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32화 (93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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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드낙은 아스톨포의 몸을 자신의 피를 이용해서 파악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목적은 아스톨포를 아카타베루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지만, 드낙이 목표만 달성하고 물러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목표만 싹 가로채는 사람이 어딨어? 이것저것 장물도 챙겨주고, 다른 보조 목표물도 달성해주고. 그래야 인간미가 있지.’

아스톨포 왕자에게 ‘해방해주면서 다른 것도 좀 살펴볼게.’ 라고 말하지도 않고 하는 것이기에 실로 간악한 모습이었다.

‘진짜 대박이다.’

반마급의 존재를 훑어보는 건 너무나도 재미난 일이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무엇보다 ‘사냥꾼’의 재능도 특출난 드낙은 아스톨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훑어볼 수 있었다.

그건 지나치다를 뛰어넘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가장 먼저 드낙을 감탄케 한 것은 아스톨포의 변이 능력이었다. 먼저 드낙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직은 수십개체로 육체를 변이시킬 수가 없었다.

악마의 경우에는 ‘드낙’이라는 개체에 한정되고 혹은 그것을 벗어나서 ‘다른 것’의 형태로 이어진다. 권속 악마가 드낙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반면 아스톨포의 박쥐들이나 늑대 같은 경우에는 다수의 형태를 지니고, 무리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개체 수임에도 모두 ‘아스톨포’였다.

‘그 무한한 가능성.’

예를들면 아스톨포에게 충분한 힘이 있으면, 그는 순식간에 군대의 형태로 성도 함락시킬 수 있었다. 그건 혼자서 성을 함락시키는 것과 모든 것이 다를 터였다.

아무리 드낙이라도 성에 사는 모든 이들을 죽이고, 포로로 삼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자는 가능하지.’

말 그대로 군대가 자신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수천의 군대, 수만의 군대마저도 될 수 있었다. 이는 생각만으로도 드낙을 재밌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드낙은 더더욱 아스톨포의 이모저모를 훑었다.

동시에 악마 아카타베루의 인자도 획득했다.

‘개새끼.’

절로 욕이 나오는 빌어먹을 놈이 바로 아카타베루였다. 그냥 인자만 딱 봐도 너무나도 포악했다.

‘사람 새끼가 아니야. 아니, 악마니까...이런 욕도 안 통하겠네.’

아스톨포의 몸에 있는 아카타베루의 인자는 아카타베루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스톨포를 지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변형된 인자였다. 악마의 힘은 육체에 크게 연관되어있었기에 능히 가능하다.

드낙으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권속 악마들 또한 드낙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왔지만 드낙이 아니라 그 권속 악마에 따라서 다다르다.

‘그래서 아스톨포에 대한 아카타베루의 의도를 알 수 있지.’

인자를 해석한 드낙은 실로 지독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배신하면 그냥 녹아서 죽는 게 아스톨포의 말로였다.

‘무엇보다 사악한 것은 아카타베루는 배반 즉시 처형이 아니다.’

준비를 마치고, 아카타베루가 아스톨포와 같은 차원에 있을 때 그게 발동한다. 아스톨포는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반기의 깃발을 들었을 때, 녹아버리는 것이다.

‘아카타베루도 배신을 할 거라고 알고 있으니까. 정말 악취미다.’

열이 팍 올랐다. 이미 드낙은 아스톨포를 자신의 신하로 여기고 있어서 아스톨포한테 딱 감정이입이 된 상태였다.

‘동시에 아스톨포의 업을 강제로 가져간다.’

수십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장의 고혈을 빨아먹는 셈이다. 그야말로 불공성 거래. 중립신은 그래도 조금이라도 드낙에게 줬는데, 이놈은 그마저도 없었다.

‘기생충도 이런 기생충이 없네. 독하다. 독해!’

드낙은 아스톨포에게 동정심이 확 생겼다. 아카타베루의 개 같은 짓거리 때문이다. 절로 자신의 챔피언 시절이 생각났다.

‘자폭기능까지 있네.’

그 외에 아카타베루가 아스톨포를 악마의 피를 쏟아부으면서 한 짓거리는 자폭기능이었다. 수틀리면 아스톨포는 뿌리가 되어 지하로 스며들고, 이내 행성 자체를 파괴하는 파멸의 뿌리가 된다.

땅을 흡수하고, 단단해지고 크기도 커지면서 외핵을 균열 내어 행성의 생태계를 파멸로 이끄는 권속 악마로 변모한다.

‘와, 진짜 악마 같은 놈이네.’

자신이 못 먹으면 남도 못 먹는다는 심보다. 행성을 집어삼키는 게 아니라 파괴해버린다. 거기에 꾸준히 악마를 침공시킨다면, 파멸의 뿌리를 제거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몰랐다.

