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34화 (93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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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이형체는 심해에서 자주 나오는 놈 중 하나였다. 촉수로 이루어진 몸을 가지고 있고, 하나같이 몸의 형태가 다르다.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놈들이었기에 나가의 알도 잡아먹는 놈들이었으나 결국에는 야생.

드워프 또한 잡아먹는 터라 보이는 대로 죽여야 했다. 심해에 있는 나가의 알을 노동자처럼 태워 죽이는 드워프를 방해하는 놈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닷속에서는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게 드워프라서 더더욱 놈의 표적이 되곤 했다.

딱 봐도 약해 보이고 작아서였다.

‘추진제를 뒤에 달아야겠다.’

이형체의 시체는 연금술의 좋은 재료였기에 이를 가져온 밧줄로 묶고, 드워프는 일단 되돌아가기로 했다. 이곳 심해에 주둔하고 있는 건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자가 마신 성현의 간악한 짓을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곳은 대륙으로부터 329km나 떨어진 곳의 심해.

드워프 종족이 아무리 전사들을 바다에 파견했다고 해도 나가를 처리하는 일을 혼자서 도맡아서 하기가 어려웠다. 놈들은 전쟁이 아니라 생존전략을 통해서 이 세계에 승부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죽여도 승리한 것이 아니고, 처리해도 승리라고 할 수 없었다.

나가들에게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종족 자체를 말살해야 했다. 오로지 배란하며 도망치며 계속해서 흩어져서 살아가는 놈들은 바다의 골칫거리가 될 공산이 매우 컸다.

이를 막으려면 수많은 종족이 도와야 했다.

세우림 수사(水蛇)를 죽였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가들이 바다에 독을 풀었다.’

허투루 남겨두면 바다는 나가의 것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점점 드워프 전사들이 억지로라도 바다에 끌려오는 이유가 괜한 게 아니다.

바다 위로 올라온 드워프의 눈에 섬처럼 떠 있는 뿔쥐들의 공중요새가 보였다. 그 크기는 도시나 다름없었다. 또 곳곳에 존재하는 오크들의 배들이 이를 호위하고 있었고, 드워프는 그 배 위로 올라섰다.

호위함(Frigate) <군 달라인(깊은 바다, Gun dalain)>은 철갑선에 해양 스팀 발전기를 비롯한 자-주포까지 32문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배였다. 무엇보다 자-주포는 주력으로 이루어진 공격을 감행하기에 물 속에서 까지 발사가 가능했다.

“큰놈을 하나 잡았군!”

오크가 드워프가 짊어지고 온 이형체를 잡아당기며 큰 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심해에 가면 저런 놈들이 아주 널려있지!”

거짓말이다. 심해가 괜히 심해가 아니다. 생명체들이 그렇게 많이 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가가 자신들의 알을 조직적으로 배란하여 심해에 가라앉도록 하고 있었다.

군 달라인 프리깃이 공중 요새의 한 부분으로 향했다. 그곳은 철구조물을 통해서 항구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간이항구에서 일하고 있는 종족은 뿔쥐가 아니라 인어들이었다.

그들은 아직 나가와의 전투에서 교전비율이 좋지 않아서 이렇게 노동력을 통해서 다종족 연합에 헌신하고 있었다. 대륙의 인근 연안에서 살아가며 해산물을 곳곳에 수출하며 종족 부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어이! 청똥 관절!”

“내 이름은 청동 골절이다!”

드워프 하나가 아는 척을 했다. 물론 청동 골절은 호통부터 쳤지만, 드워프는 웃기만 했다.

“제법인데? 이형체를 잡다니. 보기 드문 놈이잖아.”

만나는 게 문제였다.

“몸에 물기도 없는 걸 보니, 뭐 하고 있는 거야?”

“요청이 들어와서, 내 드워프 손길을 필요하다고 하더라.”

“네가 가진 게 분명...”

드워프 전사 계급은 금속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또 드워프의 손길도 하나 정도밖에 못 가지는 편이었다. 물론 전사마다 조금씩 다른 편이다.

“단단한 강철 가문이다. 내구력 강화의 손길을 가지고 있지.”

“그런 거로 뭐하려고? 공중 요새 건조에 쓰나?”

“더 좋은 드워프의 손길이 있는데 뭐하러. 이번 심해에서의 문제점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두 드워프가 공중 요새 안쪽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심해에서 공중 요새로 왔다 갔다 하면 낭비가 심하잖아?”

“심해바다 거점을 세울 생각인가?”

“아니.”

단단한 강철 가문의 전사, 단단한 콧대가 고개를 저었다.

