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62화 (96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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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반마의 지성뿔>의 가장 큰 특징은 구리 만티코어를 블러디 만티코어로 변질시키지 않으면서 만티코어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에 있었다.

여기에는 식욕을 해결시켜주는 것으로 이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했다.

동시에 지성을 부여하여 의사소통까지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지성은 충성심을 만드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전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야수로서의 단점을 지우는 데에는 간사한 마음이 필요했다.

‘단점은 뿔이 잘리면 큰일이 난다는 것.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런 걸 보완하지 않을 드낙이 아니었다. 그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구리의 만티코어를 바라봤다.

새끼 때부터 뭉툭하게 있는 오돌토돌한 뿔은 서서히 자라난다. 이는 세뇌가 아니며 반마의 피를 통한 가족 관계에 가깝다.

그때 그 뭉툭한 뼈를 절개한다면 드낙과의 돈독한 관계는 사라지고 자유로운 몸이 된다. 하지만 그대로 둔다면 또 다른 현상이 발생한다.

‘뿔이 서서히 자라나며 두개골을 대체한다.’

강인한 만티코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시에 성체가 되는 과정 내내 이루어지기에 매우 조금씩 진행된다. 긴 시간과 강인함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성체가 된 만티코어는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는 이상은 드낙을 가족처럼 여긴다. 같은 피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악마가 지닌 피의 기질이기도 했다.

없애려고 할 수도 없었다.

<신을 먹는 육신> <별의 파괴자>가 되도록 탄생하고, 진화한 악마는 군세를 지녀야 했다. 그 피가 농밀할수록 충성심은 높다.

콰르르륵!

지정된 곳에 끓는 구리를 입에서 토해낸 만티코어를 멍하게 드낙이 쳐다봤다.

그 맹한 표정은 1시간이 지나서 조금씩 변해갔다.

“하나...둘...”

“서른 마리입니다.”

지켜보던 고블린 조련사가 냉큼 대답했다. 조련사라고 해도 먹이 주고, 똥 치우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아.”

“성체는?”

“10마리입니다.”

“적다.”

“죄, 죄송합니다.”

중형급 존재라서 성체가 되는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깊은 고민까지는 닿을 수 없었다. 머리를 긁으며 드낙은 답답함에 신경질을 부리고 싶은 것을 참았다.

조울증 환자처럼 기세가 왔다 갔다 했고, 눈빛이 도깨비불처럼 이리저리 일렁거렸다.

그 혼돈 속에서 굵은 심지가 켜졌다.

‘이번 차원전쟁에서 난 악마가 된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는 것 중 하나. 육체의 악마는 상대를 잡아먹는 것으로도 충분히 진화할 수 있었다. 다만 인도적이지 못할 뿐이다. 어느 정도 수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이상의 존재를 먹어치워야 했다. 전쟁은 곧 반마의 존재에게 큰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가 존재감을 드러내자 일광욕을 즐기며 한 바퀴 벌러덩 고양이처럼 뒤집거나 진흙을 흠뻑 묻히며 목욕을 즐기던 만티코어들이 허겁지겁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드낙에게 다가왔다.

“우리들의 아버지시여.”

그들 모두 하나같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중후한 목소리가 입에서 뱉어졌다. 드낙이 웃었다. 그 코를 쓰다듬어주고, 말했다.

“날 죽이려는 자들이 이 세상에 도착했다. 날 도와라.”

“말씀만 하십시오. 그 누가 되었든지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드낙은 그들에게 자신의 피를 먹였다. 싸우기 전에 상부터 주는 셈이었으나, 이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구리의 만티코어는 강해질 것이다.

“지하를 통해서 이동해라. 공중 요새에 탑승하여 용맹을 떨쳐라.”

뿔을 지닌 구리 만티코어 성체 10마리가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했다. 물론 블러디 만티코어도 참전할 것이다. 구리 만티코어보다는 숨결이 나약하지만, 육탄전은 조금 우세를 지니고 있었다.

드낙은 그 명령 이후에 홀연히 모습을 숨겼다. 빛에 준하는 속력으로 이동하여 백설산맥의 봉우리에 도착했다.

콰직!

야생마를 머리부터 씹어먹고 있는 <검은 비늘 와이번(Black Scale Wyvern)> 모비딕이 그곳에 있었다. 그는 드낙의 냄새를 맡더니 얼굴을 비볐다.

“그래, 이놈아. 잘 지냈냐?”

드낙의 등판에 있는 <혼란무도(混亂無道)의 타투(Tattoo)> 덕분이었다. 이를 양산화시킬 수 있다면, 와이번 나이트도 능히 가능했지만 아쉽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와이번의 기질 때문이다.’

