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06화 (90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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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굴! 굴! 굴!”

펄펄펄펄!

곳곳에서 굴이 삶아지고 있었다. 서쪽의 끝에는 그 누구도 살고 있지 않았다. 드워프 제국은 특히 해산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관심을 끊었고, 그 덕에 자연산 굴은 어디에서든지 줄줄이 엮어 나왔다.

오션 오크들은 순식간에 이를 채집해서 뒤풀이를 준비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멀리 뻗어 나간 나가알은 과감히 인어들에게 양도하고, 주변에 있는 것들만 처리한 뿔쥐들이 도와줬다는 점이다. 그 덕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서로 마주치면 고개를 까딱거릴 정도로 훈훈해졌다.

“나가들의 공세는 잠시 멈췄다! 인어들은 지금도 외해로 뻗어 나가며 나가들을 사냥할 것이다!”

덩치 큰 <마라토너 고래>가 있었기에 인어(Mermaid)들이 패배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바다의 유목 종족으로 잘 자리 잡을 것이다. 틈틈이 무기를 비롯한 생산품을 건네주면 그만이다.

현재는 뿔쥐들과 오크들의 무기와 물품을 받은 상태였고, 인근 해안가의 수중 동굴에 똬리를 튼 상태였다.

‘강철은 바닷물에 녹이 잘 슬어. 드워프들에게 요청을 해야겠지.’

금속 살해자. 염분.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드워프들이 필요했다. 그들의 손길을 통해서 염분에 저항이 있는 금속 무기를 인어들에게 줘야 했다. 나가들의 무기 체계인 물의 창과도 대적해야 했다.

눈을 돌린 드낙은 술잔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이를 따라 했다.

“피해 없이 조용히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아직 나가들의 위협은 바다에 존재한다. 절대 방심하지 말고, 오늘의 승리를 축복하고 내일의 전투를 대비하자!”

“아얄타!”

“뜨낙!”

오크들은 명예를 드높였고, 뿔쥐들은 드낙을 외쳤다. 삶은 굴을 칼로 톡까서 살짝 고여있는 국물까지 호로록 먹었다.

처음 삶은 굴을 먹을 때 초장을 찍어 먹는 건 ‘바보’였고,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천치였다. 굴의 식감, 그 풍미를 그 어떤 다른 것도 없이 입안에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굴을 먹는 자세였다.

그다음에 초장을 딱 찍어 먹어줘야 굴의 풍미와 초장에 찍어 먹는 굴의 또 다른 맛을 확실하게 비교하며 즐길 수 있었다.

비린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비린내조차도 풍미로 여겨야지 제대로 된 미식가다. 삶은 굴을 모조리 먹어치우고 껍데기가 한가득 쌓아올려졌다.

그다음에는 고래 스테이크가 철판 위에 올려졌다.

숯인 흑탄이 잔뜩 올려지고, 근처에서 공수한 장작도 불꽃을 냈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치이이익!

고래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이 타오르며 고소한 향을 풍겼다. 절고 군침이 돋았다. 그곳에 소금을 비롯한 풍미가 강렬한 향신료 가루를 톡톡 쳤다.

옆에서는 해초 슬라이스 쌈이 준비되어있었다. 마법으로 차갑게 만든 물에 담겨서 염분이 빠져있음과 동시에 냉랭함이 대단했다.

“흐! 허! 하!”

고래 스테이크를 크게 썬 것을 그 위에 올려서 단번에 먹었다. 스테이크 자체가 소금을 많이 머금고 있어서 짭기 때문에 해초 슬라이스 쌈은 필수나 다름없었다.

‘이거지!’

드낙 또한 정신없이 즐겼다. 오크들이 가지고 있는 맥주부터 시작해서 독한 술까지 모조리 거덜이 났고, 뿔쥐들의 공중 요새에서도 독한 술이 내려왔다.

“선수 입장!”

뿔쥐와 오크가 팔씨름을 하기도 했다. 워낙 덩치가 커진 뿔쥐들은 이제 오크와 견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드낙의 애정을 잔뜩 받고 있었기에 그들은 이미 <중급 권속 악마>나 다름없었다.

“털찐 것들이 덩치가 비슷하다고 다 이길 줄 아나 본데, 어림도 없지!”

내구력 강화 마법이 걸린 텅 빈 오크통에 오크 전사가 팔꿈치를 딱 놓으며 이죽거렸다. 반대편에 선 피숨결 검은 뿔쥐가 긴 털을 꼼실거렸다.

