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3 -->
판타지 월드
뿔쥐들의 공간 이동 마법진에 대한 기술 발전은 필요에 의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뉴트럴 차원과 지구 차원을 <차원의 다리>를 통해서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는 드낙의 말도 안 되는 대계획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으며, 이는 곧 공간 이동 마법진에 대한 기술발전을 자연스럽게 이룩해냈다.
하나가 발전하면 다른 것에게도 영향이 끼친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모두 그럴듯한 용도가 존재하고 있네. 대단하다!”
수 명의 마법사를 죽여서 그 지식을 획득한 경험이 있는 드낙이 순식간에 마법진을 꿰뚫어보았다.
이에 뿔쥐들이 어깨를 힘껏 펼쳤다. 자신들의 공로였다.
‘소형 공간 이동 마법진은 개인 이동에 적합하다.’
이점이 아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효과를 본다면 그 소리가 쏙 들어간다.
15m의 좌표 유동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안전성이 매우 높았다.
‘다른 사물과 겹친다면, 알아서 자동으로 좌표가 수정된다.’
그 범위는 앞서 말했다시피 15m에 달했다. 입체적인 좌표를 생각했을 때 그 유동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쓸만한 건 아니지.’
그래도 일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세파리아스가 지닌 강력해질 미래의 기사단 때문이다.
<황제 기사단>의 이동 수단으로 좌표 유동성을 지닌 소형 공간 이동 마법진을 통해서 소요 사태가 일어난 곳에 투입한다면 제법 재미를 볼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상위 인간들의 분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앞으로 점점 인구는 많아질 것이고, 곳곳에서 치안 문제가 터질 것이다. 그건 드낙이 아무리 막아선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범죄가 0에 수렴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막으려면 이런 소형 공간 이동 마법진은 쉽게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우수한 엘리트는 극소수에 불과하지.’
공간을 뛰어넘어 그들을 순식간에 다른 도시로 보낼 수 있다면 시간 절약이 크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드낙의 시선이 중형 마법진으로 향했다. 그것 또한 많은 발전을 이룩했는데 특히 <높이>와 <비생명체>와 관련된 기술이 집약되어있었다.
“이 정도로 노력할 줄은 몰랐는데, 내 반드시 이번 전쟁이 끝나고 공간에 관해서 연구한 뿔쥐를 크게 치하할 것이다.”
“영광 중의 영광입니다! 분명 기뻐할 것입니다!”
중규모의 공간 이동 마법진은 물건 이동에 매우 적합했다. 생명체를 제외한 것만으로도 마법진의 많은 부분에서 여분을 획득할 수 있었고 이 여분을 높이를 쌓는 데 집중했다.
그 덕에 박스처럼 차곡차곡 쌓아서 보내면 매우 큰 효율성을 지닐 수 있었다.
“이런 마법진은 어떻게 하다가 만들게 되었나?”
“공간 이동 마법진의 가장 큰 특징은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이동에 필요한 힘이 천지 차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두 개를 분리하는 작업은 연구 초기에 가장 먼저 두드러지게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으으으음! 아주 만족스럽다!”
드낙이 크게 기뻐했다. 중요한 물품을 대량으로 옮기는데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으며 긴급 재난 시, 보급품을 먼 곳으로 단번에 보내는 것도 능히 가능했다.
‘특히 마신의 간악한 짓거리가 시작되었을 때, 효과적일 수 있다.’
첫 차원 전쟁 때문에 전신갑주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수많은 군사 물품이 빠르게 개량되고 생산되고 있었다. 그 양은 상당해서 이렇게 많은 물건을 단번에 옮기는 중형 공간 이동 마법진은 탁월해 보였다.
“이 소형 이동 마법진은 유동 이동 마법진이라 불리고 있고, 이 중형 이동 마법진은 중보급 이동 마법진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용도에 맞는 마법진을 가져왔네. 다른 종류도 많은가?”
“다양하지만 대부분 연구용이며, 실전에 쓸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드낙은 고개를 까딱이며 쉽게 넘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면 그러한 것이다.
‘대규모 인원 전파에 용이한 대형 이동 마법진...’
그 방식은 반대편에서도 똑같이 마법진을 그려줘야 하며, 특별한 공정으로 만든 <좌표고정석>이 필요했다. 한쌍의 대형 마법진에 좌표 고정석이 2개 필요했고, 이를 통해서 하나의 공간 이동 마법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번거롭다고 할 수 있다.
‘효율성이 좋다.’
마법진과 그 마법진에 새겨진 주문을 훑어본 드낙이 침을 꼴깍 삼켰다.
‘버릴 건 버리고, 효율성 하나만 추구했어.’
더 많은 인원을 옮기기 위해서였다.
