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17화 (91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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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드낙은 미동도 하지 못했다.

충격과 공포를 느꼈고, 동시에 부끄러움도 삐쭉 튀어나왔다.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기습을 당하다니?’

황당했다. 아무리 북적북적해서 인기척으로 가득한 시장이라고 해도 자신은 반마반신의 격을 지닌 초월자였다. 그런데도 테이블이 엎어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무 추억에 젖었나? 크윽.’

손수건을 꺼내서 얼굴에 묻은 소스를 닦았지만, 단내와 매운 냄새가 풀풀 풍겼다.

‘제기랄!’

쓰리패턴 소스는 달고 짜고 매운 소스다. 당연히 그 점성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꼬치류에도 잘 맞았다. 소스를 발라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뭐야, 이 새끼는? 너무 당황해서 굳어버렸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른 고객은 전부 줄행랑을 쳤는데 드낙 혼자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당연히 테이블이 날아갔기에 툭 튀어 보였다.

쌍칼의 손가락이 드낙의 머리를 툭툭 치려고 움직였지만 드낙의 손에 잡혀서 그대로 부러졌다. 결코,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재빨랐다.

우득.

“급?!”

쌍칼이라는 사내는 혀까지 깨물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서였다. 거기에 입까지 털려고 했으니 혀를 깨물 수밖에 없었고, 고함을 내지르지 못했다. 대신 무릎을 꿇고 나서 끔찍한 소리를 내뱉었다.

“끄아아아아악!”

“시끄럽다. 감히 내 닭꼬치 9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다니...”

드낙이 싸늘하게 말하며 일어났다. 마법으로 돼지 새끼처럼 울부짖는 입을 조용히 시켰다.

침묵 마법은 어려운 마법이었지만 수많은 마법사를 잡아먹었던 전적이 있는 드낙에게는 손쉬운 일이었으며 무엇보다 격도 높아진 상태였다.

“...!”

“!!!!”

목에 핏대가 서리고, 입이 쩍 벌려졌음에도 아무 소리가 나오지 않는 광경을 본 다른 깡패들이 뒷걸음질 쳤다. 그중에서 경박한 자는 입을 나불거렸다.

“오, 맙소사.”

하지만 도망마저도 불가능했다. 전신을 묶어버리는 거무튀튀한 마법 밧줄이 그들을 묶었다.

“큭?!”

“아, 안돼!”

“히익!”

눈썰미가 좋은 드낙이었다. 단번에 깡패들만 묶어냈다. 드낙은 의자를 하나 끌어서 앉았다. 쓰러진 쌍칼이 부유마법 때문에 단번에 일어나졌다. 버둥거렸지만 이내 균형을 찾았다.

침묵 마법을 풀어주고, 치료까지 해줬다.

고통과 공포 속에서 식은땀으로 가득한 쌍칼이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내 질문에만 대답해라. 너 같은 깡패 새끼들이 이 도시에 많은 편이냐?”

“예?”

뜸을 들이는 모습은 드낙도 잘 아는 모습이었다. 자기도 저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팍팍 나오는 행동이었다.

우드득!

드낙이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분질러줬다. 수많은 전쟁과 전투를 겪은 드낙은 더는 남의 육체를 부숴버리는데 어떤 거리낌도 없었다. 그리고 치료 당한다.

어느새 구경꾼들도 사라졌다. 거침없는 폭행과 마법은 자신들에게도 여파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장은 인기척이 싹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구경꾼이라도 비현실적인 광경 속에서는 몸을 사리기 마련이었다. 불똥은 누구에게나 튈 수 있었다.

“마, 많습니다.”

“몇 명이나 있냐고. 이 새끼야.”

드낙이 한 걸음 다가가자 쌍칼이 말을 떨면서 서둘러 대답했다.

“저, 적어도 백 명이고 따까리들까지 생각한다면 3백 명 정도는 됩니다.”

“그렇게 깡패들이 많다고?”

“헤, 헤헤...”

쌍칼이 실없이 웃으며 비굴하게 굴었다.

“넌 뭐하는 놈인데?”

“저, 저는 뭐, 작게 작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릿세 받는 게 사업이냐? 이놈아?”

드낙이 꿀밤을 쥐어박았다.

“꿱?”

골이 울렸다. 약간의 뇌진탕 증세에 침이 질 흘려지자 드낙이 깜짝 놀라서 서둘러 신성력을 부여해줬다. 반신에 올라선 드낙은 신성력도 가지고 있었다.

“흑흑흑!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엉엉!”

꿀밤 한 대에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걸 깨달은 쌍칼이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기 바빴다.

