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57화 (95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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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오크들은 그 외에 자신들이 하는 것을 드낙에게 말해줬다.

“바다는 식량의 보고나 다름없습니다. 염장 생선을 신제국과 거래함과 동시에 전 곳으로 지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염분 때문에 오래 놔둬도 썩지를 않는다. 비린내가 심하지만, 향을 내는 식물이 많은 게 이 세상이었다. 어떻게든 잡을 수 있었다. 그게 힘들면 그냥 술과 곁들어 먹으면 된다.

삭힌 포도주처럼 시큰한 냄새는 비린내 잡기 아주 좋았다. 또 배가 고프면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간다. 허기는 최고의 조미료였다.

“이건가? 염장 생선이?”

“예. 한 번 열어보십시오.”

드낙이 이를 열자마자 역한 비린내가 제법 피어올라 왔다. 그러나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마, 맙소사!”

그가 경악했다.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소금이 팍팍 들어가 있었다.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냐면 소금이 더 많았고 생선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덜덜!

“소금 소비가 장난 아닐 텐데, 괜찮나? 괜찮은 게 맞아? 정말이지?”

“해풍으로 보름을 말린 생선에는 수분이 거의 없어서 소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따스한 햇빛과 주술을 통해서 능히 소금을 대량 생산 가능합니다. 오션 오크의 가장 큰 특산품이 소금입니다.”

“소금 가격이 얼마지? 사 먹어본 지가 오래되어서...”

있는 사람이 지하철 탈 리가 만무했고, 버스 타는데 얼마가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는 세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1kg에 은화 1닢입니다.”

“나쁘지 않네.”

‘독점치고는 양심적이군.’

가격경쟁에서 다른 종족들이 이길 수가 없었다. 그나마 드낙의 눈치 때문에 폭리를 취하지 않아서 오히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적당히 해 처먹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었다.

독점체계에 들어가면 9만 원 낼 것을 90만 원 내도록 만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드낙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 그가 봤을 때 소금의 가치는 그 정도로 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소금을 만드는지 궁금한데.”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드낙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탁 트이는 소금 작업장은 실로 해방감을 선사해줬다. 또 곳곳에 5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토템이 수십 개가 좌르륵 나열하여 우뚝 서 있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호우!”

‘아주 똑 부러지게 만들어놨어!’

관광용으로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도르래를 통해서 둑을 올리면 바닷물이 들어오고, 다시 내리면 바닷물이 닫힙니다.”

토템을 이용해서 끓이면 소금만 남게 된다. 끓이기에 위생적으로도 좋았다. 나쁘지 않았다.

오션 오크는 신제국에게 염장 생선을 돈 주고 팔고 있는 것과 동시에 모든 다종족 연합에게 비상식량을 보급해주고 있었다. 이는 차원 전쟁 논공행상에서 논하기 좋은 공이었다.

식량을 떼놓고 전쟁을 논할 수 없어서였다.

“자주포도 수출하고 있다고 하던데. 오션 오크의 방위 수준은 괜찮나?”

“어려움이 없습니다. 자-주포의 경우에는 드워프가 도와주고 있어서 각국에 수출함과 동시에 최소 분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하는 게 많은 것이 오션 오크들이었다. 특히 오크 나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곳에서 사용 가능한 강한 약재들까지 버릴 게 없는 종족이었다.

‘보급에서 의외로 오션 오크가 공을 못 세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잖아?’

특히 염장 생선이 생각보다 양품이었다. 고기와 생선은 또 다른 맛이다. 거기에 해양 괴물 또한 잡아서 내놓기 때문에 식감도 다채롭게 만들 수 있었다. 소고기와 문어는 그 맛이 다른 법이다.

‘맛이 다르면 입이 즐겁고, 입이 즐거우면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곧 행복해지기 마련이지.’

X소기업의 이직률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밥이 얼마나 맛있냐는 것에 달려있다. 어차피 지랄하는 놈은 어느 X소기업이나 똑같다. 그래서 밥맛이 아주 큰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고작 밥 때문에 회사 이직 안 하고 버틴다는 놈들을 젊은 친구들은 안 믿겠지만, 그들도 사회의 부품밖에 안 되는 자신을 마주했을 때. 실제로 그 부품이 되었을 때. 무엇보다 그 부품 중에서도 하품이 되었을 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파랑새는 없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고, 대단해져도. 결국, 파랑새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걸 모른다면, 다음 스테이지로 향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보급품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마약을 보급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마약 투여는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이 일반인다운 해석이고, 편견이었다.

“대단하다.”

오션 오크들이 차원 전쟁 동원령에 임하는 자세를 본 드낙이 흡족하게 웃었다. 드낙은 하는 김에 이곳에 있는 공중 요새도 방문했다.

