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11화 (91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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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크레시미르와 다이앤타의 전쟁의 비. 그 결과는 매우 흡족했다. 일단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도시마다 경기장을 설치할 이유가 충분히 되겠어.’

30cm짜리는 생각보다 크기도 큰 편이다. 그렇기에 돈을 투자할 마음을 생기게 하기에도 충분했으며, 동시에 한 번 사면 유지비가 적다는 것이 일품이었다.

‘마력 피부와 주력 무기, 조그놀트(Zognolt, 주술) 덕분이지.’

자연의 주력답게 파괴적이지 않은 주력을 변질시킨 조그놀트 무기와 단순 마력을 피부에 바르는 것에 불과한 마력피부의 조합은 시각적 효과를 크게 일으킴과 동시에 피규어의 파손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계속해서 기술을 발전시키면 피규어의 가격은 점점 내려가겠지.’

적어도 30cm 피규어는 그 혜택을 빠르게 받을 터였다. 금화를 부르는 게 피규어 산업이었다. 국가 산업으로 해야지 겨우 굴러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놓으면 큰돈을 벌어들일 수밖에 없는 엔터테이먼트였다.

‘내가 장군이 되어서 전투를 한다.’

거기에 상대와 확실하게 승패가 나누어지기도 했다.

재미날 수밖에 없었다.

고로, 드낙은 생각한다.

‘자치왕국 피규어 작업소에 들러야겠어.’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지배자가 공장 하나를 방문했다.

“힉? 케켁! 콜록!”

입구를 지키던 고블린이 물을 마시다가 홀연히 나타난 드낙을 보고 그대로 기침을 했다. 그 모습에 드낙이 입을 황급히 가렸다.

‘비말접촉!’

반드시 피해야 했다.

“너, 몸이 안 좋은 건 아니지?”

“예. 전 괜찮습니다.”

“그래도 3일 정도는 쉬어라.”

“예?”

“피규어 작업소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어! 감기라도 작업자들에게 옮으면 어쩌려고! 어서 가지 못해!”

“예에엡!”

드낙의 호통에 경비병 고블린이 허둥지둥 대답하며 사라졌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고블린이 입을 헤 벌리면서 눈만 끔뻑거렸다.

그들은 말단이었지만, 뿔쥐들의 노력으로 드낙의 얼굴을 모르는 고블린은 없었다.

‘아!’

이내 고블린 경비병이 다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사, 사사사사사!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말을 더듬었다. 뿔쥐들의 신앙과 교리는 서서히 고블린들에게도 스며들어 가고 있었다.

“안내해라.”

“그, 그것이!”

절로 눈치를 살폈다. 이에 드낙은 고블린에게서 술 냄새가 풍기는 걸 알 수 있었다.

“낮술?”

“헉.”

벌벌.

사지를 떨어대었다. 하지만 드낙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치왕국에 자신들이 일하는 분야가 이름을 크게 떨쳤으니, 자축할 수밖에 없지.’

“괜찮다. 좋은 일이 있는데, 하루 정도는 마셔도 괜찮겠지.”

그렇게 말했을 때, 경비병들이 여러 가지 준비를 할 수 있는 초소의 그림자가 불룩 솟아났고, 단번에 거친 핏빛 숨결이 공기중으로 길쭉하게 뱉어졌다.

모습을 드러낸 피숨결 검은 뿔쥐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이 시설을 노린 자는 없었겠지?”

“뜨나악! 그렇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워낙 개발 비용이 큰 것이라 훔치려는 자는 하나도 없었고, 그냥 재료를 데려는 자들뿐이었다. 완제품은 너희가 알아서 만들라는 소리였다. 완제품을 파는 것보다는 확실히 부품 사업을 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었다.

“어제 피규어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작업소를 한번 둘러보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되는가?”

“예!”

뿔쥐가 성큼성큼 움직였다. 내부에 들어갔을 때 드낙은 코를 찌르는 술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 표정의 변화를 느꼈는지 뿔쥐가 구구절절 말을 이어나갔다.

“휴식 없이 자치왕국의 피규어 산업을 위해서 동분서주한 고블린 기술자들입니다. 어제부터 제대로 휴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공장에서 즐기지? 따로 마련된 곳은 없나?”

“모두 포화상태입니다. 차원 전쟁 준비로 지하 연합도 바쁩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휴식을 맡겼고, 해당 예산을 전부 먹을 것과 술을 샀습니다.”

“요리를 여기에서? 환기는 제대로 되고 있나?”

“최고의 환경입니다.”

