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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920화 (91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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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데몬 뱀파이어(Daemon Vampire) 아스톨포(Astolfo) 왕자는 거대한 통로를 탐색해나갔다. 물론 모습을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하 종족 중에서 가장 카테고리가 많고, 머릿수도 많은 고블린으로 변했다.

‘자주 사용하는 형태가 고블린 형태지.’

어느 세계에든 잡초처럼 나 있는 것이 고블린들이었다. 그들은 손재주가 좋고, 덩치도 작아서 훌륭한 농사꾼이었다. 아스톨포는 세력을 일굴 때 이런 고블린 농부들을 많이 사용했다.

최소한의 식량은 당연히 군 보급품이 된다.

군대의 보급품은 최소 단가를 부른 회사의 것이 된다는 건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다. 고블린들이 수확한 곡물은 병사들이 먹기에 알맞았다. 척박한 환경에서는 그냥 닥치는 대로 입에 쑤셔 넣을 수 있는 곡물조차도 사치였다.

‘고블린의 습성은 야만적으로 알려졌지만 강자 앞에서는 약자로 살아간다는 게 특히나 좋지.’

지배하기 딱 좋았다. 그래서 아스톨포의 차원 침공은 항상 고블린들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했다. 고로, 그의 고블린 육체변이 퀄리티는 상당했다.

가장 먼저 평범한 고블린의 모습을 하지 않았다.

‘알비노 고블린(Albino Goblin).’

새하얀 피부를 지닌 고블린의 모습을 지녔다. 색조가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비스러웠다. 평범한 고블린이 아니라 특이한 모습을 하는 이유는 아스톨포 왕자는 특별함에서 오는 이득을 잘 알아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한 사람은 첩보에서 평범한 게 좋다고 여기지만, 특별한 사람은 특별한 게 첩보에 더욱 어울린다고 여겼다.

서로서로 특성이 좋다고 우기는 셈이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특별한 게 좋지. 평범해서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무엇보다 이런 거대한 지하 통로를 만든 고블린 사회였다. 생각외로 ‘고블린의 모습’으로 지배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덩치가 크다면, 고블린 사회를 발전시키다가, 악마침공에 맞춰서 궐기하면 그만이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죽지 않고 군림한다면, 이미 궤도에 오른 고블린 거대 도시를 더욱 거대하게 만들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아스톨포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남는 시간은 이 세계에 있을 초월자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악마의 명령도 이행하며, 그 배신을 위해서 신을 찾는 걸 동시에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박쥐짓도 서슴없이 해야 했다.

양초를 짊어지고, 목함을 어깨에 멘 아스톨포는 새하얀 백색털을 지닌 늑대 위에 올라탔다.

양초조련사 투쌩(Toussaint).

그게 바로 아스톨포의 고블린 퀄리티의 끝이었다.

‘늑대는 지구력이 높지.’

멧돼지는 지방이 많아서 쉽게 지치는 놈들이었다. 돌진력이 좋은 중기병인 셈이다. 그리고 고블린에게는 맞지 않았고, 멋도 안 났다.

아스톨포, 그는 패션을 생각하는 판타지 패션리더(fashionista)였다.

새하얀 피부의 알비노 고블린과 백색 늑대.

그 조합만으로도 시선을 확 끌 것이고, 온갖 파리들을 들끓게 할 터였다. 이를 통해서 확실하게 단기간 내에 수많은 정보를 획득할 계획을 세운 것이 아스톨포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이미 검증된 정보 활동이라 긴장감도 없었다. 하던 대로 하면 될 뿐이다.

아스톨포는 멀리서 인기척을 느꼈다. 하지만 무시하고 걸어나갔다. 그는 양초 조련사 투쌩이었다. 고도의 기감은 없어야 했다. 곧, 완만하게 구부러지는 거대 통로의 먼 곳에서 일단의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놈인데.”

고블린들이 광석 수레를 멈췄다. 처음 보는 고블린이 눈에 들어와서였다. 자신들은 오고 가는 일을 하면서 수많은 고블린들을 마주했다. 하지만 백색 피부를 지닌 고블린이라니?

경계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는 판타지.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중요한 철광석을 운반하고 있었다. 인원은 7마리에 불과했지만, 수레의 개수는 4대에 달했다. 그만큼 안전한 곳이었다.

제법 깊게 파야지 도달할 수 있는 곳이 거대 통로였다. 물론 이 거대 통로보다 더 깊게 있는 곳이 거대 고속 통로였는데, 그건 일정 구간에만 존재했다. 초월의 힘에 대한 관리체계는 다종족 연합 중에서 뿔쥐가 단연코 압도적이다.

