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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973화 (97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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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단 한 번에 적들의 화력을 손쉽게 해결한 엘프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연계 지옥불(Link Hellfire).”

검은 불꽃이 일렁거리며 일어났다. 그것은 곧 허공으로 뻗어 나가며 다른 이들과 합쳐져 거대함을 이루었다. 오른손으로 이를 내뿜으며, 엘프들은 왼손에 상처를 냈다.

기괴하게도 피부가 알아서 쩍 벌어지면서 피가 쏟아졌다.

권속 악마로서의 위치가 절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육체를 다루는 힘이 상당 부분 진전했으며, 숙련도 또한 높았다.

반마의 힘이 소량 깃든 피를 자원으로 사용했으며, 몇 개의 마력이 깃들어있는 보석 또한 가루로 변했다.

이 상태로 쏘아 보내도 능히 대단했지만 엘프들은 거기에 또 하나의 작업을 마쳤다.

불길이 마치 쇠사슬처럼 묶이며 서로 응축하였다. 그대로 쏘아졌다. 속도는 느렸지만 뻗어 나가는 거리에 비해서 힘의 소실이 지나칠 정도로 없었다. 악마의 피 때문이었다. 물체라고 할 수 있는 피에 마법이 깃들었기에 아티팩트를 발사하는 것과 비슷했다.

효율적이다.

마법을 쏜 엘프들은 쏜살같이 물러갔다. 어차피 우주 낙원은 워낙 넓은 곳이었고, 고저차 또한 존재하는 지하 공간에 그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전략적후퇴를 얼마든지 쉽게 행할 수 있었다.

“상쇄하라!”

마법 공격이 연계 헬파이어를 타격했다. 하지만 건재했다.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충격과 상쇄. 파괴적인 현상 때문에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상쇄되는 순간 잔재하는 마력을 연계 지옥불이 흡수했다는 것을 몰랐다.

연계 지옥불은 마법 공격에도 건재하며 서서히 다가왔다. 이미 마법을 한 차례 퍼부었기에 잔재 마력이 가득하여 이를 흡수한 연계 지옥불의 위용은 점점 커졌다.

처음 응축해서 발사한 것보다 표면적이 3배는 커진 상태였다.

“상쇄하라!! 상쇄하라! 오로지 상쇄하라! 고작 수천 명이 만든 마법이다! 우리는 3만이다! 3만!”

딱정벌레 인간인 오버로드 양단자가 고함을 내질렀다. 모두 날개를 펼쳐서 마력을 쏟아냈다.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보통내기로 보이지 않았다.

들끓는 화염은 검은색이었으며, 그 속에서 붉은 불꽃이 테두리처럼 존재했는데, 밧줄처럼 좍좍 난잡하게 그어져 있었다. 그것은 밧줄이 겹겹이 된 것처럼 보였지만 기괴하게도 눈을 깜빡일 때마다 기하학적인 문양을 보여줬다.

그것은 눈을 깜빡일 때마다 계속 변하였기에 마법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4성 오버로드(Overlord) 맹독자는 벌의 눈으로 그걸 멍하게 주시했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그곳에서 보이는 마법문양을 끝없이 그 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마법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것만으로도 마법에 대한 현상을 더욱 더 잘 볼 수 있었다. ‘지식의 양’이 곧 마법 실력이다.

“아...아....아!”

말벌의 모습을 지닌 인간. 맹독자가 떠듬거렸다. 압도적인 지식이 저 마법에 깃들어 있었다.

대종말마법(大終末魔法).

본래는 연구해서도 개발해서도 안 되는 마법이었으며 금기로 치부되는 것이었으나, 드낙이 지배자로 올라서며 변했다. 특히 차원 전쟁의 두려움이 컸다.

연계 지옥불의 가장 큰 특징은 마법 술식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면서 유지력을 높이고, 힘의 소비를 줄이는 데 있었다. 그것은 완벽하지 않아서 피를 제법 써야 했다.

마법은 거리와 시간이 진행함에 따라 힘의 소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를 막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고, 도망칠 수 있었다. 거기에 그 사용한 마법은 온전히 그 힘을 유지하는데 특화되어 있어서 파괴력도 꾸준히 유지 가능하다.

실로 대단한 마도 기술이었다.

만약 이것을 미리 개발했다면 차원에 간섭하는 우주 낙원을 미리 타격 가능했겠지만, 극적으로 지금에 와서야 완성된 기술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현이 어려웠던 이유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었다. 단순히 전술적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엘프가 그런 것에 머리를 끙끙 앓을 수는 없었다.