드낙은 뿔쥐의 안내를 차근차근 받았다. 구석부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술에 취한 고블린 작업자들이 몸을 추스를 시간을 주려는 듯했다.

“마력피부 제작실입니다.”

“그냥 피규어에 부여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처음에는 그렇게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피규어 자체에 더 부여할 공간이 없다 보니 자주 효력이 사라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통기간이 다 나간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복불복으로 마법이 소실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연금투명 거미줄>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마저도 돈이 필요했기에 피규어에 대한 유지비가 증가했지만, 마력피부의 유지 기간이 대폭 늘어났다.

즉, 장기적 보관이 가능해졌다. 이는 유통에서 큰 이득이 되는 요소였다.

“신기하군. 연금술을 통해서 거미줄을 만들어내다니.”

드낙이 물약의 배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앙 원통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철을 통해서 최소한의 화학반응을 유도하는 얇은 홈이 있었고, 그 홈을 통해서 거미줄이 당겨져서 다른 곳으로 운반되고 있었다.

“상급 연금술입니다.”

연금술은 초급, 중급, 상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초급은 약초의 기본 성질을 이용하는 연금술이다. 다양한 약초는 다양한 효능과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었기에 초급이라고 해도 연금술사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보통은 약초학의 수준을 또 따로 구분하곤 한다.

중급은 마력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힘을 지닌 물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대부분 물약에 한정되어있어서 물약을 만드는 연금술사는 보통 중급 연금술사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상급은 말 그대로 아예 새로운 형태를 지닌 것들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앞서 보았던 연금투명 거미줄처럼 기괴한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당연히 가장 어렵고 난해했으며 역사 있는 연금술사나 할 수 있었다.

‘마력이 필요한 건 당연하고.’

드낙의 시선이 거대한 통철로 된 원형통으로 옮겨졌다. 척 봐도 무식하게 큰 놈이었고, 그만큼 많은 마력을 저장할 수 있었다. 뿔쥐가 그 시선을 보고 말했다.

“오우거 마력통입니다. 현재 가장 단가가 쌉니다. 재충전 비용도 낮은 편입니다.”

“그렇겠지.”

오우거는 생각보다 강력한 종족이었다. 일단 중대형급의 덩치에 마력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엘프가 그들과 종족값이 비슷하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리고와 비건이 특이한 것일지도 모르지.’

대단히 이성적인 오우거가 바로 리고와 비건이었다. 그들에게서 나오는 자식들 또한 이성적이다. 또 그렇지 않다고 해도 가족 분위기와 후천적 교육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물약과 약재를 간 것이 꾸준히 들어가며 배합되고, 뒤섞여서 거미줄로 변하는 걸 구경하다가 이내 드낙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뿔쥐는 곳곳을 안내했다.

피규어의 골격을 만드는 거푸집들이 잔뜩 있는 곳을 볼 수 있었다.

“완전 자동화잖아?”

“농업 골램 덕분에 기술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것들 모두 골램들입니다.”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 번거로운 행위가 많은 농업 골램을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골램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 그 혜택은 엉뚱하게도 피규어 골격 제작 자동화를 성공하는 기본 기술이 되었다.

일견 피규어 사업은 굉장히 안정되어 보였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피부였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가장 쩔지.’

그야말로 미관을 위해서 존재하는 매끈한 피부.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물까지 써야 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고블린 기술자들이 손수 해야 하는 것이라 구경할 것도 없었다.

휴게소에 도착한 드낙은 고블린 작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어라? 왜 이렇게 많아?”

공장의 크기가 컸지만, 인원이 많을 거라 생각 안 했는데 고블린 작업자의 숫자는 500마리가 넘었다.

“생각보다 돈이 될 것 같아서 지하연합에서 제대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하 연합이 돈이 궁했나?”

“공중 요새에 요즘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아...”

드낙이 이해했다. 공중요새는 진짜 돈 먹는 하마로밖에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만큼 멋지긴 해도 솔직히 차원 전쟁이 아니면 쓸 곳도 없었다. 동시에 이건 치킨 레이스나 다름없었다.

그가 날카로운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 있는 이들이 바짝 긴장했다.

사냥꾼의 눈이었다.

‘자치왕국의 인간들도 결국에는 피규어 산업에 뛰어든다.’

그전에 지하 연합이 미리 선수를 쳐서 큰 공장을 정상화해나간다면 경쟁에서 뒤떨어진 자치왕국은 결국 제조업으로 몸을 내뺄 수밖에 없었다.

