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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966화 (96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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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무장기사는 헤비 랜스를 버리고 롱소드를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세파리아스는 놈의 첫수를 예측할 수 있었다.

‘롱소드로 찌르겠지.’

솨아악!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롱소드가 찔러졌다. 마법으로 강화된 근력이 내뿜어내는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바람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크게 들려왔다. 그 속력 또한 복서의 잽처럼 눈으로 보기 힘들었다.

폭포를 오르는 언어처럼 단번에 출수(出手)된 롱소드의 찌르기.

웬만한 베테랑이라도 미리 예측하지 않았다면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필살의 일격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 세파리아스는 놈이 롱소드에 모든 체중을 담지 않은 걸 파악할 수 있었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

마법으로 강화된 근력은 굳이 체중을 넣지 않아도 위협적이었다.

최고의 한 수는 그저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다.

상대의 첫수를 알고도 이를 받아주는 건 대단히 오만한 생각이었다. 그 즉시 공세를 취할 수 없고 수세에 몰리는 것이니까.

수비하는 태세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이었다. 그만큼 공세가 쉽다. 바둑에서 먼저 선수를 두는 흑돌이 얼마나 큰 이점을 지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캉!

그러나 세파리아스는 오히려 한 걸음 뻗어 나가며 롱소드를 강철이 흐르는 강으로 쳐냈다. 빠르게 두 존재의 거리가 좁아 들었다.

후웅!

무장기사가 사각 방패를 휘둘렀다. 그리고 4개의 팔 중 두 개의 팔이 추켜올리고 있던 대검을 더욱 위로 드높였다. 벼락처럼 내려칠 것처럼 굴었다.

세파리아스가 발을 사각방패를 향해서 돌렸다. 자연스럽게 체중을 그쪽으로 기울이며 팔뚝을 들어 올려 사각 방패를 막았다.

쾅.

묵직한 울림이 이루어졌다.

사각 방패를 ‘평범하게’ ‘인간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돌진력과 체중을 때려 넣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블러드 아머에 해당하는 바람 귀공자 풀세트는 입는 것만으로도 근력을 강화해준다.

반마급의 뱀파이어가 만든 것이었다. 굳이 형태를 만들지 않아도 신체강화가 이루어지는 특수한 갑주가 블러디 아머였다.

‘막아? 죽어라!’

무장기사가 그대로 대검을 내려치며, 롱소드로 세파리아스의 오른쪽 팔뚝 관절을 옆으로 후려쳤다. 팔이 4개를 지니고, 무기를 3개나 휘두를 수 있는 무장기사의 연속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적의 사각 방패 덕분에 사라진 돌진력 때문에 세파리아스는 유유히 사각 방패 쪽으로 비스듬하게 한 걸음 물러나며 대검을 피하고, 어깨를 비틀며 자연스럽게 왼팔을 통해 관절을 접어 롱소드의 검신을 붙잡았다.

까가각.

“윽?!”

실로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롱소드가 잡히자마자 느껴지는 거대한 반발력에 무장기사가 크게 당황했다. 반신에 오른 세파리아스의 육신은 인간보다 대단했고, 이를 느낀 것이다.

사각 방패로 세파리아스의 옆면을 쳤지만, 오른팔로 가드를 하고, 비집고 들어왔다. 대검을 내려쳐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큭!’

무식하게 버티려는 놈에게 좌측으로 밀다가 당기고, 다시 좌측으로 미는 척하면서 단번에 오른쪽으로 밀어 비스듬하게 넘어뜨렸다.

놈을 넘어뜨리는 도중에 세파리아스가 떨어지는 추락력을 이용하여 땅에 부딪히기 직전에 박치기를 날렸다.

퍽! 쿵!

동시에 소리가 울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뇌진탕에 놈이 널브러졌다. 일어난 세파리아스는 단칼에 목을 잘랐다. 인간 시절이었다면 목젖의 윗부분을 깊게 베고 끝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목뼈째로 잘라냈다.

“이류급의 무인이라. 가진 힘에 비해서 기술이 형편없다.”