“착하게 살기는 개뿔이...”

드낙이 코웃음 쳤다. 인간의 심성은 어릴 때 정해지고, 그게 끝까지 간다. 어른들이 어른다운 건, 변했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소셜스킬이 증가하고, 책임감 때문에 참는 것에 불과했다.

당연히 이는 범죄자도 마찬가지였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누범자의 비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멈춰라! 이놈들!”

곧 병사들이 들이닥쳤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였다. 드낙의 마음에 당연히 들지 않았다.

‘아무리 자치왕국의 외곽이라고는 하나, 너무한데?’

시간만 따지면 15분이 넘었다. 실로 형편없는 속도였다. 그냥 달려서 오지 않고, 마법을 통해서 빠르게 질주할 수 있는데도 15분이면 솔직히 말해서 실망이었다.

“마법사님. 전 이 도시의 경비대장입니다.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빨리 이들을 풀어주시지요.”

척 봐도 10여 명이 그대로 마법에 묶여있는 걸 보자 경비대장이라는 작자가 제법 예를 갖췄다. 무인이라기보다는 소인배였다.

‘경비대장이 왜 이렇게 뚱뚱해?’

경비대장의 풍채는 돼지. 그 자체였다. 척 봐도 비호감이다. 그러던 중 병사 중 한 명이 꽥 소리를 내질렀다.

“바, 반마반신을 뵙습니다!”

“헉?!”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이내 빠르게 경례했다.

“반마반신 님을 뵙습니다!”

“우리들의 지배자를 찬양합니다!”

“근데 경찰은 안 오고 왜 병사가 오냐?”

드낙의 말에 모두 눈알을 굴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의 시선이 경비대장에게로 향했다.

“경비대장 같은 소리 하네. 폐지한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데, 뭔 개소리냐?”

“그, 그것이...”

그가 감히 말을 잊지 못했다. 데룩데룩 눈이 굴러가는 걸 보니 얄팍한 변명거리를 생각하는 듯했다.

‘저럴 땐 특효약이 있지.’

드낙이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단번에 뼈가 부러지며 고꾸라졌다. 고통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크, 크아아아악!”

고함을 꽥 내질렀다. 끔찍한 고통이 그의 전신을 미치게 하였다. 식은땀이 쫙 퍼졌다. 그저 다리 하나 분질러지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전투불능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다.

“흐윽, 흐아아악!”

경비대장이 개처럼 기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고통 때문에 하지 못했고, 그저 태아처럼 웅크려서 고통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거친 숨소리가 주변 병사에게 번져나갔다.

“너.”

“예!”

“왜 경찰과 병사가 구분되지 않고 있는 거냐.”

병사는 순식간에 자신이 소속된 곳을 배신하고 냉큼 진실을 말했다.

“예산 때문에 시장님이 그렇게 하신다고 발표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통합되었습니다.”

“이, 이 새끼!”

경비대장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분노를 표출하자 드낙이 갈비뼈를 발로 걷어찼다.

“끕.”

“누구에게 알리기는 했고? 아니다. 됐다. 따라와라.”

“예!”

드낙은 병사들을 이끌었다. 그런데 그때 병사 중 하나가 드낙에게 달려들어서 단검을 미친 듯이 찔러대었다.

“으, 으아아아아!!! 죽어, 죽어!”

하지만 드낙의 장비를 뚫을 수는 없었다. 그저 텅텅거리는 소리만 났다. 드낙이 그 머리를 잡고 그대로 아래로 잡아당겨서 무릎으로 후려쳤다.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병사가 쓰러졌다.

“뭐야, 진짜? 이 새끼들 왜 이래? 미쳤어? 미쳐버렸냐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반마반신이 얼마나 대단한 걸 모르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의 수준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는 듯했다.

‘멍청한 인간은 기술이 발전해도 그대로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드낙은 경비대장과 코가 부러진 놈을 병사들의 손에 맡기고 이내 위화감을 느꼈다.

‘뿔쥐 정보원은 왜 아직도 안 나타나고 있는 거지?’

도시였기에 제법 많을 것 같았고, 소란이 들려오면 로켓단처럼 등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경비대장이 왔는데도 무소식이다.

“시장은 어디에 있지?”

“별채에서 지내십니다.”

“별채로 안내해라.”

“근데 그 별채가 14채나 되어서 어디에 있는지는 모두가 모릅니다.”

드낙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딱 봐도 시장이 타락한 듯했다.

‘군경 통합에 시장 타락. 거기에 별채 14채.’

