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64화 (96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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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각각의 인원 숫자에 따른 승률 변화를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대대는 천 명 수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에 대한 영향력 행사량을 10점으로 보았을 때 연대 규모에서는 25점으로 크게 증가한 점수입니다. 또한...”

엘레우테리오가 지휘관의 그 입을 막았다.

이미 입증된 건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받아들이면 될 일이었다.

“우리 군세를 생각한다면 대대 수준은 어림도 없지 않은가? 오버로드 급에게 할당된 정예 인조생명체는 몇 기지?”

“1만 6천 기입니다.”

“그럼 그냥 사단으로 밀어버리면 되잖아. 사단 승률은?”

“...전체적으로 병력을 많이 투입할수록 승률이 높았습니다.”

지휘관이 조금 우물거리다 이내 대답했다.

“진행시켜.”

말을 마친 환희와 자유의 신이 하품했다. 진행률이 90%를 넘기는 순간, 우주 낙원이 완전히 뉴트럴 차원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남은 시간은 고작 7일도 남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결정해야 했다.

여기에는 다분히 뉴트럴 차원의 배경 지식 때문이었다. 드루먼쇼에 의해서 우주 낙원에 들어온 정보는 크게 변질되어있었다.

“식민지 사전 공격 타격 전술을 시행한다면, 적어도 적들이 이를 깨닫는 데에는 최소 3일 최대 5일이 걸릴 거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하루하고 반나절 남짓. 지금 최대한 보내는 게 먼저 아닌가?”

“예. 우주 낙원으로부터 최대한 먼 곳으로 차원 이동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엘레우테리오가 고개를 까딱거리자 지휘관 하나가 회의실을 나갔다. 최대한 빨리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은 전체적인 전략 수립이 재검토되었다. 큰 문제나 단점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정해진 것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생각이 나올 수 있었다.

특별히 변동사항 없이 회의는 끝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뉴트럴 차원의 수준은 너무 조악해서였다.

300기에 달하는 4성 오버로드들이 호출을 받고 모였다. 용병 지구인 지휘관이 회의를 주도했다. 그 외에는 그 어떤 자도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겨우 그 정도의 일이었다.

“카실레안 교본을 토대로 식민지 사전 공격 타격 전술을 시행하려 한다. 위치는 우주 낙원으로부터 최대한 먼 곳으로 지정되어 차원 이동을 할 것이다.”

“데려갈 수 있는 3성급은 몇 기입니까.”

“사단급이다.”

오버로드들이 어리둥절했다. 카실레안 전술 교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논할 가치가 없었다. 게릴라오아 비슷한 타격 전술인데, 사단 규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실레안 교본에서는 최대 5,000명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최대라고는 하지 않았지. 권장하고 있을 뿐이지.”

지구인 지휘관이 입을 바쁘게 놀렸다. 여기에 있는 4성 오버로드 300기는 모두 군대를 운영할 줄 아는 인조생명체들이었다.

“알다시피 현재 차원 간섭 진행률은 90%를 넘어섰다. 차원 이동이 차원 이동이 아니지. 공간 이동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충분히 여력이 있으니, 사단급으로 보내는 것뿐이다.”

“흠...”

반박할 수 없었다. 반박하기에는 근거가 없었다. 아무리 힘의 소비가 비슷하다고 해도 차원 이동은 차원이동이었다. 너무 크게 일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것이 오버로드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실전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 기세를 느낀 것인지 지휘관이 인상을 찌푸렸다.

“전쟁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통했던 것이 안 통할 수 있다.”

“하지만 지휘관님. 카실레안 교본이 책정한 부대 규모보다 무려 3배에 달하는 사단을 보내는 건 너무 비효율 아닙니까?”

“연대급으로도 충분히 뉴트럴 차원을 휘저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왜 해야 합니까? 뉴트럴 차원은 경제 침탈을 통해서 식민지로 삼지 않습니까. 굳이 휘저을 필요가 있습니까? 카실레안 교본을 너무 맹신하는 것 같습니다.”

“아!”

전술 절차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전략에 맞지 않는 전술이 채택되었음을 지구인 출신의 지휘관이 깨닫게 되었다. 정말로 그러했다.

그중 큰 노크 소리와 함께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용병 지구인 출신의 지휘관 무리였다.

