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67화 (96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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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세파리아스가 가볍게 폭풍 해방 대검을 놀려서 바닥에 적당히 꽂아두고, 강철이 흐르는 강을 하단에 뒀다.

“그대들이 이번 전투의 선봉장들인가?”

“그렇다.”

적기사왕이 즉답했다. 기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알 것이고, 방금의 오러블레이드를 통해서도 느꼈을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지닌 자만이 사용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뛰어난 마법 지식을 지닌 대마법사가 사용 가능한 것이 오러 블레이드였다.

인공 생명체에게 지식의 주입이 가능한 만신전(萬神殿)이 할 수 있는 최강의 강화 작업이 <마법사의 오러 블레이드(Wizard`s Aura Blade)>였다. 4성 오버로드 중에서 이 시술을 받은 이는 극소수에 해당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격력이 강한 것이 오러 블레이드였다. 마력의 응축을 통한 물질화만 봐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연금물약을 통해서 마력을 액체화시키는 것과는 과정 자체가 달랐다.

초진동을 통해서 강력한 공격력을 보유하기에 못 자르는 것이 없었다.

취급에 주의를 해야 했기에 해당 시술을 받은 오버로드는 적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게으름뱅이의 신, 엘레우테리오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반신급도 아니고, 상위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강한 4성 오버로드급의 존재를 크게 강화할 수 있어서였다.

“정신체조차도 벨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을 마주한 기분이 어떠냐. 우물 안 개구리야.”

적기사왕의 말에 세파리아스가 투구 속에서 피식 웃었다. 마법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모든 것이 차단되어있었음에도 그들은 세파리아스의 비웃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존재였다.

<꿰뚫는 시야> 시술을 받은 왼쪽 눈동자가 시리도록 차갑게 빛을 발했다.

“건방진 놈. 그 일격을 회피했다고 웃는 것이냐? 제대로 받아내는 순간 네가 자랑하는 모든 장비는 원자단위로 조각난다.”

“원자? 신기한 단어군. 신제국의 마법사가 될 생각은 없나?”

“미친놈이구나. 오만 해도 정도가 있다.”

쿠구구구....!

뒤늦게 적기사왕의 오러 블레이드에 베어졌던 집이 무너져내렸다. 집이었기에 붕괴하는 속도가 느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죽이지는 마라. 반신급 원주민은 우주 낙원의 좋은 자원이니까.”

청기사왕의 말에 적기사왕이 웃었다. 그의 장창이 붉게 물들었다. 색이 입혀진 마력이 잔뜩 피어올라 왔다.

<베는 난창(亂槍)>

<베는 행위>에만 오러 블레이드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적기사왕이었다. 그렇게 설정이 된 장창 때문이다. 장창은 마법의 연산 보조를 해줌과 동시에 마력의 응축을 도와주는 아티팩트였다.

무엇이든 벨 수 있지만, 행위 자체는 제한되었다. 허나 베기 또한 많은 동작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흙먼지를 사정없이 적색의 광선이 배어나겠다. 여러 번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적기사왕의 특징이었다. 정반대의 특징을 지닌 청기사왕은 오러 블레이드를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둘은 찰떡같이 같이 작전을 하곤 했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위를 널리 퍼뜨리는 걸 좋아했다.

흙먼지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풍의 난잡한 움직임에 빠르게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갔다. 세상이 날카로운 무기에 할퀴어져 있었다. 적기사왕의 <베는 난창>에 모조리 베어져 있었으며 그 폭은 1cm에 불과했지만, 그 깊이는 끝이 없었다.

“......”

하지만 그 무용을 적기사왕과 청기사왕은 서로 칭찬하지 못했다. 평범한 전투였다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적을 놀렸을 것이다.

<마법사의 오러 블레이드(Wizard`s Aura Blade)>를 경험한 반신급은 정신체마저 자르는 초극의 마도기술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거나, 이를 제대로 피하지 못해 부상을 치료하며 경악스러운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이건 대체 무슨 경우지?’

둘 모두 마른침을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뉴트럴 차원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반신. 신제국의 황제라는 작자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그를 관통하여 지나간 오러 블레이드만 해도 10줄기가 넘어섰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만은 오러 블레이드의 흔적이 없었다. 그가 서있는 땅만 베이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반신(半神).”

처음으로 적기사왕이 반신이라 그를 지칭했다. 신제국의 황제가 아니라, 그 앞에는 반신이 보였다. 신으로 향하는 영광의 계단을 걷는 구도자(求道者).

