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71화 (97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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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파아아앗!

엘프들이 연달아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먼저 주변에 잔재하고 있는 초월의 힘을 싹 다 제거했다. 어떤 체계인지 몰랐기에 철두철미함을 내세웠다. 그리고 방위 마법을 사용했다.

백금 카드가 뽑혔다. 허공에서 알아서 뻗어 나가 타락 엘프의 손에 잡혔다.

그 카드의 앞면에는 고블린이 양손에 나뭇잎을 들고 무시무시한 표정을 쥔 채로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강철의 벽.”

백금 카드에서 울퉁불퉁한 온갖 조잡한 강철이 쏟아져나왔다. 고블린들의 배설물에서 생산되는 강철이었으며, 드낙의 권능이기도 했다.

철강 산업의 수요가 커지면서 전투용으로 쓸 수 있는 강철의 양은 대단히 한정되어있었다. 그 덕에 목함과 비슷한 크기를 지닌 백금 카드를 이용하여 고블린 강철을 소환했다.

소환이라고 하여도 실제로는 공간이동이라 마력 소비가 컸다. 허나 무식한 강철을 덩어리째로 꾸역꾸역 벽에 바를 수 있어서 뛰어난 방호력을 지닐 수 있었다. 그 굵기만 해도 40cm를 넘었다.

말끔한 강철판보다는 약했지만 그래도 무시 못 했다.

이 작업을 개시하는 엘프들과 마법진을 추가로 설치하는 엘프들로 나뉘었다.

드낙은 혹시나 있을 위협에 대기하며 눈을 부라렸다. 그런 집중력도 수십 초에 걸쳐서 마모되어서 사라졌다.

‘너구리 새끼에게 대출을 어떤 방법으로 갚을까? 낚시는 무조건 국룰이겠지.’

쥐뿔도 없는 박호훈이 유일하게 즐긴 것이라면 무료 게임과 불법으로 다운 받은 게임들이었다.

그 속에서는 무조건 낚시가 평타는 치는 컨텐츠였고, 돈벌이 방법이었다. 야수의 숲 또한 낚시가 든든한 국밥일 것이 분명했다.

‘힐링게임이라...다종족 연합에도 꼭 있어야 하지.’

자살하는 필멸자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막는 방안은 필멸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식량 해방이 그러했고, 대리만족이 그러하다.

‘병정놀이로 대리만족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제법 드는 취미니까.’

쉽게 양산되는 힐링게임을 도입하는 건 필요해 보였다.

‘그냥 돈벌이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드낙의 판단이 눈 깜짝할 사이에 뒤바뀌며 탐욕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어차피 세금으로 도움을 주는데, 게임까지 무료로 주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닐까? 가챠 돌리는 게임처럼 돈 빨아먹는 게임이 좋지.’

나뭇가지를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가챠이며, 1등이 되지 못하면 휴짓조각이 되는 것을 돈 주고 사는 것이 경마였다. 둘의 차이는 하나는 그래도 만족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끝없는 절망감 속에서 ‘한 번 더’를 외친다는 것이다.

‘힐링겜을 헐값에 팔아서 이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더 인도적이긴 하다.’

벤처기업 지원금처럼 굴릴 수 있었다.

식량에서 해방된 필멸자들은 다양한 활동을 해야 했고, 게임 제작은 그곳에 들어갈 가치가 있었다.

‘해변도 개발해야하고...’

별장을 지어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곧추세우는 것 또한 나쁘지 않아 보였다. 국가가 이를 관리한다면 더더욱 안정적으로 서로 득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세금 또한 거둘 수 있었다.

‘공산당 같지만...자본이 있으니까 그렇게 해야지.’

관광업은 돈이 된다.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일본으로 놀러 가는 사람들만 봐도 관광이 얼마나 꿀딴지 사업인지 알 수 있다.

‘어릴 때 생각나네. 그때는 그래도 계곡에 가서 7만 원짜리 닭을 먹을 수 있었지.’

아름다운 추억이다.

지금 성공했기에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었다. 정작 그 시절에는 돈도 안 내고 그 닭을 먹었다는 걸 그는 몰랐다. 어렸으니까.

불법 장사하는 놈과 불법 장사하는 놈의 것을 훔쳐 먹는 놈과의 싸움 속에 있는 한 명의 어린이는 이렇게 지금 반마반신이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드낙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그마한 틈새를 지켜보고 있는 인조생명체와 눈이 딱 맞았다. 인조 생명체가 고개를 돌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니 드낙이 그 벽에 검을 쑤셔 박은 직후였다.

“컥...”

털이 북슬북슬하면서도 뼈가 다른 생명체보다 짧고 작아서 온 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가득뼈 뉴트리아(Multiple bones Nutria)>가 바들바들 떨었다. 땅을 잘 파는 두툼하고 딱딱한 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부드러운 놈이었다.

‘정보를 모으기 위한 놈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놈이 그대로 자폭했다.

