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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바다, 나가 토벌에 투입되었던 공중 요새가 빠르게 물러날 준비를 했다. 이 때문에 드워프들 또한 이 소식을 자신의 제국에 보낼 생각을 가졌다. 이 정도로 재미난 볼거리는 없었다.
‘미친놈들이다. 이 정도까지 한다고? 이렇게 나가 전공(戰功)을 포기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리석은 놈들. 나 같으면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을 텐데...’
그도 그럴 것이 차원 전쟁의 상대가 어느 규모인지, 어디서 나타나는지, 그런 건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뿔쥐들이 회군하고 있었다. 당장 공적을 버리고, 정확히 언제, 어디서 발발할지 모르는 제1차 차원전쟁에 올인하려 하고 있었다.
‘도박사도 아니고...’
드워프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지하 요새에서 오크의 프리깃함을 타서 빠져나온 상태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는 공중 요새를 바라보았다.
반면 오크 전사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이에 드워프들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은가? 나가들을 잡고 전공을 논하는데 뿔쥐가 빠져나갔으니 오히려 큰 이득 아닌가? 그들은 논공행상에서 빠지게 될 걸세.”
“흐흐흐!”
그 말에 오크들이 웃었다.
“저 공중요새의 크기를 봐라. 드워프 전사! 저런 것이 나가 토벌에 13대가 동원되었다. 그게 지금 돌아가고 있다.”
“뭣?! 13대라고...?”
드워프가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날아다니는 성채라 불리며, 아직도 계속해서 증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공중 요새였다. 하나도 대단한데, 무려 13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하루에 소비하는 자원만 세이브해도 어마어마한 역량을 축적할 수 있다. 물론 가볍게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오크 전사가 코를 후벼서 제법 큼지막한 코딱지를 빼내며 손으로 굴려서 동그랗게 만든 뒤에 튕겼다. 바다로 떨어진 코딱지를 어디에선가 나타난 제법 큰 물고기가 날름 받아먹었다.
<군 달라인(깊은 바다, Gun dalain)>의 선채 바닥에는 어패류도 많이 들러붙어 있어서 따라다니는 물고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넘쳐나는 게 우리들의 자원 아닌가?”
곳간이 썩어도 밀을 식량 창고에 보관하다가 들키면 큰 벌금이 물린다. 그리고 그 벌금은 보유 재산에 따른 %로 책정되기 때문에 밀 포대 하나 썩혔다가 금괴 하나 내놓는 일도 생길 수 있었다.
그 덕에 다종족 연합은 가장 약자에게 완벽한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고로, 다종족 연합의 자원은 사실 소중히 대하나 안 대하나 넘쳐났다.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건 지하 연합이 <집중>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최선주자라니. 실로 짜증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에 사는 오션 오크들은 무료한 항해 때문에 제법 똑똑해져 있었다. 함께하고 있는 주술사한테 지팡이로 두들겨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한 덕이었다.
“음...”
그제야 드워프도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뿔쥐들의 공중 요새는 검은 돔 인근에 안착했다. 수많은 뿔쥐들과 알게 모르게 내부에서 활동하던 고블린 주술사와 크놀 대장장이들이 우루루 빠져나왔다. 난잡해 보여도 확실하게 규율이 잡혀 있었다.
딱딱 뭉쳐서 빠져나왔다.
이들은 그대로 검은 돔에 수용되었다. 그들은 공중 요새에 탈 자격이 있는 자들인 만큼 상당한 교육을 받은 중요 인물들이었다.
워낙 복잡한 것이 공중 요새였기에 교육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스팀 파이프도 덧대고 빼내고, 수정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설계도도 버전마다 다 달랐고, 구역마다 구역 설계도가 있기도 했다.
까먹을 수 있었다.
이들은 검은 돔에서 생활하며 공중 요새를 보강했다.
“이게 그건가? <철덩어리 가문>의 터빈...!”
공중 요새를 제어하는 총 책임자, <뿔쥐 함장> 23명이 새로운 물건을 확인했다. 터빈의 크기는 각양각색이었다. 모두 주문한 대로였다. 아주 예전에 주문했었고, 몇 달을 썩혔다가 이제야 교체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상황이 변했으니까.’
아쉬운 점은 <드워프의 손길>이 부여된 것이라 다른 초월의 힘을 집어넣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굉장하지.’
