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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드워프 제국.
‘가장 저평가가 된 곳이지.’
하는 것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겠지만, 다종족 연합의 영향력 있는 권력자들이 바라보는 드워프 제국의 역량은 매우 낮게 보였다.
유일하게 그들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곳은 지하 연합이었다.
‘그럴 수밖에.’
그들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단순한 이유였는데, 드워프들이 하기 싫은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는 고용인들이 대부분 고블린이고, 크놀이기 때문이다.
지하 연합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인력은 드워프의 기술력을 빼내기 위해서, 같은 지하 종족인 드워프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서,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기 위해서 투입되었다.
그 덕에 지하 연합은 가장 뛰어난 드워프 전문가였다.
드워프 제국 근처에 있는 뿔쥐를 찾았다.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뿔쥐 정보원은 그를 보자마자 점프 경례를 했다.
출렁!
“뜨나아아악!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경례가 달라졌네?”
“예! 조금 더 역동적인 것이 뿔쥐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드낙이 순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의견을 말한 자들이 왜 점프 경례를 찬성했는지 뿔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똥똥한 뿔쥐는 토실토실한 뱃살을 지니고 있었고, 아주 귀여웠다. 그렇지만 중급 권속 악마에 속할 정도로 강한 종족이기도 했다. 그 덕에 이런 자잘한 것에서나 그들을 골려 먹거나, 재미를 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리라.
‘귀여워서 좋네.’
역시 동물과 비슷할수록 뚱뚱한 게 귀여웠다. 괜히 뚱뚱한 고양이를 뚱냥이라고 귀엽게 부르는 게 아니다. 특히 뿔쥐의 경우에는 뚱뚱해지면 덩치 큰 햄스터나 다름없어서 자꾸 통통한 배를 만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보기 좋다.”
“가, 감사합니다!”
뿔쥐 정보원이 크게 외쳤다. 이제 드낙이 본론을 꺼냈다.
“드워프 제국의 현재 상황을 말해봐라.”
“각성제의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워낙 육체적으로 강인한 종족이지만, 정신적으로 끈기가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각성제에 중독이 되었다고?”
“육체가 강인한데 중독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금방 해독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의존>되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하.”
드낙이 이해했다. 즉, 작업할 때마다 콜라를 마신 사람은 콜라에 의존하게 된다. 콜라를 마시게 되면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작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다는 거지?”
“조금은 다릅니다만, 비슷합니다.”
“어쨌든, 차원전쟁 동원령을 시행하고 있다. 드워프 제국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뿔쥐가 즉답했다. 드워프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뿔쥐 정보원이었다. 거기에 그들은 똑똑하기까지 했다.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역시 기술자로서 드워프들을 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중 요새의 일부 핵심 부품들은 현재 드워프가 만들고 있을 정도입니다.”
수학과 과학이 없어도 손의 감각만으로도 능히 뛰어난 물품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드워프였다. 그 덕에 수학과 과학 등의 학문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현재의 다종족 연합에게 있어서 드워프는 엔지니어로서 더더욱 가치가 있었다.
왜 작동이 되는지 모른다. 왜 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교하게 이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 명의 드워프가 만든 대포 1000문(門)을 조사했을 때 모든 것이 똑같았다.
걸어 다니는 공장이며, 살아 숨 쉬는 작업장이다.
그 장점은 특출났기에 뿔쥐 정보원의 의견은 실로 그럴듯했다. 필요한 것을 들은 드낙은 뿔쥐 정보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감격하며 드낙을 찬양하는 뿔쥐 정보원을 뒤로하고, 드낙은 곧바로 드워프들의 권력자들과 마주했다. 이들은 이미 <쉐도우 위스퍼>를 통해서 언질을 받았는지, 모두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드워프 왕가에 속하는 산맥 가문부터 수많은 가문들의 대표자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숫자만 800명에 달했다. 즉, 현재 드워프 가문 800개가 깊은 동면에서 깨어난 상태라는 점이다.
‘장관이다. 모두 기운이 달라. 이게 드워프의 진짜 모습인가...’
한곳에 모아두니 알겠다. 그것도 최상위 드워프라고 할 수 있는 가문의 대표자들이었다. 그들을 한 곳에 똘똘 뭉쳐놓아서 겨우 드낙은 중립신의 안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두꺼운 차원 장벽을 뚫고 이곳에 적이 침입한다면, 800가지가 넘는 혹은 그 이상의 독특한 <드워프의 손길>을 지닌 드워프들에 의해서 저지되겠지.’
정신력은 약해도 솔직한 말로 대신(大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 자신을 희생하여 만든 차원 장벽을 뚫고 들어온 적의 상태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코끼리가 바늘구멍을 통과한 상태나 다름없을 텐데, 그마저도 철저하게 제거하려는 중립신의 생각을 읽은 드낙은 혀를 내둘렀다.