필살의 일격이라고 칭했지만, 그저 마법의 도움을 빌려서 만든 일격이며, 체중에 대한 급박한 이동에 조예가 깊지 않았다.

‘이 정도면 병사들이 충분히 이기겠어.’

달인이라고 칭하기에는 조악한 무예였다.

“이야아아아아!!!!”

“크어어어어!”

고함을 내지르며 무장기사를 죽인 세파리아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쿼드러플 무장기사(Quadruple Armed Knight)>와 <끈질긴 곰(Tenacious bear)>이 세파리아스의 눈에 들어왔다.

‘더 볼 필요도 없군.’

검을 휘둘렀다.

세상이 베어졌다. 본래 롱소드의 리치로는 벨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푸화아아악!

그대로 반으로 쩍 갈라진 3성 인조 생명체가 피와 내장을 쏟아내며 찢겼다.

“흑백사 소환.”

세파리아스는 흑백사보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턱짓하더니 그대로 뒤로 손을 움직였다.

스르러러렁.

등에 비스듬하게 걸쳤던 폭풍 해방 대검을 뽑아들었다. 대검집이 위로 들려 올라갔다. 한 손에는 대검을 쥐고, 다른 손에는 강철이 흐르는 강을 들었다.

“가자.”

세파리아스가 그렇게 대답하고는 단번에 땅을 박찼다. 혈액 속에 신성력을 응축시킨 세파리아스는 결코 신성력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꽝!

반신에 오른 인간의 무릎뼈가 삐그덕거렸다. 바닥이 박살이 나며 세파리아스가 단번에 뻗어 나갔다. 집을 뚫고, 그대로 빠져나왔다.

무너지는 벽에서 흙먼지가 쏟아져나왔다.

“버텨라! 사거리를 내줘서는 안 된다!”

온갖 장애물이 쌓여있고, 그곳에서는 때로 불꽃이 피어오르며 놈들의 접근을 막았다. 흑백사가 입에서 독액을 뿜으며 덤비려는 무장기사를 저지하고, 가까이 다가오려는 끈질긴 곰을 위협했다.

병사들은 대검과 장창 따위를 사거리에 쌓아두고 입맛대로 이를 쓰고 있었다. 종종 마력 회복 물약을 들이켜다가 너무 많이 마셔서 토하는 병사도 있었다. 그 병사의 밑에는 빈 철 막대가 가득했다.

그 앞으로 집을 뚫고 튀어나온 세파리아스가 단칼에 고함을 내질렀다.

“나를! 따르라!”

그의 목소리를 모르는 신제국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없었다. 신제국은 프로파간다에 가장 신경 쓰는 국가였다.

인간들의 입이 쩍 벌려지며 용맹한 울음소리가 짐승처럼 퍼져 나왔고, 동시에 세파리아스의 대검에서 폭발적인 바람이 나선을 그리며 대치하는 적을 향해 뿌려졌다. 지붕 위로 올라가려는 적들과 드잡이질을 하는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물론 폭풍이 휩쓸고 갔으나, 큰 피해는 입지 못했다.

3성 인조생명체는 마력을 품고 있었고, 다양한 아티팩트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능히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흐름은 그들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깃발을 들고 있던 병사가 거침없이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휘날리는 깃발의 뒤로 흑백사가 함께 내달렸다.

“와아아아아아!!!”

“인간을 위하여! 우리들의 수도를 지키자!”

거점을 포기하고, 그 수비력을 상실한 인간들의 돌진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너무나도 감정적인 모습이었으나 그들의 눈에는 세파리아스의 등이 보였다.

후웅!

적혈대검은 세리안에게 줬기에 폭풍 해방 대검을 세파리아스가 내려쳤다. 무장기사가 대검으로 이를 막아섰으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진 강철이 흐르는 강이 좌우로 이리저리 비틀리며 그 속력이 배가 되어 그대로 투구 아래를 툭 치고 지나갔다.

“그.”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며 끈질긴 곰 위에 있는 무장기사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옆으로 픽 쓰러졌다. 피 한 방울 내지 않았지만, 투구를 건드려 뇌를 흔들었다.

