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30화 (92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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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스톨포 왕자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에는 마검 샤를로트가 있었다. 목함에 보관하지 않았기에 집 자체가 검집이 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건 정말 불합리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단단히 커튼을 쳐두었기에 자연적으로 어둠이 스며든 집 내부에는 샤를로트의 어둠이 자연스럽게 잘 펴져 있었다.

‘어떻게 그걸 회피해낼 수 있었지? 그 어떤 정보도 없었을 텐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어둠에 마법을 쓸 머저리는 없었다. 물론 드낙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어둠의 검, 샤를로트가 그저 드낙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평범한 인간이었을 때는 초월의 힘에 무력하게 당했겠지만, 드낙은 반신반마. 두 초월적 존재의 모든 특성을 복수로 존재하고 있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어둠의 검. 하찮은 마검 따위가 감히! 어찌 알아차리겠는가? 그럴 수가 없었다. 있어서도 안 된다. 격(格)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상대를 정신세계 같은 곳으로 끌어들여서 격의 차이를 상쇄시키지 않는 이상, 현실에서는 그 차이를 좁히는 것이 많이 어렵다. 거기에 아스톨포는 완벽하게 기습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검(魔劍) 샤를로트를 너무 믿어도 너무 믿었다. 그녀가 드낙을 막기에는 드낙의 재능이 너무 대단했다.

당황한 아스톨포는 냉큼 죽은 척을 했다.

여기에는 다분히 전략적인 판단이 숨어있었다.

자신은 기습을 당한 상태였다. 즉, 상대는 이 싸움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전투를 손꼽아 기다린 상대에게 이 전투를 하게 해준다?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아무리 다른 이득이 생기더라도 상대의 의도를 들어주는 꼴이다.

적이 하고 싶은 걸 도와주는 귀족은 없다. 그렇기에 아스톨포는 죽은 척을 했다.

피가 잔뜩 뿌려진 곳에서 드낙은 아스톨포의 시신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머리통을 들어 올렸다. 눈을 부릅뜬 채 죽어있다.

‘실로 허망한 죽음이군.’

드낙의 감상은 가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톨포의 연기는 완벽했다. 목이 잘리고 나서 몸은 꼴사납게 구부러져서 땅에 처박혔다. 힘을 갑자기 잃은 것처럼 무릎부터 꿇려졌다.

머리통 또한 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그대로 멈췄다.

헤-벌려진 작은 입속에서는 그 어떤 숨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전투를 치러온 아카타베루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데몬 뱀파이어다운 면모였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 그는 죽은 척조차도 일품이었다.

자질구레한 기술, 잔재주조차도 귀족은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휙.

드낙은 머리통을 던져버리고, 손에 묻은 아스톨포의 피를 혀로 맛보았다. 어떤 놈인지 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월한 반마(半魔)의 격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엉?”

순수하기 그지없는 말을 하며 드낙이 고개를 갸웃했다.

“안 죽었는데?”

‘이 기분.’

동시에 이상야릇하게 뒤통수가 간질거렸다.

드낙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둠 속에서 마검, 샤를로트가 혼자서 움직이며 드낙의 뒤통수를 노렸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드낙은 그냥 감각만을 이용해서 회피해냈다.

휘익!

그의 손이 매섭게 샤를로트의 검을 잡으려고 했다. 허나 순식간에 어둠으로 변해버렸다. 검 자체가 어둠으로 흩어져버리며, 사라졌다.

‘칫.’

드낙이 시선을 시신으로 돌렸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타이밍이 정말 귀신 같았다. 샤를로트가 수작질을 벌이고, 아스톨포는 그 사이에 몸을 회복시킨 상태였다.

그의 손에 어둠이 결집하며 롱소드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실로 간지나는 모습에 드낙이 제법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실로 여유로웠다.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이미 목을 내준 것만으로도 아스톨포의 패배는 예정되어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둠의 힘을 다루다니, 거기에 악마, 아카타베루의 반마.”

그 말에 아스톨포가 물었다.

“당신도 악마입니까?”

절로 공손해 했다.

“아니, 난 반마다.”

드낙답게 반신이라는 소리는 쏙 빼먹었다. 이에 아스톨포가 혀를 내둘렀다.

‘반마라면, 나와 격은 동급이라는 소리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목을 내주다니, 믿을 수 없었다. 전의(戰意)를 잃은 아스톨포 왕자의 모습에 드낙이 롱소드의 검면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싸울 생각이 없어?”

“반반입니다.”

한쪽으로는 어떻게든 드낙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통해서 자신을 증명하고 드낙과 협상할 생각이 있었다.

반대로 이대로 항복하자는 마음도 있기는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허무하게 목을 내줘서 더는 싸울 의미가 없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다만, 거기서 오는 결과는 판이하다. 그런데도 아스톨포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애매했다.