3성 정예병이란 것은 마력을 품고 있는 필멸자라는 말과 일맥상통했으며, 베테랑 수준의 까다로운 병사를 대체하는 말이었다.

자폭을 드낙은 그대로 맞받아쳤다. 마력 폭풍이 이글거리는 화염을 밀어내고, 내부에서 터지는 화약은 방어 마법에 가로막혔다. 충격파가 공기를 통해서 전파되었지만, 그뿐이었다.

죽은 뉴트리아를 보며 드낙은 혀를 찼다.

‘까다로운 놈이다.’

손만 들어가면 좁은 곳으로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수백 개로 나누어진 뼈와 지방층 덕분이다. 지방층이 충격을 완화하고, 짧고 몽땅한 뼈는 어디든지 지나갈 수 있었다. 심지어 두개골까지도 그러했다.

기괴한 놈이다. 동시에 흉악하다.

화약에 휩쓸린 뉴트리아의 몸을 꺼낸 드낙의 눈이 놈을 훑었다. 사냥꾼은 모든 것을 짚어볼 수 있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검은 늑대마저 사냥한 사냥꾼이다.

‘아랫배에 화약이 그득하다.’

비인도적인 모습이다. 그 양은 대단했고, 철조각도 가죽에 끼어있었다. 수류탄을 들고 다니는 놈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막아낸 드낙도 보통내기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수류탄은 너무 사기적인 무기였다.

‘충격량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지.’

만든 것에 비해서 너무 파괴력이 높았다. 다종족 연합 또한 보유하고 있었고, 우주 낙원의 병사들도 지니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온갖 무기에 의해서 사상자가 늘어날 터다.

‘착잡하다.’

차원전쟁은 결국에는 전쟁. 드낙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들이 내부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에 요인 암살을 통해서 최대한 빨리 적들을 쓰러뜨려야 한다.

대국의 땅덩어리만큼 거대한 우주 낙원이 천천히 고도를 낮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카운트 다운이나 다름없지.’

그 덕에 되려 백중세(伯仲勢)를 유지해야 했다. 적이 패색이 짙다고 여기는 순간 우주 낙원...이 큰 덩어리가 높은 고도에서 추락할 것이다. 그리된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5km에 달하는 높은 고도에 있었기에 다종족 연합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 공중에 있는 땅덩어리가 너무나도 컸기에 드낙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기도 했다. 대장이 죽어도 언제든지 곳곳으로 뻗어 나가서 소요사태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 파괴 공작에 당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복구해야 할지 가늠조차 못했다.

‘초토화 공작이 무서운 이유지.’

파괴는 쉽고, 창조는 어렵다.

엘프들은 수천평에 달하는 작업장을 단단히 방비했고, 그곳에 2개의 대형 마법진과 하나의 중급 마법진을 설치했다.

대형 마법진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쏟아져나왔고, 중급 마법진에서는 보급이 이루어졌다.

“나가서 싸워라! 반신급의 존재가 나타나면 보급받은 스위치를 파괴해라. 내가 그곳으로 갈 것이다.”

와아아아!

연설은 간단했다. 처음에는 엘프들만 있었지만, 이제는 온갖 종족이 그득했다. 그 말을 끝으로 드낙은 홀연히 사라졌다. 본격적으로 요인 암살을 위해서였다.

반면 남은 다종족 연합의 목적은 우주 낙원의 표면에 존재하는 방어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공중 요새가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

“어차피 땅이 매우 넓다. 알아서들 움직여서 적과 맞서 싸우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이들은 협력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주 낙원이 거대했다. 대국(大國)이 둥둥 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상과 지하까지 생각한다면 무시무시한 거대요새였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우주를 떠돌며 자급자족하며 오래 항해를 할 수 있었다.

그 거대함에 쫄아서 이곳으로 침투한 것이기도 했다.

다종족 연합이 움직였다. 그 사이에 공중 요새는 밖에서 한참을 대기해야만 했다. 은폐되어있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거리가 멀었기에 아주 손쉬운 일이다. 조금만 거리가 가까워진다면 들킨다는 걸 모든 뿔쥐 함장이 알고 있었기에 쥐죽은 듯이 떠 있기만 했다.

딱 고도만 맞춰놓은 채로 대기했다. 은폐된 내부에서는 물을 끓여서 산소를 공급하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공기는 파이프를 타고 흐르면서 수증기를 배출해서 습기를 만들었지만 드워프들의 손길이 들어간 파이프라 녹이 슬지 않았다.

“흡! 하! 흡흡! 하!”

매우 높은 고도에서 뿔쥐가 공기를 크게 흡입했다. 귀로 듣기만 하면 매우 변태적인 흡입 소리였지만 실제로는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이내 그냥 마력을 써서 바람을 토해냈다.

“이제 좀 살겠네.”

“고도가 어째 점점 내려가는 것 같은데.”

“놈들이 내려가고 있거든. 천천히.”