공중 요새는 <스팀 시스템> 또한 크게 사용하고 있는 편이었다. 거대한 터빈의 구조는 단순했고, 그만큼 초월의 힘보다는 증기를 보내서 돌리는 게 더 싸게 먹혔다. 당연하게도 거대 터빈의 무게는 적게는 5톤 크게는 30톤까지 나갈 정도로 미쳐버린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반영구적이고도 오래가는 것이 드워프의 손길이 부여된 가벼운 터빈이었다. 돌리는데 더 쉽게 돌릴 수 있는 것도 일품이다.
그 대가로 뿔쥐는 많은 걸 드워프 제국에 줘야 했지만 그래도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재 뿔쥐들의 공중 요새는 그들의 주력 군사물품이나 다름없었다. 하늘을 지배하는 것은 지하 종족에게도 큰 자부심을 줄 수 있어서였다.
“바로 교체를 시작하겠다!”
또 다른 곳에선 공중 요새에 대한 것을 연구하는 등 기술 발전 인력에 잔뜩 투입되었다. 당장은 결과를 낼 수 없겠지만, 가만히 노는 것보다는 낫다.
혹은 단순히 마력 탱크나 주력 탱크를 만드는 데 공을 들었다.
이런 지하 연합의 상황 속에서 엘프와 드워프가 차원 동원령을 맞이하여 그들을 돕기 위해서 찾아왔다. 그 숫자는 5만 명이 넘었다.
“이제 1차 모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더 오게 될 것입니다. 말하십시오. 대장쥐 의원.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통나무 미사일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
디아볼로스의 말에 대장쥐가 냉큼 말했다. 통나무 미사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드워프들에게는 공중요새의 복잡한 구조를 간단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파이프를 정리하고, 쓸데없는 걸 없애고 지름길을 만드는 등, 건축가로서의 면모가 필요했다.
공중 요새에 올인하면서도 엘프에게 이중고(二重苦)를 부여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 인간들을 위해서 전신갑주를 특별히 개편하여 보급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저한테 말씀하셔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나만 해도 힘든데, 두 가지를 어떻게 합니까?”
“반마반신께서라면 해답을 알고 계시지.”
“......”
디아볼로스 대표자가 고민했다. 뿔쥐들이 드낙을 불러서 오는 후폭풍보다 두 가지 일하는 것이 나을 수 있을까? 답은 쉽게 나왔다.
“뿔쥐만의 전신갑주를 설계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시죠? 모두 기록해야 합니다.”
대장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이후는 물론이고, 지금 도와주는 것조차도 전공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전신갑주 제작과 개발에 크게 도와주지. 확실한 인력을 배치해주마.”
벌써 경쟁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논공행상(論功行賞)에서 중요한 것은 적세력을 얼마나 많이 죽였느냐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전 준비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애초에 군대라는 것이 보급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옛날 로마 군대마냥 삭힌 포도주 마시면서 버티는 것도 일주일이 최대다.
“오히려, 엘프들은 적극적으로 보급 쪽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대장쥐가 엘프를 조금 도발했다. 이에 디아볼로스 또한 웃었다.
“어디에서든지 활약할 수 있는 것이 저희인데, 너무 과소평가하는 건 아닌지?”
크흐흐...
대장쥐의 웃음소리가 그 주둥이에서 삐져나왔다.
“머릿수가 워낙 적어서 걱정이었는데, 그렇게 자신이 있었다니, 내가 조금 착각을 했나 보군!”
살살 신경전을 긁었다.
“하하하, 상위 권속 악마에도 닿을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엘프들인데, 머릿수가 중요합니까?”
뿔쥐와 엘프는 아무리 같은 목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해도 서로 사이가 좋을 수는 없었다.
드낙이 그저 동원령만 선포하고 엘프들을 방문하지 않고 그냥 맡겨두었다면, 서로 결코 깊은 협업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살아 숨쉬는 우리들의 신께서 이번에 엘프와 뿔쥐의 관계를 확인하고 싶어하시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대장쥐는 먼저 엘프들에게 전신갑주와 관련된 협업을 제시했다. 이를 엘프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냉큼 확답을 내어줬다. 그리고 확답을 주자마자 서로 신경전을 펼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따박따박 존댓말이나 해대고, 정말 짜증 나는 놈들이야. 반드시 앞질러주마.’
“찍찍.”
대장쥐가 웃음을 지었다. 그가 쥐새끼 소리를 내자 엘프 또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그럼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합시다.”
서로 굳세게 악수했다. 그 누구도 밀리지 않았다. 지위로 보나 다종족 연합에서의 위치로 보나 대장쥐가 위에 있었지만 디아볼로스의 종족값은 매우 높았다.
꽈악.
굳게 잡은 손에서 누구도 인상을 찡그리지 않았다.