“강철로 만든 구멍 파이프를 심해까지 내린다고 하더라. 그걸 통해서 필요한 보급품을 내린다고 하던데.”

“미쳐버렸구만. 해양 생물들이 얼마나 귀찮은 놈들인데. 그게 되겠어?”

구멍 파이프는 이름과는 다르게 덩치가 크다. 이를 통해서 쓸데없는 놈을 사냥하지 않고, 깊은 곳에 있는 드워프에게 필요한 보급품을 준다는 것이 이번 뿔쥐들의 판단이었다.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속삭였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생각 외로 나가와의 전쟁이 길어질 수 있어.”

“......그 정도야? 하지만 놈들은 도망치기만 한다며.”

“그게 문제인거지...”

드워프가 지나가는 인어를 바라봤다. 하체가 물고기처럼 되어있어도 드낙의 은총을 받고 태어난 권속 악마였다. 마법을 통해서 지상이동도 능히 가능했고, 필요한 작업 중 못하는 게 없었다.

다만, 아직 인어들의 숫자가 적다는 게 문제였으며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컸다. 나가와의 전쟁에 나서야 하는 인어였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에 반해서 나가들은 구심점이 없음에도 경험이 많은 놈들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마신의 지배력>에 점철된 놈들이라 더더욱 맹목적인 광신도들이다.

‘반면 인어들은 너무 자유롭지.’

세뇌를 당한 적이 있고, 아직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드낙이 인어들의 행동강령을 조작할 리가 없었다.

그 덕에 인어들은 드낙에 호감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나가에 대한 비정상적인 분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뜨나아아아악!”

“아이씨, 깜짝이야.”

“찍찍!”

그런 두 사람 앞에 갑자기 뿔쥐가 드낙을 찬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둘 다 깜짝 놀랐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위하여!”

척!

전과 다르게 독특한 경례를 보여줬는데, 지나칠 정도로 우스꽝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뿔쥐들은 모두 털 찐 상태라고 할 정도로 뚱뚱했다. 전쟁도 끝나고, 먹고살 만하니 체중이 단번에 상승한 상태였다.

몇몇 이들에게서는 뿔쥐라는 말보다는 뚱쥐라고 불릴 정도로 현재 뿔쥐들의 비만율은 매우 높은 상태였다. 인간보다 월등히 높은 지방축적률을 보유하고 있어서 물만 마셔도 체중유지가 된다고 해도 농담이 아닐 정도였다.

이런 뚱쥐가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검은 털을 출렁거리며 점프하며 경례 샷을 날리는 모습은 대단히 우습고 귀여웠다.

“새로운 경례법인데?”

“최근 경례가 너무 밋밋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공모전 중이다. 어떤가?”

“최고야!”

드워프들은 당연히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점프경례를 크게 칭찬했다.

“어떤 면에서?”

“가장 먼저 다른 경례법과는 다르게 ‘역동성’이 느껴지지. 조각상이 딱 나열해있는데 나만 움직인다? 그러면 그냥 게임 끝이지.”

“오호.”

뿔쥐(뚱쥐)가 실로 그럴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또한 그런 면을 생각하고 한 것이 바로 점프경례였다. 그런 의도를 단번에 잡아채는 모습에 확신이 들었다.

“그것보다 자케트(Jacquette). 요즘 어때?”

“뭘?”

“차원 전쟁 말이야. 새로 들어온 정보는 없어?”

“몇 년 안 남았다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이번에 숯숯 마을에 있는 이계인들의 수준을 보면 패배할 수가 없어.”

“패배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상자는 많겠지. 전쟁이잖아.”

“그렇다고 타협할 수는 없을걸. 차원 침공은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일이야. 단순히 개체를 차원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소모되지. 그런데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건 좀.”

너무 태평한 소리였다. 즉, 1경이 넘는 달러를 쓰고 여기까지 왔는데 전쟁을 안 한다는 건 지나친 낙관론을 뛰어넘어 멍청한 소리였다. 적어도 석유라도 한 아름 가지고 가야 했다.

이번 경우에는 업이고 행성이다.

“그런가...하지만 나가들도 아직 처리하지 못했는데, 차원 전쟁이라니...”

양면전쟁과 흡사했다. 이에 뚱...뿔쥐가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 행성 수비는 착실하게 하고 있지 않나.”

“그래야겠지. 괜히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지. 자케트, 맥주라도 한잔 하러 가겠나?”

“난 이스핀 산딸기주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게 아니면 술을 안 마셔. 돈 아까워.”

“그걸 어떻게 이런 곳에서 구해?”

“드워프 맥주가 우습냐? 이번에 마셔봐! 마셔봐! 물론, 카드 게임도 해야겠지?”

