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65화 (96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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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수많은 드롭 쉽(Drop ship)이 나란히 배치되어있었다. 그 숫자는 물경 천 개가 넘었다. 병력 이외에도 보급이 들어있었기에 투입되는 인구에 비해서 더 많은 중형 강하기가 준비되어야만 했다.

한 번에 모두 사출할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거대한 연병장에는 4만8천에 달하는 군세가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단순한 고함은 아니었고, 운율이 있었다.

아아-!

아이아아-!

수만이 똑같이 운율을 맞췄을 때 오는 거대한 동질감.

하나 됨.

그 감정은 전신을 전율케 할 정도로 큰 힘을 줬다.

이를 내려다보는 4성 지배자(Overlord)는 3기였다.

청기사왕(Blue Knight king)

적기사왕(Red Knight king)

호수 숙녀(Lake Lady)

“언제나 봐도 가슴이 떨리는 광경입니다. 아아! 만신전(萬神殿)의 위대한 신들이시여! 나의 주인되는 초월자들이시여!”

황금과도 같은 금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백금의 서클렛으로 머리를 치장한 호수 숙녀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너무나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녀의 맑은 녹색 눈동자가 운율을 맞추며 다가올 전투에서 만신전(萬神殿)을 위해 희생할 전사들의 모습이 담겼다.

주륵.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는 청기사왕과 적기사왕은 손으로 코를 비비거니 눈을 부릅떠서 억지로 눈을 시리게 해서 눈물이 조금 글썽거리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

대부분의 오버로드들은 일을 하기 싫어했고, 동면이 풀렸을 때 최대한 자신들의 취미를 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적청의 기사왕만 조금 별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두 기의 오버로드들도 부담스러운 오버로드가 호수 숙녀였다. 지나칠 정도로 만신전에 대한 충성심을 지니고 있는 게 그녀였다. 그렇기에 이런 자리에 어울릴 수 있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이 자꾸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버로드들은 군대를 통솔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져야 했고, 그렇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세뇌과정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호수 숙녀는 인신들에게 지나칠 정도의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다.

거북할 수밖에 없었지만, 공격적인 타격 전술 이후에 뒤처리까지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은 오버로드들이 주저한 것이 반신 죽이기 강하 전술이었다.

털컹!

강하기의 문이 열리고, 우주 낙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퍼져 나왔다.

[드롭 쉽의 문이 열립니다. 우웅! 우웅! 경고! 경고! 차원 간섭 진행률 99.7%! 탑승 준비! 강하기 탑승 준비!]

와아아아!

크어어어어!

호호우!

군세가 빠르게 들어섰다. 그 군세는 세 분류로 나누어져 있었다. 기사와 곰 그리고 수녀로 이루어진 군세였다.

“우리도 가자고.”

그들 또한 탑승했다.

곧 진행률이 100%에 달하며 우주 낙원을 비롯한 그곳에 있던 이들의 모습이 완벽해졌을 때 단번에 드롭 쉽이 사출되었다.

쿠구구구구!!!!

추진제까지 쏟아내며 어마어마한 속력으로 신제국의 수도를 향해서 천 대가 넘는 중형 강화기가 유성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요격해야 할 신제국 곳곳에 배치된 자색 주포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싹 다 치워져 있었다. 공간 이동을 통해서 우주 낙원 내부로 전송되어서 내부 파괴용으로 쓸 생각을 가져서였다.

다만, 수도 곳곳에 배치된 자색 주포 3,500문이 포격을 시작했다. 신제국 전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도시와 성에 배치되어야 했기에 수도에는 고작 3,500문의 중형 자색 주포만 배치되어있었다.

그마저도 가장 많은 축에 속했다.

“준비! 준비! 좌측으로! 좌측으로 30!”

“허윽! 으윽!”

깃발이 휘날렸다. 빠르게 도르래를 굴려서 자색 주포가 왼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의 자-주포가 좌측의 하늘을 노렸다.

화력의 집중.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준비했는지 몰랐으므로 모든 방향의 하늘을 노리지 않고, 자신들의 좌익을 보존하기 위해서 적의 우익에 화력을 집중시켰다.

마구잡이로 쏘는 건 폭죽 축제에서나 볼 수 있다.

이 신제국의 군대는 화력을 집중하여 하늘 전체가 아니라, 그물처럼 한쪽 측면의 하늘에 화력을 집중하는 전술적 선택을 할 만큼 뛰어난 군사지식과 실전성을 획득한 자들이었다.

“발사!”

우우웅!

자색의 구체가 토해졌다. 재빨랐으나, 상대의 거리가 멀어서 빠르게 그 위력이 감쇄하며 크기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3,500개. 7천 개. 1만 개를 쉽게 넘어섰다.

자색 주술로 만들어진 주술 덩어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서 그대로 드롭쉽과 부딪쳤다.

쾅!

코앞에서 터져나가며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롭 쉽의 크기는 인구 100명을 태울 정도로 컸다. 당연히 그 크기에 걸맞게 방어 마법이 준비되어있었다.