“찍찍. 전사라는 놈이 말이 많은 걸 보니, 속이 텅텅 비어있겠는데?”

“이 새끼.”

“반사.”

“반, 반! 반드시 이긴다!”

와아아아아아!!! 박! 살! 박! 살!

오크들이 크게 함성을 지른 뒤에는 발을 구르며 박살을 한 박자씩 외쳤다. 뿔쥐들도 냉큼 응원을 시작했다.

“지하 종족의 위엄을 보여줘라!”

“흐압!”

“기잇!”

팽팽하게 팔씨름이 시작되었다. 초록피부의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드낙은 그걸 보면서 잔뜩 늘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려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는 소금기가 담겨 있었고, 모든 것이 신선했다.

‘살맛 난다.’

가끔 바다에 와서 이렇게 크게 술판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시끌시끌한 곳과 주홍빛 모닥불, 오고 가는 파도와 지평선. 그리고 별과 달.

‘1년에 한 번씩은 꼭 밤바다에 가야겠는데.’

힐링되는 느낌이 상상 이상이었다.

진탕이 된 이들을 놔두고 새벽 일찍 드낙은 드워프 제국에게로 향했다. 마신의 종자인 나가들은 100% 박멸하지는 못했다. 알이 너무 작아서였고, 파도에 쉽게 휩쓸리기 때문이다.

‘외해로 나간 나가들은 서서히 성장하겠지.’

그래서 인어들과 마라토너 고래를 통해서 유목 수중 종족을 만들었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고로, 드워프 제국의 여력을 쓰고 싶었다.

“기다리고 있었소. 반마반신!”

그들은 설욕전을 치르고 싶어 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좋다.’

드낙은 그 모습에 절로 존경심을 느꼈다. 3천 명이 넘는 드워프의 죽음은 성대한 장례식을 통해서 정당하게 밀어내고, 이제 마신에 대한 복수심으로 넘치는 드워프들은 당장에라도 건수가 있으면 달려나가 창을 찌를 전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인어랑 마라토너 고래를 안 만드는 건데...’

드낙은 그 두 권속 악마를 만들면서 많은 업을 소모해버렸다. 차근차근 나아지겠지만, 큰 소모임은 틀림없었다.

더 이상 큰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의 시대였기에 죽어서 드낙의 손에 들어오는 업은 쥐꼬리만 했고, 매번 적금 쌓이듯이 들어오는 업뿐이다.

‘그 업의 수준도 엄청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신격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드낙은 까마득함을 느꼈다.

‘내가 너무 강해서 그런가? 그래서 허들이 높은 걸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검은 문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얻은 수많은 종족의 이것저것. 그 덕에 더욱 악마가 되는 게 어려워진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럴듯하다.’

드낙은 소름이 돋았다.

<다른 종족의 능력>을 거리낌 없이 줬던 중립신의 모습은 그때는 자연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동이었다. 인간에게 다른 종족의 능력을 다운그레이드해서 이식한다는 행위는 많은 힘이 소비되는 일이었고, 그 효과도 미미했다.

‘하나하나가 섬뜩하기 그지없구나. 이제 와서 밝혀지다니.’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중립신은 미친놈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진짜 또라이는 또라이다.’

평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신이 된 것이겠지만, 드낙은 진절머리를 쳤다. 모든 것이 지금에 와서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종족의 능력을 받은 드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다른 종족, 어떤 한 종족이라고 규정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반마(半魔)의 특성을 가장 크게 지니고 있다고 하기에는 반신(半神)의 면모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더기다. 고로, 악마나 신이 되는 길은 더욱 멀었다. 조잡한 누더기...이상한 것들이 들러붙은 옷감. 그리고 그런 옷감으로 드레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해진 옷을 드레스로 만드는 것보다 몇백 배는 귀찮은 일을 해야 했다.

‘그걸 깨달았다는 것부터 한 걸음 나아간 것이지만...’

점점 드낙은 신에 다가가고 있었다. 이런 고민, 이런 깨달음을 얻는 것부터가 그 증거였다.

“괜찮소?”

드워프의 말에 드낙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중립신의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진 것을 애써 걷어냈다.

‘죽어도 나는 중립신의 손바닥 아래에 있는 건 아닐까. 언제 이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던질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공포를 드낙이 애써 외면하고 드워프들에게 집중했다.

“이번 마신 침공의 흉수는 나가다.”

뱀의 머리, 인간의 상체, 뱀의 꼬리를 지니고 물과 신비수력(神祕水力)을 다루는 적이었다. 그 모든 것을 드워프들 앞에서 설명한 드낙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섰다.