제법 오랫동안 해 처먹은 듯했다.

‘근데 아직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생각보다 자치왕국의 행정력은 나쁜 듯했다.

물론 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자치왕국은 현재 남부인의 유입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였다.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드낙은 내청을 급습했다. 병사들이 출입구를 봉쇄했다. 그들은 이미 훌륭한 드낙의 병사가 되어있었다. 단검으로 찔러도 죽지 않는데, 당연했다.

그곳에서 뿔쥐 정보원이 툭 하고 떨어졌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났느냐? 이 도시는 너 혼자뿐이냐?”

“예.”

그 말에 드낙이 인상을 찌푸렸다.

뿔쥐의 산업화는 곧, 생산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증가를 만들어냈고, 정보원에 대한 인력은 꾸준히 감소했다. 쉐도우 위스퍼는 말 그대로 정보 단체로 서서히 그 영향력이 감소해졌다.

그 결과가 툭 튀어나와서야 겨우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아무리 대단한 뿔쥐라도 전쟁 요새, 지하 연합, 산업과 기술 과학 군사 등 모든 곳에서 활약하면서 다른 국가의 도시까지 청렴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

“퉷!”

오크 전사가 침을 뱉으며 도끼를 다시 혁대에 걸었다. 그제야 아스톨포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왜 돕지 않은 거냐.”

“빛의 구체를 놓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그리고 적의는 없어. 무기도 없고.”

그들은 아스톨포를 받아들였다. 그가 이계인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변수가 없는 걸 좋아했고, 아스톨포를 부드럽게 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마반신께서 알아서 해주실 거다.’

모두 공통된 생각이었다.

“내 이름은 부르칸 볼(Burkhan bol, 거대한 오금)이다!”

“아네트(Annette)라고 해요.”

오크 전사와 엘프가 이름을 말했다. 아스톨포는 그들 외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서로 아주 다른데 왜 함께 있는 겁니까? 피난이라도 갑니까?”

그 말에 오크 전사가 킬킬거렸고, 인간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엘프 아네트가 간단히 설명했다.

“마을 자경단입니다. 이 근처에 도적단이 있어서 토벌하러 가는 중입니다.”

“이렇게 험한 곳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아스톨포가 핵심을 찔렀다.

“...정보 마법으로 알았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군. 하지만 깊게 파고드는 건 어리석은 일.’

아스톨포는 엘프의 말에 수긍하는 척을 했다.

자경단은 근처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엘프와 오크는 아무리 봐도 용병이고, 떠돌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토벌 의뢰를 받은 것이 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전후 사정이 딱 떨어진다.

근데 엘프가 발견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공짜로 도적단을 토벌하는 건 아니겠고, 돈은 좀 받습니까?”

“흐흐, 켁.”

오크 전사가 웃으면서 말하려고 하는 걸 아네트가 팔뚝으로 갈비뼈를 쿡 찔렀다. 찔끔하며 오크 전사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드러누웠다.

“몰라, 몰라! 아네트랑 이야기를 하라고, 친구.”

그대로 잠에 빠졌다. 그 모습에 다른 인간들도 아스톨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행동조차도 아스톨포의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아스톨포의 청색 눈동자가 엘프 아네트에게로 옮겨졌다.

‘읏.’

그녀는 알 수 없는 고양감에 움찔했다.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성욕이 자극받은 기분이었다.

“저도 한 잔 주시겠습니까? 밤이 내려앉은 숲은 추위로 만든 요람 같더군요.”

“예. 여기요.”

“감사합니다.”

아스톨포는 웃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그는 데운 물을 마시는 것부터 기품이 있었다. 애초에 잘 생겼으니, 뭘 해도 이쁘다. 그 모습을 아네트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나지만, 최소한의 도리를 추구하게 된 새로운 엘프 사회는 여성체든 남성체든 확실하게 성별을 타고났으며, 생식 기능도 존재했다. 즉, 원한다면 가정을 꾸리는 것도 가능했고, 성욕이라는 욕망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내는 이계인이야.’

척 봐도 이질적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덕에 경계심은 사라지지 않았고, 아네트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밤의 귀족’이 가지고 있는 매혹은 세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적인 매력에 가깝다.

‘더더욱 이상하군. 날 처음 봤는데 왜 이렇게 경계를 하는 거지?’

아스톨포가 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저도 푼돈이 필요한데 함께할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안 되겠습니다. 저희는 변수를 싫어해서요. 마을 방향은 저쪽입니다. 여기서 몸을 추스르고 가시죠.”

“미안해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무례했네요. 온기를 준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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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5912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십시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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