고오오오오오-!!!!

연계 지옥불은 주변에 존재하는 마력을 끌어당겼다. 폭풍의 요람과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크기는 그보다 대단히 작았음에도 넓은 반경의 마력을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주변을 압도할 정도로 크기가 커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변에 존재하는 마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사용해야 했으며, 체내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제어력을 요구한다. 즉, 정신력의 소모가 큰 행위였다.

그런데 그걸 마법이 행하고 있었다.

“대, 대기에 존재하는 마력이!”

“맙소사. 난 여기에서 빠져나가야겠어...만신전을 위하여! 찬양하라! 우리들의 신을!!!”

공포에 질리다가도 세뇌 때문에 만신전을 갑자기 찬양하기도 했다. 이에 호응하는 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악독하기가 이룰 데 없었다. 그만큼 강력한 세뇌에 지배된 인조생명체들은 다채로운 전투방식을 취할 수 없었다.

마법과 총기.

그것이 전부였다. 발전된 우주 낙원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전투 프로토콜을 따르고 있는 게 인조 생명체였다.

다행스러운 일은 그들이 전원 상위인간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정예들이었다는 점이다. 결국에는 기어코 상쇄해냈다. 마법 계통을 통일하여 얼음 마법을 사용했으며, 마법진을 다급히 그렸다.

장비하고 있던 마법을 도와주는 연금물약을 사용했다.

조총에 대처하는 궁수처럼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 결과 상쇄시킬 수 있었다.

진땀이 쭉 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마른침을 삼키는 이들도 있었다.

단 하나의 마법이 보여준 맹위는 그만큼 모든 주문 사용자를 압도시킬 만한 것이었다.

“쫓아라! 서로 마력이 바닥이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부우우우우웅!!!

곤충 날갯소리가 퍼져나오며 말벌들이 날아오르고, 딱정벌레가 사족보행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거슬리는 건 머리 위에 쭉 솟아있는 뿔로 날려버렸다.

“정지!”

그들은 이내 멈춰야 했는데, 조잡하기 짝이 없는 철덩어리가 입구를 막아버려서였다.

“얕은 수법을.”

“하아압!”

쩡!

“켁?!”

얇은 철판이라 생각한 양단자가 뿔로 돌진했지만, 완전히 부수지 못하고, 그대로 박혀버렸다.

버둥버둥.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뿔을 뺄 수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말벌인간의 오버로드 맹독자가 손을 집어넣었다. 철의 파편을 걷어내어 마법 불빛으로 안을 비추었는데, 아직도 철이 굳건하게 존재했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무언가의 배설물 냄새가 맡아지자 맹독자가 손을 뺐다. 철만 있는 게 아니라 똥 같은 것이 묻어나왔다. 축축한 그 느낌에 맹독자가 할 말을 잃었다.

‘똥과 철?’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상대했던 적들은 우아했으며, 대단히 멋진 놈들이었다. 화려하기도 했다. 백금의 깃대와 황금의 깃발을 휘날리는 놈들이었으며, 전원 청색의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다.

투구로 보이는 얼굴은 이목구비가 두렷하여 미남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똥과 철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지?’

맹독자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뚫어라! 옆길을 뚫어서 간다!”

이들이 서둘러 양옆의 벽을 뚫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엘프들은 손쉽게 다른 루트를 탔다.

‘싸울 이유가 없지.’

파괴 공작은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이 중요했다. 적병을 물리치는 것도 물론 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 그들을 죽여서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가 아니었다.

‘생명체를 죽이는 것보다는 물체를 파괴하는 게 더 쉽다.’

지극히 효율성을 생각해서였다. PVP 하는 것보다 AI와 싸우는 것이 편하다. 거기에 방어 시설을 지키는 적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확실하게 시체를 기록하여 공적으로 삼을 수도 있었다.

수백 기의 인조생명체가 지닌 전투력과 수만 기의 인조생명체가 지닌 전투력. 둘 중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엘프들에게 매우 쉬운 선택지였다. 당연히 후자였다.

순식간에 엘프들에게 농락당한 수비대는 놈들을 찾기 위해서 다시 발을 놀려야 했다. 분통을 터트리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를 가는 양단자와 맹독자의 눈에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정지! 재정비!”

곤충 군대가 멈춰 섰다. 날개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적의 숫자는 대단히 많았다. 몇만은 되어 보였다. 워낙 넓은 통로라서 회전이 가능했고, 우회기동도 한다면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마법 말벌은 비행이 가능한 신체 구조를 지녔기에 우주 낙원 내에서의 싸움에서도 우위를 지닐 수 있었다.

