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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우! 아아아아아아!!!!!
도마뱀 인간처럼 생긴 큰 덩치가 할버드를 단번에 들어 올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다 죽이자! 다 죽여버리자!”
<4성 오버로드 불멸 리자드맨>
다! 전부! 다아아아!!!
그의 고함에 3성 재생 리자드맨들 또한 함성을 내질렀다. 악어와 비슷한 이빨이 아가리에서 드러났다. 톱날과도 같은 이빨은 상대를 물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재생 리자드맨이나 불멸 리자드맨이나 재생력이 트롤처럼 재빨랐다. 그러면서도 몸집은 소형이라서 그 강함은 독보적이었다.
전투가 시작되려는 전조현상은 이처럼 곳곳에서 드러났다.
상대는 수십만이 모이고 안달이 나서 모든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그대로 공격을 감행했다. 수십만도 대단한 숫자였지만, 우주 낙원의 전체 병력 숫자에 비교한다면 선봉대나 다름없었다.
이를 보고 깃발이 척 올라갔다. 자색 주포에 있던 뿔쥐 관측병이 냉큼 소리를 질렀다.
“발싸!”
찍!
쥐소리를 내며 뿔쥐들이 거침없이 자색 주포를 운용했다.
자주빛의 포격이 허공으로 쏟아졌다. 그 뒤를 이어서 마법 공격이 이어지고, 그다음에 통나무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종국에는 자유사격이 되었다.
첫 공격을 일제사격으로 쏘아내어 적들의 예봉을 꺾는 건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화력 낭비였다. 수십만이 달려드는데 앞줄에 수천 발을 집중시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애초에 화력집중도 아니었다. 첫 일제사격은 화망처럼 각도를 다르게 하여 뿌려졌기에 허공을 지나면서 마구 난잡해져서 일제사격의 효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집중사격은 전열보병들이나 즐겨하는 전술이었다. 혹은 함포사격처럼 배와 배의 싸움에 유리하다. 이번 경우는 둘 다 아니었다.
“상, 쇄하라으으으!!!!”
분노로 말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흥분한 불멸 리자드맨의 외침에 재생 리자드맨이 물을 쏟아냈다. 화염 공격에 약한 리자드맨들이 물의 마법을 주특기로 가지고 있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다른 오버로드들도 적절한 명령을 내렸다. 요격을 선택하거나 전체적으로 방어 마법을 전개시키는 등 서로 선택은 제각각이었다.
하나로 결집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들의 대처는 하자가 존재했다.
세뇌 때문이다.
인조생명체를 만드는 <발키리 시스템>의 하자이기도 했다. 세뇌에는 부담이 따르고, 이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세뇌 때문이었다.
오버로드들은 지배자급으로 설정되어있었지만, 판단에서 종종 엉뚱한 선택을 내리기도 했는데, 지금처럼 힘을 합쳐서 방어 마법을 펼치거나, 모두 요격을 선택해야 했다.
두 가지 모두 취하는 건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특히 전쟁터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병력을 둘로 나누는 것과 같았다. 추천할 수는 없는 행위였다. 반면 다종족 연합은 철저했다. 도렌 공왕이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이 컸다.
대국적인 전쟁터의 첫 단추를 아주 잘 맞췄고, 그 덕에 다른 이들이 수월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뿔쥐들에게 자색 주포를 양보하는 대신에 양익의 돌격을 부탁한 것도 훌륭했다.
쾅!
공격 마법이 자주빛 구체에 부딪혔지만 자주빛 구체는 멀쩡했다. 그대로 떨어져서 방어막을 부수고, 인조 생명체를 덮쳤다. 곳곳에서 사상자가 생겼다. 그만큼 자색 주포의 공격력은 뛰어났다.
하나같이 묵직하고 거대했다. 출력이 높은 만큼 마법 관통력도 높았다.
단순히 기를 쓰고 펼쳐서는 막을 수 없었다. 겹겹이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음에도 인조 생명체들은 방어막을 여러 개로 겹치지 않았다.
“나-아가라! 계속해서 마법 공격을 감행하라!”
숫자가 많았기에 자색 주포로 인한 사상자에 관심이 없었다. 3성급 존재는 그저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다.
일시에 몇천이 죽었고, 또 몇천이 다쳤음에도 상관하지 않았다.
소리 없이 발사하는 자색 주포의 크고 거대한 구체에 당하면서도 우주 낙원의 군세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빨리빨리 움직여!”
“거치대부터!”
적정거리에 도착한 선두 중 몇몇 인조생명체는 곧바로 기관총을 거치하려고 했다. 무식하게 큰 놈이고, 특히 구경이 장난 아니게 비대했다. 45mm 유탄을 발사하는 기관총이었다.
무식하지만, 그만큼 잘 사용되지 않았다. 과잉화력이었고 노획되었을 때 적세력이 이를 양산하면 큰일이었다.
‘보여주지 않는 것.’ 만큼 정보를 통제하는데 좋은 게 없었다.
