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56화 (95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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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곰은 강하다.’

솔직히 길들이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둔하다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비포장 도로를 60키로 이상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와도 맞수를 뜰 수 있다. 그렇기에 쌍창왕(雙槍王)이 굳이 <끈질긴 곰(Tenacious bear)>이 생활하고 있는 연병장에 오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현대지구 최강의 생명체를 인조생명체의 카테고리에 기용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물며 더욱 진화시키고 개조 및 개발을 진행했다.

인조생명체에 존재하는 곰의 등급은 2개.

2성급 길들어진 곰은 잘 먹인 곰이다. 길들어 있고, 적에게 흉포함을 드러낼 수 있었다. 보통 생산하는 경우는 원주민들의 수준이 원시 수준으로 낮았을 때, 그들의 숫자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숭배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식량 사정도 이 곰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혹은 권력자에게 선물로 줄 수 있었다. 자신을 잡아먹거나 상처를 주지 않는 230cm의 곰은 압도적이다.

현대에서 핏불을 애완동물로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했다. 걸어 다니는 샷건이나 다름없는 게 핏불이다.

일거양득을 넘어선 일거사득이다.

반면 3성 <끈질긴 곰(Tenacious bear)>은 모든 면에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힘, 덩치. 말할 것도 없다.’

달리는 와중에 앞발 하나를 들어 올려서 맞부딪쳐오는 말이나 낙타의 머리통을 한 대 치면 기병전은 일단 이기고 들어간다. 관통력이 적은 총이라면 가죽과 지방층에 막힐 정도로 든든한 국밥이 끈질긴 곰이었다.

자신보다 15배가 넘는 체중을 지닌 곰을 상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적었다. 특히 그 숫자가 많아질수록 더더욱 쉽게 와해 될 수밖에 없었다.

약 1톤에 가까운 경차조차도 쉽게 밀어버리고, 엎어버리는데 나무로 된 장애물이 의미가 있을 리가 없다. 몸으로 막아야 했고 이는 곧 교전비율을 낮게 만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지닌 것이 끈질긴 곰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문제점이 있지.’

지구력이다.

시속 40km의 속력으로 3km를 달릴 수 있는 것이 곰이며, 말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인조생명체 곰은 그것보다 더 높은 지구력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지구력이 낮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활력 회복 수단이 끈질긴 곰에게 존재했다.

“보자. 이놈아.”

적기사왕(Red Knight king)이 거침없이 끈질긴 곰의 입속에 손을 집어넣어서 벌렸다. 놈은 조금 저항했지만 그를 물지는 않았다.

입천장에서 만져지는 딱딱한 것을 적기사왕이 하나를 빼냈다. 붉은색에 매끈한 형태를 지닌 동그란 알사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활력의 토피 애플(toffee apple)>.

끈질긴 곰이 끈질길 수 있는 이유였다. 입천장에 있는 토피 애플은 달지만, 안에 있는 사과는 푹신하고 새콤하다. 아무리 탈진상태에 도달해도 새콤한 건 쉽게 먹을 수 있었고, 식욕이 일어나게 한다.

100m를 무식하게 내달리고 나서 입천장에서 투둑 떨어지는 토피 애플을 씹어먹어 주면 순식간에 거친 숨이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겉 딱딱, 속물렁의 안 좋은 식감이라 자주 이야기되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그것이야말로 이 3성 정예병 끈질긴 곰의 위대한 점이었다.

비위생적이지만, 종종 입천장에 들어있는 활력의 토피 애플을 다른 인조생명체가 빼먹기도 한다. 그만큼 달달하고 새콤하다.

“살은 충분히 찌우고 있네.”

흔들흔들 몸과 따로 노는 털가죽을 손으로 이리저리 움켜쥐면서 적기사왕과 청기사왕이 시원하게 웃었다.

“이 중에 1만 6천 마리만 내 것이라는 게 아쉽군.”

“지배자(Overlord)급이 300명이나 되니까.”

아무리 인조생명체 3성, 485만 기의 군세를 일으켰다고 해도 이를 지휘하는 지배자의 숫자는 300기에 달했다. 그중에서 그들 한 기가 가질 수 있는 군세는 고작 1만6천에 불과했다.

다행이라면 지배자 중에서도 전투력이 높기로 유명한 것이 청기사왕과 적기사왕이었다. 그 덕에 그들은 다른 이보다 2배로 많은 숫자를 가질 수 있었다. 끈질긴 곰과 거기에 탈 인조생명체였다.

합치면 1기의 기병이지만 인조생명체로 따지면 그 2배를 가지게 된다. 1+1인셈이다.

“하하하하! 여기 있었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둘 다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대검 한 자루를 쥐고, 산발한 백금발에 시원시원한 얼굴의 남성이 서 있었다.

불굴의 왕(Indomitable King)이다. 이 셋은 제법 죽이 잘 맞았다. 보병 용병술이 뛰어난 불굴의 왕은 기병을 이끄는 적청기사왕들과 같이 싸우는 경우도 많았다.