드낙의 직감으로 아마 그런 전략을 쓸 것 같이 보였다.

그 외에도 주목해볼 만한 아카타베루의 피 특성은 아스톨포가 죽었을 때였다.

‘죽는 순간 아카타베루에게 모든 정보가 전송된다.’

시체를 소비하여서 차원 멀리 정보를 보내는 식이었다. 손상된 뇌라도 충분히 정보를 담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드낙은 빠르게 간섭해서 변질시키고, 밖으로 배출했다. 검게 죽은 피가 아스톨포의 몸 밖으로 배출되며 바닥에 흘러내렸다.

“킥. 긱.”

악마의 피는 서로 엉키며 소리를 내기도 했고, 살덩이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위협은 되지 않았다. 의도가 없어서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하찮은 권속 악마에 불과했다.

선조 샤를로트는 굳이 그걸 죽이지는 않았다. 알아서 사멸할 터였다.

드낙이 이미 변질시킨 것이라, 죽음을 그저 한 걸음 뒤로 후퇴시킨 것에 불과했다.

‘됐다!’

아스톨포가 소리를 내질렀다. 차근차근 아카타베루의 피가 적출되고 있었다. <악마>의 인자를 지닌 드낙이었기에 확실하게 집도할 수 있었다. 흡혈귀로서 초월자의 반열에 턱걸이한 아스톨포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권속 악마의 형질을 지닌 뿔쥐를 비롯한 지하 연합 덕분에 드낙이 악마의 초월자임을 알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그 덕을 확인했다.

‘흡혈귀는 언데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

그 사이에 드낙은 아스톨포의 모든 신체능력을 확인했다. 뱀파이어라고 하면 죽은 것인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저 다루는 힘이 ‘피’일 뿐이다.

더 많은 힘을 사용하려면 흡혈을 통해서 피의 보유량을 늘려야 했다. 딱히 다른 음식물을 못 먹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인간보다 더 우월했다. 사용하지 못하는 피를 사용하면서 인간이 지닌 장점들도 버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데.’

성격이 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피를 오래 안 먹어도 그저 자신의 피를 통해서 혈주술을 통한 다양한 현상을 유도할 수 있었다.

“다 끝냈다. 넌 자유다.”

드낙은 굳이 자신의 악마적 특성을 이용해서 아스톨포를 칭칭 묶어서 지배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는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하면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드낙에게 지배를 받던, 아카타베루에게 지배를 받던 결국에는 똑같다. 작은 부분이 달라질 뿐이다. 그러면 아스톨포의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충성을 받을 수 없었다.

“아아...”

아스톨포가 눈물을 주륵 흘러내렸다.

‘이 어찌 대범한 존재인가.’

솔직히 아스톨포는 드낙의 지배를 받더라도, 드낙의 세력에 속하고자 했다. 지하 연합에게 뿌리내린 드낙의 처세는 너무나도 자유로워서였다. 의무는 있지만, 권리에 비하면 큰 것이 아니다.

‘자유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저 아카타베루를 토벌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하며 드낙에게 속해서 살아가도 좋았다. 그런데 그 이상의 것을 받았다.

눈물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다.

“야, 우냐? 왜 울어? 하, 나 참.”

드낙이 괜히 볼을 긁었다. 아카타베루에게 얼마나 시달렸으면, 사람이 이렇게 눈물을 흘릴까 싶었다. 그가 이내 아스톨포의 어깨를 토닥토닥 해줬다. 아스톨포는 은근슬쩍 그런 드낙의 손을 밀었다.

그 정도로 위로받을 정도는 아니라서였다.

“......”

괜히 무안해진 드낙이 헛기침하며 아스톨포에게 말했다.

“허튼짓은 하지 마라. 그러라고 준 자유가 아니니까. 그리고 너도 이제 다종족 연합의 일원이다. 뱀파이어의 개체 수는 국제 연합 도시에 충분히 흡혈귀에 대한 정보를 주고, 정당하게 갖추도록.”

“예. 하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아카타베루의 공세를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응?”

드낙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카타베루의 공세라니, 그놈이 여기에 쳐들어온다는 소리냐?”

“예. 40여 년 내로 침공이 예정되어있습니다.”

“뭣?!”

드낙이 펄쩍 뛰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어서였다. 마신의 종자처럼 은근슬쩍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업만 호로록 빨아먹고 빤스런치는게 아니라 공세라니?

“자세히 말해봐라.”

이에 아스톨포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말했다. 물론 그에게 쥐어진 침공 정보는 적었지만 이미 수많은 별을 침공한 아카타베루의 방식은 전형적이었고, 잘 변하지도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드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카타베루가 아닌 다른 차원의 존재 또한 이곳에 침공이 예정되어있어서였다.

‘연거푸 예정된 전쟁이라니.’

