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49화 (94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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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화약 협정. 신제국은 화약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이 빠르게 끝이 났다.

그만큼 신제국은 다른 곳보다 높은 가격을 불렀고, 하프 드워프는 이를 승인했다.

아무리 드낙이라도 공정한 거래에 행패를 부릴 수는 없었다.

‘생명이 위중한 것도 아니니까.’

신제국에도 시민이 있고, 자치왕국에도 시민이 있었으며 다른 세력 또한 생명체가 존재했다. 그들 모두 화약을 갈구했고, 그중에는 선택을 못 받는 이들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권속 악마를 만들까?’

드낙이 고민했다. 각성제도 권속 악마를 통해서 만드는데, 화약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허나 정신을 집중한 드낙은 이내 손절했다.

‘힘을 최대한 아껴야 해.’

반마(半魔)에게 허락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드낙이 권속 악마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모두 그가 반마인 동시에 반신이라서 가능한 게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한 걸음 부족했다.

허나 가능했다. 그도 그럴 듯이 드낙은...

최초의 인신(人神) 중 대신(大神)에 도달한 자이며, 최초의 만신전(萬神殿)을 구성하고 이끌어 나간 자.

중립신(中立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을 토벌한 필멸자였었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괜히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한 게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중립신을 토벌한 대가는 확실하게 그들에게 주어졌고, 그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황제는 단기간에 빠른 격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드낙은 반마의 권능을 넘어서 수많은 권속 악마를 창조했으며, 심지어 그들을 확실하게 쥐여 잡고 있었다. 그 행위를 보면 반마가 아닌, 악마나 다름없어 보였다.

‘거기에 대한 반동이 이제는 느껴진다.’

천방지축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권속 악마를 창조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번식을 통해서 크게 번성하고 있었다. 규모만 다를 뿐, 대악마 아카타베루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형세였다.

고로, 원래는 반마에게 허락되지 않은 걸 드낙이 마음껏 써버린 것이다.

중립신을 토벌했기에 가능한 여력이었다.

상태창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저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권속 악마의 창조를 여러 번 되풀이하고 지금에 와서야 드낙은 이를 깨달았다. 본래 있던 뿔쥐나 엘프를 권속 악마로 변질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라는 것을.

그 부하는 지금 확실하게 드낙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 누구도 반마에서 악마가 되려면 이러한 일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아서였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더니. 나한테는 거기서 거기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심한지 원.’

권속 악마가 된 뿔쥐와 각성제를 만드는 잠자는 스티물런트(Stimulant)가 뭐가 다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둘 다 권속 악마인데 한쪽은 괜찮고 다른 한쪽은 큰 부하가 걸리다니.

그로서는 황당할 노릇이었다. 분명한 것은 비록 배경은 드낙에 의해서였지만 그 선택과 탄생은 자연에 의해서 결정된 핏빛쥐와 살조각부터 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드낙의 손으로 만들어진 스티물런트 같은 창조 권속 악마는 확실하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어찌 되었건 드낙은 현재로써는 화약 권속 악마를 만들 수는 있으나, 그렇게 한다면 초월자로의 길이 더욱 멀어진다는 걸 잘 알았기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드낙의 경박한 눈동자가 착 가라앉으며 제법 매서운 화살처럼 뾰족해졌다.

‘초월자부터 되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이들이 죽더라도, 이것은 확정 지어야지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반마반신(半魔半神)이라는 어중간한 놈이 되어버렸기에 더더욱 먼저 초월자가 되고 봐야 했다.

‘필요하다면 행성에 남겨놓은 중립신의 업까지 변환해서 받아먹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필요한 조치를 해놨다고 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드낙이 눈을 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살폈다.

‘내정적으로는 내가 할 건 많지 않다.’

<동원령 선포>로 모든 엘리트 계층이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행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드낙까지 날뛸 필요가 없었다.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미미한 효과밖에 나타나지 않을 터였다.

‘괜히 들쑤시면 엘리트 계층만 힘 들 뿐이다.’

중산층의 똑똑함은 알아줘야 했다. 그들은 자본가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남들보다 짧은 순간에 더 많은 공을 세우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커리어에 쏟아붓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하드 워킹이란, 일주일 내내 일하는 것을 뜻한다.

가만히 놔둬도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서 명예를 쥐고, 가족들과 이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신경을 북북 긁을 수는 없었다.

‘자치왕국은 자신의 역량에 비해서 너무 많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

감정적인 영토였다. 객관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자치왕국의 크기를 줄일 수는 없었다.

‘공왕이 4명.’

머리가 4개인 히드라도 덩치가 큰데, 하물며 보이지 않는 동등한 직함의 지배자가 4명이나 있다. 영토를 줄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겠지만, 뒤로는 예전 영토에 계속 관심을 가질 터였다.

‘그럴 바에는 안 하는 것이 낫다.’