그가 오크들의 항구 도시를 방문했다는 걸 들은 뿔쥐들이 너도나도 다가와서였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뜨나아아아악!”

공중 요새에 들어가서 뿔쥐들에게 덕담을 주고,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 또한 해줬다. 드낙의 이름을 찬양하다가 목이 쉬어버린 피숨결 검은 뿔쥐들이 많았다. 그리고 드낙은 세파리아스의 호출을 받았다.

‘이놈이 웬일이지?’

평소에 절대로 그를 부르지 않는 게 세파리아스 불파겐이라는 놈이었다.

호기심에 드낙이 단번에 그를 찾았다. 빛에 준하는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정신 나간 암살자의 재능을 지닌 것이 드낙이었기에 그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날 왜 찾았냐?”

“네가 할 일이 있으니까, 찾았지. 따라와라.”

그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다가 드낙이 등장하자 곧바로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드낙은 세파리아스가 바람 귀공자 풀세트를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적혈대검은 세리안에게 줬고, 강철이 흐르는 강은 허리춤에 걸고 있었다.

<폭풍 해방 대검(Windstorm Release Greatsword)>을 어깨에 척 걸치고 걷고 있었는데 위화감이 없었다.

“야. 넌 상위인간 되는 건 싫다면서, 뱀파이어가 만든 피의 풀세트는 또 착용하고 있냐?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어리석구나, 드낙. 하긴 네가 멍청한 소리를 안 한다는 게 이상한 일이지. 요는 즉 자연스러운 것이냐. 아니냐는 지극히 감정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드낙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 신성력을 이어받은 성기사 또한 언젠가는 마력을 가지게 된다. 그게 그릇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위인간이 되기 위해서 신성력을 가진 게 아니라, 신성력을 가지다 보니 그렇게 되는 거니까.”

황당한 논리였다. 지극히 주관적이여서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만큼 만인을 선동하기 좋은 것도 없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어리석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뭔 말을 하겠냐. 자연스러운게 좋은 거지. 근데 난 왜 불렀어?”

“황제 기사단 때문이다. 최소 1천 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도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래. 네놈의 환상 마법진이 필요하다.”

그 말에 드낙이 빙그레 웃었다. 단번에 세파리아스를 앞질러 그를 마주 보았다.

“요놈, 요고, 요 응큼한 놈! 너와 내가 했던 전투 경험을 그들에게 주려는 거구나. 맞지?”

“맞다.”

“그럼 부탁을 해야지.”

“부탁한다.”

“......”

드낙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에 세파리아스가 턱짓했다.

“뭐하나? 부탁했잖아.”

“더 정중하게 해야지.”

“난 내가 너에게 줬던 것을 황제 기사단에게도 주라는 소리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세파리아스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나와의 대련은 천금보다도 귀중한 것이지. 너는 그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그 대가를 지불해라. 어차피 차원전쟁에서 최소한의 피해를 입는데 도움을 주는 것 아닌가.”

“그건 그런데...”

드낙이 자연스럽게 세파리아스에게 어깨동무를 하려고 했지만 세파리아스는 귀신같이 빠져나갔다.

“하지 마라.”

“하지마? 그럼 정중하게 부탁해야지. 환상 마법진이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 건데. 자치왕국 봐라. 환상 마법진에 돈을 얼마나 투자했냐?”

“그리고 의무를 저버리고 도망치는 기사와 병사를 만들었지.”

그들은 깊은 수면에 빠진 채 피를 생산하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상위인간이 된 기사는 마력까지 뿜어내며 자신의 피를 생산하게 됐다.

끔찍한 일이지만, 합당한 결과다. 죄를 지으면 벌금을 내듯이 그들은 그간 먹었던 돈의 가치만큼 토해내야 하고, 사람들을 실망시킨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를 콕 집어서 세파리아스가 비웃음을 날렸다.

“너도 그렇게 될 수 있어. 나와 너의 싸움을 보고 황제 기사단이 빤스런을 안 칠까? 요즘 해병대는 70대 노모도 패죽이는 해병대라고.”

“무슨 개소리냐?”

“황제 기사단이라는 엘리트 집단도 빤스런 치는 애가 한 명은 나올 수 있다는 소리지.”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웃음을 빵 터트렸다. 1년 365일 10시간씩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세상을 잘라내는 일검을 얻기 위해 모든 걸 투자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자부심을 다른 이에게 내뱉을 시간도 없었다.

정신무장 또한 완벽했다.

용장 아래 잡졸 없기 마련이다.

“빨리 정중하게 부탁하라고. 세빨아. 나 바쁜 사람이야.”

“부. 탁. 합. 니. 다.”

세파리아스의 말에 드낙이 킬킬 웃으면서 황제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1년 뒤.

신제국의 수도 상공 25000M.