“불안하다. 그대로 꼬라박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있겠어? 놈들이 왜 차원침공을 했겠어? 노예를 삼을 놈들을 떼로 죽이지는 않겠지.”

날카로운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뿔쥐가 날카로운 눈을 했다. 비전을 성공시킨 기사의 눈이었다. 신념으로 똘똘 뭉친 눈을 한 뿔쥐가 입을 열었다.

“뜨로우. 백까마귀의 신수. 카이야 소환. 턴이 끝날 때마다 꿀통을 소환한다. 꿀통을 파괴하지 않을시 꿀 냄새에 이끌린 청염의 늑대를 소환한다.”

“이 새끼, 또 사기 치네. 토치라이트 덱 쓰는데 왜 거기서 신수가 나와?”

“아, 꼬우면 너도 넣던가.”

*

우주 낙원의 모든 5성급과 4성급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곳에 엘레우테리오의 정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우주 낙원.]

[정체불명의 반신급이 침투했습니다. 471구역과 470구역의 천상의 구조물과 보석탑이 완파된 상태이며, 그 지역의 영향력이 끊어졌습니다.]

[뭐라고? 고작 반신급에게 구역 2개가 뚫렸다는 거냐?]

엘레우테리오가 깜짝 놀랐다. 그렇기에 이곳에 4성급 이상의 존재들이 모두 모인 것을 이해했다. 이 정도의 사태다. 적을 단번에 해결해야지 더 이상의 피해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환희와 자유의 인신(人神)이 물었다.

[칠색신룡 하나는 어디에 갔느냐?]

[죽었습니다.]

그 말에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곧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칠색신룡(七色神龍)은 평범한 5성급이 아니었다. 반신이라고 해도 다 같은 반신급이 아니다. 어떤 종족이 반신에 되었느냐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

드래곤이 반신급에 강제로 올라선 칠색신룡은 그야말로 최강의 전투 개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군.”

빛의 전사, 천상십이수극대전사(天象十二手極大戰士)가 입을 열었다. 그 속에는 당황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12개의 팔과 6m의 거대한 거인은 그렇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7가지 무지개색으로 규정하여 힘으로 삼아 소멸의 힘을 다루는 칠색신룡은 신조차 죽일 수 있도록 설계된 인조 생명체였다. 우주 낙원에서 생산할 수 있었지만, 3명의 감시자(Observer)들로부터 허락을 맡아야 했다.

감시자(Observer)들은 만신전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보내주는 연락책이었다. 엘레우테리아도 그들에게는 터치를 안 할 정도였다. 그만큼 강한 것이 칠색신룡이다.

그런데 전투 개시 이후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죽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있겠지?]

[머리의 절반이 원자 단위로 분해되어서 즉사했으며 추락했다는 것을 관측했습니다. 그 외의 것은 그 무엇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엘레우테리오가 숨을 죽였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카실레안 교본에 따르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 아마겟돈을 통하여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고, 인신 및 최대한의 전력을 챙겨서 도주하는 것입니다.]

논외였다. 받아들일 수 없는 전술이었다. 우주 낙원이 파괴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엘레우테리오가 지닌 영향력이나 서열은 대단히 낮아서 도망친 상태다.

‘되돌아간다면 격전지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 그건 더더욱 안 된다.’

[받아들일 수 없다. 여기에 있는 이들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했는가.]

[둘. 종전 협상 이후 배신하여 죽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모양새가 안 좋다.’

[받아들일 수 없다. 고작 반신급 하나에게...]

[셋. 지연전을 펼치며, 적들에게 큰 피해를 줘서 그들이 스스로 항복하게끔 합니다. 두 번째 안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럴듯하다.

[나쁜 안은 아니군. 지금 당장 드롭 쉽을 곳곳에 강하시켜라.]

“예!”

오버로드급 4성 인조생명체 하나가 물러갔다.

[다른 건?]

[넷. 그대로 다른 차원으로 다시 항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고도가 높고, 상대 또한 차원 이동을 감행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물러날 공산이 큽니다. 혼자서 고립되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 3성급을 제조하는데 대부분의 자원을 써버렸지 않나.]

[카실레안 교본에서는 모든 것이 상대적입니다. 죽는 것보다는 굶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음.]

[다섯. 격의 차이를 통하여 단칼에 죽이는 겁니다. 다만 피해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게 좋겠지. 그것도 해야겠다. 우주 낙원. 너도 여기에 모두를 소집한 건 이 전술을 쓰기 위함이겠지?]

[예. 그만큼 이 토착반신은 위험하다고 여겼습니다. 유인...]

말을 이으려면 우주 낙원이 갑자기 침묵했다.

[뭐냐?]

[......동시다발적 구역 파괴 진행 중! 283구역의 핵심 발전소 파괴! 172구역 화재 발생! 882구역 작업장 소실! 444 용병 지구인 소속 거주 구역에 대한 통제권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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