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69화 (96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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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우주 낙원이 모든 모습을 드러냈다.

진행률 100%.

중형 강하기, 드롭 쉽이 불을 뿜었다. 그걸 본 드낙이 단번에 파동으로 변했다. 다른 이가 봤으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으로 보였다.

홀연히 모습을 바꾼 것과는 다르게 드낙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이미 한 번 갔던 곳이라고 해도 상대가 어떤 방어 체계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25km에 달하는 공간을 찰나의 순간에 도달한 드낙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대로 우주 낙원에 들어갔다.

방어마법이 그를 막았으나, 악마의 힘으로 강화된 적발(赤髮)에 상쇄되었다.

오우거의 적발은 초월의 힘을 상쇄시키는 힘. 평범하게 세뇌를 해도 세뇌 마법의 불꽃은 촛불처럼 위태로워지다가 끝내 꺼질 정도로 강대한 힘이었다. 지금까지 오우거를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일 정도로 많은 힘을 쏟아부어서 성공한 것은 마신(魔神) 성현(seonghyeon)뿐이다.

그만큼 종족성이 뛰어난 오우거가 지닌 적발의 능력은 대단했다. 그 어떤 필멸자도 따라 할 수 없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육체에 힘이 담기는 악마의 특징이 스며들었다. 반마의 피를 통해서 강화된 드낙의 적발은 평범함과는 궤를 달리했다.

쩌저저적!

방어 마법을 하나 뚫고 들어가자 그 이후에 그를 반긴 것은 거대한 유리 방어막이었다. 유리가 균열나는 걸 역재생 한 것처럼 수많은 균열을 지닌 채 생성되었다.

‘방법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것 같네.’

유리의 균열 소리는 똑같았지만 기괴하게도 굉장히 낮은 저음이었다. 인공적인 소리였고, 자연적으로는 나올 수가 없었다. 낮은 저음은 대단히 멀리 뻗어 가기 때문에 효과적인 경보기였다.

동시에 우주낙원의 땅의 한쪽이 붕괴하며 철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곳곳에 사람 머리통보다 큰 보석이 빙글빙글 돌면서 나사를 뽑듯이 회전하며 원뿔형처럼 튀어나왔다.

‘인공 보석인가? 뭐가 저렇게 커.’

드낙이 균열난 유리 방어막을 단번에 지나가며 흥미로운 눈으로 이를 쳐다봤다.

구웅-!

고래의 뱃고동 소리를 냈다. 소리에는 마력이 담겨 있었는데, 파동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단번에 주위 공간에 마력이 침투하더니 거미줄처럼 엮어졌다.

소름이 돋은 드낙이 단번에 파동으로 변하여 그곳을 벗어났다. 힐끔 뒤를 바라봤는데, 공간 자체가 아무렇게나 뒤엉켜있다가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찰나의 순간 공간을 비틀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박살 내는 대마법이었다. 무엇보다 소름이 돋는 건 그런 대마법을 단 몇 초 만에 실현했다는 점이었다.

<거미줄 소리 대마법(Spider Web Sound Big Magic)>

마력과 마법을 전달하는 매질을 소리로 채택하여 압도적인 전파력을 만들고, 거미줄 특유의 장악력을 토대로 대마법진을 형성한다. 그리고 공간을 박살을 낸다.

실로 두려운 힘이었다.

‘걸리면 그냥 죽어야 할 정도네.’

쾅!

드낙이 발길질을 했다. 철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꺾이고, 인공 보석으로 만든 원뿔형의 탑 또한 휘청거렸다. 한 번 더 내려치자 그제야 박살이 났다.

‘대신변형체를 시작부터 들고 왔다면 여기서 박살이 났겠어.’

파동으로 전환되는 시간도 느리고, 머리에서부터 손끝까지 신경이 전달되는 속도도 길었다. 이 때문에 소리라는 매질을 통해서 마력을 대규모로 퍼뜨리며 단번에 대마법진을 완성시키는 이 수법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재빨랐다.

무지(無知)로부터 생기는 단점은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위기 생활에 그 흉악한 모습을 어둠 속에서 드러내어 송곳니로 물어뜯어 버린다.

전세에 들어가며 3억을 내주었는데, 사기를 당해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무지(無知)는 오로지 위기 속에서만 그 흉포한 고함 소리를 내지르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드낙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모르면 처맞아야 했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드낙이 대신 변형체를 시작부터 가지고 오지 않아서였다.

‘휴, 다행이다.’

절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시에 우주 낙원의 무기 수준이 대단히 높다는 걸 깨달았다.

‘수틀리면 바로 파동으로 변해야겠다.’

중립신의 계략으로 암살자의 재능을 늦게 꽃피운 드낙의 파동은 단순한 회피로 자주 쓸 수 있었고, 공격용은 아직도 범위, 상대의 초월의 힘 보유량, 생명체의 숫자와 영혼의 퀄리티 등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제한되고 있었다.