‘던져보지 뭐.’

아스톨포는 이를 드낙에게 맡기기로 했다. 드낙이 덤비면 싸우고, 아니면 안 싸우기로 했다. 주사위를 던졌다.

“전 아카타베루에게 복수를 하고 싶습니다. 절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엉? 갑자기?”

드낙이 의심스러워했다. 아스톨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으며, 지하 연합의 여력을 보고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야. 그럼 너 악마가 될 생각 없냐?”

“예? 악마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스톨포가 드낙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문맥과 현재의 분위기와 전혀 동떨어진 개소리를 지껄여서였다.

“초월자가 될 생각이 없냐고. 내가 딱 밀어줄게.”

“그게...지금 꼭 결정해야 하는 겁니까?”

엘프도 걷어차고, 세리안과 다이앤타도 아직 신이 되려면 한참 남은 상태였다. 큰소리 떵떵 칠 정도로 인간은 가진 업이 낮아서 신으로 개화하기가 어려웠다.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 했는데 세파리아스처럼 인간의 몸으로 별의 선택을 자연스럽게 받는 등의 위업을 달성해야 했다.

즉, 세리안의 배팅은 실로 완벽한 한 수였다. 그걸 쏟아부으면서 알게 된 드낙은 다른 놈을 호시탐탐 선별하고 있는 추세였다. 그렇게까지 드낙이 자신과 다른 신의 탄생에 집착하는 이유는 선례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계가 준비되어있으며 누구든지 원한다면 신으로서 독립을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는 게 드낙의 다종족 연합이었다. 헌데, 아직 신이 되어 독립한 필멸자가 없다면?

‘신이 되는 길은 수십 년이 걸린다.’

세파리아스가 빠르게 신의 반열에 오르려고 노력하고 있다지만 그는 신제국을 다른 차원으로 옮겨갈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완벽하게 독립 가능한 선례가 필요했다.

“그래. 지금 결정해야 해.”

“죄송합니다만, 만약 당신께서 신이 되려는 욕심을 지녔다면 절 처리할 수도 있기에 지금 답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 대답하건, 제가 당신을 모르기에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스톨포 왕자가 정직하게 이를 말하였다. 드낙의 순수한 질문을 ‘그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잡히면 죽음이 드리울 수 있었다.

“확실히 그럴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나중으로 미뤄둘게.”

그 말을 하며 드낙이 롱소드를 능숙하게 놀려서 아스톨포의 미간을 겨누었다. 빙그레 웃으며 드낙이 오만하게 말했다.

“이제 너의 가치를 증명해 봐. 제대로 된 놈이면, 받아들인다. 네 몸속에 있는 악마의 피는 씻어내야겠지만 확실하게 내 품으로 받아주겠다.”

“좋습니다.”

아스톨포 왕자가 능숙하게 검을 쥔 손을 명치에 대며 검 끝이 하늘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지금 필요한 건 무력.’

초월자에 대한 전투력이다.

‘전력을 다한다.’

아스톨포가 결의했다. 그 마음은 마검, 샤를로트에게로 이어졌다. 드낙이 눈을 깜빡였을 때, 사위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변했다.

‘응. 안 통해.’

드낙이 단번에 아스톨포의 존재를 추적해서 한 걸음 크게 뻗어 나가며 롱소드를 찔렀다. 압도적인 신체능력으로 바닥이 박살이 나고, 흙먼지와 돌들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솨악!

공간을 가르며 찔러진 롱소드에 피가 묻어나왔다. 허나, 한 줄기의 피에 불과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이런 어둠 속에서도 저를 찾을 수 있으시나 봅니다.”

“신기한 편법을 쓰네.”

아스톨포가 여유롭게 말하자 드낙 또한 지지 않고 여유롭게 말했다. 물론 등골이 제법 서늘했다.

‘당했다.’

한 방 먹었다. 그런 생각이 드낙을 엄습했지만, 무지막지한 그의 재능이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해석하고, 직감적으로 아스톨포의 수법을 파악해냈다.

단초 하나로 진실을 꿰뚫었다.

‘몸을 여러 곳에 두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여러 개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편법이다. 동시에 아스톨포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드낙을 대응하기로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상대를 강자(强者)로 보고 있었다.

“흐읍.”

드낙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 새겨진 마법진이 순식간에 화염으로 변했다. 중립신이 내어준 선물, 74번째 능력. <화염의 마법사 조파로스의 기질>과 업으로 구매했었던 <불바람 장신구 공예 마법진>에 <불기둥 광역 보석 마법진>의 조화였다.