“이 대형 마법진은?”
“양방향 이동 마법진입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옮기기 위해서 만든 마법진은 아닙니다.”
“아니라고? 하지만 이 마법진은 효율성만을 추구했다.”
“예. 그러나 목적은 연구용이었습니다.”
“연구용? ...포탈을 말하는 건가?”
“예. 포탈은 거대한 구조물을 통해서 빠르게 공간을 뛰어넘는 이동 마법입니다. 이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 연구한 마법진을 이번 실전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나쁘지 않다. 지금 모습을 드러낸 저들의 <섬>은 그 크기가 신제국의 영토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무리 드낙과 세파리아스가 난리를 쳐도 대국의 영토를 모두 소멸시킬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번에는 양방향 이동 마법진과 중보급 이동 마법진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렇지. 내가 먼저 가서 파괴하고, 그곳에 마법진을 그린다.”
“이어서 중보급 이동 마법진을 저희가 제작하며 군대를 소환하여 진지를 구축하여 놈들의 땅을 점령하면 됩니다.”
그 선봉에는 드낙과 세파리아스가 있을 터였다.
그런 계획을 한 것에는 우주 낙원의 크기 때문이었다. 3성 인조 생명체들을 485만을 수용하기 위해서 무식하게 확장했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지금 이곳에 사는 생명체들을 겁주려는 의도도 다분했다.
이미 언급되었듯이 우주 낙원의 계획은 신제국의 황제를 죽이고, 그 이후에 점차 정예병 인조 생명체를 투입하여 경제를 침탈, 권력을 손에 얻고 서서히 토착 생명체를 피지배계층으로 만들어 종국에는 그들을 완전히 지배하는 것에 있었다.
화기로 무장하고, 냉병기도 다루며 초월의 힘까지 보유하고 있는 3성 정예병으로 분류되는 인조생명체는 능히 이 세계에서 엘리트라 불릴만했다.
모두 드루먼쇼 때문에 이 세계의 수준을 착각해서 생긴 촌극이었다.
반대로 드낙을 비롯한 이들 또한 저 거대한 우주 낙원의 덩치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특히 드낙은 아예 주사위를 던져버렸다. 그간 준비한 통나무 미사일이나 자-주포를 통한 요격 계획을 접어버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킬로나 멀리 있는 곳까지 닿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드낙은 도박수를 던졌다. 자신이 먼저 투입해서 공간을 마련하고, 지상에 있는 이들을 저 섬으로 이동시켜 전쟁을 일으킨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그 어떤 반대도 없었다.
드낙이 하면 도박수였지만, 세파리아스가 하면 그럴듯한 계획으로 변하는 것처럼.
그의 도박수는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이었다.
가장 먼저 전술적 가치가 높았다.
<자신이 싸움터를 결정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드낙의 도박수에 같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세파리아스가 대표적이다. 신제국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대로 두면 신제국 바로 위에 있는 놈들이 어떻게 할지 매우 불안 불안했다. 그대로 추락하여 착륙하면 신제국의 수도가 박살이 난다.
놈들이 뿔뿔이 군대를 투입하면 신제국은 전화에 휩쓸리게 될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먼저 화마를 뿌리지, 굳이 먼 곳으로 보낼 이유가 적들에게는 없었다.
세파리아스가 자신이 반신급이라는 걸 노출한 것도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먼저 신제국의 황제를 죽이겠다는 심보가 절로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자색 주포를 비롯한 통나무 미사일을 상대에게 발사하기 위해서라도 내부 침투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안에서 흔든다면 공중 요새가 적에게 접근하기도 용이할 것이고 이는 곧 그간 모아둔 통나무 미사일을 전탄 소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뿔쥐들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반대로 자색 주포는 중보급 이동 마법진을 통해서 충분히 이동 가능했다. 대형급은 양방향 이동 마법진을 사용하면 된다.
무엇이건 파괴 행위를 저지르면 되기에 효과적이다.
‘소행성을 파괴하려면 역시 안에서 채굴하여 거기에 핵폭탄을 넣어서 터트려야지. 표면에 아무리 포격을 해봤자 깊게 들어가지 못해.’
헐리웃의 성공 실화. 수많은 재난 영화를 만들게 한 주범. 어디서든 공짜로 TV에 틀어줬던 그 영화.
그게 딱 기억났다.
“이번 계획은 아마겟돈이다.”
“아마겟돈...적들에게는 그야말로 파멸의 날로 기록될 겁니다.”
드낙은 손수 마법진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줬다. 실력이 제법이었는데, 모두 마법사를 잡아먹은 덕분이었다.
그 와중에 소란이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마법진에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 생뚱맞은 게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왜 공중 요새에 있어?”
