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35화 (93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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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게제라스 총리의 말에 아스톨포는 의문을 지었다.

‘그렇게 신이 되어 독립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나?’

아무리 일차산업이 골렘의 덕택으로 여겨진다고 해도 너무했다. 그가 봤을 때, 다종족 연합의 지배자인 드낙의 지배력은 곳곳에 뻗어있었다. 그런 꼼꼼한 지배자를 상대로는 독립이 편할 수 있었다.

뿔쥐의 한정된 시각 정보만 획득한 아스톨포 왕자의 정보한계점이었다. 그리고 게제라스 총리의 선별된 정보도 아스톨포를 오해하게 하였다. 드낙에 대해서가 아니라 다종족 연합의 좋은 점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야 좋지. 이번 일을 통해서 확실하게 발판으로 삼는다.’

다종족 연합이 있는 이 차원과 교류 협력 관계를 이어나간다면 후방이 아주 든든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준비한 사업이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시지요.”

게제라스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초월자가 하기에 좋은 사업이었다.

“이건...”

아스톨포의 눈이 반짝였다. 믿을 수 없는 중대사업을 게제라스 총리가 제안했기에 쉽게 말을 내뱉지 못했다. 대신 오히려 총리를 압박했다.

“이것도 시험입니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이 사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알고 말고요. 만약 이게 정말로 이 계열에서의 첫 번째 국가사업이라면, 금광에 대한 독점권을 준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안심하도록 말씀을 해드리지요. 시험은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민간이 추진하고 있지만, 저희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경쟁을 해야 하기는 해야 하지만, 국가를 이기는 민간이 어딨겠습니까.”

“그렇지요, 병사들만 생각해도 사업이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규모부터 시작해서 모든 법적 절차까지 도움을 받을 터였다. 거기에 사업에 필요한 자금까지 국가에서 나온다.

개천에서 나온 용과 하늘이 도와주는 용의 싸움이다.

“담배 사업의 위치는 신제국의 외진 곳입니다. 이곳으로 한 이유는 뱀파이어는 독특한 육체 변이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명으로 나뉠 수 있다고.”

“예. 가능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스톨포는 자신에게 주어진 담배 사업이 어떤 식으로 이행될지 깨달았다. 동시에 생각보다 다종족연합은 똑똑하다는 것도 인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담배 사업을 해서 오는 돈은 분명 아스톨포에게 도움이 된다. 거기에 국가적으로 골램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것을 도와줄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이 서류에 적혀져 있었다. 토양 관리를 위한 연금물약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것이 주어진다.

비록, 담배를 키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농업 골렘은 아니지만 개조를 하면 된다.

‘그렇게 하더라도 노동력이 필요하지.’

허나, 구석진 곳까지 올 사람은 적을 터였다. 즉, 노동력 자체를 아스톨포가 분열하여 제공해야 했다. 이는 곧 다종족 연합에 있어서 아스톨포를 견제하는 수단이 된다.

아직 아스톨포와 만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담배 사업을 통해서 시간을 들여서 아스톨포의 진면목을 알아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 윈윈이다. 아직 앙케트를 하지 않았지만, 피를 돈을 받고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면, 이를 구매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알비노 고블린의 모습으로 돌아다닐 땐 위조 화폐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

‘본래라면 범죄지만, 난 벌을 받지 않았다.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3만 원 훔치면 징역 3년. 10억 가치의 마약을 가져오면 집행유예.

결국에는 가치 있는 사람은 법조차도 초월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사회였다. 위조화폐를 펑펑 쓰고 다닌 아스톨포의 죄는 그 어떤 대가도 없이 사면되었다.

그 누구도 그의 죄를 모르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언론이 크게 발전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럴 필요를 느끼는 이들이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중간한 비리란 비리를 저지르면 죄다 잡혀가기 때문이다.

반마급 정도는 되어야지 화폐를 위조해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죄에 잡혀서 들어간다면 업(業)을 쌓는 게 부족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다종족 연합의 위대함을 더욱 알 수 있어서 대단히 영광스러운 제안입니다.”

아스톨포는 능숙하게 간언을 일삼았다. 대화는 윤활유라 여기는 것이 귀족적이다.

“하겠습니다.”

아스톨포는 담배 사업에 가담할 것을 맹세했다. 단순히 말이었고, 서명이었으나, 귀족적 면모가 뛰어난 아스톨포 왕자의 모습은 맹세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밤의 귀족다웠다.

서로 악수를 크게 나눴다. 하지만 서로 바라보는 눈은 크게 달랐다.

