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79화 (97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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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두두두두!

익숙한 소리에 병사들이 기겁했다.

“기병이다!”

신제국의 병사들이 서둘러 진형을 만들고, 대검을 내찔렀다. 선두에 선 병사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죽음이 농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두려움이 마음속에 생겼다.

척!

선두는 오른쪽 허벅지를 앞으로 내밀면서 살짝 굽히고, 그곳에 한 손을 걸쳤다. 대검은 길고 무거워서 오래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K2 한 자루도 앞으로나란히로 5분 버티기 힘든데 수 미터의 대검은 더더욱 그렇다.

따로 장애물이 없다는 것도 문제긴 문제다. 무식하게 뚫고 들어가는 것이라 수많은 통로가 측면 공격에 용이하도록 되어있어서 준비가 미흡했다.

두두두두두!

강철을 두른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고, 쐐기와도 같이 양손이 랜스로 개조된 기사가 달려나갔다. 그 앞으로 푸른빛이 쏟아지며 둔중한 바위가 투석됐다.

묵직한 바위는 투석기나 다름없었다. 또 처리하는 것도 곤욕이다. 확실한 물리적 타격과 진형 붕괴를 동시에 노리는 대지 기사의 한 수.

“갈라라!”

윈드 브링어(Wind Bringer) 상하의 갑옷에서 축적된 바람의 힘이 폭풍 해방 대검을 통하여 자유롭게 그 형태를 시의적절하게 사용되어 바위를 조각냈다.

콰자자작!

대지 기사의 맹렬한 돌격이 시작됐다.

“흑백사 소환!”

흑백사조차도 랜스에 꿰뚫렸다.

“촤악!”

비틀거리면서도 흑백사의 독액이 대지 기사의 갑옷 안으로 스며들어 갔지만 땅으로 이루어진 3성 정예병, 대지 기사는 독에 대한 저항이 상당했다. 대신 2성에 불과한 전투마에 독이 스며들면 낙마를 하기도 했다.

꽝!

우직하게 그대로 꼬라박았다.

“큭!”

랜스와 대검이 부딪치고, 말의 머리에 대검이 부딪쳤다.

몸 곳곳에 대검이 박혔지만, 진형은 그대로 박살이 났다. 보통 겁이 많은 말은 탱크처럼 밀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대지 기사와 전투마는 달랐다.

살아나간다는 생각 없이 그대로 자살돌격을 감행했다. 적진에 자신을 들이밀면 달걀처럼 으깨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직하게 들어갔다. 마치 AI처럼, 삶과 죽음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랜스를 박아넣고, 되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지 기사는 무식하게 들어가서 진형을 어지럽혔다. 피를 흘리면서도 일어섰다. 양팔에 있는 랜스가 뚝 떨어지며 팔과 이어져 있는 롱소드의 검신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캉!

투구에 대검이 찍히고, 등판에도 대검이 그를 찔렀다. 휘청거리다가 다시 한 번 고꾸라지고 나서는 다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놈에게 휩쓸린 신제국의 병사가 겨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말발굽 소리는 끊이질 않고 들려왔다.

“으아아아!”

달리는 자동차에 몸을 내던지는 끔찍한 감각 속에 모든 걸 버리고 병사들이 맞서 싸웠다. 폭풍 대검이 폭풍을 일으키고, 흑백사가 소환되었지만, 목숨을 버린 대지 기사의 돌격은 평범하지 않았다.

너 죽고, 나 죽고의 싸움이었다.

그 사이에 사선이 하나 그어졌다. 공간이 비틀리고, 순식간에 핏물이 되며 수십 명의 인조생명체가 양단되어 죽었다.

황제 기사단의 개입과 함께 병사들이 다시 재정비를 마칠 수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사기가 올라갔다. 그 덕에 자리를 지키지 않고 나아갔다가 랜스에 맞고 기절하는 병사도 있었다. 그가 살아남은 것은 모든 병사들에게 전신갑주가 지급됐기 때문이다.

만약 무장기사였다면 이어지는 대검에 목이 베였겠지만, 대지 기사는 아쉽게도 팔이 4개가 아니었다.

가슴을 타격 당해서 심장에 충격이와 그대로 마비가 된 병사도 있었다.

대지 기사가 타고 있던 2성급에 불과한 전투마에 짓눌려서 더욱 숨이 조여왔다. 그 상황 속에서 뱀파이어의 힘이 깃든 전신갑주는 자신의 본분을 이행했다.

“흐으!”

강제로 생명력이 올라가며 숨이 트였다.

짜릿한 쾌감이 신경을 타고 전신을 돌며 활력을 제공했고, 그 힘을 이용해서 병사가 버틸 수 있었다. 대지 기사가 다른 동료들에게 쓰러지고,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킨 병사의 머리에 바위가 떨어져 내렸다.

쾅!

