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72화 (97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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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드낙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우주 낙원의 통로는 표면은 3명이 나란히 서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20명, 50명까지 나란히 설 정도로 넓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그런 곳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드낙의 모습은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조그마했다.

‘신기한 곳이네. 발전소에다가 작업장 그리고 거주 구역까지 털었지만, 이런 곳도 있다니.’

단번에 600km를 이동하며 곳곳의 핵심 시설을 파괴한 것이 드낙이었다. 그냥 사냥꾼의 감각을 따라서 파괴한 것뿐이었다. 그 덕에 적은 대혼란에 빠진 상태였지만, 그것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온통 바라보는 곳에 신기한 것들이 그득한데 그런 것에 생각이 퐁당 빠질 수는 없었다.

드낙이 이내 그림자로 변하여 뚝 떨어지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마법이 깃들어 있었지만, 강화된 적발의 범위에 들어서는 순간 빛을 잃었다. 마법적인 탐지를 통해서 드낙을 본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에 잠식된 것처럼 차단되었다.

우주의 암흑물질과 비슷한 관측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덕에 오히려 특정하기 좋았지만, 중요한 건 드낙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마법이 사라진 범위가 넓어져서 특정 가능한 결과마저도 사라진다.

‘탯줄? 기분 나쁜데.’

유리관 곳곳에는 탯줄이 길쭉하게 늘어져서 보관되어있었다. 액체는 꾸준히 보충되고 있었지만, 곧 빛을 잃었다. 드낙의 적발 때문이다. 마법적으로 관리되는 듯했다. 그중에서는 드낙이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빛을 잃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과학을 통해서 관리되고 있어서였다.

마법과 과학을 동시에 손에 넣은 만신전(萬神殿)다웠다.

분산설비는 꼭 필요했다. 지진이 빈번하여 고통의 울부짖음이 가득한 일본에 개인 발전기가 집집마다 있는 이유와 비슷했다. 유사시에는 따로 쓸 대체재가 반드시 존재해야 했다.

빛을 잃은 유리관에 드낙이 손을 집어넣었다. 유리관이 깨지며 걸쭉한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화학품 냄새가 물씬 풍겨서 코를 찔렀다. 너무나도 인공적이었다.

탯줄을 손에 쥔 드낙의 손에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 피는 핏줄이 되어 촉수처럼 움직이더니 탯줄에 들러붙었다.

꿀꺽!

악마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탯줄을 먹어치운 드낙이 눈을 감았다.

‘인조 생명체...’

복제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상위인간의 틀에서 나온 생명체였다. 이 탯줄에서 나오는 생명체는 밤에도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었고, 박쥐와도 같이 초음파를 내뿜으며 움직이는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동시에 당기는 힘이 대단하여 활을 쏘는데에도 능숙하다. 마력을 지니고 있기에 전투 시에도 뛰어난 살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대단하다.

만족할만한 성과다. 이를 통하여 권속 악마를 생산한다면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개같은...!’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밤을 날뛰는 순찰자를 만들 수 있는 성과를 냈음에도 드낙은 욕지거리를 날리고 얼굴을 뭉개버렸다.

‘강력한 세뇌.’

그저 끔찍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의 모든 것을 훑었다. 그걸 세포 하나하나로 느끼고 끔찍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끔찍할 수 있을까.

꽈악.

드낙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는 세뇌를 가장 싫어하는 존재였다. 제정신일 때는 이불을 몇 번이나 찼는지 기억도 안 난다. 통나무 미사일에 올라타서 자살할 뻔한 기억은 평생 흑역사로 취급하고 싶었다.

그런 드낙에게 인조생명체의 ‘탄생’ 그 자체에 깃들어져 있는 만신전에 대한 충성심은 혐오감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와장창!

드낙은 이 인조생명체 생성작업장을 부쉈다. 상쾌한 기분으로 나섰지만, 3분 뒤에 똑같은 생성작업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웬만한 대국(大國)만큼의 크기를 지닌 것이 우주 낙원이었다. 지상과 지하로 나누면 그 몇 배에 달하는 덩치를 지닌 놈이다. 인조 생명체, 특히 3성급을 제작하는 작업장의 개수는 수도 없이 많았다.

빠드득!

드낙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바닥에 있는 전선들과 마력관을 훑었다. 사냥꾼의 손길이 이를 훑으며 특징적인 몇 가지를 눈에 담았다.