“이제야 제대로 싸워보겠군! 만신전에 영광을 줄 기회가 왔다!”

그가 고함을 내질렀다. 다른 곤충들이 시끄럽게 몸에서 소리를 내며 고함을 함께 내질러서 사기를 드높였다.

말벌 인간인 맹독자가 적의 깃발을 살폈다.

철로 된 깃대는 아무런 문양도 없이 둔탁했고, 도색도 안 되어있었다. 깃발의 숫자는 수천 개가 넘었다. 그 종류도 제각각이라 난잡하기가 그지없었고, 단순한 문양을 내걸고 있는 놈들도 보였다.

“뭐하는 놈들이지? 왜 저런 잡병까지 여기에 침투해있는 거지?”

그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그들의 눈으로는 오색찬란한 온갖 깃발을 마구잡이로 내걸고 있는 자치왕국의 군대는 잡병에 불과했고, 그런 잡병이 고도 25km에 나타났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정보를 서둘러 전산화하여 보냈다. 수천 명의 놀라운 놈들과는 수준 차이가 너무 날 정도로 중세식의 모습을 보이는 게 자치왕국이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투구 안에 넣어둔 것을 밖으로 꺼내어 적발의 범위를 넓힌 세리안 불파겐이 전장을 살폈다. 그의 옆에는 다이앤타 불파겐이 완전 무장을 한 채 함께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이느냐?”

“징그러워요.”

그녀의 말에 딸이 대답했다.

“그리고 저희를 얕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세만으로도 이를 파악할 정도로 직감이 높았다. 드낙과 불파겐의 자식이었다. 감각 하나는 대단했다.

“방심해주면 더 좋지.”

세리안이 흉악하게 웃으며 올렸던 바이저를 거칠게 내렸다.

“엘프 새끼들이 알려준 놈들이다! 이것도 쓸어담아 먹지 못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와아아아!!!

인간의 군대가 고함을 내질렀다. 엘프들과는 다르게 자치왕국은 싸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우주 낙원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 거대한 나가가 대륙 해안가에 도달했다.

그 거대함은 10m가 넘었다. 나가들을 잡아먹고, 행성에 있는 자신의 힘도 일부를 취한 중립신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허물기 시작했다.

나가들을 사냥하고, 그 알을 뜯어먹으며 성장한 거대 나가의 몸이 빠르게 썩어 문드러져 진액이 되어서 파도에 휩쓸리며 사라졌다. 남은 것은 밀랍과도 같은 인간의 몸을 지닌 자 하나뿐이다.

자신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서 선택한 육신이었다.

‘드디어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가 눈에 보였다.

엘 마르토 카사다민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첫 발걸음이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었다.

그의 현재 목적은 단 하나.

‘내 육(肉)으로 만들어졌으며, 내 의지로 만들어진 것을 내가 찾지 못할 리가 없지.’

드낙이 장난질을 쳐놓았겠지만, 그래도 대신육체였다.

욕심이 많도록 세뇌된 드낙이 전초극의 권능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그 형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저벅, 저벅!

중립신이 걸어가다가 이내 뛰기 시작했다.

초월의 힘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차라리 시간을 버리는 것이 좋았다. 그만큼 오랫동안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 누구도 중립신을 특정하지 못했다. 아주 잘 숨긴 것도 있었지만, 대륙에 신경을 쓸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

우주 낙원의 거대함에 압도되었기 때문에 오직 그들을 상대하는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나가에 대한 공세를 늦춘 것만 해도 중립신이 대륙에 들어서도록 만들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

실제로 그 누구도 중립신을 포착해내지 못했다.

신성력도 보유하지 않고, 밀랍 같으며 생명체적 특징도 지니지 않으며 그저 격(格)과 정신으로만 움직이는 밀랍 인형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관측하기 힘들었다.

박물관에 버려져 있다시피 한 대신 육체에 도달한 중립신은 뿔쥐 경비원의 눈을 피해 그 발목 뒤쪽에 접촉하여 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경악했다.

‘전초극의 권능을 싹 다 들어냈다! 이 미친놈!’

쓰지도 못할 전초극의 권능을 그냥 다 갖다버리고, 덩치만 큰 쓰레기가 되어있었다. 퉁퉁 부어있는 발가락은 계속 출혈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폼은 또 잡고 싶은지 그걸 굳이 강철판으로 가려놓았다.

그게 더 화가 났다.

‘이건 더는 못 쓴다. 위험하긴해도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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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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