드낙은 곧바로 대신육체(大神肉體)로 관심을 돌렸다. 전초극(戰超克)의 권능이 고스란히 전신에 들어가서 적용되어있는 대형 생명체가 바로 대신육체였다. 중립신이 죽어도 살아 숨 쉬고 있었고, 지금은 관광용으로 비치되어있었다.

‘개조한다.’

가질 수 없다고 방치해둔 것이 우습다. 대신을 위한 육체이기에 대신육체라 불렀는데, 이제는 실전용으로 써야 했다.

‘이번 차원전쟁, 심상치 않다.’

남겨둘 건 남겨두더라도 당장 못 쓰는 건 그냥 써버릴 생각을 가졌다. 생각을 정리한 드낙이 주먹을 불끈 쥐소, 곧바로 대신육체가 전시되어있는 박물관을 들이닥쳤다.

박물관의 장소는 총 2곳이었는데 한 곳은 드워프 제국에 있었고, 다른 곳은 지하 연합에게 있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반년마다 대신육체를 옮기며 전시하기로 결정했었다.

현재는 지하 연합의 박물관에 있었다.

그곳에 단번에 도달했다. 대신육체에 대한 미련을 지니고 있어서 틈틈이 가서 제어해봤기 때문이다. 물론 엉망진창으로 당해버렸다. 전초극의 권능은 전혀 가늠되지 않았다.

‘팔 하나와 전신의 차이가 그렇게 클 줄이야, 어찌 알겠어?’

물론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신(神)의 전투에 대한 감각. 정확히는 중립신의 싸움 방식을 알게 되었지.’

정신세계에서 콱! 죽여버렸기에 볼 수 없었던 싸움 방식을 대신육체를 놀리면서 깨닫게 된 것이 드낙이었다.

실로 사냥꾼다웠다. 대신육체라는 단서를 통해서 떠듬떠듬 중립신의 <초월 전투 방식>의 윤곽을 발견했다.

사냥꾼의 특출난 재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탐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대신육체는 특별했다. 특별하면 추적하기 쉬웠다.

숲 속에 떨어진 천 조각만큼이나 큰 흔적이다.

‘대신(大神)의 싸움법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정신체(精神體)일 것.

‘당연하다!’

중립신은 악마도 아니고, 반마도 아니었다. 신이었고, 신 위에 군림한다고 이름 붙여진 대신이었다. 그런 그의 본체는 정신체였다.

둘째. 제어 가능한 육체(肉體)가 있을 것.

이는 대신육체를 뜻했다.

‘거기에 전초극의 권능이 비집고 들어간다.’

철학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전초극의 권능이 전신에 스며들어있는 대신육체를 맘껏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我)를 버려야 했다.

‘중립신이 온전한 힘을 갖췄다면...’

알아서 AI처럼 싸우는 대신육체의 뒤에서 정신체로 곳곳을 간섭하며 싸우는 광경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낙과 세파리아스와 싸울 당시의 중립신은 행성에 자신의 힘 7할을 쏟아부은 상태였다.

결국, 그 전력을 보지 못했다.

초대형급의 거인인 대신육체로 물리력을 행사하고, 대신의 정신체는 수백 미터 혹은 힘의 소비에 따라서 수천 킬로미터까지 영향력을 뻗칠 수 있었다. 그 두 개를 조합할 방법이 전초극의 권능이었다.

‘내가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

자아(自我)를 자신 마음대로 거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드낙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찮은 필멸자였기 때문에 남에게 자신의 심장을 맡길 수는 없었다. 이 심장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어리석어서 외통수, 자충수를 당하는 게 인간이지만 진짜 칼로 자신의 몸을 그어내서 펄떡 뛰는 심장을 남에게 턱 하니 맡기는 선택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해야 전초극의 권능을 100% 활용할 수 있었다. 즉, 중립신만 사용 가능했다.

‘그림의 떡이었다는 소리지.’

그렇기에 드낙은 대신육체를 버릴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 입맛대로 마음껏 변형시킬 생각이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박물관 경비병이 다급히 고개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으며 드낙을 찬양했다.

“으으음!!”

드낙이 크게 감탄 소리를 내며 늠름한 손으로 뿔쥐의 어깨를 양손으로 턱턱 두드려줬다. 이에 뿔쥐 경비병이 냉큼 소리를 내질렀다.

실력이 다른 피숨결 검은 뿔쥐보다 낮아서 박물관의 경비나 서게 되었는데, 이런 행운이 그에게 다가오다니, 일생의 큰 축복이며, 우리들의 살아 숨 쉬는 신의 영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뜨나아아악!”

드낙이 대신육체에게 다가갔다. 웅장한 거인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너무나도 인공적인 모습이었다.

*

돌아온 4명의 공왕들은 크게 당황스러워했다. 서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똑같은 보고를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세리안이 소리를 내질렀다. 주먹으로 단상을 후려쳤다. 이를 보고 있는 신하들은 크게 당황스러워하며 눈을 깔기 바빴다. 오직 단 하나.

