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86화 (98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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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다른 차원의 인신(人神)이 이곳이 중립신의 차원이라는 걸 알다니.’

드낙은 흥미가 크게 일어나는 걸 느꼈다.

“어떻게 알았지?”

그 말에 엘레우테리오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지 가볍게 굴었다.

[그를 모른다면 인신이라 할 수 없지. 그 명성은 전차원을 뒤흔들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한 번 같은 곳에 속해서 그와 함께하기도 했거든.]

중립신의 챔피언을 정신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생각에 엘레우테리오가 정신 파동을 웅웅 보내며 떠들기 시작했다.

드낙은 이를 보며 검을 하단으로 내리기까지 했다.

그가 무예를 배웠다면 검을 내렸다는 게 전투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초월과 초월의 싸움에 그런 건 의미가 없었으나, 편견이란 건 무섭다.

억지로 세파리아스와의 대련 전투 경험을 권능으로 자신에게 때려 박은 드낙의 습관이나 다름없었다.

‘냉병기의 인간이군. 불쌍하다.’

<환희(歡喜)와 자유(自由)의 신(神)>이 웃었다.

냉병기의 인간이란 정말로 ‘먼지’라고 표현할 정도로 불쌍한 존재였다. 항생제도 없는 시대. 신성력과 마법이 아니면 태어나 1년을 버티기도 힘들다.

다종족 연합이 들어서기 전의 영유아 사망률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태어나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1년도 안 되어 죽어버리는 덧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필멸종족이다. 하찮고, 부질없고, 바스러지는 걸 잘하는 덧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엘레우테리오는 더욱 게으름을 피웠다.

‘알 수 없는 공격을 감행하지만 결국에는 필멸자지.’

이해할 수 없는 공격을 사용하긴 해도 그게 위협이라 여기지는 않았다. 엘레우테리오는 자유(自由)의 신.

다른 인신과는 완벽히 다른 계통의 정신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유롭다는 것은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파동으로 간섭하려는 드낙의 손길조차도 그의 몸 한 줌을 잡기 힘들었다. 구속되지 않는 자유의 권능을 지닌 신이었다.

동시에 중립신의 든든한 안배 및 확실하게 보장된 장치이기도 했다. 엘레우테리오는 몰랐지만.

[중립신이 얼마나 악한 신인지 안다면 계속 그를 위해서 헌신할까? 너는 중립신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은가? 말해보라, 필멸자여. 챔피언이 되었어도 육신을 지닌 채 죽을 날을 향해 질주하는 불나방아!]

‘새끼, 간지는 오지게 잡네. 편의점 앞에서 소주 따고 형님형님 거리는 인생패배자 새끼들이랑 뭐가 달라?’

중립신의 아래에서 종군했고, 중립신이 죽고 나서는 차원을 떠돌아다니며 침공하는 장군에 불과한 놈이 할 말은 아니었다.

“궁금하긴 한데.”

그 말에 엘레우테리오가 환희했다. 기꺼이 웃어 보였다.

‘결국 챔피언도 인간이라는 게지. 왜 그랬을까? 중립신이 생각보다 약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었다면 ‘깐’깐한 엘‘프’를 챔피언으로 삼았을 것이다. 다만 그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이 뉴트럴 차원의 엘프나 드워프는 중립신으로부터 잉태되어 나온 강력한 필멸자라는 점이었다.

엘프를 반신으로 만든다면, 엘프들의 국가는 그를 신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궁금한가? 궁금하겠지?]

‘이 개자식이?’

드낙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는 인신으로 태어나 수많은 인신을 규합시켰다. 신들의 땅으로 진격하여 패배했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지.]

“그게 어떤 거냐?”

[필멸자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한 것이다. 다른 인신들은 이를 거부했고 놈을 배신했다. 하찮은 놈들을 위해서 도망치는 우두머리가 어찌 수백이 넘는 인신으로부터 받들어지겠느냐? 하하하.]

거대한 진실을 마주했다.

방식은 좋지 않았지만, 중립신은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다. 수많은 이들의 피해가 있었지만, 미래를 위해서 과감하게 생매장하는 걸 택했다.

아름다운 세계의 완성을 위해서.

거기에 반기를 든 세파리아스와 드낙이 그를 다시 한 번 죽이기까지 중립신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초월자였다. 거기서 생기는 거친 파동에 필멸자가 죽어가는 건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필멸자는 죽는다.

그게 섭리니까.

‘중립신이 조금 더 양보할 줄 알았다면, 그 꼴이 나지는 않았을 텐데.’

천수를 약속했다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게 끝인가?”

[놀라지 않는 건가? 너도 초월자의 격에 들어서면서 느꼈을 텐데. 자신의 위대함을! 어차피 너도 초월의 권좌에 들어서는 순간 중립신으로부터 배신당할 수밖에 없다.]