연쇄적으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자색의 주력이 사방으로 분산되면서 방어막과 부딪치며 타오르고 크게 자줏빛을 뿜어내며 사그라들었다.

연달아서 부딪치는 자색 주포는 일정한 궤도를 수정할 수 있어서 명중률이 매우 높았다.

파자자작!

매우 효과적으로 방어막을 태웠다. 하지만 드롭 쉽의 강하 속력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일직선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자색 주포가 엉뚱하게 허공을 갈라 그냥 지나가 버리기도 했다.

“통나무 미사일을 빨리 발사시켜라!”

단단히 준비하던 병사들이 통나무 미사일을 발사했다.

후웅!

거세게 바람 소리를 일으키며 단번에 통나무 미사일이 하늘로 쏟아져 올라갔다.

쾅!

드롭쉽 하나가 통나무 미사일과 부딪쳤다. 화염이 크게 일어나서 드롭쉽을 태우기 시작했다. 통나무와 부딪쳤던 부분으로 화염이 크게 밀려들어 왔다.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이와 드롭 쉽의 하강 속도 때문에 더더욱 마법 불꽃은 내부로 깊이 들어왔다.

“우습군요.”

호수 숙녀를 따르는 <호수 수녀(Lake Nun)>가 원형 방패를 쭉 내뻗었다.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황금빛의 물줄기가 그 화염을 막아서며 그 구멍을 메꿔버렸다.

용접하듯이 착실하게 황금색 물이 들러붙어서 효과적으로 이를 막아냈다. 다른 호수 숙녀 또한 황금의 바탕에 백금으로 장식된 원형 방패를 고쳐잡았다.

드롭 쉽에 구멍이 난다면 황금물로 틀어막을 생각을 가졌다.

호수 수녀가 지닌 <황금의 방패>는 신성력과 마력을 담은 혼합물을 사용하도록 해주는 연금장비였다. 그 덕에 공격력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능력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온갖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단점은 공격력이 적다는 점이었다.

통나무 미사일에 의해서 박살이 나더라도 내부에는 마력을 다룰 수 있고, 신성력까지도 보유한 이들이 최소 40명은 있었다. 드롭 쉽은 엉망진창이 되어도 죽을 수가 없었다.

[삐삐삐삐삐! 강하 준비! 강하 준비! 지상 충격 예정까지 5, 4, 3, 2, 1!]

말도 안 되는 가속력을 끝도 없이 내뿜으며 착륙을 위한 속도 저지 없이 그대로 드롭쉽이 운석처럼 땅에 곤두박질쳤다.

그 덕에 기껏 준비한 많은 통나무 미사일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한 번에 천 개의 중형 강하기를 투하하는 건 우주 낙원에게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었으며 그 한 번으로 4만이 넘는 대군이 신제국의 수도에 떨어졌다.

특히 가속력을 전혀 줄이지 않았기에 마지막에 가서는 상공 500m의 거리를 단 1.5초 만에 격하여 땅에 도달했다.

화력을 한 번에 뿜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에 적재했던 통나무 미사일을 모두 쓸 수 없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꽝! 콰르르르르!

흙먼지가 자욱하게 퍼져나가고, 충격파에 건물과 땅이 크게 흔들렸다. 먼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공기의 떨림이 멀리 있는 이들의 피부로부터 느껴졌다.

“크악!”

신제국 병사가 그 여파에 그대로 휩쓸렸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음에도 종이처럼 날아갔다. 토사물의 무게에 휩쓸려 휙 하고 사라져버렸다.

‘바람이여! 폭풍이여!’

날아가던 병사가 겨우 정신을 차려서 바람을 해방해서 속도를 줄였다. 정신을 앗아버릴 정도의 속력감이 줄어들며 편안함이 찾아왔지만 동시에 몸이 크게 들썩였다.

쾅!

순간적으로 귀가 먹으며, 잉-거리는 이명이 들려왔다.

집의 벽을 부수며 병사가 거실을 굴렀다.

“......”

전신을 관통한 충격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충격으로 폐가 놀랐다.

“끅! 끄윽! 헉헉헉!”

횡경막이 폐를 툭 치며 딸꾹질이 시작되며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헐떡거리는 숨을 내쉰 병사의 입에서 침과 피가 뒤섞인 것이 질 흘러내렸다.

그가 손을 움직였다. 무언가가 툭 하고 건들어졌다.

아무 생각이 없었음에도 오른손에 꽉 쥐고 있었던 대검이 눈에 들어왔다.

고통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고, 감각이 무뎠다. 손으로 쥐고 있어도 쥐고 있다는 감각조차도 없었다.

300m를 날아가서 그대로 집에 처박혔다. 보통이라면 즉사하는 게 정상이었으나, 바람 귀공자 풀세트가 그를 살렸다.

“크...으으으윽!”

병사가 서둘러 대검을 손에서 놓으려고 했지만, 너무 꽉 쥐어진 오른손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왼손으로 억지로 손가락을 떼어냈다. 근육이 단단하게 굳은 것이 그제야 자유롭게 움직여졌다.

“콜록! 퉤!”

