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28화 (92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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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존재 추적>의 권능은 단서가 있어야지만 상대를 찾아갈 수 있었다. 흔적이 없는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은 없다.

쫓고 있는 대상이 어떤 놈인지에 대한 념(念)이 필요했다. 대단히 모호한 힘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여해도 큰 효력을 내비치지 못하는 권능이기도 했다.

‘다른 존재에게도 주기 애매하지.’

사냥꾼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지 않으면 써먹지를 못한다.

거스름돈을 잘못 받았을 때 느끼는 이상요상한 기분, 약간의 답답함 그것이 가르쳐주는 방향성을 판단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수십 곳을 돌아다니고 나서 거스름돈을 어딘가에서 잘못 받았다는 걸 한 번에 찾아야 하는 일이다. 드낙이 아니고서야 ‘당첨’을 고르는 건 어려웠다.

이렇듯 효과를 보는 게 어려운데, 권능의 힘 소비는 큰 편이다.

드낙이 주는 것부터 손해고, 필멸자가 받아도 사용하지 못해서 손해인 권능이었다. 실로 쓰레기 같았는데도 드낙이 이를 권능으로 만든 건 순전히 자신을 위해서였다.

재능을 권능으로 변환해서 더 확실하게 이용하고 싶어서였다.

이스핀을 잡는데 이를 요긴하게 쓸 생각에 드낙이 빙그레 웃었다.

‘역시 이거지. 분명 필요하다고 여겼다니까! 믿고 있었다고, 젠장! 역시 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대단하다니까.’

죽어서도 사마의에게 법규를 날린 제갈량이 된 기분이었다.

‘이래서 중립신이 안배, 안배 노래를 부르는구나. 짜릿해. 새로워!’

약간 도박사의 심리와도 비슷했다. 내 껀 분명 당첨이라는 심리. 그리고 정말로 당첨되었을 때의 짜릿한 기분과 다를 바 없었다. 실로 천박한 감정이었다.

변화된 곳에서도 이스핀이라는 객체를 드낙은 단번에 잡아냈다.

그는 아티팩트를 통해서 완벽하게 얼굴을 변형시킨 채로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서 나무를 멍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크윽...저렇게 태평하다니!’

약 아침 11시. 실로 적당한 시간에 공원 벤치에 적당히 앉아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이스핀의 모습은 질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의 뒤로 가서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드낙이 자신의 얼굴을 시야에 쓱 내비쳤다.

“잡았다, 요놈. 아주 태평하기가 이루 말할 때 없네. 난 씨부럴 범죄자들 족치고 다녔는데 말이야.”

“컥?!”

이스핀이 크게 들썩였다.

“케켁! 콜록! 케해애애액!”

사레가 들린 이스핀이 콜록거리자 드낙이 그를 놓아줬다. 혹시나 잘못될까 봐서였다.

호다닥!

이스핀은 그 틈을 이용해서 바로 튀었지만, 발목에 마법 속박이 걸리며 쭉 잡아당겼다.

‘어딜.’

“켁!”

바로 넘어지며 흙먼지가 일어났다.

“우리 사이, 다 알면서 왜 도망쳐? 넌 전신갑주도 안 입고 있잖아.”

“헤, 헤헤...드낙 님께서 저를 왜 잡으러 오십니까...이거 반칙 아닙니까? 헤헤!”

그가 웃었다. 드낙도 마주 보며 웃었다.

“빨리 가서 너도 일해. 나도 일했는데, 넌 왜 쉬고 있어? 미쳤어? 미쳤냐고.”

“자치왕국이 저 같은 보통 사람까지 필요한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엘리트가 얼마나 많습니까!”

말대꾸하며 이스핀이 일어나자 드낙이 가볍게 이스핀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 왜요!”

“괘씸해서. 자꾸 말대꾸할래? 왜 이렇게 머리가 커졌어? 그리고 엘리트가 많으니까 일을 안 해도 된다는 건 뭐야? 내가 일했으니까, 너도 일하라고.”

논리로는 안 통하는 게 드낙이다. 애초에 이스핀이 내걸고 있는 논리도 엉망진창이다.

“...죄송합니다.”

“빨리 네가 필요한 곳으로 가. 도렌한테 안 갔다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는 내가 직접 너한테 일거리를 준다. 내 아이디어 알지? 천재적이라고. 그걸 실현화시키는 영광을 너한테 주겠다.”

이스핀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옙! 도렌 공왕에게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냉큼 대답하는 이스핀을 바라보는 드낙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이스핀! 너에게 다종족 연합이 실로 강대해 보이겠지만, 차원전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인간은 끝없이 정화되고, 바로잡혀야 한다. 훈육을 그만둔다면, 빠르게 타락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간사하기 때문이지.”