드낙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척을 했다. 그 모습에 엘레우테리오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중립신은 부활했는가?]

그 물음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그걸 깨달은 드낙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초월자라는 자가 같은 초월자를 두려워하다니. 그러고도 신이라 말할 수 있는가?”

[놈. 중립신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구나.]

“안다고 해도 두려워하는 자의 편에 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죽어라.]

드낙이 다시 한 번 파괴술을 사용했다. 파동으로 이동해 엘레우테리오를 잡아채고, 세상을 속였다. 단번에 엘레우테리오의 정신체가 깎여나갔다. 하지만 그 효율성은 손톱의 때와 같았다.

‘믿을 수 없군.’

자유의 권능을 사용한 엘레우테리오는 드낙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었다.

[놀라운 한 수다. 하지만 나와의 상성이 좋지 않은 듯하군. 넌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장담하지.]

까르르!

곳곳의 허공이 신기루처럼 일렁거리며 아기천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만 웃고 있었고,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환희의 천사들은 엘레우테리오가 지닌 수많은 권능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2가지 권능 중 하나였다.

권능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기 천사들은 굉장히 재빨랐다. 곳곳을 날아다니며 드낙을 쫓았다. 드낙은 시험해볼 겸, 자신을 노출했다.

쾅!

굉음과 함께 아기천사가 폭사했다. 그 여파는 15m가 넘었다. 단단한 피부와 뼈는 수류탄 파편과 다를 바 없었고, 내부에 있는 초월의 힘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주위를 휩쓸었다.

[환희하라, 챔피언.]

무지막지한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한 엘레우테리오가 근엄하게 말했다.

“엄청난데. 하지만 그것뿐이냐?”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거지? 중간 과정도 없이 말이다.]

“그건 네가 알아야지. 묻는다고 대답할 것 같냐?”

드낙이 순식간에 엘레우테리오의 정신체를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수확은 크게 없었다.

자유의 권능 탓에 드낙의 손길에 잡히는 건 한 줌밖에 되지 않았다.

‘제기랄. 세팔이가 와야 할 것 같은데? 상성이 너무 안 좋아.’

드낙이 인상을 가득 찌푸렸다. 동시에 엘레우테리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드낙의 전투법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계통의 힘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했는데 상대 전투법을 알기 위해서는 ‘관측’이 필수적이었다.

그 관측을 할 수 없는 게 드낙의 파동 파괴술과 이동술이었다. 그 근본은 이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문과에서 나오는 뿌리에 있었다.

세상을 속인다는 개념을 알아야지 드낙의 전투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를 역추적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또한 우주 낙원의 중추 시스템마저 날아갔다.’

이 때문에 고도가 낮아지는 것도 멈추게 되었다. 자동 보조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대기하게 됐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잘 알았다.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이 뉴트럴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병력수는 대단히 한정적이기에 알아서 정리될 것이라 여겼다. 애초에 이곳으로 공간 이동해서 군사작전을 펼친 것만으로도 많은 역량을 소모했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일단 놀아주며, 5성급이 도착하길 기다려야겠다.’

그때가 되면 합공을 통해서 사지로 몰 수 있어 보였다. 이를 위해서는 그와 놀아주며 그의 힘을 파악해야 했다.

엘레우테리오의 정신체가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뜨려졌다.

이를 파악한 드낙이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체는 결국에 정신으로 이루어진 몸이었다. 뚝뚝 떼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이니 놀랄 만도 했다.

중립신조차도 여러 개로 나누어서 정신체를 관리하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어서였다.

근데 엘레우테리오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

[매서운 공격을 하지만 이렇게 내가 분산되어있으면 어찌할 거지? 그 공격법을 쓰는 것도 많은 힘을 사용하는데, 이제 나한테 쓰고 싶지 않지?]

엘레우테리오가 고소해 하며 빈정거렸다.

*

쿠콰과과광!

우주 요새의 표면에 통나무 미사일이 그대로 박혀 들어가며 거센 주술 폭풍을 일으켰다. 주술을 담는 것이 아니라 토템의 형태가 일그러지면 생기는 파괴 작용은 대단한 주술이 없어도 가능했다.

오로지 파괴를 위한 주술체계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했다. 주술 폭풍을 유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공중 요새 내부에서는 다른 공중 요새와의 호흡을 맞추는데 주력하는 한편, 드디어 우주 낙원에 상륙할 준비를 했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린 이유는 양동 작전을 위해서였다.

“우주낙원의 밑에서 지상군이 활약한다면, 공중 요새는 위에서 찍어 내려야지.”