주변을 훑었다. 그럴듯한 구조물을 지니고 있었지만, 인조 생명체 작업장은 마력관 중에서도 큰놈이 들어옴과 동시에 전선까지도 다량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 흐름은 일관적이며, 직관적으로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선정리는 아주 깔끔하게 해놨네.’

드낙이 선에 들러붙었다. 그림자가 되어서 질주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마력과 전선이 굵직하게 연결되어있는 곳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또 다른 인조생명체 생성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몸에서 마법이 쏟아져나왔다. 불기둥이 휘몰아치며 모든 것을 태우고, 박살을 냈다. 유리관에 금이 쩍 갈라지며 안에 있는 것이 쏟아져나왔다. 탯줄이 익혀지고, 삶아지다가 이내 탄내를 풍기며 검게 그을러 지더니 불이 들러붙었고 시꺼멓게 바짝 타들어 갔다.

‘세뇌를 저지른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관련자를 모두 죽일 것이다.’

드낙이 두 눈에 분노를 담았다. 그리고 그들을 욕했다.

‘중립신 같은 새끼들!’

“다 죽여주마아아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인조생명체 생성소만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인조생명체 줄기세포 보관소까지 추적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것은 우주낙원의 모든 이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다.

줄기세포가 있어야지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백금의 깃대가 세워지고, 황금으로 자수한 도시가 그려진 깃발이 펄럭였다.

우주 낙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기에 만나는 적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 또한 적이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를 통제해야 할 것이 우주 낙원이었지만, 마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통제력은 마법에 의해서 상실되기 쉬웠다.

파지지직!

엘프가 쏜 화살이 천장에 달라붙어 있는 CCTV를 파괴했다. 렌즈에 정확하게 화살이 파고 들어갔다. 통로 곳곳에 붙어있었기에 엘프들의 시선을 끈 것이 주된 이유였다.

종족성이 높고, 초월의 계단을 올라갈 수 있게 된 타락 엘프와 디아볼로스는 무지막지한 존재들이었다.

시야각은 물론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화살을 쏘면 백발백중(百發百中)은 물론이고, 검을 쓰는 것도 화려하기 짝이 없다. 특히 뛰어난 영혼값을 통하여 영혼을 먼저 움직이고, 뒤따라서 육체를 당겨서 빠르게 이동하는 영혼 이동술은 그들만의 고유한 힘이었다.

인간 기사가 비전을 통해서 역공을 꾀한다면 엘프는 그 모든 것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인간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강하다.

자동차와 함께 달리고, 주먹으로 생나무를 부수는 곰이 왜 인간을 쉽게 죽이는지는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엘프는 강하다. 그리고 그 종족의 족쇄가 풀린 디아볼로스와 타락엘프는 더욱 강하다.

빠직! 우지직! 후두두둑...

반마(半魔)인 드낙의 피를 첫 번째 권능, <정신 세계의 피의 잔>을 통해서 이어받은 타락 엘프는 순식간에 벽을 부수고 콘크리트에 매립되어있는 마력선을 끄집어내서 끊어냈다.

연금술을 통해서 액체화된 마력이 줄줄 흘러내렸다.

우우웅...

동시에 마법진의 기동이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력을 공급받지 못하였기에 마법진 또한 기능을 상실했다. 그게 어떤 효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력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곳곳에 매립된 콘크리트에서 이런 마법 설비가 발견되었는데, 엘프들은 하나같이 전부 드러내고, 부수고, 해석하기도 했다.

제법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백금카드에 담았다.

황금의 깃발은 훌륭한 약탈자였다.

“이것을 봐라.”

디아볼로스의 말에 몇몇이 다가왔다. 적이 나타나지 않아서 진형은 단단히 일그러지고, 와해한 상태였지만 태평하기가 이룰 데가 없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그냥 ‘빠졌다가’ 뭉쳐서 요격하기로 했다.

전투도 중시하면서 동시에 넓은 범위를 통해 탐색하여 이 거대한 섬에 있는 모든 기술을 훔치려는 서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게 엘프들이었다.

‘논공행상에서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지.’

노획을 한 만큼 이득을 볼 것이다. 재활용하기 좋아 보이는 마력관은 챙기지 않았다. 그건 크게 공으로 치하받을 수 없어 보였다. 현재 다종족 연합이 마음만 먹으면 중급 연금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마력의 액체화>였다.

그렇기에 엘프들은 온전한 CCTV를 완전히 드러내서 가져갔고, 컴퓨터나 노트북, 알 수 없는 언어로 이루어진 책들도 백금카드에 쓸어담았다.

다른 종족은 텔레포트를 보내는 것으로 노획할 수밖에 없었지만 엘프들은 엄청난 양의 텅 비어있는 백금카드를 가지고 왔다.