미친 듯이 폭주하며 좌우로 끝없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강철이 흐르는 검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두가 그렇게 고꾸라지자 세파리아스는 닥치는 대로 자신의 몸을 뛰어들었다. 헤비랜스가 그 몸을 찔러 치고, 사각 방패가 밀어냈으며 대검이 세파리아스의 어깨를 내려쳤다.

그 속에서 세파리아스는 함성을 내지르며 멈추지 않고 달리며 앞에 있는 놈들만 처리해나갔다.

“으아아아!”

신제국의 병사가 창을 내찔렀다. 무장기사가 사각 방패를 쭉 내밀었다. 병사의 몸이 퍽하고 부딪쳤고, 창은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며 멍청하게 허공을 찔렀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거대한 인간의 물결이 밀려 들어왔다.

“큭!”

세파리아스 덕분에 더욱 비집고 들어온 병사가 몸을 그대로 던지더니 옆에서 무장기사 하나를 끌어안고 쓰러졌다. 이미 손에는 폭풍 해방 대검이 없었고, 그냥 단검 하나만 쥐고 있을 뿐이다.

푹푹푹!

투구 안에 닥치는 대로 단검을 집어넣고 헤집었다. 해방 기사가 버둥거렸다.

순식간에 개싸움이 되어버리고, 그런 싸움조차도 그냥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무식하게 지붕 위로 올라가는 끈질긴 곰을 향해 폭풍을 쏘아 보내서 떨어뜨렸다. 그 끈질긴 곰의 묵직한 체중에 찍힌 흑백사가 크게 고통스러워하며 지렁이처럼 몸을 꼬았다.

“개새끼야!”

대검 하나 휘두르지 못할 정도로 밀려 들어오는 상황이라 병사가 욕지거리를 하며 그대로 발이 끼인 무장 기사에게 몸을 덮쳐서 레슬링에 들어갔다.

전신갑주를 입은 이상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외로 인간의 피를 마시면서 만든 바람 귀공자 전신갑주는 그 성능이 뛰어나서 생명 유지력이 좋았다.

그 덕에 병사들은 레슬링을 비롯한 육탄전 교육을 충실히 받은 상태였다.

퍼버벙!

폭음이 터졌다. 자욱하게 연기가 피어올라 왔고, 그곳에서 무장 기사가 혼자서만 비틀거리며 튀어나오다가 연기 속으로 돌진해온 병사와 부딪쳐서 다시 나뒹굴렷다.

그 속에서 굉음이 뿜어져 나왔다.

타다다다당!

쿼드러플 무장기사에게 보급된 총은 Heather-27이라 기관단총이었으며 인체에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하는 고속탄을 사용하는 기간단총이었다. 다만, 관통력이 좋기에 무식한 갑옷을 입은 놈을 상대로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스스로를 무인이라 생각하는 무장기사들에게 이는 아주 큰 치욕이었다. 화기를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 총기를 사용하는 건 자신들의 무력이 그들보다 낮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 총격 소리가 들리자 곳곳에서 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번져갔다.

골목길을 두고 <호수 수녀(Lake Nun)> 여럿이 무장 기사들을 향해 신성력 입자를 다이렉트로 빠르게 꽂아버리며 버티고 있었다. 원형 방패를 통해서 혹시나 있을 위에서 내려오는 공격도 막을 준비를 했는데, 지붕 위에 있는 병사들은 전혀 알아차리고 있지 못했다.

원형 방패에서 물을 쏟아내어 자신들의 모습을 위장했기 때문이다.

호수 수녀들은 총소리에 그들 또한 총기를 꺼내 들었다.

“쓰지 말라고 하더니, 자기들이 먼저 쓰네요.”

“무장기사들은 정말이지...”

철컥!

총열 길이만 400mm가 넘었지만 인조생명체에게 있어서 한 손으로도 능숙하게 사용이 가능한 자동권총이었다. 15발 대용량 탄창에 44매그넘 탄을 사용했다.

탕! ...탕!

텅! 텅!

총에 맞은 병사들이 뒤로 넘어졌다. 큰 충격이 전신갑주를 통해서 몸에 때려 박혔다. 목소리도 못 낼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44매그넘 총알을 쓰지만 저속탄으로 개조된 것이기에 대단히 느린 총알이었다.