퉁! 퉁! 퉁!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유탄이 끝없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곳에 정확하게 화살이 틀어박혔다. 유탄을 쏘는 기관총 내부에 화살이 틀어박히며 단번에 발사하려는 유탄과 마주쳐서 폭발이 일어났다.
펑!
폭발은 주변을 휩쓸었다.
세리안 불파겐은 푸른 마력을 토해내며 장력을 자동적으로 극대화시키는 장궁을 내렸다. 마법시야를 통하지 않아도 폭발이 일어난 걸 볼 수 있을 정도로 폭발은 컸다.
‘신기한 걸 사용하네.’
무기에 잡아먹힌 세력 같아 보일 정도로 무기의 강력함이 대단했다. 그것도 화약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양산도 쉬웠다.
‘끔찍해.’
반신에 이르러도 집중사격을 받으면 고난을 면치 못할 터였다. 생각 이상으로 총기의 충격량은 크기 때문이다.
세리안 불파겐에게 있어서 화기는 그저 혐오스러운 것에 불과했다.
수십 년을 쌓아올리온 무(武)를 너무 쉽게 고꾸라뜨릴 수 있어서였다.
초월의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손쉬운 요령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불쾌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력장궁은 그런 놈들을 저격하기에 좋았다. 저쪽도 원거리가 좋으니, 이쪽도 그에 대해 대처를 하는 것이다. 상황 판단에서는 저쪽보다 이쪽이 더 우위에 있었다.
고된 훈련과 수많은 전술 행동을 교육받기 때문이다.
그저 때려 박힌 지식을 지닌 인조 생명체와는 격이 달랐다. 그들 중 대부분이 태어난 지 5년도 안 된 놈들이었다.
하나하나를 보면 인간보다 우월한 것들뿐이었지만, 전쟁터에서는 작은 판단으로 끔찍한 피해를 낳기 때문에 되려 실전 경험이 적은 저들은 생각보다 큰 힘을 보여주고 있지 못했다.
물론 이는 중장거리 사격전에서의 평가에 불과했다.
직접적으로 부딪치게 된다면 다종족 연합이 더 불리했다. 아이러니하다.
콰과과광!
앞부분에 방어막을 쳐서 보호되는 통나무 미사일이 땅이 곤두박질치며 부서지고, 화염이 용암처럼 쏟아져나오며 모든 것을 휩쓸었다.
“크아아아아!”
마력불꽃이 들러붙은 채 인조 생명체가 몇 걸음 나아가다가 그대로 앞으로 머리부터 처박고 죽어버렸다. 화상의 고통에 뇌가 쇼크사한 것이다.
콰득!
얼음과 얼음이 부딪치며 뚝 떨어져 내렸다. 앞으로 내달리던 리자드맨의 머리에 정확하게 부딪혔다.
깡!
리자드맨의 눈이 까뒤집어지며 그대로 두개골이 함몰되었다. 쓰러진 리자드맨을 짓밟고, 다른 인조생명체가 지나갔다.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전방을 보며 적의를 불태웠다.
하늘을 바라보며 마법을 사용하기 바빴다.
날카롭고 보이지 않는 바람에 목이 긁힌 인조생명체가 손으로 흙을 크게 긁어냈다. 덜덜 떨리는 손에서 신성력이 뿜어나왔지만 유도되는 마법 주문이 떨어져 내라며 머리에 충격을 줬다.
뇌가 흔들리며 신성 사제의 고개가 푹 떨궈졌다.
두다다다다다! 드드드드드득!
기관총을 발포하는 팔이 여럿 달린 중장보병이 혼자서 기관총을 관리했다. 두 손으로 기관총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들어가는 탄약이 잘 들어가도록 들어 올렸고, 나머지 손들은 탄약 상자를 까고, 밀고 있었다.
푸걱!
머리에 정확하게 화살이 틀어박혔고, 그대로 대(大)자로 쓰러졌다. 곳곳에서 장력을 크게 높이는 마력장궁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인조생명체가 기관총을 움켜쥐었지만 족족 죽어 나갔다.
시체를 치우고, 다른 인조생명체가 또 그 자리를 잡았다.
“와아아아아!”
선두를 달렸던 리자드맨들이 기어코 적에게 근접했다. 언덕을 올라갔다. 첫 언덕에는 자치왕국의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의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거대한 전쟁에 휩쓸렸기에 사람이 얼마나 쉽게 죽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도망치지는 않았다. 애초에 도망칠 곳도 없었다.
‘공간이동을 했으니까!’
꽈악!
할버드를 움켜쥐었다. 푸른색의 레서 블루 드래곤 전신갑주를 병사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 신제국의 배려 덕분에 많은 양산형 엘프 전신갑주를 운용할 수 있었다.
베테랑 병사는 거의 없었고, 기사만 돌아다니면서 독려하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뇌에 전술을 각인시키기 바빴다.
아차 하는 순간 까먹고, 얼어버리는 게 병사들이다.
“정신차려! 정신차려! 정신차려!”
“정신차려! 정신차려! 정신차려!”