“카실레안 교본의 전술 타격은 취소되었다. 오버로드 급은 돌아가라.”

그 말에 오버로드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서 사라졌다.

‘그럼 그렇지.’

‘애초에 전략이 그런데, 전술로는 타격 전술을 하라고? 말이 안 돼.’

<식민지 경제 침탈 전략>이 심지 중의 가장 굵은 심지인데 <차원 간섭 전 전술 타격>은 그 전략과 가장 반대되는 초토화 작전과 닮아있었다.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약식 경례를 하며 지휘관이 다가와서 다른 지휘관에게 물었다. 이에 그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조건 카실레안 교본을 따르자는 편견이 만들어낸 헤프닝이지. 전략을 세웠으니, 그 전략에 맞는 전술을 채택해야 하지 않겠나?”

“그럼 진행률 100% 완료 이후 강하 전술만 입감된 겁니까?”

드롭 쉽(Drop ship)을 통한 강하로 신제국의 수도에 똬리를 튼 반신급을 죽이는 강하 전술. 당장은 그것뿐이었다.

“그래. 수도 점거 이후에는 그곳으로부터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며 영향력을 키우면 된다.”

“너무 쉬운 것 같습니다.”

지휘관들이 킬킬거렸다. 실제로 그러했다. 적들의 전력은 너무 하찮았다. 그저 고도 25,000m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자신들에게 큰 피해조차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

“싫다.”

신제국의 수도에 모습을 드러낸 드낙이 세파리아스를 바라보았다.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상황에서도 세파리아스는 대범했다. 드낙과 눈싸움을 했다. 서로 절대로 눈을 감지 않았다. 결국 드낙이 눈을 깜박였다. 아무리 힘을 준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것을 참을 수는 없었다.

물론 세파리아스는 예외였다.

그가 씨익 웃었다.

“눈싸움 이기니까 좋냐?”

“싫지는 않다. 네 반응을 보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

‘세팔이 새끼...’

드낙이 거칠게 소파에 앉으며 술병을 잡아서 한 모금했다.

“왜 싫다는 거야?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잖아.”

그 말에 세파리아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말도 있다.”

선즉제인(先則制人)과 후발제인(後發制人) 전략의 차이는 입이 아프도록 말해도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전쟁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 말하지만 동시에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말도 있다는 걸 모른다.

초나라 항우는 회계태수 은통을 먼저 뚝배기를 쳐서 크게 승리하여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걸 입증하였고, 조조는 원소의 대군을 상대로 버티고 버텨서 승리를 쟁취해내어 방어는 최선의 공격임을 입증해냈다.

둘 다 승리했으니 둘 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를 현실 전쟁에 이입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에는 방어 후에 공격하는 게 낫다는 말이야?”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멍청한 놈. 상대가 어떤 놈인지 알고 무조건 공격부터 하느냐? 네가 말했던 공간 이동을 통한 적 내부에서의 전쟁은 나 또한 찬성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존재한다.”

“만약에?”

“우리가 공세를 개시하자마자 적 또한 맹공을 펼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것도 잠깐이야.”

“적어도 신제국의 수도는 무혈입성하듯이 박살이 나겠지. 내가 없으니까.”

그 말에 드낙이 입을 다물었다.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드낙은 신제국의 수도를 그냥 비우자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걸 말하기도 전에 차단되었다.

“너에게 있어서 이 신제국의 수도가 그렇게 중요한 거냐? 아니잖아. 더 많은 생명을 지켜야지.”

“난 수도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 문제는 수도에 의미가 부여되어있다는 점이지. 내 제국의 내 신민들에게.”

“골치 아프네.”

드낙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의 가치를 드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세파리아스였다. 곧 다른 차원으로 진격할 계획의 진행조차도 해마다 수도의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진짜로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다른 차원에 있는 초월자를 토벌하려 하고 있었다. 인간을 그저 업으로밖에 보지 않는 초월자라는 인격체를 검으로 갈라낼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미래를 앞에 두고 봤을 때, 수도를 버리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가 주먹을 들어올리면서 꽉 쥐고 부들거릴 정도로 강하게 쥐었다. 그걸 드낙에게 보여줬다.

