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60화 (95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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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대륙 외해(外海)>

나가는 끝없이 팽창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오직 생산과 생존에 집중된 마수(魔獸)가 나가였다. 평범한 나가와는 다르게 마신(魔神) 성현(Seonghyeon)의 지배력에 지배되고 진화가 꺾인 것이 마수, 나가였다.

그 나가는 뻗어 나가며 닥치는 대로 물고기 떼를 습격했다. 와류의 힘으로 가두고, 돌고래처럼 튀어 나가며 하나를 입으로 낚아채고, 양손에 물고기를 물었다.

머리를 뜯고, 그다음에는 산채로 씹어먹었다.

종종 해초를 입가심으로 먹기도 했다. 어패류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나가는 알을 거세게 배출했다.

깊고 깊은 심해 속에 수천 개에 달하는 알이 떨어져 내렸다.

움찔.

나가의 알이 움찔거렸다. 수천 개에 달하는 알 중에 오직 그 알 하나면 꿈질거리는 건 실로 기괴한 일이었으며, 더더욱 청색에 가까운 나가의 알 중 유일하게 그것만 흑색이었다.

그러나 그걸 알아차리는 일은 없었다.

이곳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심해. 모든 알이 그저 보이지 않았다.

쩌적...

작은 소리를 내며 똑같이 낳은 나가의 알이지만, 오직 그 흑색의 알만이 껍질을 깼다.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나가의 새끼는 다른 나가의 알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변에 작은 새우가 지나갔지만, 거침없이 나가의 알만 노리는 나가 새끼는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기계처럼 변해갔다. 똑같은 행위를 그저 반복하기만 할 뿐인 인형이 되어갔다.

중립신(中立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은 동족상잔을 통해서 발생한 높은 증폭률을 지닌 업을 핥아먹었다.

드워프가 죽은 업으로 기회를 보다가 나가의 알에 안착했다. 이건 부활이라고 할 수 없었다. 드래곤의 유희(遊戲)와 닮았으며, 돈 벌러 가는 아버지와 형세가 닮았다.

중립신의 영혼의 100분의 1도 담기지 않은 인형은 꾸준히 꾸역꾸역 나가의 알을 먹어치웠다. 수천 개의 알이 그 작은 몸에 모조리 들어갔다. 1%의 영혼밖에 못 집어넣었지만 그건 분명 중립신이었다.

곧 나가 새끼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신(神) 중의 신(神)

인신(人神) 중 최초의 대신(大神)이자 최강의 대신(大神).

그 영혼이 업을 취득했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물론 모든 업을 육체를 변이시키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7할의 업은 중립신의 영혼으로 스며들어왔고, 나머지 3할만이 이 타락한 나가의 새끼에게 스며들어 갔다.

투자해서 오는 수익의 3할은 꾸준히 재투자하고, 나머지 7할은 원금을 상환하는데 돌리는 경제적인 논리는 다분히 이성적이다. 번거로워도 작은 이익을 탐하고, 다시 재투자하는 과정은 분명 적은 리스크 속에서 확실한 이득을 추구한다.

‘동족 포식의 육체 증가.’

나가 새끼의 육체가 풍선처럼 부풀어지더니 서서히 줄어들며 커졌다. 하찮은 인간에게도 수많은 능력을 몸에 자리 잡게 해준 것이 중립신의 검은 꿈이다. 하물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중립신의 영혼이 스며들어 간 나가 새끼에게 능력을 주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동족 포식의 육체 증가>

이것은 제약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강력했다.

자신의 동족을 포식하면, 육체가 더욱 커질 수 있었다.

꼬로록!

동시에 나가 새끼는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시꺼먼 피가 흩어졌다. <마신의 힘>이었다. 이를 피와 함께 배출했다. 정화되지 않은 마신의 피는 곳곳을 오염시키겠지만, 바다의 크기는 대단히 넓었다.

성과를 얻기란 힘들 터였다.

‘그 전에 승부를 본다.’

중립신의 나가가 조용히 바닥을 천천히 기어갔다. 이 심해의 바닥에는 생명체라는 것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오직 나가의 알만 가득했다. 그 정도로 깊은 곳이었다.

나가 새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 나가의 알이 수압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조용히 와류를 생성하는 그 초월의 힘 덕분에 몸이 찢겨 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

콰작!

정신없이 나가의 알을 탐했다.

집어삼킨 알의 숫자는 52만 개에 달했다. 그 정도로 바다로 뻗어 나간 나가들의 영역 반경은 넓었고, 다종족 연합의 나가 토벌 반경과 진행 속도는 느렸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 나가보다 3배는 커진 중립신의 나가는 그 과정에서 무려 5200여 번에 달하는 피를 게워냈다. 마신의 힘은 쓸모가 없고 그 힘에 깃든 것은 <지배력>이라 불리는 세뇌 능력이었다.

