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24화 (92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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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야. 내가 웃기냐!? 이 새끼들이...썩 안 꺼져! 안 보여도 있는 거 다 안다! 빨리 나와!”

이스핀이 으름장을 내놓았다.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이 헤집어졌다. 열린 마차의 창문으로 거침없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강철로 만들어진 말이 도로를 내달렸다. 돈 있는 자들이나 살 수 있다는 강철마였다.

이스핀의 주류 사업을 생각했을 때, 응당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이었다.

기차는 아직도 산업용으로만 쓰이고 있었다. 물론 한 칸 정도는 프리미엄으로 탈 수 있었지만, 항상 관리를 당하기 때문에 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도렌의 수하들이 수작질을 해놓았을 터였다.

“찍찍! 돌아가라, 이스핀 백작! 넌 이미 포위되어있다! 어딜 가서도 숨어서 지내야 할 것이다!”

피숨결 검은 뿔쥐가 그림자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스핀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건 재미라도 있지! 잡혀가서 일 하는 건 재미도 없어!”

뒷골목 출신답게 이스핀이 결코 지지 않고, 한 마디를 내질렀다. 실로 그럴듯한 변명이었다. 얼음잼이 왜 재밌는가? 도망칠 수 있으니까. 거기에 잡히면 돈까지 내거나 노동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쫄깃한 법이다.

이스핀이 더욱 목에 핏대를 세웠다.

생각해보니 빡쳤다.

“나는 잡아가고, 도렌은 안 잡아간다, 이거지? 이 개새끼들아! 너희가 그러고도 쉐도우 위스퍼냐? 그냥 도렌 딱가리잖아!”

레이시아 왕비와 케이슨 성기사의 공정함 때문에 신성력도 보유하지 못한 것이 이스핀이었다. 정말 힘 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 인간의 말을 듣고 뿔쥐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괘씸했다.

그의 말에 모습을 드러낸 뿔쥐가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자 이스핀이 소리를 내지르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어어, 다가와 봐! 한 번 가까이 오기만 해 봐! 덤벼! 이거 보이지? 주류 사업 계약서야 이 새끼야! 오면 바로 찢어버릴 거다!”

자기가 하는 사업가지고 협박질을 해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쉐도우 위스퍼 정보꾼에게 확실하게 먹히고 있었다.

산딸기주. 벌꿀주.

첫맛에는 과일의 풍미가 확 입과 코에 꽃이 피듯이 강하게 퍼져나가며 뒷맛에는 제대로 된 술의 한방이 있는 산딸기주는 그야말로 천상의 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스핀이 가르쳐줘도 못 만드는 수준이라 매달 1번 이스핀이 액기스를 만들어서 배포해서 워낙 수량이 적었다. 보고 똑같이 하는데도 맛이 달랐다. 실로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벌꿀주의 경우에는 여성들에게 특히나 인기였다. 먼저 달달하다. 끝 맛도 적지만 은은하게 술향이 풍겨서 제법 나도 술 마시는 여자 느낌이 난다. 보통 술을 못 마시는 이들은 두 가지 이스핀 술을 섞어서 마시기를 원하지만, 어림도 없지.

이제는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그런데 저 계약서를 찢어버린다? 아예 안 만들겠다는 소리였다.

“이렇게 가도 결국에는 돌아가야 한다! 어차피 우리가 아니라도 넌 잡히게 되어있다!”

“넌 이라니, 백작이라고 말해! 그때는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한다고! 너 이 새끼, 나 백작이야! 아무런 직책도 없다고! 근데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 건데! 명예직이란 말이다!”

“공왕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백작이지!”

뿔쥐들은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물러나지도 않았다. 도주하던 이스핀이 이내 레버를 당겨서 강철말을 멈춰 세웠다. 뿔쥐들은 다가오지 못한 채 멈췄다.

까딱, 까딱.

이스핀이 손짓하자 뿔쥐가 우루루 몰려왔다.

“아니! 아니! 한 명만요! 제발요!”

이스핀이 애걸했다. 태세변환이 수준급이었다. 그 말에 뿔쥐들이 킬킬거리며 한 마리만 그에게 다가왔다.

“야. 어차피 수습되기는 돼. 인정하냐?”

“쉐도우 위스퍼는 정보로 장난치지 않는다.”

“야이씨. 그럼 너 거기 허리띠에 그거 뭐야? 내 술 아니야? 내 술병인데.”

뿔쥐가 급히 이를 숨겼다. 무려 은화 50닢을 주고 구매한 것이었다. 보통 이스핀의 술이 은화 10닢이란 걸 생각했을 때 되팔이에게 호되게 당한 듯했다.

