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74화 (97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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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나가의 육신은 ‘설정’이 되어있었고, 아무리 크게 크기를 키워도 행성에 있는 중립신의 힘을 탐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더뎠다. 그렇기에 중립신은 행성에 있는 자신의 힘을 소량 취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드낙의 수작질이 그 속에서 내재되어있었다. ‘건드렸다’라는 걸 확실하게 느꼈기에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중립신은 몰랐으나, 그건 단순한 <변환기>에 불과했다. 차원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면 드낙이 행성에 깃든 힘을 훔쳐먹을 요량으로 설치한 권속 악마다.

이를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알려고 하면 상대 또한 자신을 알 수 있었다.

숨바꼭질과 같다. 내가 술래를 보고 있을 때, 술래 또한 자신을 볼 가능성이 생긴다. 행동에는 항상 변수가 따른다. 그 확률은 매번 다르며, 어찌 될지 모른다.

중립신은 여기서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단 하나의 오점이라도 남기면 안 된다.

‘아쉽구나.’

중립신조차도 대신 육체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그만큼 어지러워져 있었음에도 미련이 남았다. 이것을 취득했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터다.

행성에 깃든 자신의 힘을 단기간 내에 모조리 빨아들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차원 전쟁에 약간의 개입도 가능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드낙의 폭주로 망가져 버렸다.

‘이건 이제 대신육체(大神肉體)라고 부를 수 없다. 대신이라는 단어조차도 쓰기에 아깝다. 그냥 변형체다.’

비틀린 것에 불과했다.

‘드낙이 이 정도로 세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광증을 드러낸다면, 엘레우테리오 또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겠지.’

일부나마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립신은 빠져나와서 어디론 가로 향했다. 아무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허물어져 진흙이 되었다.

끝없는 심해로 중립신이 가라앉았다.

그가 눈을 감았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그의 몸에 엉켜왔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의 신아.

무엇을 그렇게 높이 추켜세우려고 했느냐.

부질없는 종족에서 태어난 정신체야.

대신이라는 이름 앞에서 무엇을 탐하려고 한 것이냐.

‘......’

중립신이 눈을 떴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그에게 새겨졌다.

‘돌고 돌아서 여기구나.’

결국 자신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뛰어넘어 인간을 전차원에 퍼뜨리고, 종국에는 주종족이라고 할 만한 위치까지 올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생각보다 신들의 땅에는 대단한 종족이 많았고, 종족신들 또한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만신전의 배신 이후에는 차원 하나에 국한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남은 이들이 자신들이 먼지처럼 변해 죽을 것을 알아채고 검을 들어 올려서였다.

‘결국에는 욕심이었다는 것이지.’

세상의 물꼬를 비틀려고 한 시도의 끝은 성대한 실패였다. 이제 중립신은 자신의 모든 목적을 훌훌 털어버렸다. 지금까지 해왔던 세월이 무색하게 쉽게 마음을 비웠다.

공(空) 해진 마음에 중립신이 단 하나의 의지를 조심스럽게 쌓아올렸다.

그 격에 비해서 지나칠 정도로 조그마한 의지였다. 그 이후에 중립신은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대신육체가 마지막 간섭 조건이었다. 그것이 무너뜨려 진 이상 굳이 이 차원에 간섭할 이유는 없었다.

리스크가 컸다. 총을 안 들고 전쟁터에 참전하는 꼴이다.

그는 마지막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

“마법 폭격 한 번이면 다 죽겠군. 저 야만적인 군대가 어떻게 이런 곳까지 도달했지?”

물어도 물어도 해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어찌 되었건 곤충 군대는 마법을 사용했다. 무수히 많은 마법이 통로의 허공을 지나 포물선을 그리며 그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통나무 미사일 발사!”

“발사!”

나무로 된 발사대에 가져온 통나무 미사일이 레버를 당기자마자 발사되었다. 순식간에 날아가는 통나무 미사일의 윗부분은 붉은색으로 색칠이 되어있었고, 몸통에는 간단한 마법 술식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를 사선을 그어서 금지하는 표식이 박혀있었다.

마법 상쇄를 위한 통나무 미사일이었다.

쏴아아아아!

통나무 미사일에서 액체가 쏟아지더니 이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다른 상쇄 통나무 미사일에서도 똑같이 물이 쏟아져나왔다. 신기한 물이었으므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둥둥 떠다니며 넓게 퍼져나가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물의 마법에 부딪힌 마법들이 빠르게 상쇄되어갔다.