악마의 피로는 굴복시킬 수 없었고, 세뇌 마법은 드낙이 질색하는 수단이었다. 서로 돈독한 관계를 맺게 되는 혈족과 같이 되는 게 악마의 피라면, 세뇌 마법은 강제적으로 자신이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제어하는 것과 같았다.

과정이 판이하게 달랐기에 거부감이 컸다.

와이번은 초월의 힘에 특히나 큰 반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기질을 만들어내는 타투 같은 것이 아니면 함께할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대산에서 결코 벗어나지 말아라. 무슨 일이 있으면 도망쳐.”

나중에 권능을 더욱 잘 만들 수 있다면 녹색신의 타투인 혼란무도의 타투를 개량하여 와이번 나이트를 만들 생각을 가진 드낙이 모비딕과 그 자식들에게 빤스런 칠 것을 명령하였다.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였다. 그 상황이 된다면 드낙은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드낙은 다시끔 파동으로 변했다. 자신의 권속이라 할 수 있는 동물들을 만나러 다녔다.

카이야는 여전했다. 많은 벌꿀을 보유한 자산가였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동물에게 있어서 꿀 먹고, 자고 싸는 삶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도노는 인간이 살지 않는 산과 들, 숲을 누비며 야수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의 자식들은 수많은 팩(pack)을 꾸려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숫자만 해도 1,800마리가 넘었다.

‘전투력은 낮은 편이지.’

더 커져야 했다. 웬만한 위기가 아니라면 도노와 그 자식들에게 전쟁의 화마가 덮치지는 않을 터였다.

‘적어도 중형급은 되어야 써볼 만하다.’

푸른 화염을 뱉어내는 도노는 당장 써먹을 만했지만, 파동으로 이동하는 드낙은 쓸 필요가 없었다. 다른 이에게 하사하기에 도노의 자존심은 많이 높아진 상태였다. 수백의 팩을 꾸리고, 그곳에서도 군림하는 늑대왕이다.

이 모든 과정을 3일 이내에 끝낸 드낙은 다시끔 신제국의 영토에 들어섰다.

암중으로 많은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신제국 전역은 대낮이었음에도 그림자에 집어삼켜 있었다.

우주 낙원이 차원 항해를 끝내기 위해서 닻을 내렸고, 이차원에서 뉴트럴 차원에 돌입하기 위한 진행률은 50%에 도달했다.

그 덕에 전체 크기 중 반절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서 생기는 그림자는 신제국 전역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하였다.

“표적이 커서 맞추기는 쉽겠네.”

드낙은 순식간에 상공으로 모습을 숨긴 채 도달했다.

‘뭐야?’

뻗어 나가고 모습을 드러내어도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었다.

산소뿐만 아니라 공기 자체가 적어지는 지점에 도달하고 나서도 더욱 끝자락에 있었다. 그곳에 도달한 드낙은 이내 모든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맞출 수 없다. 아니, 도달이 불가능하다.’

덩치가 크면 맞추기 쉽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고도였다.

25,000m에 달하는 고고도에 있는 놈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에는 자-주포의 유효거리는 너무 짧았다. 통나무 미사일의 사정거리 또한 말할 것 없이 조악했다.

25km에 달하는 사정거리를 지닌 타격무기는 현재 다종족 연합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25km라는 수치조차도 드낙에게는 체감되지 않았고, 측정할 수가 없었다.

그저 ‘까마득’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식한 투사체 뿐이겠는데.’

기껏해야 무식하게 초월의 힘을 때려 박아서 쏘아 보내는 것뿐이었지만, 그런 건 어려운 일이었다. 효율성도 낮았다. 초월의 힘으로 만든 투사체는 멀리 나아갈수록 힘의 소모가 빠르게 진행된다.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보통의 방법으로는 안 돼.’

그가 두통을 느꼈다. 숨도 약간 헐떡거렸다.

“웨액!”

위장에 있는 걸 게워냈다. 크게 무리를 하고 있었다. 머리가 울렸다.

‘남은 기간은 한 달도 안 되겠지. 여기서는 나도 힘을 보탠다.’

드낙이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머리가 어지러워서 웃지는 못했다. 상대가 높게 있다면, 그곳에 도달하여 근접해서 싸우는 것이 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동 방어를 하고 있겠지만, 내가 부수면 그만이다.’

먼저 투입하여 혹여나 있을 놈들의 공간 이동 방어 수단을 제거한 뒤에 근접전으로 몰고 가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간 이동 마법진을 곳곳에 설치해야 했다.

다행히도 이건 드낙이 투입되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먼저 공간이동 마법진의 포인트는 은폐되어 숨어있는 공중 요새가 자리를 잡으면서 만든 지하 갱도가 유효해 보였다.