결코, 그 힘을 탐해서는 안 된다. 상쇄 혹은 배출이 답이었다.

우드득!

나무 획득하는 소리가 중립신의 나가의 목에서 들려왔다. 계속 숙이면서 알만 먹고 있어서 통증을 느낀 중립신이 목을 풀었다.

‘반반금속의 몸.’

육체의 25%의 성분이 강철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해나갔다. 이것으로 웬만한 해양 생물에게 중상을 입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먹었지만 7할을 꾸준히 중립신의 영혼에 집어넣었기에 실제 몸에 넣는 능력은 아주 효율적인 것뿐이었다.

‘대지 연결의 외팔이.’

3m에 달하는 거대한 나가의 왼팔이 기괴하게 변형되어갔다. 전투로 쓸 수 없고, 작은 돌조차도 들 수 없을 것 같이 딱딱하게 굳어졌고, 관절이 근육과 뼈로 뒤덮였다. 표면의 살가죽은 소용돌이를 형성하며 비틀렸다.

그 왼팔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릇을 뛰어넘는 능력이기에 육체가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그 덕에 오른팔보다 표면적이 2.5배는 큰 왼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사능에 오염된 것처럼 아무렇게나 생긴 변이된 왼팔을 그대로 땅에 깊숙이 박아넣었다.

‘지금뿐이다.’

중립신 엘 마르토 카사다민은 그 어떤 것도 관측하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나가의 알에 그의 영혼 1%가 담긴 것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다. 세계를 관측할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래서야 중립신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는 물고기에 자신의 시야를 담고, 나가를 관측했으며 더 나아가 그 나가에게 물려 죽어 그 알에 잉태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그는 현재의 구도를 단번에 파악해나갔다.

‘마신의 종자는 검버섯처럼 퍼져나가고 바다를 오염시키겠지. 이를 대처하지 못할 드낙이 아니다. 지금쯤이면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냉철한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면, 중립신이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 또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 최소한 드워프라도 바다 전역에 1명씩이라도 배치되듯이 뿌리지 않았다는 건,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드워프는 우주 환경에서도 능숙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런 놈들은 그냥 도끼나 해머 하나 들려주고 바다 곳곳에 한 명씩 그냥 흩뿌려 놓아도 나가를 잘만 사냥할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는 건 드낙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뜻이다.

‘바로 엘레우테리오.’

잡을 수 없는 자유의 신이며, 항상 행복한 환희의 신이다. 중립신의 안배 중 하나였다. 그가 도착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고로, 중립신은 생각한다.

‘지금이 아니면, 행성에 있는 내 업을 회수할 수 없다.’

동시에 확신한다.

‘엘레우테리오 같은 놈이라면 먼저 행성에 담긴 내 업과 힘을 지우려고 시도하겠지.’

그게 맞물린다면, 중립신은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심도 받지 않고 힘을 일정 부분 회수할 수 있었다.

“......”

‘아직은 힘의 소모가 일어나지 않았군. 자연적으로 소모되어있을 뿐이다.’

대지 연결의 외팔이로 행성의 힘과 업의 수준을 대충 가늠한 중립신은 다시 왼팔을 빼냈다. 그리고 그걸 오른손으로 받쳐서 들어 올려 어깨에 걸친 다음 힘껏 발을 박찼다.

끼리릭, 끼오루리익.

나가의 소리를 냈다. 나가의 유전자와 뇌에 깃든 모든 정보를 획득했기에 손쉬운 일이었다. 곧 12마리의 나가가 중립신에게 다가왔다. 그 눈은 흥미로움으로 가득했다.

보통 나가보다 3배는 큰 나가가 나타났으니 그럴만했다.

중립신의 나가가 와류의 힘을 뻗어 12마리의 나가의 주위를 가두었다. 그들이 저항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콰직!

백병전에 들어가서는 그 누구도 중립신의 대적자가 되지 못했다. 먼저 덩치 차이가 심했고, 중립신은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간 인신(人神)이었다. 그런 그가 싸움을 못 할 리가 없었다.

손으로 잡고, 비틀고.

입으로 살점을 뜯어내고.

꺾이지 않는 단단한 왼팔로 뚝배기를 깨버렸다.

서로 뒤엉키면 무릎으로 관절을 박살을 냈다.

야만적인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기 하나 없어서였다. 죽은 나가를 포식하고, 입에서 마신의 힘을 피와 함께 게워낸 중립신이 다시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했다.

‘모두 계획대로다.’

차원의 문을 닫는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자면 차원 장벽을 변형시킨다는 의미이다. 변형은 곧 방어력의 저해를 일으킨다. 그 덕에 혼란은 금방 찾아왔다. <차원 장벽>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지 않은 드낙의 실책이다.