차원전쟁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놀고먹게 해주고 있는 게 현재 다종족 연합이었다. 드낙 또한 은근히 게으름을 피우고 할 거 다 하면서 놀고 있다.

‘이제는 그게 안 된다.’

허리띠 졸라매고 가계를 이끌어나가는 가장이 되어야 했다. 생활비를 전부 아내에게 주고 맡기지 않고, 철저히 할부를 따지고, 너 죽고, 나 죽고 팽팽하게 맞붙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정이 무너질 수 있었다.

연거푸 전쟁을 겪어야 한다는 건 그만큼 살 떨리는 일이었다.

전쟁은 너무나도 불확실하기 때문. 강대국도 소국에 질 수 있는 게 전쟁이었다.

“좋다. 일단은 국제 연합 도시로 간다.”

막 그렇게 생각했을 때, 선조 샤를로트가 나섰다.

“선조님?”

아스톨포가 깜짝 놀랐다. 보통은 항상 뒤에 있는 게 그녀였는데,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였다.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던 그 한 수. 제대로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단순히 회피용으로만 쓰는 건 아니겠지?”

어둠이 풀풀 뻗어나갔고, 곳곳에 달빛이 뭉쳤다. 어둠과 달의 공주라 불렸었던 것이 선조, 샤를로트였다. 그중에서 흡혈귀가 사용가능하며, 검의 상태로 뿜을 수 있는건 어둠의 힘이었다.

샤를로트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가능한게 달빛의 힘이다.

“선조님. 지금 나설 때가 아닙니다.”

“하하, 내 후예가 나를 막아서다니, 실로 용맹하구나. 감히...”

그 말에 아스톨포가 고개를 숙였다. 혈주술(Blood Witchcraft)을 비롯한 흡혈귀의 모든 것은 아스톨포의 것이었지만, ‘어둠의 힘(Dark power)’만은 마검 샤를로트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 초월의 힘을 다루기에 아스톨포는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 은혜는 감히 그 어떤 것으로도 갚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음에도 아스톨포는 귀족.

은혜를 입은 드낙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귀족이라고 할 수 없었다. 자신의 팔이 뜯겨나가도 은원에 대해서는 확실히 해야하는 것이 ‘밤의 귀족’이다.

“선조님. 제가 감히 어찌 막겠습니까? 하지만 여기 있는 드낙 님은 저를 아카타베루의 피로부터 해방시켜줬으며, 자신의 피를 저에게 주입시켜서 저를 지배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자유를 준 이에게 어찌 검을 들이댈 수 있겠습니까?”

“괜찮다.”

드낙이 그런 아스톨포를 말렸다. 그가 선 위치의 애매함을 잘 알았다. 도망치는 피난민의 마음마저도 이해하고 감정이입 하는 게 드낙이었다.

“보여주지. 팔 하나 날아가면 대련은 끝인 걸로.”

“좋군. 근데 흡혈귀 상대로 팔 하나는 경상에 불과해. 차라리 처음 보여준 것처럼 내 목을 자르면 끝내는 거로 했으면 좋겠는데?”

“마음대로 해라.”

샤를로트가 드낙의 말에 고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어둠의 힘에 잠식된 그녀는 스스로를 죽여 검에 스며들어 갔지만, 그런데도 살아있었다. 그녀의 칠흑과도 같은 긴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났다.

달이 뜨지도 않았는데 달빛이 반짝이며 모여들었다.

“난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물러나라, 아스톨포.”

“예.”

아스톨포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멀찍이 수백 걸음 물러섰다. 주위에 있던 크놀들과 뿔쥐들도 크게 물러섰다.

“시작신호는 네가 해.”

“알았다. 하나, 둘, 셋, 시작!”

시작하자마자 샤를로트는 어둠으로 변했다. 동시에 드낙의 섬광과도 같은 일격이 그녀의 목이 있던 곳을 갈랐다. 어둠이 옅어지고, 한 곳에 모습을 드러내며 샤를로트의 눈동자만 어둠 속에서 깜빡였다.

“대단해! 어떻게 그런 이동술이 가능한 거지? 조금 더 보여줬으면 하는데! 하하하!!!”

그녀가 크게 웃었다. 너무 재밌어서 웃음기가 말 속에 잔뜩 들러붙어 있었다. 반면 드낙은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세파리아스처럼 전투광이 아니라서였다.

‘세파리아스였다면 샤를로트의 모든 것을 보려고 했겠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거름으로 쓸 가치가 있는 게 어둠의 힘을 사용하는 선조, 샤를로트였다. 드낙은 자신의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시험해볼 때가 왔다.’

파동전파술.

냉병기를 통한 파동공격술과 반대되는 방식. 검으로 못 죽이는 상대를 죽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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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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