‘적어도 1년 혹은 2년 뒤에 바로 실무에 써먹겠다.’

게제라스 총리의 눈 속에는 아스톨포라는 똑똑한 놈을 써먹을 생각을 가졌다. 이 시대의 내정이라는 것은 다방면으로 모든 걸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상당한 자유를 부여하기 때문.’

당장 게제라스 총리만 해도 그가 가진 재량권은 대단하다.

몇 번 실수하더라도 눈감아줄 정도로 관대한 것이 드낙이었다. 일을 계속 시키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반면 아스톨포 왕자는 담배 사업을 통해서 정당한 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서 피를 구매하는 사업을 하는 것과 동시에 뱀파이어 홍보 사업을 벌여서 가문을 부흥시킬 생각을 가졌다.

여기에 혈통이니 뭐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스톨포로부터 흡혈귀가 된 자는 명실상부한 샤를로트의 가계도에 들어갈 자격을 부여받는다.

“담배 사업을 위해서 하급 문관 10명을 붙여드리겠습니다. 그들이 최소한의 도움을 줄 겁니다.”

“고맙습니다.”

게제라스 총리와의 만남을 끝내고, 내성에 마련된 작은 회의실 하나를 빌린 곳에 아스톨포 왕자가 들어섰다. 서류를 제법 많이 준비해놓고 대기하고 있던 문관들이 모두 벌떡 일어섰다.

“만나서 반갑다. 아스톨포 샤를로트라고 한다. 아직 다종족 연합에게서 받은 작위도 없는 몸이지만 잘 부탁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모두 우렁차게 대답했다. 아스톨포는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서 그와 악수를 하고, 눈을 맞췄으며 그의 이름을 물었고 간단히 자신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한 질문도 가졌다.

그 모습만으로도 아스톨포는 순식간에 10명의 문관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부드러움의 미학.

카리스마의 발현.

세파리아스가 그저 분위기만으로 상대를 압살하며 그를 얻는다면, 아스톨포는 서로의 관계를 통해서 가벼운 봄바람과도 같은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이것의 장점은 서로 의사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며, 단점은 반대에 부딪히기 쉽다는 점이다.

혼자서 나라 하나를 이끌어가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세파리아스는 고려조차도 하지 않는 카리스마였다.

“먼저, 현재 담배 사업의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특히 저는 주류 사업과의 비교 자료를 획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담배를 잘 팔기 위해서는 담배 사업의 현황을 알아야 했다.

“주류 사업에 크게 밀려있는 상태입니다.”

담배를 피면 먼저 입냄새가 심하고, 땀에서 나오는 냄새 또한 지독하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가장 바보 같은 소리였다.

한 번 중독되면 남녀노소 불구하고 담뱃불을 댕기는 것이 담배 사업이었다. 거기에 성별을 비롯한 모든 것은 무의미했다.

중요한 건 중독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 그냥 담배에 중독될 작은 동기. 작은 시도. 그거 하나면 게임 끝이다. 현대에서 남자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인식이 있는 건, 그저 담배에 대한 인식이 ‘피면 멋있다’라는 것 때문이다.

실제로는 피게 되면, 피우는 게 담배였다.

“가장 먼저 비교우위를 통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첫째로 술은 접근성부터 담배보다 우월합니다. 이 때문에 이용자의 숫자를 많이 늘릴 수 있습니다.”

“둘째로 맛입니다. 담배의 첫맛은 끔찍하기 마련입니다. 기호품으로서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주류 사업과의 비교를 통한 담배가 지닌 단점들이 열거되었다. 반면 마지막에 가서는 장점도 토로했다.

“짧은 시간에 피울 수 있는 게 담배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피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도시에서 떨어진 병사들의 훈련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군납품으로서의 담배가 가지는 강력한 특징이다.

이에 아스톨포가 말했다.

“질문하고 싶은데, 만약 그런 장단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담배 사업의 돌파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딱 하나만 찔러야 한다면 어디에 집중하고자 하는가?”

“......음...”

그가 고민했다. 자료를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스톨포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아스톨포는 그렇게 준비한 문인들의 의견을 매우 주의 깊게 들으면서 질문도 종종 했다. 그 결과 그는 순식간에 그들의 자료를 통합하여 하나의 결론을 냈다.

“군납품으로 먼저 싼 값에 넘기며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가 일어섰다. 문인들이 그를 올려다봤다.

“처음에는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흑자를 보지 못하는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통해서 사업을 확장하되, 그 생산량의 8할을 군납품으로 지급하겠다.”

“나머지 2할을 민간에게 풀 생각이십니까?”