그 말에 이스핀이 전율했다.

“간사한 사람을 바로잡아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차원전쟁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인간이 될 것이다. 계속 날 실망시킨다면, 다종족 연합 차원에서 인간의 입지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

이스핀이 급히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돌아가라. 도렌에게도 전하고.”

“예!”

이스핀이 황급히 달려나갔다. 드낙은 눈을 비볐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착 가라앉은 고요한 눈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담겼다.

‘사람은 계속 들쑤셔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대처를 계속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과격한 방법이 좋지.’

민주주의처럼 끝없이 시험받아야지 제대로 올곧을 수 있는 게 사람이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티끌 같은 존재여서다.

‘차원 전쟁을 생각하면 범죄자의 숫자는 적어야만 한다.’

혼란 속에 날뛰는 것이 인간이라는 족속들이다.

또 범죄자를 관리하는 것마저도 인력소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예산과 세금 그리고 노동력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드낙이 생각하는 ‘차원 전쟁’의 양상을 생각한다면 교도소 같은 곳은 굉장히 위태로운 시설이 될 수밖에 없었다.

‘뿔쥐들이 오고 있군.’

그런 드낙이 의자에 앉았다. 조금 뒤 뿔쥐가 단번에 도착했다. 그들은 드낙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외쳤다.

“뜨나아악!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뿔쥐들은 게제라스 총리와의 정보 공조를 통해서 드낙이 이곳에 있음을 알았고, 국제 연합 도시에 상주하는 피숨결 검은 뿔쥐가 드디어 드낙과 마주할 수 있었다.

“급한가 본데, 이번에 차원 이동한 존재에 대한 것인가?”

“? 예! 맞습니다. 현재 지하 연합 도시로 침투하여 한 번 헤집고, 잠적한 상태입니다.”

그 말에 드낙이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있을 수 있나?”

“상대는 반마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둠을 다루고, 육체 변이 능력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뭐라고? 반마급으로 추정된다고? 확실한 거냐?”

“예! 실제로 <배불뚝 리전>의 최정예 소속 30명이 순식간에 제압당했습니다.”

“허.”

드낙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단번에 시공간을 뛰어넘어 차원의 먼 거리를 격하여 단번에 도착하는 차원 이동은 엄청난 소비가 따른다. 그 소비량은 격(格)에 따라서 수천 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극심했다.

‘대충 마신조차도 오벨리스크를 통해서 드워프 3천을 희생시켜서 소환한 게 반신인데. 진짜 미친놈인가?’

단순히 이동시키는 것만으로도 가성비가 박살이 났다. 만수르가 아니고서야 그런 짓은 불가능하다.

드낙이 실로 날카로운 눈을 했다.

‘상대가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마신을 차원 이동 시킨다는 건 그만큼 많은 힘이 필요했다.

‘그뿐만 아니지. 반마급을 한 마리만 차원 이동 시켰다.’

마신의 경우에는 워낙 유명한 신이라서 그렇다고 쳐도, 상대는 마신의 종자가 아니라는 게 밝혀진 상태였다. 즉, 제3의 존재가 또 이곳에 참전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반마급을 소모병처럼 굴리는 놈이다.’

리스크를 본다면 결코 소중한 반신급을 혼자서 다른 세상에 보내지 않을 터였다. 아군과 함께 있는 반신급과 혼자 있는 반신급의 유지력은 천지 차이다. 보호받는 자와 보호받지 않은 자의 공격력 또한 심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한쪽은 공격에 전심전력할 수 있고 반대는 자신의 몸 또한 자신이 지켜야 했다.

‘나라면 절대 못 하지.’

용장(勇將)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 그런데 반마급의 인사를 홀로 다른 세상에 내보내서 정보를 캐내게 한다? 어지간히 반신급이 많다는 소리였다.

‘공포스럽군. 중립신, 너는 대체 무슨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자신의 아군조차도 세뇌시켜서 앞으로 내달려야 했던 중립신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차원의 장벽 그 자체를 두텁게 만들어야 했던 중립신은 아마 모든 것이 끝나고 자신을 희생시켰을 터다.

<대신을 희생시켜 만든 차원 장벽>.

‘지금 와서 보니 보이기 시작한다.’

전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세상이 도래했다. 그렇기에 이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생각하면서 드낙은 중립신의 목표를 서서히 인지하고 있었다.

‘지구로 향하는 차원 다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 세상에 대한 차원 장벽을 먼저 세워야 할지도 몰라.’

차원 전체를 봤을 때, 드낙은 자신이 후발주자라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 레이스는 멀게는 만년 이상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 또한 느꼈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하지만...난 중립신의 음흉함을 믿는다.’