엘프의 경우에는 폭풍의 요람 때문에 생산력은 높아도 관리력은 낮았다. 이는 곧 종족우월성에 대한 태평함이 컸다. 수백 채의 건물을 지닌 건물주가 ‘그 건물도 제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무엇보다 다른 종족에게 폭풍의 요람을 대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그들에게 있었다.

“여어, 반갑다!”

척.

투쌩이 손을 흔들었다. 이에 고블린 몇몇이 다가왔다. 경보병의 차림새였다.

“뭐 하는 놈이냐?”

“돌아다니다 보니까, 여기로 오게 되었는데...무슨 문제라도?”

“흠. 야생 고블린인가 본데.”

“양초잖아?”

“그래! 양초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 보쉴?”

“썩 좋은 양초로는 보이지 않는데...”

“상태만큼은 좋잖아. 이런 거 구하기 힘들어.”

고블린이 숙덕거리자 뒤에 있던 고블린들도 궁금해하며 다가왔다. 그리고 제법 길쭉한 양초를 보며 나쁘지 않다는 평을 내렸다.

자유롭긴 해도 약간 사회주의적인 것들이 많은 게 지하 연합이었다. 그 덕에 물품의 규격화가 심했다. 양초도 이렇게 길쭉한 건 잘 없었다. 온종일 켜놓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켜는 걸 원해서였다.

길쭉하게 나오지 않았다.

“동화도 취급하나?”

“그럼! 하나에 5닢.”

“비싸! 하지만 여기.”

불만을 내비쳤지만 바로 구매했다. 긴 양초는 구하기가 어렵다는 걸 잘 알아서였다. 야생 고블린이 만든 양초였기에 거침없이 구매했다. 지하 연합의 자원이 아닌 외부 자원을 구매했기에 일이 잘못될 경우도 없다.

단번에 양초를 팔아 챙긴 투쌩은 동화를 품에 넣으며 물었다.

“여기는 정확히 어떤 곳이야? 대단한 지하 도시가 있는 줄 알고 왔는데...”

“아아...모르는건가? 이곳은 거대 지하 통로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뒤로 쭉 가면 52번 도시가 있다.”

‘52번?’

실로 두려운 수치였다. 하지만 무리해서 확대해석하지 않았다.

“내 양초가 인기가 있을까?”

“조금 더 비싸게 팔아도 괜찮을걸.”

자기들은 5닢에 샀기에 다른 이들은 더 비싸게 샀으면 하는 마음. 그만큼 고소한 것이 없었다.

“고맙다!”

“조심히 가라! 야생 고블린이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좋아! 훅 갈 수 있어!”

그들과 헤어진 아스톨포는 손에 땀이 차는 걸 느끼며 손을 비볐다.

‘고블린이 저렇게 여유로울 수가?’

괜히 <왼팔은 야만, 오른팔은 문화를 쥔 종족>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수틀리면 단검부터 쑤셔 박고 약탈하는 게 고블린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문화인다운 모습이라니?

‘보통이었다면...’

아스톨포가 상상했다.

“혼자야?”

“어. 싱글이야.”

“가진 거 다 내놔!”

푹푹!

바로 습격했을 터였다. 그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살만하다는 뜻이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

고블린이 살만한 세상?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고블린은 약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결코 살만해질 수 없었다. 살만해질 만하면 외세의 개입으로 다 빼앗기고 도망치기 바쁘기 때문이다.

나약한 국가는 정복당하고, 약탈당할 뿐이다. 소국은 아무리 발악해도 뺨 맞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 법칙이 엎어졌다.

양초조련사 투쌩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판매한 양초는 다시 개수가 채워졌다. 온종일 걸어서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보폭이 빨랐다는 걸 생각하면 긴 거리였다.

‘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사용한 거야? 어처구니가 없군.’

되려 반대편에 어디로 연결되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정지!”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는 뻥 뚫려있었고, 문도 열려서 고정되었다. 먼지가 소복하게 끼어 있는 걸 보니, 침략을 당한 적이 전혀 없는 듯했다. 곳곳에 마법 불빛이 설치되어있었고, 적어도 500m까지는 그림자 하나 안 보일 정도로 환했다.

‘고블린이 아니잖아?’

빛 속에서 눈을 찌푸리며 정지한 아스톨포는 다가온 자를 살피며 깜짝 놀랐다.

덩치 큰 두더지였다. 이족보행이 가능했고, 팔다리도 인간형처럼 길쭉했다. 하지만 두더지 털로 수북하고, 얼굴도 두더지였다.

“어디서 온 거냐?”

“너 같은 흰색 고블린은 처음 보는데.”

“그래서 마을에서 쫓겨났다. 혼자서 살다가 양초를 만들어서 돈을 벌고 다니고 있다.”

“용케도 살아남았군. 이름은?”

“투쌩.”

“짐을....에엥? 양초가 길쭉하잖아.”