사지를 가르고, 가죽으로 포를 떠서 그 뼈를 산채로 갈라 뽑아 짐승에게 줘도 시원찮을 쓰레기들이 되팔이들이었다. 이 세계도 경제가 붕 뜨면서 되팔이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얼마 주고 샀어?”

“은화 50닢이다.”

“대단하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

이스핀은 다시 본론으로 들어왔다.

“쉐도우 위스퍼에게만 특히 산딸기주를 따로 오크통으로 10통씩 주도록 하지. 3개월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뿔쥐가 되돌아가서 숙덕거렸다. 오크통의 크기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것도 3개월간. 10통씩이다. 즉 총 합치면 30통이다.

다그닥.

회의하는 뿔쥐를 보며 이스핀이 슬그머니 레버를 당겼다. 뿔쥐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아, 장난이야. 장난. 천천히 하라고.”

“계속 가지 마라!”

“알았어. 알았다니까! 다가오지 마! 확 씨! 찢어버리는 수가 있어!!!”

뿔쥐들은 이스핀과 타협했다. 솔직히 자치왕국을 들쑤시는 드낙을 옹호하고 싶은 것이 자치왕국의 쉐도우 위스퍼 정보꾼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들은 정말이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쓰레기들뿐이었다.

지하 연합의 경우에는 되팔이들?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하면 바로 잡혀가기 때문이다. 생산성도 없고, 남에게 피해만 끼치는 짓이었다.

그러면서도 본인에게는 이득이 되는 개꿀이 바로 되팔이였는데, 그걸 가만히 두고 볼 검은 돔의 중앙 정치가 아니었다. 바로 머리끄덩이 잡는다. 안 그래도 인구수가 많아서 감당이 불감당인 것이 지하 연합이었다.

자질구레한 구더기 같은 놈들을 빨리빨리 청소하지 않으면 토양까지 오염될 수 있었다.

모든 것에서 완벽해야 했다. 그게 바로 지하 연합이었다. 강력한 신앙심으로 무장해있었다.

“좋아. 그럼 떠나.”

“그래도 정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딜! 박쥐 짓 하려고...내가 멍청이야?”

그 말에 결국 뿔쥐들이 물러났다. 물론, 어차피 이스핀은 그림자로 변하면 자신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기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든 말든 명분을 세운 이스핀이 급히 빤스런을 쳤다.

호다닥!

그이 목적지는 변방이 아니었다.

‘변방으로 갔다가 현장에서 도렌을 만나면?’

가장 완벽하게 망하는 길이었다.

‘국제 연합 도시로 향한다.’

거기서는 들켜도 다시 변방으로 끌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후회는 안 할 수 있었다. 실로 음흉했다. 잡혀도 이득, 안 잡히면 더 이득인 선택이었다.

그곳으로 향하며 틈틈이 편지를 썼다. 물론 제법 돈을 들여서 발신지를 거짓된 곳으로 했다. 서서히 신제국의 변방 쪽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게 꾸몄다.

‘오랜만에 도피 생활하니까, 재밌는데?’

특히 돈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역시 돈이 최고야.’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람들? 싹 다 돈을 많이 써보지 않고 말하는 것이니, 들을 필요가 없었다. 동시에 이스핀은 쉐도우 위스퍼와 접선했다.

“산딸기주 오크통 하나.”

“정말인가?”

반신반의하는 피숨결 검은 뿔쥐의 말에 이스핀이 고개를 설설 흔들었다.

“이렇게 의심할 거면, 없던 일로 하고.”

“아, 아니다.”

뿔쥐들에게 있어서 이스핀 하나를 살려주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이스핀의 수작질에 어울리고 있었다.

“당장 술 만들 곳을 만들면 산딸기주 액기스 증정 찬스!”

“바로 준비하겠다.”

“물론, 알지?”

“...그대의 정보는 조금 다르게 전해주도록 하지.”

“좋아! 아주 좋아! 이제 제발 좀 일에서 벗어나자!”

이스핀이 뿔쥐의 손을 강제로 잡고 흔들었다.

*

52번 지하도시.

그곳의 주위를 배회한 아스톨포 왕자는 이내 빈틈을 찾지 못했다.

‘대체 뭐 하는 곳이지?’

경비도 삼엄했고, 순찰인력도 상당했다. 결국 아스톨포는 다시 한 번 육체를 변이해서 개미로 변하여 내부로 들어가야 했다.

이렇게 하는 것마저도 상대의 수준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평범한 흡혈귀의 육체변이가 아니었다.

