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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985화 (98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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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다종족 연합의 전략은 단순했다. 서로 협력할 건 협력하고, 개인 플레이 하고 싶으면 개인 플레이를 한다. 그것뿐이었다. 그렇기에 위협적이다.

어지간한 잡졸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실력 있는 놈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되려 판단이 자유로워서 더더욱 위협적이기도 했다.

방어진을 형성해서 버티고, 뿔쥐를 통해서 양익을 싸먹거나 후방을 타격한다.

그렇기에 쉽게 막을 수가 없었다.

고블린 관리가 외쳤다.

“옮겨라! 옮겨!”

그그그그긍!

자주색 주포가 열심히 움직였다. 중형 공간이동 마법진에서는 무생물체를 손쉽게 소환 가능했고, 효율성도 좋아서 거대한 자색주포도 손쉽게 전쟁터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았다.

공간이동하여 전쟁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색 주포만큼 좋은 화력을 내뿜는 마법 건축물은 적었기에 지하 연합에서도 이를 소환해서 이곳에 가져왔는데, 검은색이었다.

“잠깐, 그건 자주색이 아닌데?”

고블린 관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도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여기까지 온 놈이었다.

텅텅, 텅텅!

주먹으로 자주포를 치자 내부가 텅텅 비어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텅텅 대포가 왜 여기에 있어!”

고블린이 까무러쳤다.

전쟁은 항상 상대적인 것이었기에 기만술이 매우 중요했다. 텅텅 대포는 고블린들이 준비한 기만술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다종족 연합의 보급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포진지에 들어선 자색주포의 포신이 적을 노렸다.

“발사 준비!”

자색 주포는 계속해서 늘어나 포대를 계속해서 형성했다. 인조 생명체들은 쉽게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우주 낙원이 내려앉으면 행성 자원을 취득할 수 있다.’

그때가 된다면 끝없이 인조 생명체를 뽑아낼 수 있었다. 당장 이길 것 같은 그림이 안 나오자 인조 생명체의 적은 군세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이를 쫓지는 않았다.

다종족 연합 또한 재정비가 필요했다.

특히 적들의 수급을 챙겨서 정리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게 곧 성적표나 다름없어서였다. 이 때문에 공세를 취할 세력은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세력이 공세를 취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거기에 뒤늦게 방어전에 합류한 세력도 있었다.

“다 끝나있잖아? 나중에 혼날지도 모르겠는데, 포낙서스.”

“그럴 리가요. 적들이 아직도 많이 보이지 않습니까.”

“수급을 나눠 먹는다고 생각해봐. 이럴 게 아니라 우회해서 잡아먹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흰여우 새린이 검은 거인과 다를 바 없는 포낙서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상 이상으로 멀리 갔었던 변종 삼위 악마들의 군세가 이제 겨우 퇴각지점에 도달했다.

“벽이 무너져 있고, 시체 언덕이 있는 걸 보십시오. 이미 한 번 포위 섬멸을 한 것 같습니다.”

시체는 머리가 하나도 없었다. 모조리 베어서 가져간 상태였다.

“보급부터 도움을 줘서 공적을 세워볼까나?”

흰여우 새린이 새하얗게 웃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물약을 즉각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악마 연금술사(demon alchemist)들이 있었기에 능히 가능했다. 회복 물약부터 시작해서 공격 물약과 방어 물약까지 단번에 쏟아져나왔다.

굳이 공간이동을 통한 보급이 필요 없었기에 단번에 물약에 여유가 생겼다.

또 기병종족인 헤드 하이에나들도 든든하게 한 몫 할 터였다. 이들은 벌써 다른 통로를 경유할 전술을 생각하고 있었다.

빅데몬 프로젝트로 탄생한 빅데몬 빅비스트 또한 포낙서스의 명령으로 우직하게 돌진할 것이다. 짐승 형태라서 대단치 못하지만 그래도 덩치만큼은 대형급이었다.

권속 악마 군세가 도달하자 우주 낙원의 군대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만신전-!

위대한 영광-!

우리에게 은총을-!

적들에게 파멸을-!

만신전-! 만신전-! 위대한 영광-!

성가를 입에서 쏟아내며 인조생명체들의 군세가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동시에 다종족 연합 또한 파멸의 전투를 앞두고 가진 모든 것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한쪽은 세뇌된 놈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논공행상을 통해 서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해서 전투할 것이 틀림없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변종 삼위 악마들은 흉악한 간계를 사용했다.

“나랑 내 권속만 여기에 남아서 물약을 지원하며 곁다리를 칠게. 발바룽과 포낙서스는 놈들의 허리를 끊는 게 어때?”

“좋은 생각입니다.”

포낙서스와는 다르게 연구자로서의 재능이 없고, 발바룽처럼 큰 군세를 일으키지도 못했다. 취향이 맞지 않아서였다.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게 새린이었다. 그래서 새린은 그나마 전술과 전략을 공부했다.