백금 카드는 엘프들만 생산 가능할 정도로 고도로 발전한 마도 기술을 통해서 제작 가능했는데, 황당한 것은 엘프들의 종족특징인 <엘프의 녹안>을 보유한 자만이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는 백금카드의 제작이 한 번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며, 공장 제작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염(念)을 집어넣어야만 제대로 된 백금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수 명이 분업하여 제각각 다른 염이 뒤섞이면 백금 카드 제작에 실패한다.

마도 공학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백금카드였다.

만능의 아티팩트였다.

그렇기에 제작숙련도가 낮다면 최대 48시간까지 정신을 집중해야 했으므로 냉정함과 정신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엘프의 녹안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마법적 처치를 통해서 나약한 정신을 계속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신성력조차도 그런 짓은 불가능하다. 정신은 그러한 것이다. 세뇌하여 재정립을 통해서 바보로 만들 수는 있어도 천재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엘프들의 진격은 우주 낙원의 지역 통제권을 상실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수행했고, 우주 낙원의 표면에 있는 방어시설을 파괴하는데에도 톡톡한 전과를 올렸다.

와아아아아!

부우우우우웅!

마법진을 드러내어 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 한 번에 필사를 진행하고 있는 타락 엘프의 귀가 쫑긋거렸다. 고개를 돌리자 엘프들이 뒤로 크게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상대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전술교본에서도 공간에 대한 점유율은 군대의 유동성을 높이고, 다양한 작전을 실현하게 하기에 가볍게 공간을 적에게 내어주는 일은 피해야 할 일이라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엘프들은 정신없이 뒤로 빠지고 있었다.

이것은 적에게 기세를 내어주는 부차적인 해점(害點)이 될 수 있었다. 적은 큰 이점(利點)을 획득한 것이다.

노도와도 같이 기세가 올라왔다. 도망치는 엘프들은 점점 내몰렸다. 자연스럽게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곳곳에 흩어진 모든 엘프들 또한 소란을 듣고 합류했기에 통로에 엘프들이 바글바글거렸다.

잔뜩 뭉친 엘프들을 향해서 오버로드 둘이 웃었다. 그들 모두 곤충처럼 생긴 인간형이었다. 이들을 따라온 이들 또한 곤충 인간들이었다.

4성 오버로드(Overlord) 맹독자(猛毒者)

4성 오버로드(Overlord) 양단자(兩斷者)

3성 정예병(Elite) 황소 딱정벌레(Bull beetle) 1만 6천기

3성 정예병(Elite) 마법 말벌(Wizardry Hornet) 1만 6천기

‘병신 새끼들!’

숫자로 본다면 이쪽이 반드시 우세했다. 적들은 2천이 넘을까 말까였다. 워낙 통로가 넓었기에 그들은 100열로 서야 했으며 그 뒤로는 고작 20명밖에 없었다.

도미노처럼 잘 서 있어서 단번에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반면 이들을 타격하러 온 정예병들의 숫자는 가히 3만2천에 달했다.

480만이 넘는 3성 정예병을 생산한 것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적은 숫자였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일단 우주 낙원이 너무 컸고,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이는 드낙에 간담이 서늘해진 것도 있었고, 다종족 연합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로 번져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서였다.

“폭격 시작! 쓸어버려라!”

인조 생명체 3만 2천 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법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거대한 딱정벌레 인간과 말벌 인간이 곤충 날개를 쫙 폈다. 곤충 날개에서 마법 가루가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대마법이 펼쳐졌다. 거대한 바람의 칼날이 엘프들을 향해서 날아갔다.

또 날개를 접은 곤충들 또한 다양한 마법을 쏘아 보냈다. 관통력이 높은 얼음 단일 마법부터 범위를 넓게 퍼뜨리는 화염 파도까지 퍼져나갔다.

이를 마주한 엘프들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퍼버버버벙!

굉음과 함께 마법이 엘프들을 휩쓸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살조각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엘프들은 대처조차 못하고 그대로 압도당했다.

초월의 힘은 양이 많으면 그걸로 끝이다. 마법과 마법의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퀄리티가 아니라 그 힘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느냐는 것이다.

단번에 승리를 쟁취했지만 오버로드와 정예병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당했다.’

전쟁은 기만이다.

그것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환영 마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환영마법의 퀄리티만큼은 대단하여 그 누구도 이를 타격하기 전에 깨닫지 못했다.

언제부터 환영마법에 농락을 당했는지조차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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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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