‘왕자’라고 불리는 고귀한 귀족 중에서도 대단한 흡혈귀만 받을 수 있는 칭호를 얻은 뱀파이어만 가능한 육체변이가 바로 곤충 변이였다. 확실하게 제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 엄청난 수련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처음에는 박쥐 날개조차 못 뱉어낸다. 그렇기에 곤충으로 2번이나 변해서 잠입을 해야 했다는 것부터 이미 아스톨포 왕자는 이 세상에 큰 기대를 가지게 된 상태였다.

‘공장이군.’

불이 꺼져 있었다. 일과 시간에만 돌아가는 듯했다.

‘곳곳에 마력과 주력이 산재해있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곳인가?’

벽이 하나도 없었고, 모두 개방된 곳이었다. 또 바닥에는 색깔별로 선이 칠해져 있었는데, 거기에 맞는 이동 경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 길이 일방통행이었다. 그만큼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없었다.

직사각형의 거대한 구조물의 내부는 벽 하나 없이 개방되어있었기에 아스톨포 왕자는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신기한 걸 만들고 있군. 하지만 거대하다.’

딱 봐도 길이가 15m에서 크게는 50m에 달하는 거대한 걸 만들고 있었다. 원형 상태의 무지막지한 크기의 생산품에 아스톨포 왕자가 들어섰다. 사람 하나는 그냥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대했다.

타원형의 생산품의 내부에는 축이 하나 있었다. 그 외에는 아직 미완성이었다.

‘완성품을 찾아봐야겠다.’

옆의 것도 축만 있었고, 축을 만들다 만 것이 있었다. 이내 아스톨포 왕자는 제법 길게 걸어갔다. 검은색 칠을 통해서 벽 없이 구역을 나누고 있음을 깨달았다.

즉, 이 구역에서는 축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넘어가자 그제야 그다음 공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날개.’

회전날개가 축에 붙어있었다. 그 숫자는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개에 달했다. 어차피 날개를 전체적으로 달 거면 크게 세 개나 다섯 개를 만들면 될 텐데 그러지 않았다. 자잘한 날개가 수백 개나 있는 건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내 ‘거대한 관’을 보고, 생각을 고쳤다.

‘이거, 터빈인가!’

현대에서는 고대 그리스부터 존재했었던 발전장치였다. 구조도 단순했다. 시체를 보내고, 회전날개에 부딪쳐서 축을 돌리게 하면 끝이다. 피스톤식 증기기관같이 난해한 것에 비하면 단순해서 좋았다.

자연스럽게 드워프들의 증기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터빈 기술 또한 지하 연합에 들어섰다. 드낙이 말하는 피스톤 기관은 반 실패해서 연구소에서 연구만 할 뿐, 실용화는 아직도 지지부진하고 있었다.

수학의 발전이 덜되어 있다는 게 무엇보다 컸다. 효율성이 터빈 시스템보다 나오지 않았다. 특히 터빈을 돌리고 남은 증기를 보일러에도 접목할 수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터빈 시스템이 지하연합의 대세 발전장치가 된 상태였다.

이곳은 공중 요새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사용되는 증기 터빈을 제작하는 공장이었다.

터빈의 크기가 큰 것은 기술력 때문이다. 소형 터빈을 만들어도 효율성이 나오지 않았기에 크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증기 터빈 외에도 관이 존재하지 않고, 초월의 힘을 운동 에너지로 전환하는 초월 터빈도 존재했는데, 그건 아스톨포가 보기에 그냥 미친 짓이었다.

‘이런 게 왜 있는 거지? 영문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하던 아스톨포가 긴장했다.

공장에 불이 들어왔다.

“찾아라! 구멍이 감지되었다!”

‘빌어먹을, 들켰다. 하지만 어떻게 날 간파해냈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혈주술의 대가인 아스톨포의 방어를 뚫어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마 이는 아스톨포가 공장 내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이 컸다.

초월 터빈의 존재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마력과 주력의 잔재. 그건 단순한 것이 아니라 마법으로 만들어진 가루들이었다. 아스톨포가 들어오면서 마력과 주술이 유동적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었고, 이 때문에 공장 내부에 구멍이 생겼다.

아스톨포가 두른 혈주술 때문에 마력과 주력이 밀려나서였다.

내성이었기에 52번 도시를 지키는 피숨결 검은 뿔쥐들 300마리가 공장을 들쑤셨다. 곳곳에서 마법과 주술이 터져 나왔다. 물론 마력 따로 주력 따로 사용했다.

그 속에서 아스톨포는 도망칠 준비를 했다. 들킬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적들이 ‘수색 활동’을 끝내기 전에 그 도중에 도망쳐야지 조금이라도 관심을 덜 받을 수 있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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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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