“뜨나아아악!”

그곳에 순식간에 도달하자 뿔쥐들이 크게 경례를 올렸다. 드낙은 그들을 크게 대우하지 못하고,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잡고 혹은 가벼운 포옹을 하면서 답해줬다.

피숨결 검은 뿔쥐의 표정이 크게 거칠어졌다.

“지금 당장 이 지하 갱도를 넓혀라. 또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라. 놈들이 있는 곳의 위치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높은 곳에 있다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간 이동을 통하여 소요 사태를 놈들의 내부에서 일으켜야 한다.”

기존의 방법이 전혀 필요 없었다.

“현재 진행된 자주포 수송을 그만두고, 전력으로 공간 이동 마법진에 자원을 투입하라!”

“예!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께 영광을!”

뿔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곧 공중 요새의 내부가 들썩였다.

“화력전 준비를 그만두고 공간이동 마법을 통한 근접전이라고?”

앞과 뒤가 확 바뀐 동전처럼 모든 게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불만이 나올 수 있었지만 뿔쥐들은 뿔쥐들이었다.

“당장 인적자원을 투입하라! 공중 요새의 보급을 위해서 만든 지하 갱도를 넓혀라!”

“크놀들을 통해서 굳건한 강철 기둥을 세워라!”

“고블린들을 소집해라! 삽질해야 할 시간이 왔다!”

“뿔쥐들은 공간 마법진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라! 소형, 중형, 대형으로 효율성이 입증된 마법진이어야만 한다!!!”

수많은 명령들이 드낙의 판단 하나로 파도처럼 공중 요새를 때렸다. 동시에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정보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우주 낙원의 확장된 크기가 워낙 컸기에 눈으로는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깡! 깡!

곡괭이로 단단한 지하의 땅을 파헤치고, 물러진 땅을 삽으로 건져 올려 뒤로 보냈다. 뒤에 있는 고블린들이 이를 다시 수레나 포대에 닥치는 대로 담고 움직였다. 그중에는 크놀도 있었고, 크놀을 지켜주는 두더지 인간도 존재했다.

“엉?”

두더지 인간을 본 드낙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두더지 인간의 뒤를 잡고 그 목을 움켜쥐었다.

심장의 펌프질. 그 맥동이 그 손에서 느껴졌다.

“겍?”

두더지 인간이 깜짝 놀라 반응했다. 크놀을 지키는 병사들이 이번 일에 동원되었기에 드낙을 자연스럽게 공략하려고 했다. 허리를 숙여 상대의 자세에 변동을 주고, 체중을 이동시켰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대가 드낙이기 때문이다.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잖아?’

하급이다. 다만 음흉한 것은 아카타베루의 힘이 극히 적고, 종족 우월성을 위해서 악마의 피가 대부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전투 인력이며, 양산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같은 종족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들었다.

기생인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기생인이 검버섯처럼 퍼지는 전염병이라면, 두더지 인간은 용병 자원의 잠식을 위해서 투입된 존재였다.

개체수도 많이 가질 수 있고, 두더지 인간 주제에 무재를 제법 타고 나서 정규군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용병으로 쓰기 딱 좋았고, 그렇게 용병으로 쓴다면, 아카타베루가 침공했을 때, 뒤통수를 치기 좋았다.

이를 이제야 발견한 드낙은 짜증이 팍 올라왔다.

‘이걸 이제야 보다니.’

두더지 인간의 지하 연합 합류는 오래전에 있었다. 몇 년도 되었다. 근데 그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실제로 두더지 인간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였다. 보통 드낙이 보는 건 고블린과 뿔쥐들이었다.

크놀들은 대장장이였고, 그런 자들을 지키는 게 두더지 인간들이다.

만날 접점이 없었다.

갑자기 삽질하라는 소리에 투입되었기에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무, 무슨?”

두더지 병사가 결코 드낙을 보지 못한 채로 몸이 굳은 채 벌벌 떨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드낙의 기세는 심장에 겨누어진 독단검처럼 음흉하기 짝이 없었다.

드낙이 두려워하는 두더지 인간을 풀어줬다.

‘일단은 뒤로 미뤄두자.’

지금 바꿀 이유는 없었다. 그럴 여유도 없다.

“아무것도 아니다. 일해라.”

서둘러 두더지 인간이 삽질을 재개했다. 그 사이에 드낙의 앞에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뿔쥐들은 양피지 3장을 드낙에게 건네줬다.

“공간이동 마법진.”

소형, 중형, 대형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효과에 대해서 글씨로 적혀져 있었다. 이를 훑은 드낙이 입을 열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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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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