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31화 (93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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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쿠구구구!

집이 무너져내렸다.

콸콸콸!

그곳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지하임에도 달빛이 곳곳에서 쏟아져 내렸다. 집 밖으로 나온 드낙이 바닥에 착지했다.

찰팍!

피가 얕게 깔렸었다. 그 점성이 또 피와 달랐다.

‘평범한 놈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끝났겠는데.’

끈적했고, 마치 거미줄과 흡사했다. 드낙의 힘으로 크게 출렁거렸을 뿐이고, 원래라면 제법 이동을 방해하는 흉악한 놈이었을 터다.

마치 인간 사냥용 같았다. 혹은 군대를 상대로도 쓸만해 보이는 수법이다. 혈주술이라는 걸 응용한다면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할 듯했지만, 오늘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나한테 통하지 않으니까.’

대상도 하나일뿐더러, 드낙을 상대로 피해를 주는 건 요원한 일이다. 차라리 드낙이 일으키는 마법적 현상을 상쇄하는 것으로 쓰는 게 베스트로 여겨질 터였다. 무엇보다 다수를 상정한 혈주술로 보였다.

타닥...!

‘응?’

달빛이 드낙 쪽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불길이 일어났다. 드낙은 손사래도 치지 않았다. 오우거의 적발 덕분에 알아서 사그라들었다.

‘화염을 투사하는 달빛이라...재밌네.’

실로 날카로운 수법이다. 달빛이 서서히 드낙을 노리고, 집중되었지만 불길이 타오르지는 않았다. 강화된 오우거의 적발 때문이다.

쾅!

시리도록 차가운 달빛이 드낙을 스포트라이트처럼 가리킨 상태에서 무너진 오두막의 잔해가 터져나가며 흙먼지를 일으키며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1명이 아니다. 2명이었다.

‘호오. 소환술? 이거 재밌는데?’

드낙이 놀랐다.

소환술의 효율은 대단히 낮다. 그렇기에 실체를 통해서 일으켜 세우는 골램류가 아니면 잘 쓰이지 않는다.

애초에 정령조차도 극히 드물게 이용하고 있는 게 이 바닥이었다.

“후우.”

드낙이 입김을 불었다. 한 문장의 간단한 영창으로 만들어진 바람은 순풍이 되어서 흙먼지를 날려버렸다.

작은 힘이라도 아껴야 하는 것이 반마급의 싸움인데도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아스톨포 또한 귀족적인 면모 덕에 여유로움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자신의 목을 한순간에 취한 드낙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격으로 따지면 같은 선상에 있는 게 그들이다.

이런 드낙의 면모를 본 아스톨포는 자신이 얕잡아 보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하하. 살다 살다 샤를로트 가문의 혈족에게 오만하게 구는 반마를 보게 될 줄이야.”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스톨포는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네 탓이 아니다. 놈은 강하다. 내 이토록 재능이 뛰어난 암살자는 본 적이 없다. 허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전사처럼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실로 형편이 우리에게 좋다.”

암살자의 싸움은 기본적으로 히트&런이다.

붙고, 도망친 다음 기회를 삼거나 다른 환경에서 싸움을 다시 건다. 초전(初戰).

처음 부딪힘을 선호하는 것이 암살자다. 들켰다고 단검 꼬나쥐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것들은 암살자가 아니다.

지붕을 넘나들고, 정원의 수풀로 구르며 들어가 족적이 묘연해지는 것이 암살자였다.

“아무래도 재능과는 다른 교육을 받은 것 같습니다.”

“척 봐도 보인다. 보라, 저 검을 든 모습을.”

중단과 하단의 어중간한 곳에 검을 내밀고 있는 것이 드낙이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그 경계가 이제는 무의미해져서였다. 상단세의 경우에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고, 자주 하지도 않고 그럴 상황도 나오지 않는다.

하늘을 무너뜨리겠다는 마음을 지녀야 하는 것이 상단세다.

지금 상황과도 맞지 않았다.

“대단한 기사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재능의 유무 없이 일정 경지까지 끌어올려 진 드낙의 모습을 보며 선조 샤를로트가 드낙을 추켜올렸다. 여러 요행이 겹쳐서 만들어진 모습이었지만 그것까지 파헤치지는 못했다.

“거기에 내 달빛이 놈을 태우지 못하고 있다. 저렇게 집중시키고 있는데도...놈의 ‘상쇄력’이 대단하다. 굳이 혈주술을 낭비하지 마라. 기만해서 한 방 집어넣어 보자.”

“예.”

“네가 앞에 서라. 난 놈이 수작질하는 걸 차단하겠다.”

“예.”

혈주술(Blood Witchcraft)

블러디 문나이트(Bloody moon night)

그것은 어둠의 검에 있는 선조 흡혈귀를 소환하는 혈주술이었다. 동시에 상대를 억압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있었다.

덩치를 키운 드낙의 마력 출력은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기에 필요했다.