자연스러운 전술이었지만, 우주 낙원의 방어 시설 역량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실패한 전술이나 다름없었지만, 우직하게 끌고 가야 했다.

‘되돌아가는 게 무서운 건 아니다.’

‘실패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너무 크다.’

우주 낙원은 나무나도 거대했다.

대국(大國)의 영토를 통째로 들어 올린 것만큼이나 비대했다. 대군을 상대할 때는 한 곳으로만 쳐들어가면 안 된다. 적어도 두 갈래 이상으로 찢어져야 하고, 보급로를 한 방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양면전선을 반드시 만들어야 했다.

‘거기에 여기는 놈들의 영토나 다름없다.’

그 영토를 최대한 많이 짓밟아야 했다.

초토화 작전을 실행해야 했다. 모든 기반을 파괴해야지, 자신들의 땅이 짓밟히지 않을 수 있었다.

“준비해라! 내부에서 소란을 크게 일으켜준 덕분에 이제 방어 시설은 대부분 무력화되었다! 상륙 예상까지 300초!”

정보 전달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뿔쥐들과 고블린, 오크들이 상륙 준비를 마쳤다. 특히 오크들은 당장에라도 나갈 것처럼 굴었고, 가장 앞에 섰다. 그중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건 당연히 오크 대전사였다.

“비켜라! 비켜!”

“크아아앙!”

블랙 스케일 와이번이 거칠게 포효했다. 자연스럽게 입구 중 한 곳의 선두에 선 오크 대전사가 흉악하게 웃었다.

다종족 연합이 되면서 오크들은 대단히 발전했으며, 특히 대전사들의 수준은 단번에 껑충 뛰었다. 백설산맥에서 타투를 더욱 안전하게 얻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지나치게 안전하게 잡으면 타투 자체가 내려오지 않았다.

녹색 도끼는 한없이 따뜻한 아버지였지만 동시에 엄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가 내려주는 타투는 선물이나, 대가 없는 선물은 아니었다. 그렇게 받아 처먹기만 하는 자식이 잘될 수가 없었다.

더욱 나약해질 뿐이었다.

쿠구구구!

공중 요새가 거세게 떨렸다. 무식하게 우주 낙원의 지상에 내려앉았다. 우주 낙원의 꼭대기에 자리 잡은 공원에 착륙했다.

무지막지한 먼지가 쏟아져나왔다.

어떤 공중 요새는 고층 건물에 그냥 때려 박으면서 무너뜨리며 착륙을 감행했다.

우주 낙원의 꼭대기에서 그대로 내려찍듯이 내려앉은 공중 요새의 숫자는 25개가 넘었다. 그중에 오크 대전사가 있는 곳은 14곳, 14명이었다.

“가자! 쥬라아스(Zuraas, 할퀴다)!”

“크아아!”

단번에 블랙 스케일 와이번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입구를 지나 뚝 떨어지며 날개를 활짝 펼쳤다.

펄럭!

활공하며 쭈욱 날아가더니 떨어지는 속도가 한없이 낮아지고, 속력이 제법 빨라졌을 때 단번에 날갯짓을 시작하며 솟구쳐 올라왔다.

“크오오오오-!”

14마리에 달하는 블랙 스케일 와이번들의 포효소리가 희박한 대기 속에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공중 요새에서 끝도 없이 증기를 뱉어냈다. 수백 개가 넘는 입구에서 사다리가 증기력으로 인하여 쭈욱 뻗어 나갔다. 그곳으로 질주하는 오크와 뿔쥐 그리고 고블린들이 그득했다.

터더덩! 텅! 텅!

무식하게 사출되는 대지 골램도 있었다. 고블린 주술사는 고블린 공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곳에 올라탔다.

속이 빈 텅텅 대포를 대지 골램이 일어서며 단번에 들어 올렸다. 가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인조 생명체들이 득달같이 대지 골램을 향해 집중적으로 화력을 쏟아부었다.

거대한 대포는 너무나도 쉽게 찌그러지고, 대지 골램 또한 포화와 마법 타격 속에서 곤죽이 났다. 탑승기 덕분에 별다른 피해 없이 살아남은 고블린 주술사가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쳤다.

“강철판 당겨!”

고블린 공병들은 겹쳐져 있는 강철판을 당겨서 높이를 높이고 그대로 세워서 장벽을 만들었다. 그곳에 보급품이 옮겨졌다. 공중 요새에서 보급되는 걸 바로 현장에서 보급하는 데 필요한 조치였다.

하늘 위로 블랙 스케일 와이번이 지나가며 무너진 건물의 폐허를 넘어오는 불타는 도마뱀을 탄 불의 정령을 향해 용의 숨결을 내뱉었다.

콰아아아아-!

불의 기병이 산액에 노출되며 단번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정령이었기에 끔찍한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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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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