뿔쥐 정보원만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그 눈동자를 본 세리안은 절로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지하 연합은 이미 혁혁한 전공이 있었다. 당장 마왕(魔王) 발라쿠 때의 전투만 해도 100만에 달하는 뿔쥐들이 한 줌의 핏물이 되어 드낙을 받쳐줬다.

그 피는 드낙에게 확실하게 전해졌다.

혈맹(血盟)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은 관계가 드낙과 뿔쥐와의 관계였다. 당장에라도 드낙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게 피숨결 검은 뿔쥐 중급 권속 악마였다.

‘인간들은 무엇이냐.’

“찍찍.”

쥐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생, 생고생해서 키워온 엘리트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탈주하며, 빤스런치기 바빴다. 다가오는 차원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전운이 감돌자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 꼴은 정말 볼만했다.

‘역시, 우리 뿔쥐야말로 반마반신께 어울리는 종족이다.’

환상 마법진에 들어가는 매년 예산만 해도 1만 금화가 넘는다. 거기에서 교육받은 기사는 실전감각을 간접으로 경험해서 강하기도 강했다.

그것이 유일한 자치왕국의 장점이었다.

피규어 병정 사업을 본격화하지 못하고, <황제 기사단>이 제 구실을 못하는 지금. 자치왕국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사 전력이었다.

그런데, 그 전력에서 물이 줄줄 새기 시작했다.

누수된 파이프처럼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이를 뿔쥐의 입을 통해서 세리안 공왕에게 말하는 건 짜릿해도 너무 짜릿했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정도였다.

부들부들!

세리안이 주먹을 떨었다.

‘내가 얼마나 잘 키웠는데, 이렇게 도망을 쳤다고?’

그것도 한 놈이 도망치자 너도나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귀농이라는 이름으로, 기사직을 그냥 스스로 벗어던진 자도 있었다.

모두 차원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환상 마법진을 통해서 너무 절절하게 받아서였다.

중간간부인 기사가 병사를 지휘하고, 나아가야 했는데 용맹함이 아니라 두려움을 배웠다. 세리안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불파겐의 역사 속에서 살아온 그녀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 바로 두려움이었다.

인간과의 분쟁이 엘프의 농간과 간섭이 있었으며, 왕국을 야만인처럼 여기는 제국의 불합리함 속에서 자라온 세리안에게 두려움보다는 악착같은 근성만이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죽고, 그 속에서도 절치부심하여 엘프들에게 의탁하여 때를 기다려 엘프에게 복수하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 응어리진 증오에 두려움은 일절 없었다.

그 어떤 놈이 와서 세리안은 득달같이 달려나갈 용맹함이 있었다. 만용이라 부르는 혹자들이 있어도, 그건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우둔함이다. 죽음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직접 마주한다면 전신이 전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망쳤다.’

“모조리 잡아들이시오. 지금까지 공짜로 배워놓고 의무는 저버리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에 관리들이 냉큼 화답하였다.

“법정에 세워서 그간 혜택받은 것을 명명백백히 하여 죄를 밝히고, 의무를 확인시키며 부채라도 끼얹겠습니다!”

우루루 관리들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세리안 공왕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만큼 커리어우먼도 없었다.

뿔쥐 정보원에게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나 부탁하고 싶다.”

“말씀하십시오.”

뿔쥐가 간사하게 인간의 예법을 사용했다. 겉으로나마 세리안을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이었지만 속에는 비웃음만이 가득했다. 이를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세리안은 꾹 참았다.

‘인간이라는 게 이렇게 부끄러울 줄은 몰랐다. 어찌 대국적인 것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생만 도모하는가.’

어리석고, 어리석었다. 그렇기에 인간이다.

“아스톨포 샤를로트 왕자를 불러라. 자치왕국의 세리안 공왕이 만나고 싶다고 전하라.”

“알겠습니다.”

뿔쥐 정보원이 모습을 숨겼다. 순식간에 그림자가 되어 벽에 들러붙더니 이내 창문을 넘어 사라졌다. 세리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당장에라도 죄다 쳐 죽이고 싶지만, 드낙 님께서는 그런 걸 원하시지 않으시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 드낙이었다. 처형하지 않고, 종신 노동형에 처하는 것만 봐도 사람 목숨을 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드낙의 본심을 오해한 것이다. 드낙은 그저 호로잡놈의 새끼들이 너무 쉽게 죽는 것을 싫어했다. 어떻게든 사회에 자원을 환원하고 뒈지길 기원했다. 평범한 사람의 감상으로는 흉악범은 30년 50년 개막노동해서 땀에 절어 죽어도 시원찮았다.

반면 세리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핑계라 여겼다. 그녀에게 있어서 살인이란 너무나도 간단한 해결방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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