신제국과는 다르게 자치왕국은 중앙의 힘이 4공왕에 의해서 조각난 상태였다. 그 덕에 지하 연합이 건더기를 걸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세파리아스는 뿔쥐들을 싫어했다. 그 여파는 신제국이 홀로서기가 가능하면서부터 서서히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적대하지만 결코 싸우는 법은 없다. 세파리아스의 카리스마와 그의 철저함이 돋보였다.

멍청한 놈은 뿔쥐와 관계된 곳에 들어설 수 없을 정도니까.

그만큼 보이지 않는 이권 싸움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똑같은 상품을 파는 회사가 두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낙의 눈매가 다시 축 늘어졌다. 드낙은 상품성을 더욱 높일 생각을 가졌다.

“IP가 중요해질 거야. 그러니까, 그 전에 선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는 의자에 앉으며 드낙이 또 괴상한 아이디어를 툭 내뱉었다.

“아이뭐요? 그게 무엇입니까?”

“어허, 이거 참. 이래서 문제야. IP는 IP지. ......”

드낙이 골똘히 생각했다.

‘무슨 약자였더라?’

이내 다른 이들의 시선을 느낀 드낙이 헛기침했다.

“내(I) 기쁨(P)이라는 뜻이지. 내가 기쁜 게 뭐냐? 응? 바로 내 재산을 지킬 수 있기에 기쁜 것이라 이 말이야.”

“예?”

“그래서 IP는 저작권 같은 거다. 내 소유의 엉? 그런 걸 딱 미리 정해놓는 거라, 이 말이야.”

“아하...즉, 서로 약속된 법적인 아이디어, 뭐 그런 겁니까?”

“그렇지. 똑똑하네. 그래서 우리도 그런걸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다른 나라도 자신의 고유한 피규어를 출시하고 말이야. 응?”

“예. 그럼 더 많은 피규어 상품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디자인만 달라도 다 다른 피규어로 보일 겁니다.”

절로 군침이 돌았다. 어마어마한 산업이 될 터였다.

“반지 군단을 만들 생각이다. IP의 일종이지.”

“반지 군단...!”

이름만 들어도 뭔가 있어 보였다.

“그중에서도 내가 백조 기사단을 아주 좋아하거든.”

“그게 반지 군단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백조 기사는 중대사안이야! 알아들었어? 일단 반지 군단의 첫 피규어 상품은 백조 기사단이다!”

“아, 예...”

급발진하는 드낙을 보며 일단 모두 수긍했다. 그때 지켜보던 뿔쥐가 나섰다.

“창조주님! 허락만 해주신다면 반지 군단을 제작하는 피규어 공장을 저희 지하 연합이 아주 제대로 짓고 싶습니다. 백조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그 말에 드낙이 아주 흡족하게 웃었다.

“으음! 마음에 들어! 당장 진행해!”

그 말에 이곳에 있던 고블린 기술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꼼짝 못 하고 두 가지 프로젝트를 자신들이 진행할 뻔했다.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했다.

안 그래도 3교대로 돌아가는데 다른 일감이 들어온다? 2교대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2교대...’

2교대를 하면서 그들의 꿈은 커리어도 아니고, 결혼도 아니었다. 그냥 식읍을 전폐하고 잠만 자고 싶은 게 2교대의 악랄함이었다. 2교대를 버젓이 진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 사장의 머리통에 쇠젓가락을 쑤셔 넣어도 무죄였다.

*

레이시아의 생일이 다가왔다. 당연히 드낙은 자연스럽게 그 대책회의를 국제 연합 도시에서 열었다. 과잉 두뇌라고 할정도로 뛰어난 인선이 앉은 채 드낙이 상석에서 매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주억거렸다.

대단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낙은 거의 레이시아나 세리안에게 잡혀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살을 섞으면서 가족이 되면 어쩔 수 없다. 자식을 보살피고 이런저런 실무까지 진행하는 드낙의 부인들은 철의 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알파걸에 육아까지 하는 왕비들 앞에서 드낙은 웬만해서는 주도권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회의를 소집했다. 내가 요즘 피규어 가지고 놀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더라...이대로 가면 난 가정에 사랑을 쏟지 않는 아빠가 되어버린다!”

드낙의 시선이 게제라스 총리에게로 향했다. 그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많은 일을 하면 천재도 신경을 못 쓰는 곳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레이시아의 생일을 대대적으로 행하고 싶어졌다. 아이디어를 말해봐.”

워낙 중요한 일이라서 대신들은 머리를 굴리기 바빴다. 게제라스 총리를 돕은 이들은 하나같이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었다. 드낙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피규어를 굴리는게 너무 재밌어서 아주 큰 실수를 했고, 이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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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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