*
드낙은 어슬렁거리며 국제 연합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를 본 이들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반마반신 님을 뵙습니다!”
“어, 그래! 요즘 많이 바쁘지?”
“아닙니다!”
그 말에 드낙이 하하 웃으며 그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그 귀에 속삭였다.
“문인처럼 보이는데, 보급이 많이 힘들 거야. 내가 도와줄까?”
‘히익.’
문인의 몸이 한 번 들썩거렸다.
‘후후, 감사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군.’
“앞장서라. 나도 제법 서류 작업을 할 줄 아는데...”
“아, 아닙니다! 저 혼자서 하고 싶습니다!”
“그래? 하지만 도와주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잖아.”
드낙의 말에 문인이 단번에 대답했다. 이종족을 한 번 들쑤신 드낙이 국제 연합 도시에 올 건 뻔했다. 세리안 공왕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인이 이곳에서 거주하며 자치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매뉴얼>이 존재했다.
문인이 대단히 열정적인 눈을 하며 외쳤다.
“저는 저 혼자서 이 문인이라는 세상에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지금 도와주신다면 마음과 몸은 편안하겠지만, 저 자신이 성장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혼자서 수많은 서류를 처리할 수 있을 때, 저는 이 국제 연합 도시의 큰 인물이 되어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이 난관을 헤쳐나가며 상처를 입어도 반드시 해결해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업무를 저 홀로 헤쳐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해해주십시오!”
“으으으음!!!!!!”
드낙이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문인이라니! 기특하다, 기특해!!’
콧김까지 내뿜는 드낙의 모습을 보며 문인이 속으로 벌벌 떨었다. 며칠 전 자신에게 배정받은 매뉴얼대로 하려다가 드낙이 가장 번잡한 사거리 하나를 뒤엎어버린 적이 있었기에 더더욱 간이 콩알만 해지고 심장이 콩딱 뛰었다.
“네 이름이 뭐지?”
“허헉. 제, 제 이름 말씀이십니까?”
꿀꺽!
“그래. 상을 내리겠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보라.”
“그, 그렇다면 저는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습니다. 은궤를 내려주신다면 기뻐하실 겁니다.”
“은궤라? 부모님에게 돈을 드리는 것만큼 깊은 효도도 없지. 암! 혹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이름에서 삽시간에 효도로 관심을 가지는 드낙의 모습은 괴물, 괴물 그 자체였다.
“저는 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와 동생 하나가 있습니다.”
“동생?”
“여동생입니다.”
“오, 그래. 결혼은?”
“네?”
‘갑자기?’
“결혼했어?”
“아뇨, 아직 안 했습니다...”
“원래 결혼이라는게, 남들 할 때 하는 거야. 때 늦으면 아주 큰일 나.”
“제 여동생은 이제 12살인데요?”
“어어? 그렇게 차이가 나? 넌 몇 살인데?”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문인에게 드낙이 물었다.
“22살입니다...”
“헉.”
드낙이 입을 틀어막았다. 노안도 이런 노안이 없었다. 드낙이 그를 크게 위로해주며 은궤가 아닌 금궤를 하사하겠다며 명령서를 그 자리에서 써줬다. 자신의 인장도 쿵 찍어줬다.
“힘내고. 젊었을 때는 외모가 중요한데, 40대 되면 다 똑같아져. 그때를 노리면 될 거야.”
“......”
드낙은 곧바로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홀로 남은 문인은 자신의 피부를 매만졌다.
‘피부에 투자하자.’
순식간에 금궤를 탄 문인 이야기가 퍼져나갔지만, 누구도 드낙에게 비슷하게 시도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낫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오셨어요?”
“예. 뭐 하고 있었어요?”
“케이슨 성기사의 요청 때문에 조금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드낙이 거침없이 레이시아가 보고 있는 것을 탁 잡아챘다. 레이시아는 굳이 이를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동원령 때문에...신성력 선별에 대한 기준 변화?”
“네. 신전 차원에서도 아무래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어서요.”
드낙 효과라고 불려도 하등 이상하지 않았다. 차원 전쟁이 임박했음을 이계인 덕분에 알아냈고, 드낙은 진정한, 완전무결한 동원령을 선포했다.
대부분의 취미 사업이 최소한으로 꺾이고, 모조리 전쟁대비 쪽으로 활짝 피어난 상태다. 이에 신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압력을 넣은 건 아니었지만 드낙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분명 내 신성력을 위임받아서 사용하고 있었지...’
드낙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케이슨 성기사를 만날 생각에 흥미가 잔뜩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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