전신갑주는 뚫리지는 않았지만, 충격을 모두 감쇄시키지는 못했다. 맞는 족족 신제국의 병사들이 쓰러졌다.

“자녀님. 이대로는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다른 드롭 쉽에 있는 아군과 함께 해야 합니다.”

“저들을 어찌 버리겠습니까? 이곳에서 버티다 보면 상황이 정리될 겁니다. 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지 않습니까.”

총기를 수거하여 재조립에 성공했지만, 대량 제조에는 실패한 것이 다종족 연합이었다. 그들은 그에 대해 대처만 할 수 있는 시간밖에 얻지 못했다.

그 덕에 탄두가 투구를 때려도 살아남을 수는 있었다. 워낙 신제국의 병사가 많았다. 이곳에만 가히 30만 대군이 수도에 숨어있었다.

그렇게 소강 상태를 맞이한 곳에 세파리아스가 휙 하고 지나가더니 골목길에 있는 호수 수녀들을 보더니 흑백사를 그곳으로 보냈다.

뒤늦게 세파리아스가 튀어나오면서 기둥이 무너진 집이 폭삭 가라앉으며 흙먼지가 쏟아져나왔다. 그 흙먼지 덕택에 흑백사의 모습은 가려졌고, 골목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흑백사가 집을 타고 올라서 단번에 머리부터 내던져서 원형 방패 속으로 대가리를 집어넣었다.

“악!”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경무장한 호수 수녀는 결코 흑백사의 길쭉한 15cm 이빨을 막을 수 없었다. 단번에 가슴이 크게 물렸다. 한 명을 낚아챈 흑백사는 능숙하게 다시 위로 머리를 빼고, 몸을 크게 뒤흔들었다.

총알의 탄두가 박히고, 방패에 얻어맞았지만 3m나 되는 놈이었다. 대구경 권총이라 할지라도 터프했다.

단번에 수녀들의 진형이 뭉개졌다. 흑백사는 빠르게 한 명만 물고 창문을 부수며 그곳으로 들어가버렸다. 확실하게 수녀 하나를 죽였을 때, 지붕 위에 있던 병사들도 수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랏! 흑백사! 모두 죽여!”

지붕 위의 병사들이 그제야 흑백사를 투입했다. 대구경 자동권총이 흑백사를 노렸지만 몇 번이고 소환 가능했다. 철막대에는 마력을 회복하는 물약도 많아서였다.

신제국의 총기 대책은 단순했다.

전신갑주를 통해서 사상자를 최대한 줄이고, 흑백사로 총알을 소진시킨다는 단순무식한 계산이었다.

총기를 꺼냈을 때는 허무하게 당했지만 빠르게 흑백사를 앞세우기 시작했고, 바람 귀공자 풀세트에 속하는 폭풍 해방 대검(Windstorm Release Greatsword)을 통하여 흙먼지도 곳곳에 일으켰다.

쾅...!

무식하게 모든 걸 파괴하며 질주하면서 적들의 진형을 붕괴시키는 세파리아스가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

번쩍!

그곳으로 적색의 궤적이 훑고 지나갔다. 베어지고, 파괴되는 소리 하나 없이 집이 도로와 집, 땅이 쩍 갈렸다.

광선과 비슷한 적색의 궤적이 지나간 곳은 모든 것이 소멸되어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피했어? 역시, 반신은 반신인가? 어떻게 피한거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 오러 블레이드였다. 그걸 피한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마력의 응축을 통해서 마력을 물질화시킨 다음에 크게 진동시켜서 모든 걸 박살내는게 오러 블레이드였다.

전사가 쓴다기 보다는 마법사가 쓸 수 있었다. 마력이 많이 있는 오버로드들은 기본적으로 마력응축 물질검을 사용할 줄 알았다.

“실전에 다져진 직감이라, 대단한걸? 그 무용, 순수하게 칭찬해주마.”

“대검에 롱소드까지. 힘은 장사군. 하하하.”

청기사왕과 적기사왕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허공에는 호수 숙녀가 부유한 채로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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