모루가 버텨주면 기병은 실로 편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로 우릴 찾아온 거지? 한창 바쁠 때 아닌가?”

“아직도 만전(萬全) 상태가 아니잖나.”

4성 지배자 급에서 가장 동면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느린 것이 불굴의 왕이었다. 그는 아직도 만전 상태가 아닌 몸을 놀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특히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져야 하는 데, 거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매우 더뎠다.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그것보다 들었어? 목적지가 정해졌다던데.”

“어디?”

“유일하게 반신급이 있는 곳의 수도 바로 머리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간섭을 시작한다더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약간의 소요 상태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다음이 편해.”

“제국의 황제라고 불리고 있으니, 그 오만함이 어디 가겠어? 신성력 하나 빼고는 별 볼 일 없는 놈이라지만, 제법 <인간의 싸움>을 하는 놈이다.”

그 말에 세 기의 오버로드가 웃었다.

그들 모두 초월의 싸움을 하지만, 냉병기를 손에서 못 놓는 바보들이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하겠는데.”

“그래서 말인데, 미리 선점해서 놈과 서로 번갈아가면서 싸우자고.”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놈을 치료해줄 오버로드를 하나 포섭해야겠어.”

그 말에 불굴의 왕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미 한 기, 포섭해놓았지. 호수 숙녀(Lake Lady). 치료 하나는 대단하니까.”

둘 다 그 말에 나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셋 모두 표정에 패배감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차가 존재했다. 아무리 반신급이라고해도 자연적 반신급은 4성급 오버로드에게도 쩔쩔매는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된 반신급의 전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5성급의 싸움도 해보지 못한 자연 반신급은 결국 반신급의 출력만 지닌 4성급의 전투 스타일을 내보이는 존재에 불과했다.

“신성력의 입자화에 성공하지 못한 반신급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결국에는 ‘인간의 싸움’에 불과할 터였다.

“재밌는 유흥거리가 되겠어. 하하하!”

반신급이 되지 못한 4성급 인조생명체에게 있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반신급을 짓밟는 것은 실로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 그저 상상만 해도 웃음이 삐져나왔다.

실로 비틀린 웃음이었다.

우주 낙원은 다른 차원을 만신전(萬神殿)의 식민지로 만드는 데 있었고, 그들은 몇 번이나 많은 차원을 식민지로 전락시켰다.

이번 또한 그들에게 있어서 그저 일상에 불과했다.

*

드낙은 변형체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대신육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썩 마음에 드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제기랄. 발가락이 왜 이래?’

대신육체였던 것의 발가락이 가장 큰 문제였다. 빨갛게 물든 것은 물론이고, 지나칠 정도로 퉁퉁 부어있었다. 피가 몰려 있어서 조금만 상처가 생겨도 피가 쏟아져 나올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드낙이 집어넣은 <발가락 화포>는 변형체의 발가락에 존재하는 그릇보다 너무 컸던 탓에 육체가 변형된 것이다. 그 피해는 누적되고 있었다.

‘화력을 줄여도 바뀌는 게 없다.’

그 탓에 그냥 다시 화력을 올려버렸다. A를 누르면 A`가 발동되어야 하는데 아무런 변동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냥 예전처럼 돌려버렸다. 과감하게 손에서 놓았다.

프로그래머였다면 땀을 흘려서 오류를 찾아내서 수정했겠지만 아쉽게도 드낙은 문과였다. 주술을 부여한 날개뼈도 기괴한 건 마찬가지였다. 뼈가 살을 뚫고 툭 튀어나와있어서 보기 흉했다.

‘빌어먹을.’

<나뭇가지 방벽(Branch Barrier)>과 <자갈 방벽(Gravel Barrier)>이 서로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게 문제였다. 그 탓에 양쪽 날개뼈가 근육으로 이어져 버렸다. 한쪽을 크게 움직이면 다른 쪽이 들썩거렸다.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이건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주술 2개가 맞닿아서 생겼는데, 그 영향은 반마의 피가 받았다는 점이다. 그 덕에 반마의 피를 옮기거나 약화시켜야했는데...

‘그렇게 하면 그릇 자체가 붕괴한다.’

대신육체에 주술을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반마의 피를 이용해서 그 육신의 그릇을 드낙이 쓰기 편하게 변형시킨 결과였다. 그런데 거기서 반마의 피를 빼버리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육체가 붕괴해버린다.

이미 변형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이름 붙인다면 엉망진창 변형체라고 해도 과하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쓸만하다는 점이었다.

‘모르겠다. 이 정도면 된 거지.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보다 낫다.’

드낙은 대신 편법으로 그 외형만 바꾸었다. 툭 튀어나온 날개뼈 때문에 아예 날개를 달아줬다. 악마의 피답게 박쥐 날개가 가장 힘의 소비가 덜했다. 다만 아쉽게도 이를 위해서 날개뼈 쪽의 방어구를 절개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드낙은 빨리 이 작업을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벌써 한 달을 여기에 붙잡혀 있었다.