치료와 지원에 특화된 물의 마법이었지만 마법과 마법의 부딪침에서 사용이 요긴하다는 걸 깨달은 건 신제국의 한 마법사의 논문에서 이야기됐고 곧 실험이 진행되었다.

통나무 미사일의 탄생에 신제국이 관여한 것은 없었지만, 상쇄 통나무 미사일의 개발에는 신제국의 입김이 매우 컸다.

물의 마법은 특히 효율이 원래 그냥 높았다. 그렇기에 양산 결정은 더욱 쉬웠다.

퍼버버벙!

폭포처럼 통나무 미사일이 파괴되며 물줄기가 폭발하듯이 큰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적들의 마법과 부딪치고 난 뒤에는 증발하거나 아래로 뚝 떨어져서 땅을 진창처럼 만들었다.

이 또한 신제국의 노림수 중 하나였다.

땅이 질척질척해지면 정말 지랄 맞다. 다종족 연합 군대의 가장 큰 단점은 기병의 숫자가 대단히 적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대국적 사건들을 겪으며 엘리트 기수들이 전부 다 죽어버렸다.

엘리트란 것은 남들보다 우월한 자존심과 실제로 높은 실력을 지닌 자들이다.

남들은 게으름을 피우지만 한 번 칭찬을 받고, 자신의 존재를 드높였던 기수들은 용맹하게 모든 사건에 선두를 섰고, 빠르게 궤멸되었다. 기사도 아니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상황에서는 대처할 수 없었던 것이 기병들이다.

많은 이들을 구했음에도 유목민족이 아니라 쉽게 충원할 수 없었기에 그 결원은 아직도 자치왕국과 신제국에 뿌리박혀 있었다. 지하 종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전장을 진창으로 만드는 일은 필요한 작업이었다. 거대한 섬처럼 보이는 우주 낙원은 흙과 강철로 이루어진 곳이었기에 능히 가능했다.

엘프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흙으로 된 땅이 있는 곳에서 그들을 기다린 덕분에 가능한 전술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의 마법을 이용해서 상쇄작업을...”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놈들이군.”

강철조차 뚫어버리는 뿔을 지닌 양단자와 흉악한 맹독가시를 지닌 맹독자가 서로 대화했다. 그 속에는 태평함이 가득했다. 적들이 장비를 통해서 상쇄를 꾀한다면, 이쪽은 돌격하면 그만이다.

“마법을 계속 사용하면서 돌격해서 찢어버리자.”

“근접전에 들어가면 우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단번에 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땅을 달리는 딱정벌레 인간들은 진창 속에서도 거뜬했다. 전력으로 내달리면서도 미끄러지거나 넘는 이들이 나오지 않았다.

상쇄 통나무 미사일로 그들이 쏘는 마법과 맞부딪치면서 세리안이 다이앤타에게 명령했다.

“우익을 맡아라! 기병들로 교란하고, 네가 그들을 지켜주어라.”

“예!”

세리안은 전령을 통해서 기병들을 눈에 보이도록 우익으로 보냈다. 이에 적의 군세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병사 하나하나 모두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기에 기사와 병사를 구분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반면 기병과 보병을 구분하기는 쉬웠다. 날아가는 말벌 인간들은 기병이 몰린 우익 쪽에 쏠렸다.

비행이 가능한 말벌 인간들에게는 기병은 손쉬운 밥이다.

척 봐도 넓은 통로였기에 회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놈들을 보며 세리안이 빙긋 웃었다.

“자색 주포를 발사해. 오크 놈들이 좋아하겠어.”

무려 공간이동해서 공수해온 자색 주포의 위용을 다른 차원의 놈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기록하여 남긴다면 오크들이 크게 좋아할 터였다. 실로 자극적인 영상이었다. 분명 좋아할 것이다.

기기기기긱!

철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하늘을 날아오는 말벌들은 자신들의 마법 능력이 적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상대가 마법사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팩트를 통해서 상쇄만 했기 때문이다.

방어만 하는 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특이하게 대포 같은 것이 있었지만, 즉시 방어 마법을 사용해서 막으면 그만이다.

철컥!

말벌들은 돌격소총을 장전했다. 유효거리는 250m.

“제대로 박살 내보자!”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과 함께 300문의 자색 주포가 자줏빛을 뿜었다. 소리 없이 뻗어 나갔다. 그 속력은 개량에 개량을 거친 오크 주술의 정수.

단번에 밀집되어있는 말벌을 훑고 지나갔다.

“뭣?!”