‘단기전.’

이것은 시험이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시간 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서 그를 만족시키는 것이 제1 목표였다.

힘의 3할을 아끼는 개소리를 하는 자가 있다면, 먹물로 싸움을 배운 놈이며, 그 인중을 주먹으로 후려갈겨야 한다. 겉멋에 든 깡패 새끼나 할 법한 생각이었다. 주먹보다는 입 터는 게 먼저인 것들이 할 법할 생각이 힘의 보전이었다.

‘적어도 팔 하나는 가져가겠다!’

또한 욕먹고 나중에 나 실력있었소. 라고 하는 변태보다는 처음부터 실력을 증명받아서 탄탄대로를 걷는 게 더 이득이다.

아스톨포가 검을 어깨 위로 올렸다. 흉포한 기세가 절로 뿜어져 나왔다. 그저 양팔이 어깨 위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아스톨포의 신장이 커 보였다.

눈의 위치가 위쪽에 있는 인간 형태를 지닌 자의 경우 검이 더더욱 가까이 보이는 착각에 들게 하였다. 발밑에 있는 검과 머리 위에 있는 검의 거리감각은 크게 달랐다.

이에 드낙 또한 자연스럽게 검을 중단의 윗부분에 검을 올렸다.

동시에 다시 한 번 불기둥이 솟구쳐올랐다. 무영창으로 가능한 유일한 범위 마법이었다. 허나 이번에는 그 형태가 달랐다. 발밑으로 거세게 타오르며 멀리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피의 늪이 빠르게 상쇄했지만, 피가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비린내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헛구역질할 것이다.

‘상쇄를 잘하고 있네.’

드낙은 이를 통해서 상대가 확실하게 공간점유를 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초월의 힘 싸움으로는 끝나지 않을 싸움이 될 수 있음을 파악했다.

남은 건 하나. 근접전이다.

“후우.”

드낙이 심호흡을 했다. 실로 오랜만의 전투다운 전투였다. 어느 정도 범위 이상으로 뻗어 나가지 못하는 불의 회전이 더더욱 지금 다가오는 싸움이 평범하지 않을 거라 말해주고 있었다.

‘덩치를 줄이지는 않는다.’

적이 2명이기 때문이다. 보통 검술은 체중보다는 민첩한 자가 승리하기 좋았다. 달인 수준이 된다면, 적 3명이 휘두르는 검조차도 한 손으로 너끈히 버틸 수 있었다. 검이 지닌 구조적인 면모 때문이다.

마스터급 검술사의 무력은 도적 50명조차도 홀로 베어내는 힘이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 닿는 시간은 사람마다 천지 차이다. 그리고 드낙은 자신이 일류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전초극의 힘을 카피해서 상황마다 적용할 수 있다고 해도 한계는 존재했다.

이를 두고 세파리아스는 체급별로, 상황별로 10만 개의 나무를 만들고, 이 나무에서 나오는 나뭇가지를 서로 얽히고설키게 하여 하나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능히 일검을 논할 수 있다고 했지만 드낙의 기억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드낙은 자신을 관조하며, 이 상황을 빗대어 최고의 모습을 갖춰야 했다.

그의 팔과 다리가 순식간에 길쭉해졌다. 체중이 삽시간에 15kg 감량된 모습을 갖췄다.

그 기괴한 변모에 선조 샤를로트와 아스톨포 왕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표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흐!”

드낙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단번에 쿵쾅거리며 땅을 박찼다.

힘은 강한데, 체중은 전과 다르게 적어진 상태에서 피의 늪이 가지는 점성은 드낙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애초에 드낙의 발밑은 화염이 끝도 없이 분출되고 있었다.

타버린 피의 늪은 자신의 기능을 모두 상실했다. 허나, 아스톨포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피의 늪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달빛이 드낙을 계속 비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 싸움이 서로 상쇄되고 있어서였다.

피의 늪은 아스톨포의 혈주술.

달빛은 선조 샤를로트의 기질이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아스톨포의 발밑을 지나갔다. 화염이 그 몸의 일부를 덮쳤음에도 아스톨포는 인상 한 번 찡그리는 것으로 끝냈다.

쾅!

검과 검이 그대로 격돌했다. 드낙은 격돌하자마자 검을 비스듬하게 받아쳐야 했다. 검 날이 단번에 상했다. 드낙의 롱소드는 드워프가 만든 최신식 검이었지만, 강철이 흐르는 강처럼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무식하게 단단한 걸 원해서였다.

아스톨포의 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둠의 힘이 잔뜩 압축된 마검의 절삭력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명검인가? 대단하긴 해도, 미안하지만 내 검도 명검이라서 부러지지는 않네. 하하, 하하하!”

그 당황을 드낙은 귀신같이 알아내며 그를 도발했다. 이에 아스톨포는 기분 나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단순히 검을 마주치면서 생긴 변화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알아차려서였다.

