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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삼위변종악마>.
북부 불모지의 개발을 위해서 투입된 존재들이다. 그들은 가장 악마 같은 놈들이라고 할 수 있었고, 스스로가 지녔으며 드낙으로부터 하사받은 ‘악마의 힘’을 다루는 자들이었다.
헤드스 하이에나 여왕 발바룽.
연금 권속 악마, 흰여우 새린.
중대형 변종 권속 악마, 포낙서스.
‘하나같이 하자가 있지만 검은 꿈 출신이라는 게 크지.’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권속을 만들며 황무지의 마력 오염을 정화하거나 가공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동시에 이 북부 불모지를 오로지 악마를 위한 곳으로 새단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루어졌고,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른 진척을 보였다. 그건 드낙이 상상하는 것의 세 배에 달했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드낙은 그들에게 자유를 줬고, 그들은 자신의 영토를 지배하는 왕으로서 군림했다. 정원사가 자신의 정원을 가꾸듯이 열심히 일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게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모두 모여라!”
그는 3명의 권속 악마를 한곳에 모았다.
“발바룽,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체격이 제법 커졌더군?”
“세대와 세대를 거쳐 가며 드낙 님이 지닌 강대한 악마의 인자 덕분입니다. 그들은 하급 권속 악마라 불릴 만하며, 뛰어난 기병 종족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여왕개미와 흡사한 발바룽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그녀)는 지금의 삶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자신의 종족을 크게 부흥시켰음은 물론이고, 종족 값까지도 높였다.
번성하여 이 시대의 한 축이 될 날을 기다리며 힘을 모으고 있었고, 이제 세상의 부름을 받아 깃발을 내보일 날이 왔다.
‘모두가 헤드스 하이에나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없겠지.’
하이에나의 하체. 한 개 내지는 두 개의 하이에나의 머리. 인간의 상체를 지닌 헤드스 하이에나. 그 저열한 기병 종족이 지닌 위대함을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만큼 현재 헤드스 하이에나 하급 권속 악마들의 육체적 능력은 뛰어났다. 그저 ‘권속 악마’가 된 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은 그냥 짓밟음을 수 있었다.
“자신만만해 보여서 좋다. 오면서 봤다. 분명 이번 차원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난 잔당 토벌에 헤드스 하이에나의 웅대한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또 볼 것을 자신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크나큰 영광입니다!”
드낙의 시선이 새린에게로 옮겨졌다.
“이번에 연금 물약 생산 물량에 있어서 순위권에 진입했다지?”
“눈여겨봐 줘서 감사합니다.”
새린이 크게 감동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탄생시키는 권속 악마는 개체수도 적었다. 중급 권속 악마에 턱걸이 할 정도라서 생산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악마 연금술사(demon alchemist)들은 꾸준히 자신의 할당량을 채워가며 다종족 연합이 지니는 수많은 가치 중 한 곳에 올인했다. 그게 바로 연금술 분야였다. 다행스럽게도 오염되었지만, 마력이 넘쳐나는 곳이 이곳이다.
중급 물약을 만들기 가장 좋은 곳이었다.
환경의 덕을 제법 봤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새린의 권속 악마들은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너무 아름답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흰여우 새린과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남자나 여자 할 것도 없이 그러한 것이 문제였다. 그 덕에 칭찬할 거리가 그뿐이었다. 그마저도 뿔쥐에게 알아보라고 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칭찬이었다.
“앞으로 준비될 차원 전쟁을 대비해서 방어 물약과 회복 물약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라.”
인력의 보존, 이를 가장 먼저 해야지 유지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죽는 것이 전쟁이다. 드낙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드낙이다.
개인 하나하나에 지급되는 보급품이 우월하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생존력이 올라감을 뜻했다.
‘군대 생각난다.’
X르코. 외제라고 지랄 떨던 미친 선임 하나 때문에 면도기조차도 사용하지 못했었다. 휴가 나와서 확인해보니 국산이었다. 이름이 함정이었던 것이다.
그 덕에 박호훈은 보급이 지닌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팬티 하나로 첩보 작전을 뛰는 것이 군대였다. 그만큼 보급이 사람을 얼마나 끔찍한 위치에 서게 하는지 잘 알았다.
‘싼 것만 좋아하는 군대 새끼들, 내가 진짜 지구로 돌아가면 그 새끼들부터 싹 다 죽인다.’
미사일에는 투자해도 특전사에게 조차도 스코프 하나 안 달아주는 게 한국 군대였다. 일반병이라면 말할 것도 없는 처우를 받았으며, 사회에 가서 예비군 올 때마다 이를 본 것이 박호훈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월등히 우월한 보급품을 원했다.