“오러 블레이드 속에는 그 어떤 깊이도 없군.”

반면 세파리아스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며 강철이 흐르는 강을 검집에 집어넣고, 폭풍 해방 대검을 다시 손에 쥐었다.

‘강철이 흐르는 강(Steel flowing river)을 사용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다.’

처음에는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냉병기로 맞서 싸운 무장기사를 기술의 정수로 대처했던 세파리아스의 모습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깊이가 없다고?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반면 세파리아스의 말을 들은 기사왕 2명은 미친 듯이 웃었다.

“눈이, 눈이 비었구나! 초극(超克)에 도달한 마도 기술과 과학 기술의 정점으로...”

그 말을 세파리아스는 끊으며 외쳤다.

“무(武)의 깊이가 없다는 말이다!”

그가 거칠게 한 걸음 나섰다. 이에 알 수 없는 본능이 경종을 울렸고, 적기사왕이 오러 블레이드가 깃든 장창을 휘둘렀다. 아름다운 물결 형식의 장창에서 광선이 뿜어져 나왔으나, 세파리아스의 앞을 지나가는 광선만 싹 사라졌다.

그 외의 곳은 흉악하게 베고 지나갔다.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에 호수 숙녀까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세파리아스가 폭풍 해방 대검을 위로 추켜올렸다.

세상마저 베어버리는 것이 <영향무력(影響武力)>이다. 세상이 세파리아스의 념(念)에 따라 알아서 베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더욱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드낙과는 다르게 세파리아스는 끝없이 수련하는 존재였고, 수련하는 드낙보다는 조금 늦은 감이 있어도 천재나 다름없었다. 하위인간의 몸으로 엘프 기사를 여럿 죽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무재(武才)를 지닌 것이 그였다.

세상을 베었다는 관측정보도 베어버린 셈이다.

“극창을 사용해라. 청기사왕.”

“뭐라고? 그건 온전한 초월자를 상대로 하는...”

“빌어먹을 놈! 내 오러블레이드가 통하지 않는다! 규격외다!”

적기사왕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에 청기사왕이 창끝으로 그를 노렸다. 그런데도 세파리아스는 그저 느긋하게 걸어나갔다.

이글거리는 청염(靑炎)이 청기사왕의 손에서 일어났다. 정신체마저 큰 피해를 입히는 찌르는 극창(極槍)은 단 한 개체만을 노리는 오러 블레이드였다. 접촉하는 순간 오러 블레이드의 모든 힘이 그 개체에 흡수되어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이었다.

극창의 오러블레이드를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 남짓.

단번에 푸른광선이 쏘아졌다. 세파리아스가 살짝 옆으로 한 걸음 움직여보았다. 계통은 같았지만 베는 적광과는 다르게 찌르는 청광은 또 다를 수 있어서였다. 정보 획득은 앞으로의 활동에서 중요했다.

실제로 청광은 그를 노린 것처럼 궤도를 즉시 수정했다. 그 수정 각도는 대단했으며, 수정되는 속도 또한 기민했다.

‘절대 피할 수 없군.’

세파리아스의 대검이 휘둘러졌으나, 그 휘둘러졌다는 세상의 관측 또한 베어져서 사라졌다. 영향무력이 청색 광선을 베어버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어버렸다.

세상을 베어낸다는 개념을 점점 이해하고 있는 세파리아스의 영향무력은 온갖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서걱-!

지상에 안착해있던 두 명의 기사왕의 귀에 무언가가 들려왔다. 뭔가가 베어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상대는 대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푸화학!

눈앞에 피가 쏟아져나왔다. 눈에 피가 튀며 스며들었다. 시야가 붉게 변했다. 균형이 무너지며 시야가 곤두박질쳤다.

‘어?’

무인(武人)의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자르기 힘든 골반의 위쪽으로 상하체가 분리되어 떨어졌다.

“크, 악.”

입에서 피맛이 느껴졌다. 청기사왕이 숨을 헐떡거렸다. 볼에 느껴지는 차가운 흙의 감촉이 빠르게 무뎌져 갔다. 반면 상체가 뒤로 넘어간 적기사왕은 하늘밖에 볼 수 없었다.

호수 숙녀가 서둘러 물을 쏟아냈다. 둘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공중에 있는 그녀가 낮게 날았다.

황금물은 두 명의 생명을 유지시키며, 물은 하체를 넘어뜨려서 쓰러진 상체에 붙였다.