지하갱도를 뚫고 토사물과 함께 터프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철판으로 보호되고 있는 폭풍의 요람이었다.
마력 응축 시설이며, 운용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엘프가 필요했다. 본래는 엘프 도시마다 존재했고, 도시에 마력을 공급하는 시설이었다. 다양한 대마법을 사용 가능했는데, 그중에서도 특출난 것은 <폭풍 결집(Storm gathering)>이다.
긴 사정거리를 지니고 있었고, 당장에라도 공중 요새를 타격할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같은 공간에 두면 효율성이 반 토막 나는 시설이라는 점이다. 대기에 존재하는 마력을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같이 쓴다면 마력을 충전시킬 인원이 있어야 했다.
그 제약은 공중 요새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드낙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엘프들은 한 도시에 크게 뭉쳐서 살아갔고, 폭풍의 요람은 그런 집중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축물이었다.
“근데 엘프들이 곱게 내어주던?”
“차원 전쟁 동원령 선포 덕분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밀약이지요.”
“난 못 들었는데...”
“보고서를 보냈습니다만, 읽지 않으셨다고...”
“워낙 바빠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드낙은 폭풍의 요람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마겟돈 영화를 본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어.’
표면만 박살을 낼 뿐이다. 차라리 마법진을 가동하는데 쓰는 게 좋아 보였다.
‘논공행상을 생각하니까, 너도나도 기를 쓰고 활동하고 있네.’
새삼 자신의 위치가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다. 대평화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자본주의를 적당히 입맛대로 도입했기에 욕망이 득실득실한 게 느껴졌다.
“다른 공중 요새 지하 갱도도 똑같겠지?”
“예! 은폐 기능을 탑재한 23곳의 공중 요새에서 이동 마법진이 준비되어있고, 그곳으로 다종족 연합의 군세가 모여들고 있습니다.”
“보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지하 도로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기에 보름 내라면 능히 보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드낙이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 불투명한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곧바로 개전(開戰)이다.”
*
<카실레안 교본>
전술의 신, 카실레안이 쓴 전술 교본이다.
수많은 실전 경험이 주석으로 달려있었으며, 다양한 지형에 대한 판단과 형세 해석이 모두 스며들어있는 전술을 집대성한 전술 교본이었다.
모든 만신전(萬神殿)의 인신들은 이를 암기하고 있고, 직접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매년 휴식기에 접어든 인신들이나 다시 전선에 투입되는 이들 모두 이 카실레안 교본에 대한 시험을 쳐서 100점 만점 중에서 50점을 달성해야 했다.
온갖 것에 대한 다양한 주관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어서 50점 받기도 어려웠다.
생각보다 좋은 전술 지휘관은 드물고, 특히 객관적 판단이 아니라, 주관적 판단을 요구하는 시험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엘레우테리오라는 인신이 가장 좋아하는 조언.
<전쟁은 상대적인 자원 싸움이다.>
전쟁에서는 밀 100포대보다 밀 10포대가 더 중요할 때가 있었다. 전쟁에서는 반드시 가져가야 할 고지(高地)가 때로는 버려야 할 고지(高地)가 되기도 한다.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전술교본은 휴짓조각이 될 수 있었다. 상대가 그걸 안다면 다르게 행동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전술 조언은 드물었다. 하지만 반드시 존재했다. 우주 낙원의 식민지 침공에 있어서도 승률 90%를 자랑하는 전술조언이 존재했다.
“현재 차원 간섭 진행률은 65%입니다. 30일 전후로 진행률이 완료되고 저희는 뉴트럴 차원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에 우주낙원이 말했다.
[카실레안 교본에서는 진행률이 90포인트 넘어섰을 때, 차원이동에 대한 효율성을 근거로 대대 혹은 연대 및 여단 규모의 차원 이동 공격 타격을 권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모든 우주 낙원 식민지 사전 공격 타격 전술은 4,280회 이루어졌으며 성공횟수는 4,066회 실패 횟수는 214회입니다.]
이에 엘레우테리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몇 %인데? 횟수로만 보면 잘 모르겠다. 거기에 승리는 대승도 있고 그냥 승리도 있고 그러잖아?]
[성공 확률은 95%입니다. 승리의 정도는 대대 규모와 연대 규모에 따라서 지극히 달라집니다. 전술 시도와는 관계가 없고, 규모에 크게 관여하는 통계이기에 언급에서 제외했습니다.]
용병 지구인 출신의 지휘관이 보충 설명을 전하려고 일어섰다.
수많은 차원을 식민지로 삼았지만, 매번 할 때마다 까먹는 게 엘레우테리오. 게으름의 신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기억하는 악독한 신이다.
=============================
[작품후기]
6311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노머니는 없지만 노머니의 전술 교본과 싸우는 뜨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