‘만약, 세파리아스가 정신세계로 들어오지 못했다면 난 이미 죽고 없어졌겠지.’
<테라>를 이루는 구성성분 중 하나가 되었을 터다. 초월자가 필요 없는 세상에 드낙은 반마로서 살아가야 했는데 중립신이 이를 용인할 거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자신조차도 행성에 녹일 준비를 했는데 남을 가만히 둔다?
‘어렵지. 나라도 그렇게는 안 한다.’
냉큼 죽였을 터였다.
좌중을 훑어본 드낙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생각을 바꾼다.’
드워프들의 대장장이 기술이 뛰어나지만, 드워프의 손길이 지닌 다채로움을 사용하는 것 또한 중요했다. 본래라면 뿔쥐의 말을 들어서 규격화된 보급과 적당히 대대를 운영하여 선두에 내세울 탱커로 쓰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딱 절반만 그렇게 하고...’
나머지 절반은 드워프의 손길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물론 어떻게 쓸지는 모른다. 그런 건 실무자가 딱 내뱉어야 했다.
문과가 생각해내면 이과가 이를 실현시켜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알고 있겠지만, 현재 숯숯마을에 있는 이계인들이 떠날 조짐을 하고 있다. 곧, 놈들의 본대가 이 차원에 도착하여 침공을 개시할 것이다. 어떤 침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좋은 의도라 볼 수 없다.”
차원 여행은 자원을 소비한다. 소비하는 만큼 채워 넣어야 했다.
그 이치를 안다면, 어느 곳에 가서든 떼어먹히지는 않는다. 은행도 돈을 버는 곳이고, 백화점도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다. 그걸 반드시 잘 인지하고 행동해야 했다.
“흠, 우리 산맥 가문의 의견은 전쟁 전에는 대포를 생산할 생각입니다. 하프 드워프들이 화약을 대주기로 했기 때문에 충분히 실전에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면 맞서 싸울 생각입니다.”
전과 후로 딱 나누어서 하나만 고집했다.
우직함이 느껴졌지만, 그래서야 드워프의 장점을 썼다고 할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여기 있는 800명에 달하는 드워프 대표자들을 봐라.”
드낙의 말에 드워프들이 서로 쳐다보더니 낄낄거렸다.
“못생긴 건 여전하네.”
“각성제를 눈에 넣고 다녔던 것 같은데.”
“얼굴에 맥주가 흘러내린 것 같다.”
얼굴만 봐도 농담을 때려놓고 싶은 면상들이다. 친밀한 만큼 거침없었다. 각성제 덕분에 서로의 인간관계를 잘 다져놓은 결과였다.
“하하하.”
드낙은 그런 분위기를 좋아했기에 웃어넘겼다.
“드워프 손길만 해도 800종류에 달하고, 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가문도 많은데 굳이 대포 생산과 전투에만 집중하는 건 아쉽지.”
“반마반신께서는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800종류에 달하는 드워프 손길을 다채롭게 쏟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전쟁에서는 좋은 생각도 아니었다. 장창병으로 가득 들어찬 100명과 온갖 잡다한 무기로 뒤섞인 100명이 똑같은 수준을 지니고 있어도 이기는 건 장창병들이었다.
그만큼 병과를 800개 등으로 나누는 건 어려운 일이고, 현실에서 효율을 뽑기도 힘들었다.
“흠...드워프 손길을 잘 아는 것이 그대들 아닌가? 혹 생각이 있다면 듣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드낙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에 드워프들이 너도나도 서로 떠들어대었다.
“전신갑주에 적용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800종류의 전신갑주라...보고 싶기는 한데, 효율성이 있나? 엘프 마법이 오히려 더 좋지. 그쪽은 우리와는 다르게 뛰어난 전신갑주가 필요하니까.”
“공중 요새를 특색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는한데...”
드워프의 손길은 큰 구조물에 더 많이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 말들 속에서 드낙이 하나의 의견을 탁 집어냈다.
“공중 요새 건조에 절반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신제국과 자치 왕국에 화력 보충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은 어떤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신다면, 하프 드워프들의 화약 생산이 꼭 전제되어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드워프 자체도 화약을 손을 비벼서 만들어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이 도와준다면 그 역량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결정이 났다.
*
마나칸 3개.
청동 골절이 카드를 잠시 내려놓고, 손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패를 들여다보고 카드 뭉치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았다.
‘아!’
그가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드워프답게 표정에 드러나지는 않았다.
현대 포커 게임을 이곳에 들여온다면 드워프가 가장 큰 이득을 얻을 터였다. 표정을 숨기려고 한다면 능히 숨길 수 있었다.