그 모습을 세파리아스는 가만히 관망했다.

“놀랍군. 신성력을 담은 물인가? 신기하다.”

물이 마치 손처럼 반시체를 붙여주는 것을 보니 마법도 가미되어있는데 마법 시야로는 마력만 보였고, 마법의 술식은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신성력의 입자 또한 보였는데 세파리아스의 신성력과는 다르게 아주 작은 신성력 하나하나가 기형학적인 문양을 하고 있었다.

<신성력의 입자 기술>은 만신전(萬神殿)에 있는 인신(人神)들의 또 다른 힘이었다.

“헉, 헉헉! 헉헉헉!”

치료되었음에도 헐떡거림은 쉽사리 가지 않았다. 코앞에 도달한 세파리아스 때문에 두 명의 기사왕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장창을 움켜쥔 손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호수 숙녀는 공격력이 적었기에 그를 공격하기보다는 적청 기사왕을 황금빛 물로 보호했다.

“대, 대체...”

적기사왕이 식은땀으로 범벅된 채 입을 더듬거렸다. 세파리아스가 투구를 벗었다. 능숙하게 이를 허리춤에 놓고, 한 손으로 쥐고 있는 폭풍 해방 대검을 어깨에 걸쳤다.

“두 가지를 결정해라. 여기서 죽거나, 내 밑으로 들어와라.”

“......!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걸 정하는 건 네가 아니다. 바로 내가 정한다. 신제국은 마법사가 필요하거든.”

“우리는 만신전에 절대적인 충성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배신하는 순간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에 세파리아스가 히죽 웃었다. 실로 시원한 웃음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난 만신전에 묻지 않았다. 너희 두 명에게 물었다. 강요받는 충성에 목숨을 걸겠는가? 아니면 자유 속에서 충성할 자에게 충성할 것인가.”

그 말에 호수 숙녀가 고함을 내질렀다.

“어리석은 자!”

퍼석!

한순간이었다. 허공 10m에 있던 호수 숙녀의 몸이 말 그대로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찢겨서 비산(飛散)했다. 피의 비가 떨어져 내리고 살조각이 들러붙었다.

두 명의 기사왕이 입술을 떨었다.

사실상 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았을 뿐이다. 죽거나 죽거나였다. 만신전에 충성한다면 죽어야 했고, 그렇지 않아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만신전은 오버로드급 인조생명체에게 군대를 통솔할 자유를 줬지만 배신할 자유는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을 마주한 두 명은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허면, 이 유흥을 마지막까지 즐기고 싶어졌다.

“반신이시여. 그대의 목표는 무엇이오.”

“인간을 잡아먹고, 필멸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모든 초월자를 죽이는 것.”

그 말에 깃든 거대한 신념은 당장에라도 실현될 것처럼 들려왔다. 세파리아스의 카리스마는 악마의 마력이나 다름없었다.

두 명의 기사왕 모두 척추가 지르르 떨려왔다. 듣고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에 적기사왕이 말했다.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대의 군세에 속해 일개 병사라도 되어 초월자에게 검을 겨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신이야말로 나의 주군으로 삼고 싶다.”

그 말을 하자마자 적기사왕이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아냈다. 인조생명체가 감히 400명이 넘는 인신을 배신한 대가는 죽음뿐이다.

청기사왕이 눈을 감으며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기사 서임을 하는 기사처럼 목을 살짝 숙여 목을 내보였다. 가장 취약한 자세였다.

“주군을 뵙습니다. 부디, 그대의 꿈이 실현될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청기사왕의 피부가 검붉게 물들어갔다. 육체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그 이상으로 진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파리아스가 그것마저도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일어나라.”

그 말에 두 명 모두 일어섰다. 세파리아스는 혁대에서 직접 철막대를 꺼내서 그들에게 건넸다.

“마셔라.”

이에 따르자 세파리아스가 명령을 내렸다.

“신제국을 수호하라. 내 첫 번째 명령이다.”

““따르겠습니다.””

둘 모두 단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파리아스는 그들이 향한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우주 낙원의 모습이 세파리아스의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드낙 녀석, 방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미운 정이 든 놈이고, 필멸자를 생각할 줄 아는 놈이었다. 이런 곳에서 죽지 않았으면 싶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허무하게 죽을 수 있었다.

그게 전쟁이라는 놈이었다.

대단하든 우월하든 상관없었다. 세파리아스 또한 방심했다면 오러 블레이드 한 방에 조각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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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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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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