 검은 인간들, 즉 암살자들은 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그 방향성을 지닌 중심에는 거물이 있어 보였다. 다만, 상대 또한 자신들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적의 단말기는 이상하리만치 그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서였다.

실제로 세파리아스가 말을 하자마자 검은 인간들이 곳곳에서 쏟아져나오며 암습을 진행했다.

스윽.

“윽?!”

공격을 감행했던 검은 인간이 섬뜩한 기분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그림자가 툭 튀어나와있었는데, 그림자 같지 않았다. 3D처럼 매우 입체적으로 보였다. 그곳에서 무기가 그대로 찔러 들어갔다.

휙!

피했지만 바로 뒤쪽에서 갈비뼈를 꿰뚫고, 폐에 다른 뿔쥐의 검이 닿았다.

“컥.”

숨이 쪼그라드는 감각이 그를 지배했다.

녹슨 리전은 결코 약한 리전이 아니었다. 그저 배불뚝 리전과 자꾸 비교당해서 평판이 낮을 뿐이지, 실제로는 피숨결 검은 뿔쥐가 되면서 비등비등한 상태와 다름없었다.

그 속에서 세파리아스는 홀로 앞서나갔다.

그가 우직하게 나아가자 검은 인간들이 더욱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불나방처럼 죽어갔다. 영향무력을 쓸 필요도 없었다.

휘둘러 극독을 뿌려도 전신갑주가 막아주고, 흘러냈다.

한 호흡에 5명까지 일시에 쓰러지기도 했는데, 그때만 한 걸음 물러날 뿐이었다. 그의 발걸음을 한 걸음 물러나게 하려면 상위인간 5명의 목숨을 헌납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콰과과광!

통로가 무너지며 빛이 쏟아져 내렸다.

“이런 곳까지 적들이 난입해있다니.”

빛을 뿌리며 모습을 드러낸 자는 5성 천사(天使)에 해당하는 천사(闡士) 에스텔라(Estela)였다.

순백의 세 쌍의 날개와 아름다운 백금발의 외모. 가히 만능의 존재로 여겨지는 반신급의 존재였다. 그녀는 복제성검(複製聖劍) 갈가노의 검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그녀의 힘이 증폭되었고, 보호되었으며, 가속되었다.

빛에 준하는 속력으로 에스텔라가 세파리아스를 스쳐 지나갔다.

꽝!

인간의 신경반응속도를 뛰어넘는 속력으로 부딪쳤다.

촤아악!

피가 튀었다.

“컥?!”

에스텔라의 날개 한쪽이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며 피가 솟구쳐올랐다. 그녀가 몸을 급히 돌렸다. 괴이한 공포가 그녀의 전신을 뒤덮으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세파리아스는 그녀를 보고 있지도 않은 채 검을 털며 말했다.

“어린애 같은 검술을 쓰는구나. 상대할 가치도 없다. 꺼져라.”

“놈...!”

그녀가 모멸감에 전신을 떨었다. 하지만 세파리아스는 정말로 그녀에게 관심을 끊었다. 그저 빠를 뿐인 공격으로는 세파리아스를 뚫을 수 없었다.

여전히 세파리아스의 눈은 그녀가 침입해오면서 무너뜨린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대물은 저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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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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