“동화 7닢이다.”

“비싸! 하지만 구매하고 싶은데. 이 정도면 매번 귀찮게 불을 지피지 않아도 돼.”

경비병들은 양초를 3개씩이나 구매했다.

“통과!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알았다!”

순식간에 통과했다. 어차피 문제를 일으키면 쉐도우 위스퍼의 그물에 걸릴 것이기에 거침없었다.

내부로 들어온 아스톨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까마득하게 올라간 천장은 실로 장관이었다. 곳곳에 조명이 달려 있었지만 대단하지 않아서 어눅어눅한 오후나 다름없었다.

“여기 봇짐 상인이 물건을 판매할 만한 곳이 없나?”

“중앙 광장으로 가봐. 그것보다 양초 그거, 어디서 구했나? 보통은 짧은 것밖에 안 주는데. 사치품으로도 안 들어가서 길쭉한 걸 구할 수가 없어.”

길을 묻자 순수하게 답해주는 고블린도 많았다. 물론 모두 하나같이 아스톨포가 지닌 양초 때문에 호의를 베풀었다.

“동화 9닢.”

“비싸! 조금 싸게 해줘. 너도 그냥 붙인 거잖아.”

“......”

“좋아. 하나만 줘.”

“잘 써라.”

짤랑.

동화를 획득한 아스톨포는 갑자기 뚝 멈췄다.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뭐야? 왜 인간들이 쓰던 거랑 똑같지?’

오싹함이 그의 등골을 스쳐 지나갔다. 이내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럴 리가 없다고 끝없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

드낙은 900명을 직접 호송했다. 근처에 있는 성으로 단번에 비행마법을 사용해서 900명을 통째로 옮겼다.

댕댕댕댕!

당연히 멀리서 무언가가 날아서 오는 데 가만히 있을 성이 아니었다. 첨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댕~ 댕~

곧 웅장한 큰 종이 소식을 듣고 따라서 울렸다.

순식간에 성문이 닫혔다. 이를 본 사람들은 서둘러 들어가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피신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성벽 위로 올라갔다. 나무 상자에 든 화살을 옮기고, 기름 먹인 천으로 덮인 공성 병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천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 밧줄을 풀고, 천을 걷어냈다.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에도 움직임에 드러나지 않았다.

“장전! 장전! 장전!”

소리를 크게 내며 작업을 시작했다. 근처를 지나가는 병사에게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리는 건 중요했다.

우우우우웅!

방어마법이 성벽에서 뿜어져 올라와서 성을 덮었다.

그걸 본 드낙은 천천히 내려앉았다. 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움직임이 기민했다.

‘제법이다.’

방위 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거침없는 판단과 자원의 소비가 막힘없이 일어났다. 소극적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나았다.

곧 일단의 기병대가 밖으로 나섰다. 단 5기에 불과했다. 깃발을 흔드는 깃발병 하나와 경무장한 기수가 다가왔다.

이내 드낙의 얼굴을 보고는 급히 말에서 내려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각 잡고 숙였다.

“반마반신님을 뵙습니다!”

“오냐. 여기 900명의 범죄자를 잡아왔다. 죄다 종신형이다.”

“흐흐흑.”

끝에 가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자들이 절로 눈물지었다. 자신들이 한 것은 그저 오랫동안 범죄에 가담한 것뿐이었다. 사람도 죽이지 않고, 돈만을 탐했다. 겨우 그런 것으로 종신형이라니...

눈물이 앞을 하염없이 가렸다.

그 모습에 드낙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쓰레기 같은 놈들! 아직도 자신들의 죄에 비해서 벌이 무겁다고 생각하는 거냐! 국가를 좀먹고, 예산을 훔쳐먹는 벌레 같은 너희 때문에 사회가 무너지는 거다! 도둑놈 새끼들아! 너희는 경제 살인자들이다!”

드낙이 분노를 드러내자 우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곧, 병사들이 300명이 우루루 빠져나와서 그들을 데려갔다. 반항하는 자는 없었다. 자치왕국의 병사는 모두 잘 훈련된 자들이었다. 징병이 아니라 모병 된 정예들이었다.

성주를 비롯한 핵심 관료들이 드낙을 안내했다. 드낙은 아무 말 없이 안내를 받으며 회의소로 곧장 향했다. 물론 안내는 관료들이 도맡아서 움직였다. 그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쉐도우 위스퍼도 불러라.‘

”예!“

굳이 드낙은 회의소에 도착하고 나서 이 성에 있는 쉐도우 위스퍼를 호출했다. 조용한 침묵이 무겁게 이곳에 있는 자들을 짓눌렀다.

무려 15분의 침묵 속에서 문이 열리며 뿔쥐 3마리가 들어왔다. 도시와 비교하면 무려 200%나 많은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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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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