아직까지 이 이상가는 물건이 없었다. 그릇이 작은 목걸이에 박힌 보석의 무시무시한 화염 마법 효율성은 천재적인 인간 마법사와 중립신으로 만들어져서 지금 드낙의 손에 있었다.

‘어둠을 물리친다.’

순식간에 불기둥과 불바람이 드낙의 몸에서 표출되었다. 그가 가진 마력량만큼 바로 쏟아 나오지는 않았다. 마력출력은 몸의 표면적에 비례하기 때문에 덩치를 키워야만 마력 출력이 높아질 수 있었다.

그게 싫으면 신이 되어서 육체를 포기하거나 중립신처럼 대신육체(大神肉體)를 확보하여야 한다. 물론 대신육체는 아직도 사용할 줄을 몰랐다. 실시간으로 계속 켜져 있는 전초극의 권능 때문이다.

아직도 드낙은 중립신이 그 어떤 열화 없이 오롯이 부여해놓은 대신육체를 제어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만큼 전투에서(戰) 모든 것을 초월하여(超) 승리하는(克) 권능은 가지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오른팔에만 적용하거나 ON/OFF가 되도록 해야 했다.

화염이 삽시간에 드낙의 주변에서 시작하자 아스톨포 왕자는 샤를로트의 검면에 자신의 왼손을 가져다 대고 손바닥을 검날에 가져다 댔다. 베어지지 않았음에도 피가 쏟아져나와서 샤를로트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선조의 목소리가 아스톨포의 귀에 속삭여졌다.

“두 쪽으로 갈라버려라. 놈의 마력 출력은 낮다. 더 크기를 키우기 전에 덤벼들어라.”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에 아스톨포가 거기에 이끌렸다. 자신의 삶보다 더 오랜 삶을 전투 속에서 지낸 어둠의 검에 깃든 선조 샤를로트가 그를 이끌고 있었다.

오로지 확실한 결말을 내기 위해서 아스톨포가 그대로 질주하며 드낙의 몸을 중심축으로 삼아서 회전하고 있는 마법 화염이 어둠의 칼날에 의해서 두 쪽이 났다. 드낙의 모습이 단번에 보였다.

“나한테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냐? 후회할 텐데.”

드낙은 마법으로는 불기둥을 일으켜 세우고, 주술로는 자신을 강화시킨 상태였다. 거기에 모습도 전과 달랐다.

‘변이!’

몸집이 조금 커졌다. 소형이긴 소형이지만, 약간 중형에도 턱걸이하는 수준의 덩치였고, 날렵했으며 슬림한 몸이 되어있었다.

‘주술까지...!’

아스톨포가 당황했다. 마법과 주술을 동시에 부리면서 육체까지 변이할 수 있는 드낙의 다채로운 힘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반신급 존재는 극히 드물었다.

쿵! 쾅!

드낙이 발로 땅을 찍었다. 순식간에 아스톨포에게 달라붙었다. 화염 회오리는 어둠의 칼날에 의해서 베어졌지만, 갑자기 260cm까지 커져 있는 드낙 때문에 순간 주저한 것이 독이 되었다.

파다다다닥!

순식간에 아스톨포의 몸이 박쥐떼로 변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둠의 검이 훑고 지나간 불의 기둥은 속도가 크게 느려진 상태였고, 화염 곳곳에 검버섯처럼 어둠이 함께 휘감기며 힘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쳇!”

드낙이 혀를 찼다. 실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힘은 약하다. 하지만 괴이할 정도로 내 마법을 좀먹고 있다!!!’

<어둠의 힘(Dark power)>. 마검 샤를로트에서 삐져나온 어둠은 그 검에 녹여진 선조를 통해서 다분히 기형적인 면모를 보였다. 마치 저주처럼 추가로 어둠의 힘을 증폭시켜서 몇 배의 열세를 딛고 불기둥 마법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1:2의 싸움이었다.

동시에 곳곳에서 어둠 혼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드낙을 괴롭혔다. 종종 주변에 퍼진 어둠의 힘을 흡수해서 드낙을 공격하기도 했지만 근접하기 전에 마법과 주술에 의해서 박살이 났다.

‘방법이 없다. 벌써 내 조커 카드를 꺼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저 반마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달빛의 선조시여. 나에게 힘을 빌어주소서. 샤를로트라 불린 달빛의 가문의 진정한 힘을.”

박쥐들이 모여듦과 동시에 갑자기 어둠이 맹렬하게 질주하며 마검 샤를로트에게로 다시 모였다. 진한 검은색으로 변한 샤를로트에서 시리도록 아름다운 은빛의 달빛이 세상을 뒤덮었다.

혈주술(Blood Witchcraft).

“블러디 문나이트(Bloody moon night).”

촤악!

피가 뿌려지는 소리를 드낙이 들었고, 동시에 세상이 역변(逆變)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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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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