이빨을 하나 뱉어낸 병사가 혁대에서 단번에 막대를 하나 꺼냈다. 철로 되어있었고,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 이를 돌려서 열고 그대로 안에 것을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젤리는 차가웠으나, 곧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워졌다.

이를 날름 삼켰다.

“으으으!”

온몸의 세포가 움츠러드는 기괴한 감각에 휩싸여서 숨조차 못 쉬고 앓는 소리를 낸 병사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다시 폭풍 해방 대검(Windstorm Release Greatsword)을 손에 쥐었다.

밖으로 걸어간 그가 흙먼지로 가득한 곳을 보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내 바람이 크게 불며 흙먼지가 걷어지기 시작했다.

“흑백사 소환.”

양팔의 전신 보호대에서 거무튀튀한 액이 뭉텅이로 쏟아져나오더니 3m의 거대한 중형뱀이 튀어나와서 그의 주위를 휘감았다. 새하얀 혀를 길게 날름거렸다.

등자가 있었으므로 서둘러 그 위에 올라탔다.

흑백사는 단번에 집을 타올라 가서 지붕 위로 올라섰다. 단번에 주변이 확 보였다.

우뚝 솟은 첨탑처럼 드롭 쉽이 꽂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크레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집도 무너진 곳이 많았고, 곳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대검을 고쳐잡고 외쳤다.

“신제국을 위하여!!!!”

앞으로 달리려는 그의 가슴이 그대로 꿰뚫렸다.

“컥...?”

거대한 힘에 그대로 끌려나갔다. 죽어가는 병사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코로 피냄새와 함께 짐승의 노린내가 물씬 맡아졌다. 콧물이 죽 나왔다.

손을 더듬었다. 무식하게 굵은 헤비 렌스가 강철째로 자신을 꿰뚫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고 있었다.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귓가로 들려왔고, 서서히 헤비 랜스에서 밀려나 가서 지붕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서걱!

그걸 대검으로 내려쳐서 목을 베었다. 목과 몸이 분리되어서 떨어져 나갔고, 흑백사가 주인을 죽인 자에게 덤벼들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퍽!

무식하게 큰 방패가 흑백사의 큰 머리를 내려치고, 무장기사가 양 허벅지에 제법 힘을 주자 알아서 끈질긴 곰이 벌떡 두 발로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는 흑백사의 머리를 앞발로 휘둘러 쳤다.

순식간에 흑백사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뇌가 흔들려서 죽지는 않았지만 축 늘어졌다.

“가자!”

“크엉!”

거칠게 지붕 위를 내달리는 <끈질긴 곰(Tenacious bear)>을 탄 <쿼드러플 무장기사(Quadruple Armed Knight)>가 거침없이 다음 지붕으로 넘어갔다.

놈은 팔이 4개였으며, 어깨 위로 툭 튀어나온 두 개의 팔로는 대검을 쥐고 있었고, 평범한 양팔의 오른손에는 헤비 랜스를 잡고, 왼손으로는 거대한 사각방패를 소지하고 있었다.

대단한 중장비였다.

뻑!

호쾌하게 적을 여럿 죽인 무장기사가 갑자기 튀어나온 통나무 미사일에 몸을 허용했다. 전신갑주에서 보호 마법이 펼쳐졌지만, 통나무 미사일의 중량이 너무 대단해서 그대로 밀려나갔다.

화르르르!

통나무 미사일에 의해서 허공으로 치솟으면서 마법 불꽃이 그를 뒤덮었다. 마력을 내뿜어서 이를 상쇄시키고, 무기로 오크 나무를 몇 번이나 내려쳐서 부수고 아래로 추락했다.

쿵!

“크으!”

약간의 경직이 있었지만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3성 정예병, 인조생명체의 강인함을 볼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킨 무장기사는 자신을 가만히 보고 있는 적발(赤髮)의 인간기사를 볼 수 있었다.

‘기세가 깔끔하다.’

무장기사가 헤비 랜스를 버리고, 롱소드를 들었다. 어깨 위에 들러붙어 있는 추가적인 두 개의 팔은 여전히 대검을 쥐고 있었다.

잠깐 긴장했지만 이내 무장기사가 투구 속에서 웃어 보였다. 그의 투구로 놈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오고 있었다.

신성력도 보이지 않았고, 마력조차도 없었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지만, 병사들이 입고 있던 검은색의 전신갑주와 똑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겁을 먹었구나. 갑옷을 입고 있어도 하위 인간은, 하위인간일 뿐이지.”

능숙한 제국어가 흘러나왔다. 이계인들로부터 받은 언어 체계는 이미 인조생명체들에게 주입된 상태였다.

“......”

붉은 머리카락으로 개성을 한껏 추켜올린 겁먹은 인간 병사를 향해 <쿼드러플 무장기사(Quadruple Armed Knight)>가 그대로 달려들어 갔다.

‘팔 4개 달린 기사라. 흥미롭군. 거기에 초월의 힘만 보고 있지도 않다.’

헤비 랜스를 버리고 롱소드를 뽑은 것만으로도 이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놈은 무인(武人)이다.

‘어떤 싸움을 하는지 겪어보고 싶군.’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흥미로운 눈으로 이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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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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