‘리즈드낙 덱의 키카드가 임기응변과 리즈드낙 카드라면, 지하 연합 덱의 키카드와 핵심 카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술마신 크놀 연습생이 있었다.
지하 연합에서 가장 질이 낮다고 여겨지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큰 종족이 크놀 종족이었다. 유일하게 쓸만한 건 철을 다루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 인식은 철강사업의 중요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현대 사회의 세계 철강 수요는 16억8천 120만 톤에 달한다.
그만큼 철강 사업은 엄청난 사업이 될 수 있었다. 크놀의 위상은 나날이 증가하였고 결국 지하 연합의 가장 큰 공적 사업 중 하나인 ‘카드 놀이’에도 그 손을 뻗었다.
무려 지하연합 덱에 하나의 중요 카드를 넣을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술마신 크놀 연습생>이었다.
2코스트. 3코스트. 6코스트. 8코스트. 10코스트까지 이어지는 진화. 1개의 카드로 5개의 카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개사기라고 할 만했고, 덱에 기용할 가치가 있었다.
물론 그 탓에 1장밖에 못 넣지만...
어찌되었든 크놀의 철강사업에 대한 위상답게 술마신 크놀 연습생은 뛰어난 카드였다. 그리고 집어넣었던 덱에 단 2번의 드로우만에 그게 다시 청동 골절의 손에 들어왔다.
“크놀 연습생을 필드에 소환한다.”
“으, 으오오오오옷!!!!!”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깃발을 든 크놀 연습생이 소모하는 마나칸은 3개. 그리고 지금은 마나칸 3개가 최대개수였다. 카드 뭉치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딱딱 들어맞는 걸 벌써 2번이나 보여주고 있었다.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었다.
깃발을 휘날리며 연습생이 된 크놀 연습생에게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용맹하게 모습을 드러낸 크놀 연습생에게 바람이 크게 불었다.
꽃이 그의 앞길을 축복하듯이 휘날렸고, 그 꽃들은 다시 하나로 모여서 허공에 또 하나의 모습을 드러냈다.
“크놀 연습생의 효과. 상위 카드를 한 장 카드 뭉치에 집어넣는다.”
캉! 캉! 캉!
불똥이 튀고, 거칠게 모루를 두들기고 있는 크놀 대장장이의 모습이 보이고 그 뒤에서 열심히 용광로 온도를 높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숯검정의 크놀에게로 초점이 이동했다.
“콜록! 콜록!”
매캐한 연기에 뜨거운 공기를 살짝 들이마신 크놀 수습 대장장이가 뒤로 넘어갔다. 그 순간이 딱 고정되었다. 익살스럽기 그지없는 카드였다. 카드가 그대로 카드 뭉치 속으로 들어가고 위풍당당한 크놀 연습생 카드를 두고 청동 골절이 턴을 종료했다.
“신문물의 조루가 여기서 끊어내지 못한다면, 함정 만들기 카드가 박살이 나겠는데.”
“파괴되어도 상관없지. 오히려 리즈드낙 덱의 경우에 무리해서 지킬 필요가 없어. 여기서는 사냥꾼 카드로 파괴하든지 아니면 그냥 버티는 걸 택해야 해.”
“1턴 벌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이득 아닐까?”
“점점 필드가 밀릴텐데...”
그런 의견들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자케트는 달라고 한참 달랐다.
‘어리석은 놈들. 이러니까 리즈드낙 덱이 쓰기 어렵다고 말하는 거겠지.’
“드로우.”
자케트가 카드를 뽑았다. 청동 굴절처럼 단번에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마나칸 3개를 소비해서 <세쌍둥이 사냥개> 소환! 그리고 마나칸 1개를 소비하여 임기응변 카드를 뒷면으로 한 채 필드에 놓겠다.”
체력1 공격력 1짜리 사냥개가 철창문이 열리면서 3마리 득달같이 튀어나와서 으르렁거렸다. 동시에 뒷면에서 튀어나온 그림자가 넘실거리는 임기응변카드 또한 놓였다.
“깔끔하군.”
마나칸 1개도 그냥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운으로 똑같이 모든 코스트를 사용한 청동골절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팽팽한 전투에 너도나도 술을 시켰다. 역시 싸움은 긴장감이 있어야 했다. 거기에 더해서 신흥덱까지 확실하게 선보이고 있었으니, 흥미가 무럭무럭 쏟아져나오는 한판 대결이었다.
“거의 대회 수준인데.”
“대회라도 패가 말리면 저렇게까지 팽팽하게 안 나와. 여기 시원한 드워프 맥주 하나! 빨리 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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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카드 대결이 썩 좋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