그대로 즉사했다. 대지 기사는 큰 바위를 투척하며 끝도 없이 통로에서 밀려 나오고 있었다. 바람과 바위의 대결이다. 까딱 잘못하면 호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콰과광!

종종 수류탄을 까서 대지 기사가 자폭하기도 했다. 벽에서 가득뼈 뉴트리아가 쏟아져 내리며 큰 폭음이 들려오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신제국 병사들이 열세였지만 실제로 보이는 구도는 신제국의 승리로 굳어지고 있었다.

불세출의 인간. 대영웅. 인간의 변수가 만들어낸 최고의 제품.

세파리아스 불파겐 때문이었다.

“와라-!”

오로지 시체밖에 없는 곳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백은 실력이 강하고, 엘리트 주의에 찌든 이들의 시선을 절로 모을 수밖에 없었다.

태산이 깃들어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 기백이 절절하게 여겨졌고, 듣기만 해도 팔뚝에 소름이 돋는 외침이었다.

용맹함을 뛰어넘어 세상마저도 고꾸라뜨릴 사내의 고함 소리는 모든 생명체, 무기를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존재감 또한 뛰어났다. 목소리는 멀리까지 퍼져나갔으며, 그것만으로도 인간들의 기세가 바짝 올라갔다.

목이 베인 병사조차도 인조 생명체의 몸을 강하게 움켜잡을 정도이니, 신제국의 황제가 얼마나 신제국인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처음 보는 이들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영향무력에 양단된 중형급 오버로드 트롤이 상체가 떨어지고, 하체가 서서히 무릎이 꿇려졌다. 그 아래에 세파리아스 홀로 고고하게 서 있었다.

“만신전을 위하여!”

투명화를 풀면서 수많은 바람이 칼날처럼 그를 노리며 넘실거리는 선분홍색 실크옷을 입은 미녀가 검을 내려쳤다. 불시에 나타나 뒤를 노렸음에도 세파리아스는 간단히 대처했다.

캉!

롱소드와 검이 부딪치고, 롱소드가 쑥 내려갔다.

세파리아스의 체중이 좌로 갔다가 우로 벼락처럼 움직이며 발의 위치가 뒤바뀌더니 측면으로 확 밀어버리며 상대의 멱을 따버렸다.

서걱!

깔끔한 기술이다. 씨름 선수의 방향전환처럼 재빠른 발놀림을 보여줬다.

세파리아스의 면모는 오버로드나 엘리트 인조 생명체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하찮은 인간이 감히!”

단순히 정신력만으로 워낙 신성력을 응축해놓아서 신성력이 전혀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는 세파리아스는 마력조차도 지니지 못한 인간으로 보이는 반신(半神)이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도, 보이는 것이 달랐기에 신성력이나 마력이 없다고 여기는 오버로드도 있었다. 그만큼 보고서와 실재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덤-벼-라-!”

큰놈은 영향무력에 그대로 갈라졌고, 적당한 놈은 부딪쳐서 뭉갰다.

음습하게 다가온 암살자는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발로 걷어찼다. 드낙을 경험한 무인(武人)의 뒤를 잡으려던 쌍칼잡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슬라임의 형태로 툭 떨어진 정예병은 세파리아스의 머리로 떨어지자마자 주먹을 맞고, 타격 당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다시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터였다. <접착력>을 대단히 높게 가진 슬라임이었음에도 세파리아스에게 들러붙지 못했다.

극강의 무술을 단련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단 한 명도 세파리아스에게 상처를 내지 못했다. 그에게 덤벼드는 놈이 없을 때, 전투는 끝났다.

세파리아스만 빼놓고 본다면 교전 비율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황제 덕에 교전 비율은 대단히 높았다. 동시에 녹슨 리전의 후방 교란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적의 절반을 막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뒷수습을 끝내고, 가진 신성력을 베풀어 부상자들을 최소한으로 치료한 세파리아스가 고함을 질렀다.

“녹슨 리전의 위원은 나와라!”

도움이 됐다고 해도 사전에 논의된 적 없는 개입이었다.

이에 덕지덕지 뚱쥐(Thicken Fat rat)가 뿔쥐들의 무리에서 빠져나와서 세파리아스의 앞에 당당하게 섰다.

녹슨 리전은 배불뚝 리전과 공동전선을 많이 펼쳤기에 덕지덕지 뚱쥐 위원 또한 살이 많이 쪄있었다. 출렁거리는 뱃살과 윤기 나는 검은털은 만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매정한 세파리아스는 그런 유혹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뭘 멋대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냐?”

“우리가 없었다면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이렇게 큰소리를 치다니! 역시는 역시다! 오만하기 짝이 없다! 찍찍!”

“그건 그거. 이건 이거다.”

“그럼 도와줬으니 감사를 해야지?”