‘드낙이나 세파리아스나 모두 무인(武人). 칼잡이라는 뜻이지.’

드낙의 경우는 그렇게 키웠다. 강제로.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면 신이 되는 수밖에 없었고 그 전에 중립신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지금과도 같은 혼란이다.

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중립신이 아니었다.

수십 번 전투에서 패배해도.

전쟁에서는 승리하는 것이 중립신이었다.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하며 중립신을 살해한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고 안심했다면, 어리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한 번 부활한 존재였다. 두 번 부활하지 말라는 소리는 없었다.

‘이기고 이겨라.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중립신의 나가가 본격적으로 나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 그들을 호출했고, 와류로 가둬서 그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는 점점 강해졌고, 동시에 바다에는 마신의 힘이 만연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동족포식만큼 힘과 업을 얻는 비슷한 수준의 방법은 인신공양밖에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업 획득 수단이었다.

업 수급의 양대산맥이 바로 동족포식과 인신공양이다.

*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차원이동 진행률이 26%일 때, 대형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눈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간부들도 소리는 크게 냈지만, 목소리에는 암담함만이 존재했다.

<우주 낙원>의 몸체 중 26%에 달하는 표면적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전히 반투명했지만 어지간한 대국보다도 큰 덩치를 지닌 우주 낙원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커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대로 낙하해도 단번에 이 대륙은 박살이 날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진행률이 모두 진행되며 우주 낙원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며 동시에 반투명한 것도 완전해진다면 그 위용은 보는 것만으로도 덜덜 떨릴 수밖에 없었다.

인조생명체를 만들고 주둔시키기 위해서 2만이 넘는 반지름을 지닌 확장된 우주 낙원의 크기는 25,000m라는 높이를 그렇게 높게 여겨지지 않게 만들었다.

절로 두려움이 일어나게 했다. 우주낙원의 거대함은 마법사들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기 충분했다.

“발싸아아아앗!”

“와아아아!”

그들을 기만하기 위해서 기어코 23일째에 마법을 차근차근 발사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크게 만든 화염구는 환호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살면서 저토록 큰 화염구는 본 적이 없다!’

뻗어 나가며 마력을 손실하겠지만 확실하게 저놈들에게 닿을 것이 분명했다.

이를 관측한 우주 낙원의 상위인간들, 인조생명체들은 낄낄거리기 바빴다.

“병신들!”

“하하하하!”

처음에는 분명 반지름 15m의 거대한 화염구였으나 우주 낙원에 도달했을 때에는 고작 1m 반지름의 조잡한 것에 불과했다. 그것은 반투명한 우주 낙원을 지나갔다. 이미 그 궤도는 파악하고 있었기에 생명이 다치는 일은 없었다.

다른 차원에 있었지만 같은 차원에 있기도 한 애매한 위치에 있는 우주 낙원을 지나간 화염구는 확실하게 피해를 주기는 했다. 허나 그 정도가 크게 반감되었다.

그을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를 수리하는 건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었다.

순식간에 우주 낙원 내부가 웃음바다가 되었고, 저들의 수준이 한참 낮다는 걸 좋아했다. 술이 개방되기도 했다. 그만큼 적들의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조심해야 할 건 단 하나. 행성에 있는 대악신,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힘을 상쇄하는 것뿐이다. 이건 이미 준비되어있었다. 신성력의 입자 변환을 통한 파괴의 힘을 행성에 쏴서 상쇄시키면 그만이었다.

“3성만 보내도 처참하게 당하겠던데?”

“화염구 하나 쏴 보내는데 23일이 걸렸어. 그런 놈들이랑 무슨 싸움을 하냐? 이건 학살이야, 학살. 반신만 죽이고, 대악신의 힘을 상쇄시킨 뒤에는 경제 침탈을 하면서 지배하면 끝이다.”

“30년 뒤에는 자기들이 싸웠다는 것조차도 잊을걸? 피지배계층이 되어서 먹고 살기 바쁠 테니까.”

술판 속에서는 자신보다 못한 것들에 대해서 말하기 바빴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자존감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높이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다른 놈을 쥐어패는 것이다.

그 맛은 그 어떤 마약보다도 강하다. 그렇기에 그 맛을 못 잊어서 타락하는 이들이 많았다. 괜히 타락자가 되는 게 아니었다. 변절자가 되는 이유는 그 맛이 맛있기 때문이다.

<환희(歡喜)와 자유(自由)의 신(神) 엘레우테리오(Eleuterio)>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때를 잘 맞춰서 왔다니까.”

전시체제에 돌입해서 육체를 벗어던지고 정신체로 활동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인간 크기의 육체에 다시 비집고 들어와서는 술을 진탕 마시기 바빴다.

이미 승패는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운 부시이인 승리이마니이이~.”

그가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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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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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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