아마도 이 차원은 굉장히 멀리 있을게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봤을 때, 드낙의 세상은 충분히 소공상인을 뛰어넘어 중견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어 보였다. 그 근거는 중립신이다.

‘자신의 죽음조차도 이용하는 놈이 중립신이다.’

지금은 놈을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실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어찌 되었든 드낙은 곧장 상황에 임해야 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상대는 반마급을 소모품으로 차원 이동 시킬 정도의 강대한 적임을 인지했다.

“앞으로의 싸움은 진정 끔찍한 피해를 세상에 남길 것이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 평화는 그저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받들겠습니다. 제 피부가 타들어 가도 꽉 쥐겠습니다!”

뿔쥐가 드낙의 말을 들으며 그를 찬양했다.

‘앞으로 다가올 성전의 앞에 뿔쥐가 가장 선두에 있어야 한다!’

그 뿔쥐의 두 눈에는 오로지 신앙심만이 존재했다. 뿔쥐의 탄생부터 관여하고 뿔쥐 사회 곳곳에 드낙의 입김이 존재했다. 뿔쥐에게 있어서 드낙은 유일신이었다.

“먼저 간다.”

드낙이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리고 표절 등장 벼락을 사용할 생각조차 없었다.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반드시 놈을 잡아야 했다.

파동으로 변한 드낙의 이동속도는 가히 빛에 준했다. 순식간에 검은 돔에 도착한 드낙은 먼저, 놈에 대한 모든 정보를 탐닉했다.

“흡혈귀 같은데?”

드낙이 경박한 기색으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박쥐떼를 불러일으키고, 어둠을 두른다. 뱀파이어 같았다. 중립신이 죽으면서 그 피에 의해서 탄생한 이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현대 영화에서 제법 본 것이다.

‘어떤 놈인지 빨리 보고 싶다. 흐흐흐!’

그는 서둘러 추적 권능을 사용했다. 다른 종족으로 몸을 변신시키는 모습은 악마와 닮았지만, 악마라고 하기에는 그 누구도 죽이지 않고, 물러섰다는 것이 이상했다. 또 박쥐라니, 뱀파이어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어디냐...!’

드낙이 자신의 직감에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검은 돔에 걸리지 않았다. 가까이에 전혀 없었다.

멀게 느껴졌다.

“속았다.”

드낙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놈은 <검은 돔>에 없었다.

‘빌어먹을, 내가 왜 이걸 몰랐지? 놈은 자신의 목적지를 곧이곧대로 말해줬잖아.’

*

아스톨포 왕자는 크놀의 모습으로 변이해있었다. 그는 얇고 길쭉한 망치를 이용해서 한 번 녹여진 철을 거푸집이 넣고, 망치로 두들겼다.

깡! 깡!

몇 번을 접고 나서 철괴를 물에 넣고, 식힌 다음에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나무 상자에 턱 집어넣었다.

‘어마어마하다.’

아스톨포 왕자가 주위를 훑었다. 검댕이가 된 그였지만 귀족인 그는 자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다. 굳이 이를 억지로 깨끗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외면만을 가꾸는 귀족은 결코 귀족다운 귀족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저 졸부이며 외면의 다름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가난한 자였다.

또 현재 그는 크놀 대장장이에 불과했다. 귀족은 남을 다루고, 관리하며 그 위에 선 존재, 크놀 대장장이가 어떤 자인지 잘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귀족이었다. 그렇기에 아스톨포 왕자는 크놀 대장장이 그 자체였다.

그 속에서 그는 이 크놀이라는 종족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강력한 철강종족이다.’

지하 연합의 철 7할을 관리하는 게 크놀들이었다. 그 덕에 크놀들은 지하 연합 내에서도 큰 대우를 받고 있었다. 지급되는 보급품부터 봉급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는 사치품까지 제법 든든하다.

먹는 거로 싸우지 않고, 틈틈이 행복해질 수 있는 소비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곳간이 풍요로우니, 자연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서로 돕고 도울 수 있었다.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된 곳이었다.

그 덕에 용광로 작업 또한 하루 5시간이면 족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교대하며 온종일 돌리면서도 적은 노동시간만 약속되어있었다. 그 외의 시간은 자연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다.

‘이런 세상에 대악마(大惡魔) 아카타베루가 침공한다.’

생각만으로도 침울해졌다.

침공당해 파괴당해서 뿔뿔이 흩어진 자신의 가족들이 절로 생각났다. 동시에 아스톨포 왕자의 눈에 꼭꼭 숨겨져 있던 아카타베루에 대한 증오가 피어올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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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6014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이르지만 점심 잘 드시길 바랍니다.

미리 알려드립니다.

4월 5일/ 13일.

두 번 연재가 불투명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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