“명을 받듭니다. 모든 것을 우선하여, 병사들에게 가장 좋은 물약을 보급하겠습니다!”
새린이 설설기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특히나 현재에 만족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역하렘을 만들어서 매일 주지육림에서 뒹구는 나날을 보냈다.
연금술사답게 흥분제는 기본이다.
거기에 악마 연금술사들 또한 그녀와 기질이 비슷했다. 그녀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그 덕에 거래를 위해서 신제국이나 자치왕국에 거주하는 악마 연금술사들은 ‘부수입’ 혹은 ‘보조 사업’의 수익이 더 큰 상태였다.
그만큼 진탕 노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남자와 여자들이 있었다.
해독까지 깔끔하게 하고 밖으로 나서니 일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다. 그 덕에 스트레스는 존재하지 않았고, 되려 친절을 많이 베푸는 이들이라 뿔쥐들도 딱히 건들지 않았다.
돈도 많고, 스트레스도 잘 해소하며 약을 해도 잘 해독해서 배출되는 이들은 대단한 인격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곳간에서 인정이 나온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드낙의 시선이 포낙서스에게로 향했다.
“모습이 제법 달라져 있구나.”
“예. 악마의 힘을 제 나름대로 가공을 했습니다. 그 덕에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흑마법사의 하수인이었으나 그저 소모품에 불과했었던 과거를 지닌 것이 포낙서스였다.
이 때문에 포낙서스는 자신이 성공하자는 마음이 대단히 컸다. 그래서 새린이나 발바룽이 권속 악마를 생산하는 것에 힘을 쓰는 것과 다르게 그는 자신 또한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이 여기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거인의 모습을 지녔다. 양팔과 다리가 있었는데, 말 그대로 새로운 모습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육체를 변형시킨 상태였다.
검회색에 가까운 피부색을 지니고, 검은 눈동자에 새까만 덥석 머리를 지닌 거인이 되어있었다.
“이제는 중대형 변종 권속 악마라고 불리기도 부끄럽다. 스스로 노력한 모습만 봐도 믿음직하다.”
“감사합니다.”
“넌 이제 검은 거인, 포낙서스다.”
포낙서스가 미소를 지었다. 어깨너머로 봤던 흑마법사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행동들. 그 덕에 이렇게 그럴듯한 거인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동시에 드낙이 그에게 준 힘의 자유 또한 큰 몫했다.
“포낙서스, 빅데몬 팩토리에서 대형 권속 악마의 생산에 성과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인가?”
“빅 비스트라 불리는 간단한 구조를 지닌 짐승형 대형 권속 악마입니다.”
“몸 높이는 2M에 불과하지만 몸길이가 8M에 이르는 놈입니다.”
“날렵한 이미지인데...”
이에 포낙서스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놀렸다. 마력이 춤을 추며 순식간에 빅 비스트의 모습을 허공에 투사했다.
그간 마법에 대한 공부도 한 것이 포낙서스였다.
“퉁퉁하군.”
“예. 뚱뚱한 도마뱀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생명력이 높습니다. 공격 수단은 그저 돌진하는 것에 있습니다.”
단순 무식한 돌격형 대형 권속 악마였다. 빅 데몬 팩토리가 배출해낸 첫 대형 권속 악마인만큼 그 수준이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적의 공격을 받으면서 방패 역할을 할 터였다.
“일단 빅 비스트라도 많이 생산할 수 있는가?”
“일주일에 한 개체씩은 가능합니다.”
드낙이 곰곰이 생각했다.
‘탱커는 많을수록 좋겠지.’
“10배로 만들어라. 모든 자원을 투입해도 좋다.”
“예!”
검은 거인, 포낙서스가 크게 대답했다. 드낙은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이 전과 다르게 착 가라앉았다.
“이번 전쟁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공을 가리는데 쓰일 것이다. 날아오르고자 한다면, 공을 세워라.”
모두 야망에 찬 눈을 했다. 드낙은 그 한 마디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말을 아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드워프에게로 향했다. 그들 또한 엘프들처럼 다종족 연합에 흩어져서 도움을 줄 예정이다.
‘지하 제국이니까, 굳이 방위력을 높일 필요는 없지.’
아예 떠나는 게 옳다.
*
자케트는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1/1짜리 술마신 크놀 연습생에게 함정 카드를 사용하느냐, 마느냐였다.
보통은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다. 제법 그럴듯한 놈에게 함정을 사용해야지, 1/1쩌리에게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사용한다.’
마나칸 3개. 이를 위해서 가성비가 나빠도 함정 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놈들이 있겠지. 하지만 난 달라.’