‘나중에 그냥 내 권속 악마한테 명령하는 것으로 하자. 너무 귀찮다.’

오류가 많아서 그걸 잡는 것도 싫증이 났다.

무릎에는 추가적인 보호대를 땜질하여 놓았고, 그 보호대에서는 그림자의 힘이 쏟아져나와서 퉁퉁 부은 발가락과 발을 숨겼다. 보호대의 추가 부분은 얇은 철판에 불과했으며 그 속에는 드낙이 만들어낸 살덩이가 부룩부룩 움직이고 있었다.

차근차근 바라본다면 누더기 변형체가 다름없었지만 드낙의 간악한 혓바닥에 놀아난 외형은 제법 그럴싸한 전사의 모습을 지녔다. 그곳에 뿔쥐들이 공수해오고 드워프가 만든 대검이 양손에 잡혔다.

반마의 피로 인하여 덩치가 커진 대신육체의 크기는 37m에 달했다.

무식한 생산품이었다.

마스터피스에 새겨진 들개의 흉터다.

“넌 이제부터 대신 변형체다.”

드낙이 흡족하게 이름을 붙였다. 대신을 앞에 둔 것은 훈장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대신 변형체를 제작하느라 다른 곳을 그동안 둘러보지 못한 드낙은 오션오크들을 방문했다.

‘만약 차원 전쟁이 바다에서 벌어진다면?’

오션 오크들이 가장 먼저 그들과 싸우게 될 터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모저모를 파악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캬아...”

대신 변형체를 제작하느라 신경을 너무 써버린 드낙은 표절 벼락을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허공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바다를 두고, 거대하게 번성한 오션 오크들의 항구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첨탑은 높았고, 오크들이 만들지 않은 성벽 또한 드높았다. 곳곳의 연안에서 배가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섬 하나가 배의 생산기지로 바뀌어 있기도 했다. 드낙의 식량 해방이 만들어낸 잉여생산력은 대단했고, 소비를 장려하는 평화의 시대 또한 크게 한 몫 했다.

‘단기간에 이렇게 번영하다니. 오크는 역시 바다의 종족이다.’

달리는 사슴을 잡기보다 거대한 그물로 물고기 떼를 잡는 게 더 쉽다. 그 고기량의 이득은 수천 배에 달한다.

고대의 인간 또한 물고기 득을 크게 봤다.

바다 해풍에 말린 물고기는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했다. 이처럼 큰 기술이 없어도 식량 혁명을 만들어내는 게 바다였다. 한두 명 탈 수 있는 조각배로 고래 레이드 뜨던 것이 석기 시대의 용자들이다.

타고난 전사이자 사냥꾼인 오크들, 거기에 주술까지 부리고 엘프들의 선박 건조 기술을 그대로 적용시킨 상황에서 오션 오크가 성장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오히려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다.

‘어쩌면 차원 전쟁의 으뜸은 오션 오크가 될지도.’

그만큼 있어 보였다. 그런데 드낙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날아가서 허공에 드낙이 착 내려앉았다. 그림자가 그의 발밑에 드글거리자 은폐하고 있던 공중요새의 일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은폐하여 있다고 해도 드낙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감각은 속일 수 없었다.

‘뭐, 오크들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드낙이 항구 도시로 향했다.

“반마반신을 뵙습니다.”

드낙의 등장에 오크들이 내심 움찔하면서도 대범하게 나섰다.

“차원전쟁 동원령에 잘 대처하고 있나보군. 최근에 별일이 있나?”

그 말에 오션 오크들은 순수하게 대답했다.

“신제국에 염장한 물고기를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 중에서는 가장 많은 병사들을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나도 뿔쥐로부터 들었다. 무려 50만의 병사가 깃발을 드높인다고 하더라.”

드낙이 혀를 쯧쯧 찼다. 물량보다는 퀄리티를 중시하는 게 드낙이었다. 반면 신제국은 인간을 찬양하며 그 고결한 정신으로 사람을 사지로 내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인데...’

화력으로 한 방에 놈들을 끝장내지 않는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은 분명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드낙은 누구보다 먼저 격전 속으로 떨어질 각오가 되어있었다.

그는 신중하지만, 나약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간악한 혓바닥을 놀리는 걸 좋아하지만, 사람의 죽음을 무겁게 여기고 있었다.

그는 경박하고, 뒹굴 거리는 걸 좋아하지만 발등에 불똥이 튀면 누구보다도 먼저 행동에 옮기는 자였다.

“신제국과의 이슈 외에는 지하 연합과의 협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협약?”

“예. 이번 전쟁이 만약 내륙에서 펼쳐질 때 오크는 공중 요새에 탑승하여 뿔쥐와 함께할 생각입니다.”

“나쁘지 않은데.”

드낙은 가볍게 받아들였다. 이에 오크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토록 쉽게 넘어갈 줄은 몰랐다.

오크들이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머릿속에 생각을 한 문장 띄워올렸다.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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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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