“어차피 뿔쥐들도 많이 보이지 않잖아. 그놈들도 딴 곳에서 놀고 있을걸?”

뿔쥐들의 군세가 쏙 숨은 것도 한 몫 했다.

이에 슬금슬금 권속 악마 군대가 물러갔다. 이들은 냉큼 우회했다. 우주 낙원의 우회 길은 끝도 없이 많았다.

두두두두두두!

헤드스 하이에나와 빅데몬 빅비스트가 질주했다.

쿵, 쾅, 쿵쾅!

그곳의 선두는 검은 거인, 포낙서스가 맡았다. 엘레우테리오의 명령을 받들어 소요 사태를 진압하러 달리는 인조 생명체의 군대와 마주쳤다.

“적이다!”

포낙서스가 외쳤다. 환호성이 쏟아져나왔다.

반대편도 환호성을 질렀다. 인조생명체나 권속 악마들이나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들뿐이었다.

하나는 만신전의 뜻에 따라 가상현실게임의 데이터를 통해서 탄생한 자아에 불과했고, 다른 하나는 거대한 자유를 가진 것 같으면서도 피에 종속되어 본능적으로 드낙에게 충성하는 권속 악마였다.

덜컹! 덜컹! 드륵드륵!

놈들은 하나같이 전차를 타고 있었다. 켄타우로스처럼 하체는 전차 상체는 상위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이킹 배라고 알려진 롱 쉽의 총각 부분처럼 전차의 앞부분은 송곳처럼 툭 튀어나와있었고, 엘레우테리오의 조각상이 존재했다. 강철로 되어있었기에 둔기처럼 상대를 곤죽을 낼 것처럼 보였다.

그중에서도 덩치가 큰 놈이 확 들어왔다.

마치 건축물 같은 오버로드였다. 백금으로 이루어진 작은 요새와도 같은 전차였고, 그 위에 우뚝 선 상체는 거인처럼 거대했다.

한 손에는 백색의 지팡이.

다른 손에는 주황색의 지팡이.

두 세력은 그대로 길고 넓고 높은 통로에서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쳤다.

‘어리석은 놈!’

<4성 대마법사 전차(Archmage Chariot)>는 미소를 지으며 백색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마차에서 백색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지팡이에서 백색빛이 포낙서스를 노렸다.

‘놈이 대장이다!’

대마법 집중파동(集中波動)이 뻗어 나갔다. 포낙서스가 냉큼 자리를 옮겼지만 그대로 쫓아왔다. 결코 피할 수 없는 파괴의 주문이었다.

백색으로 주변이 잔뜩 물들며 포낙서스의 몸과 집중파동이 부딪쳤다.

콰아아악!

흉악한 소리를 내며 가죽이 찢기고, 살점이 드러나고, 피가 흘러내렸다. 뼈가 드러났지만 거기서부터 다시 피가 돌고, 근육이 생성되고, 살점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창조와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격전지 속에서 포낙서스는 우직하게 달려나갔다.

“크오오오오오!”

짐승 같은 소리를 냈다. 고통 속에서 그가 달려나갈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고통을 끊어낼 수 있어서였다.

거리가 좁혀지자 3성 마법 전차들도 손을 들어 올리며 지팡이로 마법을 사용했다.

수많은 범위 마법이 그들을 때렸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방어 물약을 깨뜨렸다. 방어막이 펼쳐지거나 투사체가 하늘로 솟아올라 가며 부딪쳐 상쇄되었다.

단 한 순간에 불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물약 수만 개가 소비되었다.

쾅!

포낙서스가 우직하게 전차들을 발로 걷어차며 돌진했고, 순식간에 대마법사 전차에 도달했다. 반투명한 방어막이 막아섰고, 그 방어막 앞에서 흙이 쏟아지며 거대한 팔이 포낙서스를 내려쳤다. 그가 도약하며 정면으로 부딪쳤다. 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단번에 무너졌고, 발을 휘둘러 방어막을 부쉈다.

주먹이 내려꽂혔다.

“커억!”

거인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3성 전차과 헤드스 하이에나가 부딪쳤다. 허망하게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밟혔다. 마법전차들의 앞 대가리의 조각상은 흉흉했다.

그들은 지나가고, 부딪쳐서 모든 것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또 지팡이에서 마법이 쏟아졌는데 계속해서 권속 악마의 군세에 피해를 누적시켰다.

“크아아!”

빅데몬 빅비스트에 부딪친 마법 전차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쿵! 쿵! 쿵!

무식하게 질주하는 빅데몬 빅비스트는 중간지점에 있었고, 마법 전차들의 속력이 줄어들었을 때를 정확하게 노릴 수 있었다.