리즈드낙 덱을 연구한 결과 자케트는 이 덱이 상상 이상으로 추잡스럽게 턴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 깡패 같은 스펙을 지닌 하수인이 나올 줄 알고 졸았다.’
“함정 카드 발동! <수풀 속 화살>. 상대가 카드를 소환했을 시, 피해 1을 주고 수풀 속 사냥꾼을 소환한다.”
함정 카드 위로 수풀과 적당한 나무 배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서 화살이 푝! 발사됐다. 수풀 사이에서 밝은 나무색의 단궁이 언뜻 보였다.
“크엑!”
술마쉰 크놀 연습생이 허무하게 화살에 맞아서 휘청거리더니 쓰러졌다. 바르르 떨던 놈이 그대로 축 늘어지며 박살이 나며 카드가 붕괴하였다. 동시에 함정 카드가 하수인 카드로 변하며 수풀 속 사냥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수풀 속에 있었지만, 가끔 머리를 쏘옥 내밀고 좌우를 살피고 다시 쏘옥 들어갔다. 가끔 단궁이 삐쭉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
산만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만큼 형편없는 사냥꾼답게 스펙이 공격력 1/ 체력 1에 불과했다.
“가장 더러운 함정 카드 순위권에 들어가는 카드잖아.”
“으, 진짜 짜증 난다. 함정 카드에다가 적에게 피해도 주면서 하수인까지 소환하는 개사기 카드.”
“사냥꾼 데커(Decker)라면 필수 카드야.”
“그래도 지하연합 덱도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 어차피 술마신 크놀 연습생은 크놀 연습생으로 다시 소환 가능해. 싸게 뺐다.”
웅성거림 속에 귀를 기울이며 신문물의 조루 자케트가 카드를 뽑았다.
“드로우.”
현재 마나칸은 3칸. 그는 패를 손으로 쓸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이지. 청동 골절은 <카운터 지하연합 덱>의 성애자다. 이번에도 똑같은 덱일 것이고...’
상대에 맞춰서 반격하는 카운터 지하연합 덱과 임기응변을 통해서 버티다가 리즈드낙 카드를 통해서 역전을 노리는 것이 사냥꾼 리즈드낙 덱이었다. 둘은 서로 비슷했다.
‘여기서 선공을 취하는 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난 이미 청동 골절 상대로 카운터 덱을 들고 왔지.’
임기응변은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치는 카드가 많지만 반대로 상대를 노리는 임기응변카드도 존재했다.
‘청동 골절의 첫 패는 좋지 않다. 마나3칸을 풀로 땡기는 좋은 카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드로우를 통해서 토해내는 짓을 또 할 리가 없었다.
“임기응변 카드, <함정 만들기> 소환!”
자케트가 또 하나의 임기응변 카드를 필드에 던졌다. 보통은 뒤로 접어뒀다가 사용하는 것이 임기응변 카드인데 이건 즉시 사용했다.
“뭐, 뭐지? 임기응변은 카운터 카드 아니야?”
“하수인이다!”
웅성거림이 커졌다. 아직 임기응변 카드에 대한 구성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나뭇가지를 당기고, 잡초를 엮고, 마름쇠를 뿌리거나 밧줄을 꼬는 등, 함정을 만드는 리즈드낙의 모습이 보였다.
로브를 두르고 있었기에 코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호우! 호우호우!”
“뜨나아아악!”
너도나도 고함을 질러대었다.
“함정 만들기 카드의 효과는 턴이 끝날 때마다 리즈드낙 카드에 무작위 효과를 부여한다.”
공격력은 0이지만 체력이 3짜리인 놈이었다. 잡기가 까다로워 보였다.
“턴을 종료한다.”
마치자마자 필드에 룰렛이 모습을 드러냈다.
덜컹!
공기를 떨리게 할 정도로 묵직한 소리가 울리며 룰렛이 멈췄다. 룰렛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타격감이 절절하게 퍼져나갔다. 그곳에서 카드 한 장이 점점 커져 나가며 필드 중앙에서 양면으로 효과를 둘 모두에게 보여줬다.
“함정 만들기 카드의 효과! 마름쇠 투척 효과를 리즈드낙 카드에 부여! 만약 리즈드낙 카드가 소환된다면 적 필드에 마름쇠 카드를 3장 투척한다!”
자케트가 그렇게 외치자 카드가 반짝이며 마름쇠 카드가 어떤 것인지도 보여줬다. 1/1짜리에 불과했지만, 청동 골절이 필드에 하수인을 놓으면 2의 피해를 주며 파괴되는 식이었다.
당연히 이 마름쇠 카드는 청동 골절이 제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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