지극히 안정된 대기권.

성층권(Stratosphere)에 소용돌이가 서서히 일어났다. 그것은 처음에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미약했지만, 점점 커지고 강렬해졌다.

고오오오오오-!!

대기가 매우 적은 곳에서 일어나는 대류 현상은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만들어진 바람이 꾸역꾸역 투입되어서 억지로 폭풍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거기에 그 태풍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었다.

옆으로 눕혀진 태풍이었다.

그곳에 섬의 형태를 지닌 거대한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극히 일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일부분 조차도 반투명했다. 그 크기는 너무나도 거대했고, 너무나도 가까워서 달보다도 크게 보였다.

날씨가 개어있고, 구름이 가리지 않는다면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환희(歡喜)와 자유(自由)의 신(神) 엘레우테리오(Eleuterio)>이 대륙을 내려다보았다.

“아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이 행성에 느껴지는 이 힘은 엘 마르토 카사다민, 배신당해 죽어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의 것이구나! 중립신, 그가 이 먼 차원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었구나!!!”

그가 행성에서 발산되는 중립신의 힘을 느꼈다. 행성을 크게 키우는 <능력>을 행성에 부여한 것이 엘 마르토 카사다민 대신(大神)이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권능을 다루는데 도가 튼 신이어야 했다.

무엇보다 엘레우테리오는 중립신으로부터 여분의 힘을 받아 환희와 자유의 힘. 그 두 가지의 힘을 받은 자였다. 누구보다도 중립신의 힘이 어떤 기질을 가졌는지 잘 알았으며, 그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할 줄도 알았다.

다른 인신들은 그저 대단히 특별한 행성이라고 여기겠지만, 엘레우테리오는 아니었다. 그는 나약했기에 직접적으로 중립신으로부터 그 <힘>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만신전(萬神殿)에 연락해라. 중립신의 힘이 느껴지는 차원을 발견했다고.”

“예.”

보좌관이 대답하며 급히 사라졌다. 이에 다시 환희와 자유의 힘을 가장 잘 다루는 신, 엘리우테리오가 대륙을 굽어살폈다.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시대가 변했습니다. 중립신(中立神)...이제 당신은 홀로 군림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인신들 또한 이제 당신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상태입니다.”

전술의 신 카실레안!

병사 일백을 주면 일천을 막아서며.

병사 일천을 주면 일만을 후퇴하게 만들며.

병사 일만을 주면 가히 만인(萬人)에 군림하는 인신(人神)이 만신전(萬神殿)에 있었다.

‘그의 실력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전략이 좋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이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었다. 그를 대공으로 설정한 인공적인 게임에서 압도적인 무용을 보여준 것이 카실레안이다.

이리저리 대륙을 살핀 엘레우테리오가 잔뜩 미소를 지었다.

“아직 부활한 것은 아니군. 유일하게 있다는 반신놈이 부활을 꿈꾸는 중립신의 챔피언이겠어.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것보단 타협하여 서서히 말려 죽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필멸자에게 손을 뻗어있을 게 분명했다. 이를 차단하여 서서히 말려 죽이면서 만신전의 지원을 기다리는 게 좋았다.

‘물론, 그 반신은 지금 당장 죽이는 게 옳다.’

다소 필멸자의 업을 죽어 나자빠진 중립신에게 주더라도 그의 챔피언을 죽이는건 중립신이 이 현실에 개입하는 걸 빠르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떻게 개입할까.’

“5성 천사와 4성 지배자들을 회의실로 호출하라. 상황이 바뀌었다.”

그렇게 말한 엘레우테리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성과다. 내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식민지라고 착각했겠지. 그것 또한 만신전에서 알아줄 터. 난 진짜 자유를 요구할 수 있다.’

신들의 땅이니 개지랄 떨며 전쟁에 미친 만신전이나 중립신이나 상관없이 먼 곳으로 떠나서 평화로운 차원에서 드디어 잘 먹고 잘살 수 있었다. 혹은 그냥 지구에 눌러앉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만신전이 지켜줄 것이다.

‘이건 그만큼 큰일이지. 행성에 중립신의 힘이 적용되어있다는 건 프레이 여신에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녀의 오라버니였던 중립신을 찔러죽인 것이 프레이였다. 만약 이 소식이 들어간다면 손발을 덜덜 떨 것이다. 수백에 달했던 인신의 동시 배신. 그것을 통해서 겨우 죽인 것이 중립신이었으니까.

‘인신 하나 놀고먹고 중립신의 부활을 저지한 거면 싸게 먹히지. 애초에 죽은 자를 찾아낸 것만 해도 대단한 전공이니까.’

엘레우테리오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환희와 자유의 신.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이상하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 중립신을 한 번 더 죽이는 건 아무런 부채감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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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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