“나가 반신이 알을 쳤다. 알은 외해로까지 뻗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걸 처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군.”

“100% 박멸은 이미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놈들은 마법으로 탐지가 안 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지.”

생존과 번식하기 위한 종족이나 다름없었다.

탕탕탕!

드워프들이 가슴을 쳐대었다.

“건방진 놈들, 드워프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주겠다!”

너도나도 콧김을 뿜어내기 바빴다. 우주에서도 별다른 장비 없이 활동 가능한 게 드워프였다. 바다나 심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드워프 코인이 있는데 난 왜 권속 악마를 만들었을까.’

드낙은 자신의 멍청함을 저주했다. 너무나도 쉽게 드워프 제국이 복수전에 나섰다.

“인어들과 마라토너 고래라고 권속 악마가 있는데...그들에게 염분에게 강한 금속 장비를 주면...”

“걱정 마라! 그들도 나가를 잡기 위해서 태어난 권속 악마! 우리가 제대로 물량을 지급해주지!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드워프들이 호탕하게 외쳤다.

호탕의 종족이 바로 드워프였다. 굳이 드낙이 나서지 않았어도 나가들은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각성제를 빨면서 바다를 돌아다니는 드워프를 맞이해야 했다.

‘내 업!’

드낙이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굼벵이가 딱 주름을 잡고 대기하고 있는데, 엉뚱한 짓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세파리아스가 복구되고 있는 정원을 지켜봤다. 그가 아끼는 정원들이 죄다 타버렸다. 종종 돌아다니며 정원사에게 몇몇 지시를 내리기도 하면서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 죄다 재가 되어서 바람에 흩날렸다.

‘흠.’

그 속에서 세파리아스는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결국 취미에 불과해서였다. 대신 그는 그 분주함을 지켜보며 현재 신제국의 상태를 떠올렸다.

‘가장 먼저 황제 기사단.’

영향무력(影響武力)의 흐름(stream).

그 한 줄기를 뽑아낼 수 있는 인간.

‘단 한 줄기를 쓸 줄 아는 놈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

몇 년간의 수련 속에서도 성과는 나오고 있지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인간들의 수준이 저급했다.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가 벌레 수준이었다. 감히 육신을 지니지 않은 정신체에게도 효력을 발휘하는 일검(一劍)을 인간이 얻으려는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하고 있었다.

‘하지만 닿을 수 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고 있었다.

신제국의 황제 기사단에 들어서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과 스트림을 수련하는 나날이지만 휴일도 확실하게 존재했다.

월급도 중산층에 잘 어울려서 누구나 꿈꾸는 직업이었다. 탄탄한 몸과 평균보다 살짝 높은 연봉은 가정을 꾸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제복부터 남달랐다. 엘프의 백금 카드를 통해서 무장을 불러올 수 있었기에 평소에는 휘황찬란한 백색과 금색의 제복을 입고 있었다.

고로 그들에게 부여된 동기는 꺼질 줄을 몰랐다.

‘평균치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지.’

하나의 흐름(stream)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 그 평균. 그리고 인간의 변수에 대한 정보 축적도 중요했다. 어떤 인간이 흐름을 터득하는데 더욱 좋은가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기질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기에 황제 기사단의 모든 자는 빠짐없이 감시당하고 있었다.

‘극점 찌르기(Zenith Sting)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5년이었으면 좋겠는데.’

찌르기.

점을 노리기에 영향무력의 가장 쉬운 난이도였다. 그걸 익히는데 5년이라면 황제 기사단은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될 수 있었다.

‘15년이면 인간의 수명을 늘려야 한다.’

적어도 200~500년은 살아갈 수 있게 인간이라는 종족을 개발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위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초월자에 의해서 개발되는 게 아니라 과학이나 마법을 통해서 개발되고 싶었다.

동시에 상위인간이 신제국에 들어왔을 때, 봤는데 신성력을 제외하고는 육체면에서는 이곳의 인간보다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는 자신의 신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게 세파리아스의 뿌리였다.

‘오랜만에 자치왕국으로 가봐야겠군.’

손자가 잘하는지 보고 싶었다. 레이시아 왕비로부터 태어났다고 해도 불파겐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상 크레시미르는 불파겐이었다.

그가 다이앤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쿼터 데몬은 인간적인 수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로 다이앤타에게 내려줄 가르침은 없었다.

물론 세리안을 보러 갈 때마다 함께 보는 편이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외손녀든 손녀든 똑같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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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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