드낙은 일단 우주 낙원의 구석 부분을 공략했다.

자동으로 땅을 파헤치며 튀어나오는 철 구조물을 기울이게 하고, 그 속에서 뱅글뱅글 돌며 모습을 드러내는 인공 보석을 파손시켰다.

공간이동을 이곳에 지키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3개를 부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상대는 단번에 반응해왔다.

위에에애애애애애애앵!!!

‘어라? 자주 들어본 소리인데.’

경보기가 대단히 크게 울리며 곳곳에서 붉은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드낙이 그 소리에 잠깐 멈춰 섰다.

[429번 지역. 강대한 적 침입. 추정등급 반신급.]

똑같은 말이 되풀이되거나 새로운 명령을 내리기도 했는데 문제는 드낙에게 익숙한 언어였다는 점이다.

‘영어랑 한국어잖아? 진짜 대박이네.’

이계인들 또한 영어를 사용했지만, 한국어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드낙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살았던 지구는 이런 초월적인 섬을 만들어서 우주로 보내는 짓을 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야 할 지구랑은 다른 지구인가보네.’

드낙이 다시 움직였다. 대략적으로 반경 1km의 표면에 존재하는 방어 체계를 다 박살 내고, 그제야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그런 드낙을 무지개 색깔이 화려하게 빛나며 그를 비추며 백광으로 변했다.

“악! 내 눈! 무슨 짓이야!”

드낙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면서도 태평하게 대꾸했다. 적을 도발할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경박한 말투는 특히 강자에게 잘 통했다. 세파리아스만 봐도 진중한 것보다는 경박한게 그 심기를 더 잘 건드릴 수 있었다.

드낙의 연기는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당장 효과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차근차근 경박함에 적은 질색팔색할 것이다.

드낙의 말에 칠색신룡(七色神龍)이 깜짝 놀랐다.

[한국어? 뭐하는 놈이냐?]

“뭐하는 놈이긴, 보면 모르냐?”

쾅!

드낙이 툭 튀어나와서 적을 요격하는 철구조물을 단번에 구부렸다. 대단히 굵은 철구조물이었음에도 충격에 의해서 엉망진창으로 기울어졌다.

[항복해라, 토착 반신. 투항한다면 만신전의 깃발 아래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 세계를 어떻게 할 셈인지 답해줄 수 있냐?”

[식민지로 삼는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무슨 개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한국인에게 식민지의 장점을 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었다. 무조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험과는 관련 없는 딴소리를 좋아하는 중학교 국사 선생님을 만났던 것이 박호훈이다.

수행평가로 자신이 모르는 독립 운동가의 이름 석자를 받아서 거기에 대한 조사를 해야 했다.

좋은 선생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은 그 교육 시스템에서 일류가 아니라는 소리와 같았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 국사 선생님은 괴짜처럼 ‘신념’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듯하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 돈에 결핍된 이들이 돈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시대에 신념을 노래하는 시인은 괴짜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어는 어디서 배운 거냐?”

[지구 공용어 중 하나지. 적어도 만신전이 채택한 공용어는 영어와 한국어인데...너도 지구인인가? 그렇다면...]

드낙이 피식 웃었다.

“지랄 병신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분노가 들끓었다. 단번에 드낙이 화려하기 짝이 없는 빛깔을 내비치며 눈뽕을 하고 있는 칠색신룡의 뒤를 잡으며 말했다.

분노를 토해냈다.

“한국인은 말이야. 식민지를 아주 싫어한다고. 한국어를 공용어로 정한 새끼 면상에다가 꽂아줘라.”

[아닛?! 어느 틈이...!]

칠색신룡의 몸에서 온갖 현상이 일어났다. 드낙을 밀어내기 위함이었다. 드낙은 순순히 물러났다.

‘세파리아스의 조언을 듣는 게 좋지.’

적에 대한 데이터 수집은 앞으로 50년, 100년을 바라봤을 때 크게 중요한 것이다. 적이 어떤 무기 체계를 즐기는지. 어떤 정신과 사상을 지녔는지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었다.

드낙이 있는 차원인 뉴트럴 차원은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하고, 배울 것도 많았다.

‘지금 우세를 점한다고 좋은 게 아니지. 약간 주식처럼 해야 한다.’

드낙이 엉뚱한 예를 들었다.

‘하락점에서 주식을 구매해서 고점에서 판다. 그게 주식이지.’

아무런 도움 안 되는 투기꾼 잡놈의 생각을 한 드낙이 씨익 웃으며 칠색칠룡을 도발했다.

“야, 그 빛깔은 그냥 초월의 힘을 뱉어내는 게 전부냐?”

[건방진 반신놈. 토착반신이 감히 수많은 차원을 누볐던 나를 우롱하다니! 용의 분노를 맞이하라!]

칠색칠룡이 입에서 자신의 숨결을 토해냈다. 용의 숨결은 와이번 같은 브레스와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크오오오오오오!