이에 뿔쥐가 가슴을 탁 내비쳤다. 살이 출렁거렸다.

“좋-다! 오랜만에 이렇게 모였는데 안 마실 수가 없지.”

코옆에 있는 길쭉한 털이 꿈실거렸다. 분명 카드놀이에 완전히 넘어온 것이 분명했다.

*

아스톨포는 게제라스 총리와 마주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국제 연합 도시의 총리, 게제라스라고 합니다.”

“망국의 왕자, 아스톨포 샤를로트입니다.”

서로 매우 공손히 인사를 마주했다.

그는 매우 피곤해 보이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아스톨포 왕자는 실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업무에 시달리는 건 ‘밤의 귀족’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게제라스 총리의 피곤함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같은 고통을 경험한 자의 공감.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예. 저도 그렇게 피곤할 정도로 일해 본 적이 있습니다. 몸은 건강하지만, 정신이 건강치 못하면, 실수하기 마련인데...잘 쉬시길 바랍니다.”

“해야할 일이 많아서...하하하.”

게제라스 총리가 웃어 보였다. 형식적인 웃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쉬라니, 지금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그는 그런 말을 할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농담으로 취급하려는 모습에 아스톨포 왕자 또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했다.

“음,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를 범했군요.”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것보다 현재 차원 전쟁이 임박해있어서 일단은 그걸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다종족 연합의 간략한 형세를 보여드렸는데, 어떻습니까?”

“예. 상당하다 못해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특별히 내정에 제가 나서야 할 곳은 없었기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흡혈귀 가문을 창설하는 것입니다.”

“흡혈귀 가문이라...뱀파이어에 대해서는 서류로 확인했습니다. 언데드도 아니고, 상위인간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혈액이 굳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건 아니라고...”

“예. 그저 ‘피’라는 것을 자원으로 삼는 종족입니다. 마력과 다를 바 없죠. 또 혈액이라고 해도 동물의 피도 효율성이 나쁠 뿐이지 충분합니다.”

그가 인간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 거짓부렁을 쏟아냈다. 뱀파이어는 피 맛에 기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게제라스 총리가 웃어 보였다.

“드낙 님으로부터 재밌는 아이디어를 얻었기에 그렇게 무리하게 자신을 포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 어떤 아이디어를 말씀하시는 건지...”

“헌혈입니다. 돈을 주고 사람의 피를 사는 시스템입니다.”

그 말에 아스톨포 왕자가 눈을 크게 떴다. 매우 퇴폐적인 아이디어였다.

사람의 피는 생명으로 여겨지며.

사람마다 다르지만, 피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는 자도 많았다.

혹자는 신혈이라며 포도주를 숭배하기도 거리낌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피는 인간이라는 종족이 매우 중요시하고, 특별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였다.

‘그런데 혈액거래라니?’

말도 안 되는 반대에 부딪힐 것이 분명했다.

“그, 그렇게 한다면 뱀파이어의 인식이 매우 나빠질 수 있습니다.”

아스톨포 왕자가 첫말을 더듬었다. 마녀 사냥과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였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혈액 300ml당 은화 5닢에 매입하는 거로 생각하는데 어떠신지요.”

“저...”

아스톨포 왕자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 경계심에 게제라스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합격이다.’

대단히 많은 곳에 써먹을 수 있는 인재로 보였다. 신중함은 특히나 다종족 연합에게 중요했다.

“몇몇 실험을 해보고 결정하셔도 괜찮습니다. 중앙 광장에 피를 팔겠다. 안 팔겠다를 조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야...알겠습니다.”

“결정되셨다면, 흡혈귀 후보들도 가려 뽑으십시오. 물론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이들만 뽑으셔야 합니다.”

“허락해주시는 겁니까? 하지만 전 아직 다종족 연합에게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게제라스 총리가 미소를 지었다.

“신이 되어서 독립한다고 들었는데, 그 확답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도움을 준 겁니다. 드낙 님께서 그것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이곳저곳 들쑤시며 다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실 테니, 오히려 다종족 연합이 큰 이득을 봤습니다.”

기껏 하면 좀 두각을 드러내고 빛을 보려는 놈들에게 접근해서는 ‘너. 신이 되어서 독립할래?’라고 묻고 다니는 것이 드낙이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실력이 있음에도 실적을 일부러 숨기는 자들도 있었다. 몇 명은 그냥 하급 관리에 주저앉아버리기도 했다. 정말 도움이 안 되는 게 드낙이었다.

게제라스 총리에게 있어서 드낙이 이제는 그런 짓을 안 하게 된다는 건 큰 복이었고,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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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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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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