“이건 기회다. 폐허가 되더라도 신제국의 깃발이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신제국의 국격은 높아진다.”

위대한 승리로서 기록될 것이며, 그 희생만큼 그 이후 세대가 받아들이는 감정은 단단해질 것이다.

“흐으음...”

드낙이 얼굴을 손으로 주물렀다.

‘생명을 담보로 얻는 걸 아무렇게나 말하다니.’

확실히 쉽게 얻을 수 없는 업적이고, 위업이었다. 미래 30년을 위한 희생이다. 그러나 희생을 너무나도 쉽게 말하는 세파리아스가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향무력(影響武力)>을 생각했을 때, 저 덩치 큰 놈에게 상륙해서 박살 내는 게 전쟁에서는 더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이를 알고, 너도 부정은 못 하겠지. 논공행상에서 이를 적용해도 되겠지?”

드낙의 저울질에도 세파리아스는 동요 하나 없었다. 그가 자신의 판단을 변호하듯이 하나를 더 말했다.

“드낙. 난 너를 보고 깨달은 것이 많다. 너와 나는 지나칠 정도로 다르기 때문이다.”

세파리아스가 천천히 걸어서 창가로 이동했다. 그 아래에는 고지대에 설치된 성채(Upper Keep)이 있었고, 그 밖으로는 민가가 주르륵 세워져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대단한 신념을 죽을 위기에 처해야만 가지게 된다. 그마저도 못 가진 채 도망치다가 허무하게 개죽음당하기 일쑤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적을 향해 뛰어드는 범(虎)의 정신을 지닌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아무리 엘리트 전투 집단이라도 빤스런 치는 건 만국 공통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오로지 죽음.

오로지 죽음만이 필요했다. 그것도 자신이 의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외세가 직접 쳐들어와야 한다. 흉터 없는 엘리트는 베테랑이라고 할 수 없었다.

실로 냉혹하고 잔인한 이야기였다.

“살인마 새끼.”

드낙의 말에도 세파리아스는 피식 한 번 웃을 뿐이었다.

협상은 결렬이다. 하지만 드낙은 세파리아스가 필요했다. 앞으로도 몇 번이나 이런 위기가 올지도 몰랐다. 그 속에서 믿을만한 검 한 자루는 있어야 했다.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는 드낙에게 세파리아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한다. 신제국의 수도에서 첫 전투가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니 너는 안쪽에서 나는 밖에서 놈들을 처리하는 것뿐이다.”

“오히려 네가 더 열심히 할수록 내가 저 위로 올라가는 시간이 더 빨라질 수도 있겠지. 상대 또한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밖으로 병력을 보내지는 못할 테니까.”

“그 말은 내 전략이 일품이라는 소리네. 그럼 그냥 내 전략을 따르자니까.”

“변동은 없다. 제국의 수도를 지키고, 그 이후에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게 모양새가 더 좋았다.

드낙은 입맛을 다셨다. 파동 이동술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만 파동으로 변하면 되기 때문에 아주 편했다. 반면 파동 이동술의 공격형태인 파동 공격술은 자주 쓸 수가 없었다.

상대를 파동으로 변화시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존재와 영혼 그리고 초월의 힘과 업과 관련된 것이기에 사용 코스트가 천차만별이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나 혼자 이동하는 것과 다른 존재를 파동으로 바꾸어 분해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네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진지하게 해. 일부러 사람을 죽여서 희생정신을 고취하려고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전쟁이 그렇게 정직한 것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다만, 그 어떤 전략, 전술적 패배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하겠다.”

“좋다.”

드낙이 대답하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파동 이동술을 자주 쓰다 보니 더욱 깔끔해지고 있군.’

세파리아스가 눈을 좁혔다. 실로 무시무시한 성장세였다. 성장세가 완만해지지도 않았다. 중립신이 왜 드낙을 암살자가 아니라 기사로 키워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예상외의 재능이다.

인간의 몸으로 세상을 벨 수 있는 세파리아스의 무재도 말도 안 되지만, 드낙 또한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번 전쟁으로 이 세계의 판도 또한 또 달라지겠지.’

세파리아스의 고민이 이어졌다. 수많은 생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단 하나 있었다. 그건 하찮은 인간이 지닌 위대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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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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