가장 먼저 브레스가 쏘아지면서 열기(熱氣)가 드낙에게 먼저 도달했으며 세상을 뒤덮었다. 주변 공간이 주홍빛의 깔때기를 씌운 것처럼 변했다. 세상에 파멸이 도래한 것만 같을 정도로 탁한 주홍빛이었다.

‘미쳤다.’

그 압도적인 효과에 드낙이 손발을 덜덜 떨었다.

만약, 이 브레스가 필멸자가 많은 곳에서 사용했다면 그 브레스를 마주하지 않더라도 폐가 타버려서 죽었을 것이다. 그만큼 주변 공간을 지배한 열기(熱氣)는 피부를 태울 정도로 뜨거웠고, 대기 곳곳에서 알 수 없는 불꽃이 튀어 오르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드낙은 브레스를 맞을까 말까, 맞을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어깨를 앞뒤로 들썩였다.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은 경박하기 짝이 없었다.

‘아, 맞으면 아픈데. 그래도 데이터를 모으면 나중에 엄청 좋긴한데.’

결국 드낙이 몸을 뺐다. 대신 손가락 하나를 스윽 내밀었다.

“어?”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손가락이 그대로 사라졌다.

꿀꺽!

드낙이 침을 삼켰다. 피가 흐르는 손가락은 굉장히 아팠지만 빠르게 회복되었다. 반마의 힘 덕분이었다. 신성력은 드낙의 몸에 없었는데, 가용 신성력 모두 사람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다.

[피했...다고? 그럴 리가...없다!]

반면 용의 숨결을 쓴 칠색신룡이 경악했다.

“피할 수 없는 거였어...?”

드낙 또한 놀라워했다. 이에 칠색신룡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 긴 아가리가 조금 벌어질 정도로 놀란 상태였다.

[피할 수 없고말고. 평범한 용의 숨결이 아니다. 무려 반신급에 도달한 용의 숨결인 것이다.]

“파괴력만 봐도 대단한데, 피할 수 없다는 건 너무 양심 없다. 이제 피할 수 있는 용의 숨결로 하자.”

태평한 소리에 칠색신룡이 콧김을 내뿜었다. 적의 평이한 태도에 절로 화가 치밀어올랐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세상에 뿌려진 일곱가지의 빛을 모아서 만든 최강의 숨결이다! 내 숨결이 바로 불이요! 물이요! 태양이요! 꽃이요! 녹음이며! 바다고! 달과 밤이다!]

그렇기에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눈앞의 토착반신은 이를 가볍게 피해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칠색신룡이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이미 드낙은 거기에 없었다. 칠색신룡의 머리 위에 두 발을 턱 올렸다.

“용의 숨결은 되었으니, 다음 한 수를 보여봐라. 그래야 내가 세팔이 녀석에게 큰소리를 칠 수 있지 않겠느냐!”

세파리아스의 말투를 흉내 내며 근엄하게 소리를 지르자 칠색신룡이 척추가 서늘해지며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아-! 리아누오스, 한!]

아리아누오스한(하늘과 땅, 다섯의 진리, 파멸)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드낙은 순식간에 빤스런을 쳤다. 발에 조금 닿았는데, 용의 숨결처럼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결과도 없이 소거되는 감각은 실로 두려웠다.

“결국, 비슷한 계통인데, 형태만 다르네. 다 소멸하는 것뿐이야?”

[네...네놈...]

순식간에 300m를 빤스런친 드낙이 아리아누오스한의 범위를 벗어난 채로 말했다. 그 말에 칠색칠룡이 경악했다.

일곱가지에 달하는 빛을 습득하여 세상의 용이라 불리는 존재가 되어 반신급이 된 용이 바로 칠색칠룡이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의 용이 인간처럼 보이는 반신을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 말을 하는 칠색신룡에게 흥미가 사라진 드낙이 단번에 파동으로 변했다.

미립자의 세계는 보고 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속에서도 드낙은 알아서 움직여서 칠색신룡의 머리 부분에 접촉해서 그 절반을 파동의 세계에 들어오게 했다.

퍼석!

원자 단위로 변한 머리 절반이 흩날렸다.

피가 쏟아져나왔다. 아무리 반신급이라고해도 육체를 지닌 칠색신룡은 불사의 존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다. 드낙은 그곳에서 눈을 돌려 우주 낙원에 운석처럼 파고 들어갔다.

쾅!

토사물이 쏟아지고, 구조물 일부분이 붕괴했다. 전선이 떨어져 나가 파지직 소리를 냈으며 물이 오고 가는 관이 파열되어 물이 콸콸 쏟아졌다.

서둘러 달려오던 놈들이 모두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흙먼지를 바람 마법으로 가볍게 걷어낸 드낙을 보자마자 필멸자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들의 모습과 형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저자는 만신전(萬神殿)의 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맞서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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