미친놈처럼 계속 이를 반복하며 기사가 돌아다녔다. 투구를 때리는 건 기본이다. 충격을 줘서 정신이 번쩍 든 병사가 크게 들썩였다. 딴생각하던 놈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을 그렇게 돈 다음에 기사가 말했다.
“처음 놈들이 달려들면 대인 마법을 사용하라!”
끝없이 전술과정을 설명했다. 병사들은 이를 귀로 들으면서도 전방을 주시했다. 나이가 젊은 병사는 훌쩍이기도 했다.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멋져서 군적에 들어왔는데, 상상과는 달랐다. 평화를 위해 죽어야 하는 건 너무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퇴역할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다.
‘남을 위해서 죽다니...그게 뭐가 군인정신이야. 제기랄, 제기랄!’
훌쩍이는 병사의 투구를 기사가 후려쳤다.
“윽!”
“정신차려! 정신차려!”
단순한 말을 반복하여 후려치는 걸로 병사들이 현실에 돌아오도록 하는 기사는 짜증 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패고 싶었다.
‘빌어먹을 진짜.’
불가능한 일이었기 병사는 욕지거리를 재차 속으로 날렸다. 그만큼 정신상태가 좋지 않았다. 마음이 병든 것처럼 화끈거렸다. 뭐라도 부수고 싶었고, 그냥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런 와중에 리자드맨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상위인간을 베이스로 변이된 것이 인조생명체였고, 발키리 시스템의 양산 기술이었다.
“온다!”
“온다! 온다! 온다!”
기사의 말에 병사들이 똑같이 대답하며 혀를 굴렸다. 이내 리자드맨들이 방패를 들고, 다른 손에는 개머리판을 접거나 떼어낸 기관단총을 들고 있었다.
푸른 전신갑주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철 파괴의 충격쐐기>
쾅!
굉음과 함께 리자드맨이 날아갔다. 바람 마법을 극도로 응축한 충격마법은 순식간에 재생 리자드맨을 날려버렸다. 허공으로 밀려나갔지만 그 뒤는 언덕 아래였다. 그대로 다른 리자드맨과 부딪치며 쓰러졌다.
워낙 많은 리자드맨이 있어서 굴러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간담이 서늘했다.
병사들은 계속해서 대인마법을 사용하여 얼굴을 들이 내미는 재생 리자드맨을 날려버렸다. 한계가 오려고 하면 마력이 깃든 물약을 마시며 뒤로 빠졌다. 마신다고 바로 충전이 되는 게 아니었다.
저지선은 금방 위태로워졌다.
“방어 마법 실시!”
때에 맞춰서 기사가 고함을 내질렀다. 깃발을 든 병사들 또 이를 크게 전했고, 병사들이 방어 마법을 펼쳤다.
<삼백겹의 실크>
300겹에 달하는 실크가 펼쳐졌다. 그곳에 기관단총이 쏟아졌다. 총을 쏘면서도 재생 리자드맨들은 뒤에서 자꾸 밀어서 강제로 앞으로 나아갔다.
드르륵!
기관단총의 연사력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빨랐다. 순식간에 40발 확장탄창을 써버렸다. 버리고 단번에 장전했다. 내리 3번을 장전 및 사격을 진행했지만 실크를 뚫지는 못했다.
“크아아아!”
재생 리자드맨의 전신갑주에서 푸른빛이 쏟아지며 몸에 흡수되었다. 근육이 비대해지고, 몸의 급소라고 할 부분에 푸른 띠가 형성되었다.
기관단총을 혁대에 걸고, 시미터를 뽑은 재생 리자드맨이 그대로 격돌했다. 위로는 계속해서 투사체가 쏟아졌다.
<드래고닉 브레이브(Dragonic brave)>
자치왕국의 병사들 또한 강화 마법을 사용했다. 모든 능력치가 단번에 상승하며 그대로 격돌했다. 심지어 체중까지 증가시켜주는 것이 레서 블루 드래곤 전신갑주의 강화 마법이었다.
쿠웅!
묵직하게 부딪쳤다. 후열에 있는 병사들이 할버드를 그대로 내려쳤다.
캉!
시미터가 이를 막았다. 서로 간의 근접 피해는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해도 회복 마법이나 물약으로 금방 서로 회복시켰다. 재생 리자드맨은 그마저도 필요 없었는데, 알아서 자잘한 상처는 금방 회복했다.
“버텨라! 밀리면 안 된다!”
언덕을 두고 두 세력이 크게 부딪쳤다. 병목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났으며, 그곳으로 자색 주포나 범위 마법이 떨어져 내렸다.
“끄아아악!”
이글거리는 화염폭풍이 불어닥치며 리자드맨을 휩쓸며 언덕 아래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물의 마법으로 서둘러 상쇄시켰지만 수백이 화상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반대로 자치왕국의 병사들의 머리 위로 우박이 쏟아져내렸다.
“컥!”
투구에 맞아도 그 충격이 대단히 컸다. 곳곳에서 사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렌이 지정한 전쟁터에 우주 낙원의 군대가 공격을 감행했기에 첫 전투의 승세는 다종족 연합이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직 죽음과 살인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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