“합!”

아스톨포가 이를 밀어내며 기합을 내질렀다. 하지만 드낙은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쳤다. 검이 서로 비틀어지면서, 서로 간의 거리가 순식간에 들러붙었다.

힘이 좋은 드낙이 아스톨포의 힘을 회피했기에 아스톨포는 허를 찔린 격이 되었다.

첫수에 힘으로 대응했고, 그게 잘 통했다. 그런데도 다시 힘으로 대응하지 않은 드낙의 대응은 너무나도 변칙적이었다. 심지어 아스톨포가 힘으로 밀어내는 형세였다.

드낙이 강하게 아스톨포의 검을 한 번 더 부딪쳤다. 아스톨포는 자신의 검을 자신의 몸에 바짝 당겼다. 드낙의 검이 아스톨포의 검과 부딪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길어졌고, 더욱 더 아스톨포는 드낙의 힘을 막기 편해졌다.

쾅!

‘윽! 이 무슨 무식한 힘인가!’

아스톨포의 균형이 미미하게 변했다. 민첩하게 이를 파고들며 주먹으로 아스톨포의 턱을 노렸다.

허나 이때, 선조 샤를로트가 개입했다. 둘은 모두 똑같은 검을 들고 있었다.

카가가각!

드낙의 검을 일부러 방해했고, 그 덕에 드낙의 움직임이 교묘하게 지연되었다. 반마급의 싸움에서는 그런 약간의 변수에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드낙의 주먹이 아스톨포의 턱을 살짝 비켜나갔다.

“흐윽.”

허나 그것만으로도 아스톨포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용케 버텼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발차기에 아스톨포의 몸이 그대로 관통되었다.

“?!”

여기서 놀란 건 드낙이다. 아스톨포의 명치가 뻥 뚫리며 피로 변해서 촤악 퍼졌다. 아스톨포가 씨익 웃고 있었다. 피를 다루는 흡혈귀의 신체를 냉병기로 공격하는 건 실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동시에 어둠이 퍼져나가 드낙의 시야를 막았다. 보이지 않는 공격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끔찍한 기분이 드낙을 엄습했다. 그도 아픈건 싫었다.

쑥!

아스톨포의 검이 내려쳐 졌다. 자신의 명치 부분이 뻥 뚫려있음에도 움직임에 그 어떤 경직도 없었다. 그대로 드낙의 가슴을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갈랐다. 선조 샤를로트의 검은 드낙의 검을 옭아매었다.

허나, 피는 튀기지 않았다.

순식간에 파동으로 변하여 모든 것을 속인 드낙이 100걸음 뒤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말도 안 되는.”

선조 샤를로트가 경악했다. 자신이 개입할 순간도 없이 그냥 드낙이 사라져버렸다. 신기루처럼...! 아스톨포 왕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그 어떤 전조현상 없이 반마급이나 되어보이는 존재가 홀연히 사라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는 두 흡혈귀의 귀에 드낙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하다!”

드낙이 순수하게 아스톨포를 칭찬했다. 그는 방금 순간을 떠올렸다. 피의 이동은 곧 혈주술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둠의 힘을 통해서 드낙을 살짝이라도 가른 것은 분명했다.

드낙의 가슴 윗부분이 살짝 베인 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게 증거였다.

‘어둠의 힘과 피를 다루는 힘.’

나쁘지 않았다. 특히 어둠은 정말 요긴하게 써먹을 힘이었다. 시야 차단, 검에 집중하여 만드는 ‘칼날’의 절삭력 또한 일품이다.

‘여기까지 해야겠다. 쫄리네.’

아직 선조 샤를로트가 크게 개입하지 않았다. 드낙이 갑자기 파동으로 변해서 빤스런쳐서였다. 그리고 이때가 가장 드낙이 재미를 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드낙이 검을 거두어들이자 상대 또한 검을 거두었다. 피의 늪이 사라지고, 곳곳에서 속박되어있던 고블린과 뿔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드낙이 더욱 놀랐다.

‘블러디 문나이트? 생각보다 더 높은 혈주술일지도 모르겠는데.’

“합격이다. 하지만 그전에 네 몸속에 있는 아카타베루의 피부터 씻어내야겠다.”

“예.”

아스톨포가 거침없이 자신의 팔을 걷어붙였다. 대신 샤를로트가 자연스럽게 아스톨포 왕자의 등 뒤로 돌아가서 뒷목을 손으로 잡았다.

“보험인가?”

“예. 혹시 모르니까요. 믿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드낙은 손사래를 쳤다.

“호구처럼 남에게 목 내미는 놈보다는 의심하는 놈이 더 실력 있다고 봐야 하는 게 정상이지.”

그가 아스톨포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단번에 아스톨포 왕자의 핏줄이 잔뜩 돋아났다. 드낙의 손에서 악마의 피가 질주하며 아스톨포 왕자를 단번에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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