동요가 크게 일어났다. 거기에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내뿜고 있었다. 과열도 필요하지 않고, 주력만 잔뜩 때려 넣으면 그만이다. 병사들이 꾸준히 나무로 된 통나무 토템을 교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친 듯이 뿜어지는 자색 주포의 위력 앞에 말벌 인간들은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었지만, 곡선을 유려하게 유지하며 땅에도 때려 박혔다.

바다에서도 효과를 유지하는 자연의 주력으로 만든 주술 주포 앞에서는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빌어먹을, 그냥 다시 날아올라! 손해는 감수한다! 근접전으로 가면 끝이다! 마법도 계속 사용해! 방해하면 된다!”

말벌인간들이 재차 날아올랐다. 그 사이에 중앙과 좌익의 딱정벌레 인간들은 단번에 지근거리까지 근접했고, 총을 발사했다.

굉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인간 병사들, 중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들은 물러섬이 없었다. 탄두가 그들의 전신갑주를 때리고, 투구를 긁고 지나갔다.

엉망진창으로 얻어맞았고, 30발을 전탄 소모한 앞열이 다시 탄창을 교환했다. 그사이에 인간 무리에서는 신성력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물약을 삼키는 이들도 있었다. 단순 무식하게 총탄에 대처했다.

탄두는 전신갑옷에 꽉 틀어막혔고, 방패를 두들겼을 뿐이다.

대물저격총을 통한 관통이나 정밀사격이 아니면 치명상을 입히기 힘들었다.

“무식한 놈들이군! 갑옷의 두께가 얼마나 두꺼운 거지?”

“신성력이 넘쳐나는 것 같은데...”

무언가 물을 뿌리기도 했다. 푸른빛이 나는 걸 보니 회복물약이거나 타격력을 감소시켜주는 물약인 듯했다. 단단히 준비해온 듯했다.

“수류탄 맞으면 저놈들도 죽겠지.”

그렇게 말했을 때 50m앞에서 흑백사(Black White Snake)가 소환되어서 쏟아져나와 공격을 감행했다. 병사들은 소환 이후에 마력이 깃든 물약을 삼켰다. 더럽게 맛이 없었다.

타다다다!

전투는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장기전에 들어섰다. 자색 주포는 계속 불을 뿜었다. 선과 선이 들러붙었기에 라인전처럼 단단히 틀어막혔다.

반면 말벌 인간들은 단번에 접근전에 도달할 수 있어 보였지만 그마저도 일시에 내뿜은 폭풍 해방 대검에 의하여 날아가 버렸다.

마법으로 막기에는 급작스러웠고, 그 이후에는 자색 주포의 포격 때문에 저지하는 게 곤란했다.

‘수, 숫자가 너무 많다!’

몇 배의 마법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물자 자체가 그들과 현격히 차이가 났다. 소비품을 간장게장 먹듯이 써버리고 있었다. 차원이동해서 사전에 정보를 모았던 것과는 현격히 역량이 달랐다.

‘미, 밀린다.’

순식간에 말벌 인간들이 더는 돌파력을 지니지 못하고 밀려나기 시작했다. 우익은 흑백사를 소환하지 않고, 말벌들을 밀어내고, 자색 주포에 피해가 누적되는 전술만 사용했다.

처음에 이를 알았다면, 어떻게든 송곳처럼 쐐기를 박았겠지만, 한 번 저지되었을 때부터 패색이 짙었는데 이를 이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이걸 깨부수려면 영웅이 필요했다.

오버로드 맹독자가 단기돌격을 감행했다. 폭풍 해방 대검이 사용되기 전에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바람이 그를 훑기도 전에 굉음을 내며 바닥에 추락했다.

자색 주포 하나를 박살을 내고, 병사들을 참살했다.

딸칵.

수류탄을 까서 뒤로 던져 후방을 교란시키고, 앞으로 득달같이 달려나갔다.

캉!

검이 이를 막아섰다.

붉은 머리카락이 맹독자의 눈에 들어왔다.

부우우우우웅!

맹독자의 곤충의 날개가 거세게 파닥거렸다. 하지만 결코 밀어내지 못했다.

“아하하하! 힘이 대단한데!”

다이앤타 불파겐이 쾌활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적들이 대단치 못하여 말벌 인간들은 그들의 전술에 예기가 꺾였다. 그 이후로는 오직 승리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제법 대단한 놈이 단기돌격하여 홀로 뚫어냈다.

“크윽?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으로 자신이 밀리자 맹독자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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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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