“점진적으로 그 비율은 달라질 것이다. 처음에는 군납으로만 담배가 들어가겠지.”

시작을 군납품으로 내어준다면, 병사들은 민간 담배보다는 군납품의 구매를 요청할 것이 분명했다. 싼 맛에 핀다는 소리였지만, 이는 다종족 연합에 이득이었다.

담배에 소모되는 돈이 다른 곳에 소모된다는 소리였으니까.

특히 병사들의 소비욕은 상당하다. 발전과 진화에 어울리지 않는 담배 사업에 소모되는 병사들의 돈이 다른 곳에 투자되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를 염두에 뒀다.’

게제라스 총리가 스쳐 지나가듯이 말했던 것에는 담배 군납에 대한 것이 언급되었다. 이게 우연일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아스톨포 왕자는 일단 병사들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시작부터 판매가 잘 된다면, 순풍이라 판단하여 더 많은 지원금을 책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노동력 또한 계속해서 수급 받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다. 생각이 있는 자가 있는가?”

“고블린 중에는 담배를 끔찍이도 좋아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담배 소비율 또한 다른 곳에 비해서 높은 편입니다. 그들을 고용하는 게 어떻습니까?”

“회사 차원에서도 좋습니다. 피는 사람이 잘 아는 법입니다. 담배맛의 증진을 위해서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나쁘지 않았다. 아스톨포는 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블린 애연가(愛煙家)는 담배 사업을 준비하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중요했다.

담배 사업에 본격적으로 국가가 들어섰다. 원래는 건들지 않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알짜배기 사업이라는 것이 밝혀진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라도 누구도 건들지 못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였다. 허나 아스톨포 왕자라는 반마급 존재가 나타났고, 이번 기회에 쓰기로 결정되었다.

아스톨포 왕자는 먼저, 군납품으로서의 담배 기업을 성장하는 것을 제1 목표로 삼았다.

*

뿔쥐 자케트(Jacquette), 드워프 전사 청동 골절과 단단한 콧대.

그들이 서로 한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의 크기는 10인이 앉을 정도로 대단히 컸지만 단 3명만 앉아있었다. 이곳은 카드 놀이 전용 테이블이었다. 테이블의 중앙에는 원형의 형태로 홈이 패서 경계를 정해놓고 있었다.

그 밖에는 나무로 된 테이블이지만 안에는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 강철로 이루어진 내부의 원에는 백금 카드를 넣을 수 있는 홈이 존재했다. 뿔쥐 자케트가 거기에 백금 카드를 집어넣었고, 청동 골절 또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백금 카드를 집어넣었다.

구경꾼들도 제법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뿔쥐 자케트는 상당히 유명한 데커(Decker)였다.

“왜들 이렇게 모여있는 거야? 대단한 놈이야?”

“<신문물의 조루>를 모르는 거냐? 전 재산 다 털어서 카드팩만 사는 놈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리즈드낙 덱도 완성했다고 하더라.”

“그건 돈만 쓰면 누구나 가능하잖아?”

“멍청아. 그럼 왜 변태라고 불리겠냐? 완성하고도 계속 리즈드낙팩만 지르고 있는 놈이다. 덱커들 사이에서 왜 유명하겠어?”

“3개월 스타트 승률로만 따지면 순위권 100위에 들어간다.”

“그렇게 높다고?”

“4개월부터는 50% 미만으로 떨어져서 신문물의 조루라고 불리지.”

“그래도 새로운 덱 출시 이후 3개월 동안은 전 세계 1위가 와도 반반 친다는 덱커야.”

그 말에 맥주를 마시던 드워프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진짜 조루구만. 3개월 반짝 최강자라니...”

그런 와중에 자케트는 영상 크리스탈을 설치했다. 자신의 덱을 참조하는 이들이 많아서 사업으로 삼고 있어서였다. 그 덕에 그 누구도 이 싸움을 녹화하려고 하지 않았다.

법정공방에 휩싸이면 패배할 것이 뻔했다.

특히 뿔쥐 사회 나아가서 <지하 연합>의 카드 놀이와 관련된 법규는 지나칠 정도로 엄정하다. 법에 카드 놀이를 최저한도로 할 수 있도록 지정된 시간마저 존재하고 있었다.

“드로우. 임기응변 카드를 사용한다.”

자케트가 뒤집힌 카드를 앞에 놓았다. 그러자 강철판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카드와 접속, 그곳에서 거무튀튀한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조건’에 맞는다면 카드가 발동되는 <임기응변> 카드였다.

리즈드낙 덱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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