초반의 기세가 무색하게 단번에 밀리기 시작했다.

포낙서스의 손에 대마법사 전차의 심장이 뽑혀 들려졌다.

다른 악마들과는 다르게 드낙은 자신의 힘과 업을 소모하여 권속 악마들에게 많은 힘을 내어줬고, 그 덕분에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게 포낙서스였다.

지려야 질 수가 없었다.

권속 악마의 떼(Swarm)가 인조 생명체로 이루어진 떼(Swarm)를 잡아먹어 치웠다.

*

천장에서 머리가 쏙 튀어나왔다.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주변을 파악했다. 이내 그림자가 뚝 하고 떨어졌다.

이곳저곳 들쑤시면서 정보를 모으던 드낙이 결국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우주 낙원의 최심장부에 도착한 그는 웅장한 건축물을 바라보았다.

온갖 장식물들이 가득했고, 백금으로 된 수많은 인신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조각되어있었다. 그 모습은 굉장히 멋졌다. 드낙은 이를 대충 한 번 보고 말았다.

막눈에게 예술은 한 번 보면 끝이다.

대신 그는 웅장한 건축물에 시선을 집중했다.

‘캬! 이거지.’

유리관은 굵었음에도 투명했고, 무려 100여 m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내부에는 투명한 액체가 잔뜩 차있었고, 그곳에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중심에는 길이가 10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단백질이 둥둥 떠 있었다.

‘이게 그 단백질 컴퓨터였던가.’

드낙은 앞에 있는 단말기를 켰다. 생체 암호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기괴하게 변형되며 단발기의 암호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경고! 경고! 경고!]

왜앵! 왜앵! 왜애앵!

붉은빛이 점등되었다. 그러나 드낙은 태평했다. 그 누구도 자신을 특정할 수 없어서였다.

‘깔끔하게 부수는 게 낫겠다.’

[멈춰라!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있다!]

우주 낙원의 AI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 목소리에는 공포심이 깃들어있었다. 공포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사용할 정도로 고등적인 존재였다. 몸이 우주 낙원인 셈이다.

“하지마?”

드낙이 경박하게 굴었다. 그러면서도 이미 손은 유리관을 만지고 있었다. 그 감촉을 느꼈는지 화염이 공간을 휘어잡았다. 방어 시스템을 가동한 것이다. 모든 것을 소각할 정도로 높은 온도였다.

그림자로 변해서 바닥에 쑥 꺼져서 피해자 우주 낙원의 정신 파동이 들려왔다.

[반신! 이 나쁜 자식! 그러지 마!]

“꼬우면, 막아보던가.”

드낙이 단번에 100M나 되는 구조물을 꿰뚫고, 그림자로 질주하며 나선 형태로 검을 긋고 지나갔다.

콸콸콸!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며 내부에 있는 걸쭉한 젤 같은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드낙은 거대한 단백질을 손으로 집었다. 있는 힘껏 던졌다. 거대한 단백질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철퍽!

꽝!

물리력으로 한 번 타격을 준 뒤에 마법을 사용해서 태워버렸다.

우주 낙원의 중추 시스템이 멈추었다. 동시에 정신체(精神體)가 드낙을 훑고 지나갔다. 드낙의 목 부분의 피부가 얕게 흐트러졌다.

[이런. 정말 대단한 챔피언이군.]

<환희(歡喜)와 자유(自由)의 신(神) 엘레우테리오(Eleuterio)>가 속으로 경악하면서도 겉으로는 태평하게 굴었다. 반면 드낙은 심장이 쪼그라드는 걸 느꼈다.

파동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목이 ‘흩어졌을 것’이다.

그 괴이한 힘에 드낙이 침을 꼴딱 삼키며 입을 털었다.

“뭐하는 신이냐? 할 일이 그렇게도 없어서 이런 곳까지 침공하고 다니는 거냐?”

[하하하하!]

삼류 깡패 같은 말에 엘레우테리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상황에 맞지 않는 태도였기 때문에 더더욱 재밌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길지 않았다.

[아닛?!]

결코, 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엘레우테리오의 정신체를 드낙이 단번에 훑고 지나갔다. 파동 세계에 끌려간 엘레우테리오의 정신체 일부가 그대로 뜯겨 나가서 미시세계의 입자가 되어서 흩날렸다. 작은 입자가 모여서 마치 먼지처럼 허공에 쏟아지면서도 드낙은 낭패한 기분에 휩싸였다.

‘적다. 어떻게 된 거지? 농밀하지 않아.’

극히 일부분의 타격을 준 것 같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구나! 중립신의 챔피언!]

‘중립신?’

드낙의 눈을 깜빡였다. 이런 곳에서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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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5939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네이버는 안 가는 걸로 말해보겠습니다. 그 외의 것은 조금 더 고민하겠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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