“내가 왜? 멋대로 와놓고 멋대로 죽어놓고는, 누가 도와달라는 소리를 했나? 난 기억에 없는데? 넌 기억하나?”

세파리아스가 한 걸음 나서야 덕지덕지 뚱쥐도 냉큼 한 걸음 삐져나왔다. 훌륭한 D라인을 지닌 뚱쥐 위원의 뱃살이 세파리아스의 몸에 닿으며 푹신함이 전해져왔다.

“물러가라. 상황이 급하니, 이번만 용서해주지.”

“싫은데? 같이 다닐 건데?”

“뭐라고?”

세파리아스가 반문했다. 이에 덕지덕지 뚱쥐가 주둥이에 난 길쭉한 털을 손질하며 대답했다.

“우리 녹슨 리전은 다른 리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기로 했다. 지켜주고, 함께하는 싸움이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은 그만두고, 물러가라.”

“그게 어렵다니까...”

살기가 송곳처럼 덕지덕지 뚱쥐를 노렸지만, 그는 오히려 옆구리에 팔짱을 끼며 배를 한껏 드러냈다.

“죽이려고? 죽여봐라!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께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보고 계시다! 11명에 불과한 뿔쥐 위원을 죽여봐!”

쉭!

단칼에 롱소드가 휘둘러졌다. 뚱쥐가 깜짝 놀라며 옆으로 비켜섰다. 주둥이에 난 긴 수염이 단칼에 면도가 되듯이 말끔하게 잘렸다.

“내가 못 할 것 같나?”

“찍찍...!”

덕지덕지 뚱쥐가 껑충 뛰며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네발로 땅에 안착하며 거리를 벌렸다. 굵은 털가죽이 출렁거렸다.

“시비는 네놈이 먼저 걸었다. 당장 승부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한 번쯤 짓눌러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세파리아스가 저벅, 저벅 걸어왔다.

그 기세는 감히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거센 해일처럼 모든 것을 휘몰아쳤다. 신제국의 군대가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주춤주춤!

덕지덕지 뚱쥐가 뒤로 물러났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진짜로 싸우기는 싫었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

<녹슨 리전(Rusty Region)>이 지닌 자격지심 때문이다.

그들은 특별한 것 없는 핏빛쥐들이 모여서 만든 리전이었다. 덩치 큰 핏빛쥐를 가려 모아서 만든 <배불뚝 리전(potbelly Region)>과 정반대의 리전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항상 굶주려왔다.

위대함과 위업을 달성하고 싶었다. 동시에 드낙에게 큰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물러설 수 없었다. 지금 뒤돌아서 다른 리전과 똑같은 전략을 내세워도 후발주자가 되기 때문이다.

“찍찍! 포기해라!”

그렇게 남의 공을 가로채서 함께 반 갈라서 냠냠하는 <녹슨 리전 냠냠 전략>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변경할 수는 없었다. 세파리아스만큼 공을 잘 세우는 존재는 없다는 게 덕지덕지 뚱쥐의 생각이었다.

쥐들의 소리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흥.”

세파리아스가 결국 검을 거두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경고했다.

“논공행상에서 내 공을 가로채려고 한다면 큰코다칠 것이다. 난 지금 경고했다.”

“3할 정도는 어떠냐?”

“1할도 아깝다! 꺼져라!”

“싫다! 이미 늦었다! 우리는 널 따라간다!”

빠르게 타협해야 했다. 결국 세파리아스가 수긍했다.

“3할만 쳐주도록 하지.”

‘어차피 이놈들이 있으면, 전력 유지가 더 쉽다.’

군대를 이끄는 장군으로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긴 했다. 그냥 이득을 보려고 틱틱거린 것 뿐이었다.

“찍찍. 아쉽다. 아쉬워! 근데 이렇게 무식하게 길을 뚫어서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

“끝을 본다.”

“끝?”

그 말에 세파리아스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웃음은 심상치 않았다.

*

“이제 물러날 때다. 칼리스투스!”

<총사령관 칼리스투스(Callistus)>에게 <밝은 새벽의 룩산드라(Ruxandra)>가 외쳤다. 실제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적들의 공세게 강해졌다.

워낙 뿔뿔이 흩어진 상태라서 감당이 안 되었다. 동시에 계속해서 충격음이 들리고 있었다. 방어시설을 많이 부순 곳으로 공중 요새가 통나무 미사일부터 시작해서 자색 주포를 곳곳에 갈기기 시작한 것이다.

엘프들은 숫자가 적었음에도 9갈래로 나누어져서 파괴 공작을 벌이고 있었다.

18인의 벨룸 퓨에르(bellum puer)가 두 명씩 한 줄기를 담당했다.

“음...이건 좀 의외인데. 조금 더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에 요격할 줄 알았는데.”

칼리스투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적들의 전략전술은 지나칠 정도로 즉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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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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